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113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114화
배우진 중국 대행사 스타그룹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아시아 최고 인기 스타 배우진을 데려와,
최고의 수익을 낼 거라 자신했던 일들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모든 일은 순조로웠다.
팬사인회 참석 인원은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각종 방송과 언론사 인터뷰 요청이 끊임없이 밀려왔으며
6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텐진국가체육센터에서 개최할 예정인 팬미팅 티켓팅은 시작하자마자 완전 매진되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업들의 배우진 모시기 경쟁으로 인해 광고비가 하늘 끝까지 치솟았으며, 북경 활동 라이센스 수입은 폭발 직전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뭐?! 팬사인회 취소도 모자라서 모든 일정을 보이콧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이게 지금 말이나 되는 소리야! 샤오준 어떻게 된 일인지 다시 말해봐!!”
샤오준은 본부장에게 정신이 나갈 정도로 혼이 나고 있었다.
출장 차 상하이에 머물던 본부장은 배우진이 한국으로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북경으로 달려온 참이었다.
“죄송합니다. 배우진은 허궈창 공안 국장의 생일 파티에는 절대 가지 않겠답니다···”
샤오준은 배우진 담당자로서 일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해서 면목 없었다.
“그래서 넌 신사적으로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이 지랄을 떨었단 말이고?!.”
본부장은 열이 뻗쳐 말도 제대로 안 나왔다.
회사에서 일을 제일 잘하던 샤오준이었기에 믿고 배우진을 맡겼다.
그런데 이런 최악의 결과를 보게 될 줄이야!
“설득도 해보고 겁도 줘봤지만 아무 소용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샤오준은 그저 고개를 푹 숙였다.
“야, 너 때문에 우리 회사 손해가 얼마나 되는 줄 알아? 장소 대여비에 각종 위약금만 해도 회사가 휘청거려.
그뿐인 줄 알아? 허궈창 공안 국장··· 아 정말 생각만 해도 미치겠네. 공안 국장이 우리를 가만 놔둘 것 같아. 그놈이 얼마나 지독한지 알아? 몰라?”
북경에서 허궈창에게 찍히면 살아날 방법은 없었다.
“알고 있습니다.”
샤오준의 목소리가 기어들었다.
“허궈창에게 찍힌 회사라는 소문이 돌면,
우리 애들 드라마나 영화 출연 다 잘리고 방송국 섭외 절대 안 돼.
온갖 트집을 잡아서 회사를 말려 죽일 거라고···
그런데 그놈 비위 하나 못 맞춰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배우진 하나 못 구슬려서?”
스타그룹의 운명은 바람 앞에 촛불이었다.
“···”
“샤오준 너 당장 짐 싸. 너 같이 물러 터진 놈이 무슨 일을 한다고. 내가 사람 잘못 봤지. 지금 당장 사표 쓰고 회사 나가!”
“네. 책임지고 나가겠습니다.”
샤오준은 잘렸다.
큰일을 망치고 회사를 위기에 몰았으니 어쩔 수 없는 결과이기도 했다.
샤오준은 본부장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뒤돌아섰다.
그리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 종이와 볼펜을 꺼냈다.
사직서를 쓰는 그의 손이 떨렸다.
‘하~’
샤오준의 입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었다.
지금껏 권력에 고개를 숙이지 않은 사람을 본 적이 없었는데,
배우진을 통해 그런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값진 인생공부가 되었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샤오준은 마음을 다잡고 사직서를 써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몇 가지 물건만 간단히 챙겨 사무실을 나왔다.
숨죽이고 있던 팀원들이 하나 둘 고개를 들어 떠나가는 샤오준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봤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상무가 다가와서 본부장에게 물었다.
“뭘 어떻게 해. 배우진에게 들어간 제반비용과 손해 본 것을 다 계산해서, 폴 엔터에 청구해야지.”
“그쪽도 가만있지는 않을 텐데요.”
“이제 소송전이지 뭐.
허궈창 공안 국장님께는 선물 준비해서 죄송하다고 싹싹 빌고. 그리고···”
본부장이 앞으로의 일을 정리하는데,
삐리리리.
삐리리리.
삐리리리.
전화벨이 신경질적으로 울렸다.
본부장이 수화기를 들었다.
“뭐야?”
-허궈창 공안 국장 비서입니다.
‘아, 씨. 벌써? 무조건 잘못했다고 싹싹 빌어야지.’
“아, 네. 국장님께서 어쩐 일로?”
본부장은 나긋한 목소리로 살살 기었다.
-샤오준 어디 있습니까? 지금 사무실에 있나요?
왕 비서가 다급하게 샤오준을 찾았다.
샤오준 폰으로 전화를 세 번이나 했지만 받지를 않아서, 본부장 실로 바로 전화를 한 것이었다.
“아, 방금 샤오준을 퇴사시켰습니다. 이번 일에 대해서 저희가 깊이 반성하고···
본부장은 샤오준을 잘랐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 소식이 허궈창을 기쁘게 만들길 바라며.
-샤오준을 지금 빨리 리젠데이 호텔로 보내주세요. 급합니다. 샤오준 아니면 안 되니까 무조건 10분 내로 보내세요.
“아, 네. 그게 무슨···”
-일이 잘못되면 다 죽습니다. 전화 끊습니다.
왕 비서는 샤오준을 리젠데이 호텔로 보내라는 메시지만 전하고 전화를 끊었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본부장은 어리둥절했지만,
왕 비서의 마지막 말만은 똑똑히 기억했다.
일이 잘못되면 죽는다?
“이봐, 빠··· 빨리 샤오준 불러와.”
본부장은 샤오준 팀원들에 대고 소리 질렀다.
팀원들은 어쩔 줄 모르고 서로 눈치만 봤다.
“뭐 해! 빨리 나가서 샤오준 잡아!
바로 리젠데이 호텔로 가라고 전해. 빨리.”
본부장이 한번 더 소리치자,
팀원들이 우르르 일어나 샤오준을 잡으러 달려 나갔다.
부르릉~
샤오준은 주차장에 내려와 차에 시동을 걸고 있었다.
짧은 숨을 한 번 내쉬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려는 순간,
“팀장님! 팀장님!”
자기 팀원이었던 직원이 앞을 가로막으며 본네트를 내리쳤다.
“뭐야?”
“팀장님. 빨리 리젠데이 호텔로··· 리젠데이 호텔로 가세요.”
팀원은 숨을 헐떡이며 리젠데이 호텔을 외쳤다.
‘리젠데이 호텔이면 배우진 숙소인데, 무슨 일이 생겼구나.’
샤오준은 직감적으로 일이 터졌음을 눈치챘다.
“알았어. 지금 바로 출발할게. 자세한 얘기는 전화로 다시 보고해.”
차에 시동은 이미 걸려 있었다.
샤오준은 총알보다 빨리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허궈창 공안 국장.
〖배우진. 내가 잘못했다. 제발 가지 마!〗
허궈창은 내가 떠나는 것을 막으며,
이마를 바닥에 박고 벌벌 떨면서 빌었다.
왕 비서와 부하들도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바닥에 바짝 붙였다.
〖배우진 씨, 제가 진짜 잘못했습니다. 제가 나쁜 놈입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허궈창은 구체적인 말을 하지도 않고 무조건 잘못했다고만 했다.
〖살려주십시오. 제가 배우진 씨를 몰라보고 바보 같은 짓을 저질렀습니다.〗
나는 너무나 황당하고 혼란스러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허궈창의 모습은 어제 아침과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달랐다.
〖저희는 지금 공항에 가야 합니다. 여기서 더 지체했다가는 비행기 시간을 놓치게 됩니다.〗
나는 떠나려 했다. 떠나기로 이미 마음을 굳히기도 했고, 허궈창의 이런 모습을 보니 오히려 믿기가 힘들었다.
〖안됩니다. 제발 저희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 제발 이렇게 빌겠습니다.〗
허궈창은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다.
〖아니, 도대체 뭘 살려 달라는 말입니까? 제가 누구를 죽이려 하기라도 한다는 말씀입니까? 지금 이 상황이 저는 전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나는 화가 났다.
보란 듯이 일을 망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살려달라니.
뭐든 자기 맘대로 인가!
〖배우진 씨 팬미팅이 취소되면 저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습니다.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한 짓이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허궈창은 사생결단으로 매달렸다.
팬미팅이 취소되면 죽는다?
나는 머리를 빠르게 회전시켰다.
‘파티 도중 이렇게 달려온 것을 보니,
고위층 중에 내 팬미팅에 오려는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군.
근데 얼마나 고위층이길래?’
〖제발 일정을 취소하지 마시고 원래대로 진행해 주십시오.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가 건방지게 굴고 제 멋대로 행동한 거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허궈창은 시종일관 비굴하게 용서를 빌었다.
‘이미 떠나기로 했는데, 허궈창을 살리기 위해서 남을 수는 없어. 그리고 허궈창은 아무래도 못 믿을 사람이야.’
〖이미 저희는 철수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더 이상 당신과 엮이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팬미팅을 취소했다고, 설마 진짜 당신이 죽기야 하겠습니까?〗
나는 허궈창에게 쏘아붙이며 내 길을 가려했다.
〖아이고, 아이고. 안 됩니다. 진짜 안 됩니다. 진짜 우리 가족들 다 죽습니다. 여기 뒤에 있는 부하들까지 다 파리 목숨입니다. 제가 이렇게 싹싹 빌겠습니다. 한 번만 마음을 돌려주십시오. 한번 만.〗
허궈창은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울다가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허궈창이 이 자리에서 죽는다 해도 내 뜻에는 변함이 없었다.
나는 방을 나가기 위해 한 발을 더 내디뎠다.
그때,
샤오준이 뛰어 들어왔다.
허궈창이 그러고 있는 걸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배···배우진 씨,··· 헉, 헉,”
샤오준은 가쁜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나를 불렀다.
“잠···잠깐만···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헉, 헉,”
샤오준은 나와 대화하기를 바랐다.
“···”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샤오준은 장 대표 쪽을 간절히 바라봤다.
“장 대표님. 잠깐만··· 부탁드립니다.”
어깨를 들썩이며 샤오준은 간절히 대화를 요청했다.
“아, 이거 참. 비행기 시간이 촉박한데.”
장 대표가 시계를 쳐다봤다.
“잠깐이면 됩니다. 공항엔 이미 저희가 연락을 취해 놨습니다. 비행기를 놓치실 일은 없으실 겁니다.”
샤오준은 다시 한번 정중히 부탁했다.
‘비행기 시간만 괜찮다면, 무슨 일인지 정도는 들어보자.’
장 대표가 나를 쳐다봤다.
대화를 조금 해도 되겠냐는 의미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우선 이야기는 들어보겠습니다. 그런데 만에 하나 조금이라도 들을 가치가 없는 내용이라면 저희는 바로 일어나겠습니다.”
장 대표가 샤오준에게 확실히 못을 박았다.
“네. 좋습니다.”
샤오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허궈창은 그저 닭똥 같은 눈물만 뚝뚝 흘렸다.
장성태, 샤오준 그리고 내가 회의실로 들어갔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숨김없이 얘기해 주세요. 핵심만 정확하게.”
나는 이게 무슨 일인지 알아야 했다.
회의실 문이 닫히자마자 샤오준을 다그쳤다.
“알겠습니다. 숨김없이 다 말하겠습니다. 저도 여기 오면서 막 들은 이야기입니다.
중국 제1 권력의 따님이 배우진 씨 팬미팅에 오고 싶어 하십니다. 그것을 뤄이허 중앙 정치국 위원장 부인이 알게 되었고, 그 따님을 자기가 모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티켓이 이미 매진이라 구할 수 없어, 허궈창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만약 허궈창이 표를 못 구한다면, 이번 승진에서 미끄러지는 정도로 일이 끝나겠죠.
하지만 팬미팅 행사 자체가 취소된다면, 허궈창은 아마 목숨 부지하기 어려울 겁니다.”
샤오준은 허궈창의 사정을 가감 없이 알렸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샤오준의 말을 들으니,
허궈창이 지금 무릎 꿇고 있는 이유가 충분히 납득이 갔다.
“그래도 팬미팅 하나 잘못된 걸로 사람이 죽기야 하겠습니까?”
장성태가 허궈창이 괜히 오버 떤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대표님이 여기 사정을 잘 몰라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지금 우진 씨가 중국 일정을 취소하고 한국에 가는 순간,
뤄이허 부인과 그 높으신 분 따님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겁니다.
정말 우진 씨의 열렬 팬이거든요.
허궈창 국장은 옷을 벗게 될 것이고,
그와 동시에 그의 비리가 다 까발려지게 되겠죠.
그 뒷이야기는 말 안 해도 잘 아실 겁니다.”
허궈창의 비리는 아마 까도 까도 한 트럭일 것이다.
재산 몰수는 당연하고, 윗선에서 마음만 먹으면 사형도 문제없을 것이었다.
“그렇다고 우진이가 허궈창을 지켜 줄 이유는 없지요.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러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닙니다.”
장성태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
“맞는 말씀입니다. 백번 맞는 말씀이지요.
그런데 배우진 씨도 여기 온 이유가 있지 않습니까?
오직 팬들을 위해서 오셨다고 했잖습니까?
그냥 이렇게 가시면 팬들의 실망이 얼마나 클까요?
이제 팬들을 위협하거나 위험에 빠뜨릴 만한 요소는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더 안전해졌습니다.
그 부분은 제가 확실히 허궈창에게 약속을 받겠습니다···”
샤오준의 말은 옳았다.
호텔 밖에는 팬들의 응원소리가 아직도 들렸다.
나는 그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계속 얘기하세요.”
나는 진진하게 샤오준을 바라보며, 협상할 의지가 있음을 드러냈다.
조금 전까진 팬들을 지키기 위해 북경을 떠나야 했지만,
지금은 팬들을 위해 북경에 남아야 한다.
그렇다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폴 엔터가 입은 피해도 보상받고,
공안에 죄 없이 잡혀간 팬들도 풀어줘야겠다.’
“지금 공안에 잡혀있는 팬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샤오준은 내 마음을 정확하게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