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109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110화
〖지금 배우진 씨가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팬들에게 인사 한 말씀해 주세요.〗
팬들에게 인사를 해달라는 요청으로 기자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뜨겁게 반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배우로서 작품으로 인정받고, 팬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합니다. 받은 사랑을 다시 여러분에게 돌려 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나는 진심을 담아 중국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고,
다음 기자가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중국에서 며칠 동안 계실 예정입니까?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이었다.
〖5일 동안 팬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만날 예정입니다. 내일 오전 팬 사인회를 시작으로, 베이징 국제 영화제와··· 다음날에는 만리장성···〗
나는 5일간의 바쁜 일정을 하나하나 짚으며 성의껏 대답했다.
그 뒤로도 평이한 질문이 몇 번 이어졌고, 평이한 대답이 오고 갔다.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을 때
〖프린스 앤 플라워에서 오설기 양과 호흡을 맞춰 연기를 했는데, 키스씬에서 얼마나 좋으셨나요? 둘이 눈빛에서 사랑이 넘치던데. 같은 소속사이기도 하고 둘이 사귀는 게 아닙니까?〗
밑도 끝도 없는 엉뚱한 질문이 시작되었다.
〖가끔 꿈을 너무 생생하게 꾸다 보면 깨어났을 때도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기자님도 영화에 너무 몰입하셔서, 키스씬이 영화인지 현실인지 헷갈린 것 같네요. 키스도 연기일 뿐입니다. 연기가 잘 됐으면 좋은 게 아닐까요?〗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자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 잡아 주었다.
내 대답이 끝나자 여기저기 기자들의 손이 올라왔다.
〖한국은 중국 문화에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중국 문화를 대하는 마음이 어떠신가요?〗
중화사상에 대한 질문은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므로,
나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옛날 중국 문화가 아시아 전역에서 대단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에 와서는··· 음, 너무 갑작스러운 질문이어서 그런 가 ··· 딱히 떠오르지 않네요.
지금은 한국 문화가 한류 바람을 타고 중국에 영향을 주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자리에서 여러분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만 봐도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졌단 생각이 듭니다.〗
나의 정면 돌파에 질문을 한 기자의 표정은 일그러졌지만.
대다수의 기자들과 관계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자기 일만 했다.
한 기자가 간절한 표정으로 손을 높이 들었다.
나는 그 기자를 지목했다.
〖왜 한국 사람들은 공자를 한국인이라고 우기는 겁니까?〗
‘아! 기자 지목을 잘못했네.’
이 질문이야 말로 나를 완전히 당황시켰다. 어이가 없어서.
〖지금 이 질문은 기자님께 처음 듣는 말입니다. 한국에 한번 갔다 와 보시고 다시 질문해 주셨으면 합니다. 공자가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실 겁니다.〗
차분히 대응했다.
크크.
리셉션장에 작은 웃음이 흘렀다.
〖중국에서 돈을 많이 벌어 가시는데 중국에 귀화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기가 찬 질문이 절정에 다다랐고,
나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
〖··· 기자님은 누군가 돈만 준다면, 중국을 버릴 기세네요. 그리고 전 팬 분들을 만나러 중국에 온 거지 돈을 벌려고 온 게 아닙니다. 돈은 지금도 충분합니다.〗
와하하하.
큭큭큭큭
시원한 내 답변에 기자들 사이에서 큰 웃음이 터졌다.
그때, 리셉션장 문이 삐죽 열리며, 장성태 대표가 들어왔다.
반가운 나머지 나는 손을 살짝 흔들었다.
***
기자 회견을 끝내고 내 방에 장성태 대표와 일행이 모두 모였다.
리젠데이 호텔에서도 내 방은 회의실을 갖춘 스위트룸이었다.
샤오준도 함께였다.
“아직 본격적인 행사는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사소한 것에 트집을 잡으면 어떻게 일을 진행하겠어요?”
장성태 대표가 샤오준을 다그쳤다.
북경으로 오는 내내 공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만 생각 했다. 일단은 대행사 스타그룹과 얘기를 해봐야 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많이 나아진 겁니다. 예전에는 행사에 앞서서 오성홍기를 향한, 국기에 대한 맹세까지 했었습니다. 그거 안 해서 공연 중에 체포된 가수들도 여럿 있었죠. 중국은 공안이 있는 나라이니 이 정도는 이해를 좀 해주시면···”
샤오준의 태도는 미묘하게 변해있었다.
오늘 오전만 해도 우리 편에 서서 공안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우리에게 이해를 바라고 있었다.
“뭐요? 지금 그게 할 소리요!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요?”
장 대표의 이마에 핏줄이 돋았다. 자유로운 중국 활동을 보장했었기에 스타그룹과 계약을 하고 북경 일정을 넣은 것이었다.
이제 와서 ‘중국은 원래 그런 나라이니 너희들이 이해하라’라는 태도는 납득할 수 없었다.
장 대표가 강하게 나가자 샤오준은 움찔했다.
“아니 제 말은, 그러니까 보셔서 아시겠지만,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오니까 그렇게 강압적으로라도 해야 질서가 어느 정도 잡힌다는 말입니다.
뭐··· 막말로 만약에 사고라도 나 보십시오. 어떻게 감당할 겁니까?
전 세계에 그런 사고가 보도되면, 북경 치안을 책임 맡고 있는 공안 국장 입장이 난처해지지 않겠냐는 말씀이죠.
그게 다 허궈창 공안 국장이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샤오준은 무의식적으로 코를 만지고,
목소리가 급해졌다 줄어들었다 불규칙적이며,
몸이 뒤로 향해 있었다.
불안한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렇더라도 오늘 같은 분위기라면 제가 어떻게 팬들을 웃으며 만날 수 있겠습니까?
내일 팬 사인회만 해도 어린 학생들이 많이 올 텐데,
계속해서 공안이 고압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팬 사인회나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군요.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확답을 받고 싶습니다.”
나의 뜻을 정확하게 샤오준에게 전달했다.
샤오준은 고개를 흔들며 괴로워했다.
“북경에서 공안 국장의 파워는 엄청납니다. 그가 질서고 법이에요. 함부로 저희가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할 입장이 되질 않습니다.
아침에 뇌물을 건네면서 조금만 더 자유로운 분위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가, 저도 체포될 뻔했어요.”
샤오준이 고개를 푹 숙였다.
원만히 일을 해결 보려다 된통 당한 듯했다.
“혹시 허궈창이 나에게 특별히 바라는 거라도 있나요?”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오전에 허궈창은 본심을 드러내려다, 단단한 내 태도에 꼬리를 내렸었다.
내게 원하는 것이 있음에 분명했다.
“사실···”
내가 먼저 운을 띄우자 샤오준이 눈을 반짝였다.
“··· 내일 저녁에 허궈창의 생일 파티가 있습니다.
그 자리에 배우진 씨가 참석했으면 합니다.”
샤오준은 내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생일 파티?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김동국 실장이 불쾌감을 표했다.
“그러니까 유력 정관계 인사들과 좀 놀아 달라. 쉽게 말해서 허궈창이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수 있게 우진이가 나서서 도와 달라, 이 말인 거요? 내일 저녁 스케줄도 있는데.”
장 대표의 이맛살이 더욱 찌그러졌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가슴에 꾹 눌렀다,
“스케줄은 저희가 취소할 수 있습니다. 방송국 인터뷰라 공안 국장 생일 파티에 참석한다고 하면 수긍을 할 겁니다.”
“이거 참. 공식 스케줄을 취소하고 개인 생일 파티에 참석하라니. 이거 계약위반 소지가 다분히 있습니다.”
장 대표가 계약위반을 꺼내 들며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
“그게 배우진 씨가 얻는 이득도 있습니다.”
샤오준이 재빨리 치고 들어왔다.
“만약에 배우진이 허궈창의 생일 파티에 가서,
손님들을 접대하고 허궈창과의 친분을 내세워 준다면,
허궈창이 배우진의 중국 활동을 팍팍 밀어 줄 겁니다.
방송국, 영화사, 엔터회사, 국영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까지,
허궈창의 힘이 안 닿는 데가 없습니다.”
샤오준은 내가 허궈창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얻게 되는 황금알에 대해 알렸다.
“아침에 호텔로 모여든 엄청난 인파를 보셨지요?
중국에 사람이 많다는 말은 장난이 아닙니다.
중국에서 제대로 활동을 한다면 그야말로 노다지지요.
지금까지 번 돈은 그냥 푼돈이었다는 걸 깨닫는데 1초도 안 걸릴 겁니다.
돈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다 돈에 깔려 버릴 겁니다.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지요.”
샤오준은 개소리를 정성스럽게 쏟아내며
내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지 나를 흘끔 쳐다봤다.
지금껏 돈에 흔들리지 않은 사람은 보지 못했고,
돈이라면 멍멍 짖으래도 다들 짖었으니까.
나도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샤오준 팀장님. 뭔가 단단히 오해하시는 모양인데요.
처음부터 돈이 목적이었다면, 저는 여기 오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순수하게 중국 팬들을 위해서 온 겁니다.
허궈창의 꼭두각시가 될 이유가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겁니다.”
나는 샤오준에게 분명하게 내 의사를 밝혔다.
화를 낼 가치도 없었기에 화가 나지도 않았다.
“공안 국장 허궈창에게 가서 분명하게 전달하세요. 배우진이 허궈창 생일파티에 가는 일은 절대 없다고.
그리고 앞으로 있을 행사에서, 배우진 팬들에게 무례하게 굴거나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그땐 우리도 가만있지 않겠다고.”
내 말에 이어 장 대표가 쐐기를 박았다.
“아니, 대표님. 그렇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사업적으로 생각하셔야지요. 이런 기회를 못 잡아서 안달인 연예인도 부지기수라고요.”
샤오준은 장성태를 설득하려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샤오준 씨.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런 일은 절대 없습니다.”
장성태는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확실하게 못을 박았다.
“그냥 서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냥 참석만 하면···”
샤오준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우리의 뜻을 알아듣고 일어섰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전하죠. 그래도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시면 연락 주십시오.”
인사를 하고 나갔다.
“아니, 이건 너무 한 거 아닙니까. 완전 막무가내네요.”
김동국 실장은 참고 있던 분통을 터트렸다.
“아무리 공안 국장이라고 이래도 되는 거예요?”
해일이도 분한 마음에 목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처음부터 이럴 작정으로 우리를 여기로 부른 걸까요? 샤오준 팀장 그렇게 안 봤는데.”
송찬기는 거친 숨을 뿜어 댔다.
“스타그룹이 처음부터 주도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본다.
자기들도 상당히 부담이 가는 사안인데··· 허궈창의 압력이 상당한 거겠지.
그래도 이건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겠다.
지금부터 철저히 대비를 해야겠어.
김 실장은 당장 에 연락해서, 스타그룹과의 계약 파기 조건 검토해 달라고 하고, 소송까지 갈 수도 있으니까 철저히 대비해 달라고 해.
송 대리는 한국행 비행기랑 홍콩행 비행기 오늘 밤부터 5일 후까지 전부 파악해. 여차하면 언제라도 출국할 수 있게 말이야.
그리고 민기는 지금부터 올라오는 우진이 기사 전부 확인하고 방송도 모니터 해줘. 특히, 부정적인 기사들은 모두 스크랩하고. 오늘 기자 회견 원본 파일도 확인하고.”
장 대표는 우리 각자가 해야 할 일들을 일사불란하게 지시했다.
“우진이는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일단 내일 아침 팬 사인회만 생각해. 팬들은 그저 너를 보러 오는 거니까.”
“네, 알겠습니다.”
나는 차분히 대답했다.
과연 허궈창은 나의 거절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내일 팬 사인회는 제대로 열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