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110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111화
늦은 밤, 북경 공안 국장 허궈창은 자신의 생일 파티에 참석할 인사들의 명단을 확인하고 있었다.
비서가 서열에 따라 명단을 구분했다.
“기업 쪽 후원 명단 읊어 봐.”
“네. 현금으로 입금한 기업은 하넬, 텐젠트, 오카시, 알렉시스, 텐바이오···”
비서는 후원 명단을 쭉 훑었다.
공안 국장보다 더 높은 서열과 인맥을 맺은 몇몇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이 후원금을 보냈다.
허궈창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중앙 정치국 위원님들 중에 참석한다고 연락 온 곳은?”
“왕샤오 위원을 제외하고는 아직 없습니다. 중앙 선전 부장이랑 통전 부장은 참석을 하신답니다.”
허궈창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선물 얘기는 확실하게 했어?”
“네. 전달했습니다.”
허궈창은 이번 승진에서도 누락이 되면 자신의 자리가 위태롭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자기 기수들은 이미 승진을 했거나 아니면 모두 옷을 벗었다. 허궈창에게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다.
생일 파티를 이용해서 중앙 정치국 위원들과의 인맥을 확실하게 다져 놓아야 했다.
‘아낌없이 돈을 투자해서 한 단계 위로 올라가야 한다. 반드시.’
허궈창은 다짐했다.
“뤄이허 위원님은 꼭 오셔야 하는데. 그분이 이번 인사권을 쥐고 있단 말이야. 다시 한번 연락해봐. ··· 뤄이허 위원님 부인이 배우진 팬이라고 했지?”
“···네 맞습니다.”
배우진 이야기가 나오자 비서가 더듬거렸다. 방금 전 배우진이 생일 파티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샤오준의 연락을 받은 것이다.
“다른 위원회 부인들과 함께 를 보러 일주일에 두세 번은 반드시 극장에 가신답니다.”
허궈창이 배우진을 자신의 생일 파티에 꼭 참석시키려는 이유였다.
배우진이 허궈창의 생일 파티에 참석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뤄이허 부인은 남편을 대동하고 반드시 파티에 올 것이다.
뤄이허 위원은 스무 살 차이 나는 자신의 부인을 너무나 사랑해서 죽는시늉까지 할 정도이었기에, 뤄이허를 구워삶으려면 부인 쪽으로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 더 빨랐다.
“배우진··· 배우진이 가장 중요해. 배우진은 어떻게 됐어? 연락 왔었어?”
허궈창이 비서를 돌아보며 배우진의 생일 파티 참석 여부를 물었다. 비서의 가슴이 서늘해졌다.
“··· 샤오준에게서 방금 연락이 왔는데··· 배우진이 참석을 못하겠답니다. 윽박도 질러보고 회유도 해봤지만, 꿈적도 하지 않는 답니다. 죄송하다고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뭐야? 참석을 못 해?”
분노한 허궈창이 비서를 향해 재떨이를 던졌다. 재떨이는 비서의 옆 이마를 스치고 벽에 부딪혀 와장창 깨졌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알아듣기 좋게 말했으면, 알아들을 일이지. 아, 진짜. 기가 차서. 어이 왕비서.”
“네. 국장님.”
“내일 아침 배우진 팬 사인회 빡세게 돌려. 알아먹었어?”
“네. 알겠습니다.”
감히 나에게 대들어?
배우진 네 놈이 나에게 와서 무릎을 꿇나 안 꿇나 한번 두고 보자.
허궈창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
다음날 새벽 나는 일찍 일어나 요가를 하고 있었다.
딩동~
‘이 시간에 올 사람은 해일이랑 현아 누나뿐인데. 왜 초인종을 누르지?’
나는 현관으로 나가 문을 열었다.
해일이와 현아가 양손 가득 의상 가방을 들고 서있었다.
“뭐해. 어서 들어와.”
“알았어.”
“응.”
해일이와 현아는 현관문에 서있는 공안을 째려보며 안으로 들어왔다.
“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또 신분증을 보여 달라잖아. 지금까지 몇 번을 보여줬어. 이 정도면 내 얼굴은 프리패스 아니야?”
해일이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공안은 해일이가 내 매니저라는 걸 뻔히 알고도 신분증을 요구하며 일을 번거롭게 만들고 있었다.
“우리 둘 다 양손에 이렇게 의상 들고, 구두랑 액세서리 메이크업 가방 들고 있는데, 신분증을 어떻게 꺼내서 보여줘?”
현아도 구시렁댔다.
“그래서 초인종을 누른 거구나. 잘했어. 앞으로도 그냥 초인종 눌러.”
공안의 감시가 더 심해진 것 같았다. 샤오준이 허궈창에게 거절의 메시지를 전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자, 그건 그렇고 우리는 우리 일을 해야겠지. 오늘 팬 사인회를 위한 코디를 시작하겠어. 일단 의상은 이거.”
현아가 새하얀 정장 한 벌을 꺼내 들었다.
“어때?”
“하얗네. 천사처럼 보이려나.”
“사실 흰색이 제일 화려한 색이거든. 조금 밋밋할 수 있는 건 이 스카프로 보완하면 돼.”
현아는 황금색 베르사체 스카프를 꺼내 정장에 둘렀다.
“오, 고급지다.”
“맘에 들어? 일단 입고 나와 볼래?”
“응, 맘에 들어. 입고 나올게.”
나는 침실로 들어가서 의상을 갈아입고 나왔다.
“우진아 너의 이런 모습, 정말 볼 때마다 놀랍다. 평소에도 멋지지만 조금만 갖춰 입어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아.”
현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피부 상태 너무 좋으니까 메이크업은 조금만 하고, 머리만 만지면 되겠다. 머리는 바람이 훑고 지나간 듯 감성적인 스타일로 만들어 줄게.”
“무조건 누나만 믿지. 팬들이 좋아하게만 만들어줘.”
“응, 나만 믿어.”
현아는 이 가방 저 가방에서 도구를 꺼내 나를 상대로 예술을 시작했다. 얼마 후 작품이 완성되었다.
“우진아, 차 준비됐대. 내려가자.”
“좋지.”
우리는 1층으로 내려가 차를 타고 쇼핑몰엔조이 시티로 향했다.
***
공안을 태운 버스 10대가 엔조이시티 앞에 멈춰 섰다.
버스 안에는 수백 명의 공안들이 평상시보다 더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공안모를 쓰고 완장을 찬 분대장이 대원들 앞에 섰다.
허리춤에는 진압봉과 호출기가 끼워져 있었다.
“모두 잘 들어라.”
분대장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상부지시를 하달했다.
“조금 있으면 여기 엔조이시티에 한국에서 온 배우진의 팬 사인회가 열린다. 평상시 보다 두 배나 더 많은 사람들이 쇼핑몰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사건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형법 293조 사단도발죄를 적극 적용하여, 거동 수상자나 의심스러운 자들은 불시검문을 실시하고, 조금이라도 소란을 피우거나 반항을 하는 자들은 바로 공안부로 연행을 한다.
평상시보다 더 철저하고 적극적으로 법을 집행해서,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상부에서 내려온 우리의 임무다. 알아듣겠나?”
분대장은 전쟁터라도 나가듯이 강하게 기압을 넣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각자 자기가 맡은 위치로.”
“위치로.”
버스에서 공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곤봉과 방패를 들고.
***
엔조이시티는 하루에 십만 명 가까운 유동 인구를 자랑하는
베이징 최고 번화가 차이앙구에 위치한 쇼핑몰로 이 지역 랜드마크였다.
오늘은 배우진의 사인을 받기 위해 쇼핑몰 광장에 사람들이 새벽부터 줄을 섰다.
엔조이시티 건물을 빙빙 두르고 있는 긴 줄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배우진에게 줄 선물과 꽃다발을 들고 재잘재잘 떠드는 팬들의 얼굴엔 기쁨과 환희가 가득했다.
“중국은 뭘 해도 판타지다. 도대체 저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다 온 거야?”
무대 뒤에서 광장을 살짝 내려다본 현아는 개미떼처럼 바글바글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인을 다 해주지? 오늘 우진이 팔 작살나는 거 아냐?”
많고도 많은 사람들을 보며 해일이가 걱정했다.
“저 사람들 모두에게 사인해주는 건 불가능하고 정해진 시간 내로 최선을 다해야지.”
송찬기가 대답했다.
“그래도 난 중국 팬들을 만난다고 생각하니까 설레는데. 기분이 좋아.”
나는 마지막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팬들을 만날 준비를 했다.
〖자, 배우진 씨. 잠시 후에 나가겠습니다. 준비해 주세요.〗
관계자는 사인회가 곧 시작된다는 것을 알렸다.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가 이어졌다.
〖오늘 엔조이시티를 찾아 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이 그토록 기다리던 의 별. 배우진 씨를 이 자리에 모시겠습니다. 뜨거운 박수로 환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와아아아아.
짝짝짝짝짝.
뜨거운 함성과 함께 나는 무대 위로 올라섰다. 아침부터 나를 보러 모여든 팬들을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
〖팬 여러분. 너무나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저를 사랑해 주시고 이렇게 환영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오늘 여러분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습니다.〗
나는 팬들을 향해 두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와아아아
우와와와와
짝짝짝짝짝짝
악~~~~아아악~
나의 등장으로 광장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팬들이 스스로 질서를 잘 지켜서 줄이 뭉개지거나 하는 위험 상황은 없었다,
본격적으로 사인회가 시작되었다.
〖자, 첫 번째 분 나오세요.〗
양 갈래로 머리를 묶은 열 살쯤 돼 보이는 여자 아이가 수줍게 걸어와서 스케치북을 내밀었다.
〖이름이?〗
〖밍 메이.〗
〖밍 메이? 이름이 예쁘네.〗
나는 스케치북 가득 큼직하게 사인을 하고, 한자로 ‘귀여운 밍 메이에게’라고 귀퉁이에 적었다.
〖그런데 저 하나만 뭐 부탁해도 돼요?〗
〖응. 얘기해 볼래?〗
〖영화 찍을 때 위험한 장면은 대역을 쓰면 안 되나요?〗
아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왜?〗
〖다칠까봐 너무 걱정이 돼서요. 혹시라도 우진이 오빠가 다치기라도 하면···〗
〖내 걱정해줘서 고마워. 대역 쓴다는 약속은 못하지만, 다치지 않도록 늘 조심하겠다는 건 약속할게. 나랑 하이파이브 한번 할까?〗
내가 손바닥을 내밀자, 아이도 자기 손바닥을 내밀었다. 우리는 짝 소리가 나게 손바닥을 맞부딪혔다.
사인회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내가 팬들 하나하나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던 그때,
공안들은 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분위기를 험악하게 몰아가고 있었다.
〖어이, 거기 학생. 가방 이리 줘 봐.〗
공안이 친구들끼리 수다를 떨고 있는 한 여학생을 지목했다.
〖왜요?〗
〖말이 왜 그렇게 많아. 그냥 달라고 하면 줄 일이지.〗
〖아니 그러니까 왜요?〗
〖너 하는 짓이 수상해서 그래. 우리가 옆을 지나가니까 흘깃 쳐다봤잖아. 가방 좀 검사를 해야겠어.〗
여학생이 순순히 말을 듣지 않자,
금방이라도 내려 칠 기세로 공안은 진압봉을 들었다.
여학생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가방을 넘겼다.
가방을 낚아챈 공안은 가방을 거꾸로 들어 탈탈 털었다.
안에 있던 물건들이 바닥에 와르르 쏟았다.
펜, 화장품, 지갑, 생리대 등이 광장 바닥에 어지럽게 널렸다.
〖뭐? 수상한 거 없어?〗
〖없는데.〗
공안은 여학생의 가방을 바닥에 툭 던지고는 다른 곳으로 갔다.
여학생은 수치심에 몸을 벌벌 떨며 물건을 주섬주섬 주워 담았다.
〖야, 거기. 줄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바로 연행한다. 똑바로 줄 서!!〗
공안들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꼬투리 잡을 게 없나 어슬렁 돌아다녔다.
사람들은 바짝 얼어 각을 잡아 줄을 섰다.
그때 줄이 한번 요동치더니 뒷사람에게 떠밀려 한 남학생이 줄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야, 너 이리 나와.〗
공안이 고함을 질렀다.
〖이거 놔요. 왜 그러시는 데요?〗
남학생은 안 나가려고 버텼다.
공안은 남학생의 멱살을 잡고 강제로 끌어냈다.
〖여기 선을 넘어오지 말라고 했지.〗
〖제가 넘어가려고 했던 게 아니고 뒤에서 미니까 어쩔 수 없이 튕겨 나간 거예요.〗
〖나간 건 맞잖아. 두말할 필요 없고, 야! 이 새끼 체포해서 끌고 가.〗
부하 공안이 와서 남학생을 끌고 나갔다.
〖제가 잘못한 게 아니에요.〗
남학생은 잡혀가지 않으려 발버둥 쳤다. 그 일대에 웅성웅성 소란이 일었다.
‘뭐지?’
내가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을 때, 공안들이 한 남학생을 잡아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반항하는 남학생을 곤봉으로 때려가며 끌고 갔다.
나는 옆에 있던 관계자를 불렀다.
〖저기 무슨 일인가요?〗
〖저희들도 잘 모르겠습니다. 가서 알아보죠.〗
관계자는 그곳으로 달려갔다.
〖왜 그러시는 겁니까?〗
〖당신 뭐야?〗
〖저는 여기 행사 관계자입니다. 지금 이 학생을 왜 끌고 가시는 겁니까?〗
〖사단도발죄로 체포하는 거니까 신경 끄고 돌아 가.〗
〖사단도발죄요? 무슨 짓을 저질렀길래 사단도발죄인가요?〗
〖형법 제293조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일으켜 공공질서의 중대한 혼란을 초래한 경우에 해당한다.〗
공안은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저, 잘못 안 했어요. 그냥 줄에 밀려서 살짝 금을 밟은 것뿐이에요. 제발 놔주세요.〗
남학생은 얼굴이 빨개지도록 울고 불며 애원했다.
〖줄을 조금 벗어났다고 연행하는 건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당신도 체포당하고 싶어? 험한 꼴 보고 싶지 않으면 당장 꺼져.〗
공안은 관계자를 밀치고, 남학생을 공안 버스에 태웠다.
〖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공안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사람들을 연행해 가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없었는데···〗
관계자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달려와 상황을 보고했다.
‘허궈창 짓이군.’
나는 벌떡 일어나 남학생을 태운 버스 앞으로 뛰어갔다.
분대장이 그곳에 서있었다.
〖이 학생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습니다. 놔주세요.〗
나는 분대장에게 당당히 요구했다.
〖그건 당신이 판단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판단하는 겁니다. 당신은 당신 일만 하십시오. 우린 우리 일 할 테니까.〗
분대장은 쌀쌀하게 대답했다.
〖일부러 질서를 어지럽힌 것도 아니고, 누군가 위험에 처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학생을 놓아주세요!!〗
나는 더욱 강력하게 항의했다.
〖당신이 아무리 스타라고 해도,
공안에 맞선다면 중국의 법을 어기는 거나 마찬가지야!!〗
분대장이 이를 갈며 나를 째려봤다.
〖그럼 저도 잡아가세요!〗
나는 한발 나아가며 용감하게 맞섰다.
나를 만나러 온 팬들을 지켜야 하니까.
허궈창의 보복에 팬들을 희생시키고 싶지 않았다.
〖뭐?〗
나의 강경한 태도에 분대장은 상당히 당황했다.
“우진아 괜찮아?”
장성태가 뒤이어 달려왔다.
“허궈창이 선을 넘었어요. 공안들이 아무 이유 없이 팬들을 괴롭히고, 잡아가고 있어요.
지금 팬 사인회를 계속한다면 더 많은 팬들이 잡혀 갈 겁니다.”
나는 장성태를 바라보며 사태의 위급성을 알렸다.
“지금 팬 사인회를 중단하고, 남은 북경 일정도 다 취소해 주세요.”
허궈창의 보복의 칼날이 내 팬들에게 향해 있었다.
나는 그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북경을 떠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