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115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116화
홍콩에서는 ‘준’ 배우진만큼이나 ‘제이’ 오설기의 인기도 높았다. 팬들은 ‘준’과 ‘제이’를 공식 연인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그런 추세를 반영해서 홍콩 대행사 ‘광영(光永)’은 일부 홍콩 일정에 오설기가 함께 하기를 원했고, 몇 가지 논의를 거쳐 설기는 ‘Lulu’ 패선잡지 화보 촬영을 함께 하기로 했다.
“원래는 좀 넉넉하게 홍콩 스케줄을 잡으려 했거든. 며칠 휴가 준다 생각하고 말이지. 근데 한국에서 갑자기 설기가 너무 바빠졌어. 인기와 인지도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밀려드는 스케줄을 반도 소화 못할 지경이야.”
장성태가 오설기의 소식을 전했다.
“설기는 인기 많았잖아요. 우리 떠나기 전에도.”
해일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지금은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야. 매일 방송이나 신문에서 오설기 기사가 쏟아지고 인터뷰 요청도 하루에 수십 개야. 거기다 설기에게 피처링 해달라는 선배 가수들도 줄을 섰어.
다들 놀라지 마라. 가왕 조영필! 선생님께서 직접 사무실까지 찾아와서 설기에게 피처링을 부탁하셨다.”
“우와. 진짜예요?”
“정말요?”
조영필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다른 가수와 함께 노래 부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음악방송에서 하는 그 흔한 듀엣조차도 없었다.
그런 조영필이 오설기에게 피처링을 해 달라고 했다니!
급성장한 오설기의 위상에 우리들은 깜짝 놀랐다.
“진짜지. 내가 그날 조영필하고 사진까지 찍었다니까.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기사도 났었고.
가왕이 인정한 오설기. 신과 구의 환상의 조화라고.”
“우와.”
“우리가 나와 있는 사이,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네요.”
우리는 입을 쩍 벌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조영필뿐만이 아니야. 이문재, 김창환, 설태지, 김건무··· 아이고 열거하기도 힘드네. 우리나라에 내로라하는 대형 가수들이 다 오설기랑 노래하고 싶어 해.
음색이 맑고 깊으면서 감정까지 풍부해서 어떤 노래, 어떤 목소리와도 잘 어울린다면서 말이야.
거기다 cf, 음악방송, 예능, 드라마에 심지어 영화까지. 오설기를 섭외하려는 요청이 끝도 없어.”
장성태는 오설기의 성공을 자랑하듯 늘어놓았다. 폴 엔터 1호 연습생 오설기에 대한 장성태의 애정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았다.
“오설기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알아보신 게 대표님이시잖아요. 설기 때문에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시고, 폴 엔터 차리셨고요.
이전 회사에서 오설기를 방치해서 화가 많이 나셨었죠.”
김동국이 우리 회사 초기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우리 모두는 귀를 쫑긋 세웠다.
“그래 그랬었지. 처음 오설기를 보고 노래를 듣는데, 딱 확신이 들더라고.
오설기는 무조건 된다. 그래서 내가 몇 번이나 오설기 키워야 된다고 회사에 건의했었지.
근데 그럴 때마다 설기 얼굴이 평범해서 안 된다는 거야.”
“엥? 설기 얼굴이 평범해요?”
장 대표의 말을 듣다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설기 얼굴은 때와 장소, 분위기에 따라 변하는 팔색조죠. 평상시에는 순백의 청순함이, 웃을 때는 귀여움이, 춤출 때는 요염함이, 노래할 때는 분위기가, 작곡할 때는 지적인 얼굴로 변하는데. 그걸 몰라 봤단 말이에요?”
그동안 봐왔던 오설기에 대한 내 감상을 거름망 없이 토해 내고 말았다.
그것도 조금 흥분해서.
순간 정적이 흘렀다.
“뭐, 내가 잘못 말했나?”
썰렁해진 분위기에 ‘내가 실수한 게 있었나? 설기의 매력을 빼먹은 게 있었나?’ 잠시 고민했다.
“음, 음,”
“컥, 맞아.”
“우진이 말이 맞지.”
“설기에 대해 자세히 분석을 잘했네.”
사람들이 내 말에 하나 둘 동조하며,
분위기는 다시 뜨거워졌고,
장성태는 하던 이야기를 계속 이었다.
“··· 이어 말하자면 오설기를 전 회사에서 그렇게 썩히는 게 너무 아까워서,
내가 오설기를 데리고 회사를 나온 거야.
위약금 싹 물고 깔끔하게 시작했지. 김 실장이랑 함께.
두 사람 데리고 나오면서, 팍팍 못 밀어줄까봐 사실 마음 많이 졸였었는데···
때 맞춰, 우진이가 우리 회사에 들어와 주는 바람에 그때부터는 모든 일들이 술술 풀렸다. 하하.”
“아, 그랬구나.”
“우리 회사에도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구나.”
“1호 2호가 다 대박 초초초대박 작품이네!”
“대표님이 사람 보는 눈이 있으시니까.”
장성태는 ‘연습생이던 오설기’와 ‘광고 유망주 신인이던 배우진’을 회상했다.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어쨌든, 설기는 화보 촬영 맞춰서 홍콩에 갈 것 같다.”
장성태가 오설기의 합류시점에 대해서 답을 했다.
“오설기 하나만 해도 일이 그렇게 많은데, 대표님은 어떻게 그 일들 다 제쳐두고 중국으로 날아오셨대요?”
김 실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장 대표에게 물었다.
“아무리 바빠도, 우리 회사에 배우진 보다 더 크고 중요한 일은 없다.
우진이는 폴 엔터의 기둥이야!
기둥뿌리가 뽑히게 생겼는데 이것저것 따질게 뭐가 있어!”
장 대표는 나를 대견하게 바라보았다.
나는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꾸벅 인사를 했다.
“우진이는 폴 엔터가 꿈을 펼칠 수 있게 발판을 만들어 준 사람이야.
그건 절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장성태가 감격에 겨워 내 두 손을 꼭 잡았다.
나는 밥을 먹다 체할 것 같았지만,
대표님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없어서,
그냥 행복한 미소를 지어 드렸다.
“난 대표님 생각에 한 표.”
“나도 완전 인정.”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장 대표의 생각에 동의했다.
아침을 다 먹고, 장성태는 한국으로 돌아갔고,
우리 일행은 라이키 광고를 찍으러 만리장성으로 갔다.
광고 촬영은 무난히 진행되었고, 이어진 일정들도 잘 마쳤다.
그 후 며칠 동안 중국에서의 모든 스케줄은 순조로웠다.
팬들의 성원은 뜨거웠고, 공안들은 친절했다.
마지막 일정이었던 팬미팅까지 성공리에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다음 투어 장소인 홍콩으로 떠났다.
***
홍콩은 정말 화려하고 자유로운 도시였다. 건물과 건물은 연결되어 있고, 통로마다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전 세계 명품샵과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줄을 맞춰 서 있었다.
첫날, 기자 회견과 인터뷰로 일정을 시작해, 둘째 셋째 날 일정까지 무사히 마쳤다.
일본에서 겪었던 음흉함도 없었고, 중국에서 겪었던 강압도 없었다. 모든 것이 자유롭고 화려 할 뿐이었다.
홍콩에 온 지 삼 일째 날 밤, 나는 해일이 현아와 함께
IFG 빌딩 스카이라운지에 앉아 와인을 마시며 송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IFG 빌딩은 홍콩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우리가 묵는 호텔도 그 안에 있었다.
“홍콩의 야경이 왜 백만 불짜리라고 하는지 알겠다. 도시 전체가 밤마다 빛의 축제를 벌이는 것 같아. 삼일 짼데도 볼 때마다 놀라워.”
해일이가 야경에 감탄하며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야경에 취한 건지, 와인에 취한 건지 양 볼이 빨갰다.
“나도 그래. 중국이랑 홍콩이 한 나라라는 게 믿기지가 않아. 며칠 전까지 중국에 있다 온 사람으로서 말이지.”
중국보다 홍콩에서 숨이 두 배로 잘 쉬어지는 느낌이었다.
“어릴 때부터 홍콩에 한번 와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지금 여기 스카이라운지에 앉아 홍콩 야경을 즐기고 있다니.
사람 인생 참 모를 일이다.”
현아는 와인을 짧게 한 모금 마시고 치즈를 콕 집어 입에 넣었다.
“음, 와인이랑 치즈 정말 잘 어울린다.”
“치즈를 먹어도 나는 영 씁쓸 한대. 와인은 이상하게 적응이 안 돼.”
해일이가 얼굴을 찡그렸다.
“그건 네가 아직 인생의 쓴 맛을 못 봐서 그래.”
“누나, 인생 엄청 오래 산 것처럼 얘기하네. 우리보다 겨우 네 살 더 많으면서.”
“쓴 맛이라기보다 공부할 때 고생 좀 했지. 의상 헤어 메이크업 다 따로따로 내 힘으로 공부했잖아.”
현아는 다소 고생스러웠던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래도 함께 공부한 동료들 중에서 자기보다 더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무려, 배우진의 스타일리스트라니!
그 생각만 하면 힘이 솟았다.
그때, 송찬기가 두꺼운 서류를 들고 나타났다.
“형, 여기.”
“이리로 오세요.”
우리는 송찬기를 발견하고 손을 들었다.
송찬기도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천천히 다가왔다.
“오래 기다린 건 아니지?”
“아니. 와인도 한잔하고 야경도 보고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요.”
“그래.”
송찬기가 현아 옆으로 앉았다.
“자, 그럼 이제 일 좀 해 볼까.”
현아가 기지개를 한번 켜고 머리를 묶었다.
지금부터는 현아가 활약할 차례였다.
“루루 관계자한테서 방금 받아온 자료들입니다.”
송찬기가 봉투에서 서류뭉치를 꺼내놓았다.
패션잡지 ‘Lulu’의 최신호가 제일 위에 올려져있고, 그 밑으로 자료들이 있었다.
현아가 잡지 표지만 대강 훑고 자료를 집었다.
“브랜드 협찬이 엄청나네요. 구룡공원, 침사추이, 하버시티, 헤리티지, 소호. 촬영지마다 다른 브랜드로 전부 싹 바뀌네요. 옷, 액세서리, 쥬얼리, 자동차···
이걸 내일까지 결정해 달라고요?”
현아가 송찬기를 돌아보며 물었다.
“네, 최대한 우리 쪽 의사를 반영한다네요.
이번 화보는 의상이나 브랜드 보단 배우진 자체가 중심이니까요.
우진이에게 가장 잘 어울릴 브랜드와 아이템을 골라주시면 됩니다. 장소마다 다르게.”
송찬기가 현아를 바라보며 설명했다.
“협찬 후보군들이 모두 유명한 명품들이네. 페르가무, 가바니, 구치, 엘메르, 에르메쓰, 싸넬, 테오르, 브라다, 라이키, 아니다스, 페레리, 마이바르, 람보르가니, 반츠, 아오디, 엘시크, 볼거리, 고이비투···”
현아는 협찬 후보군을 읽어 내려갔다. 이 많은 명품들 중에서 배우진에게 어울릴 만한 브랜드와 제품을 현아가 직접 골라야 했다.
“제품군끼리 한 개씩 선택해도 되고, 중복 선택도 가능하고요. 서로 배우진 협찬을 넣으려고 피 터지게 싸웠다는 후문도 들리더라고요.”
“우진이은 지금 아시아를 넘어 월드스타로 발돋움하고 있으니까, 우진이에게 자기네들 제품을 입히고 싶은 건 당연하겠죠.
어쨌든, 이 중 하나라도 협찬받고 싶어 안달인 배우들도 많은데, 이 대단한 회사들이 줄을 서서 우진이에게 간택받기를 기다리고 있다니. 정말 대단해요.”
현아가 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난 우진이 화보 모델료에 깜짝 놀랐잖아. 신생 잡지사가 감당할 정도가 되나?”
해일이의 얼굴에 뿌듯함이 넘쳤다.
“그러게. 30억. 정말 파격적이긴 했어. 그래도 신생 잡지사가 메인 잡지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잖아. 당연히 놓쳐서는 안 되지. ‘루루’ 일 잘하는 거야.
···지금 협찬이 이 정도로 밀려든다면, 그 돈 다 뽑고도 남을 걸.”
“헐리웃 배우들은 카지노나 호텔, 명품 브랜드 일 년 단일 협찬 모델료로 20억 정도 받아. 지금 우진이의 인기와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을 보면 30억 정도는 적당한 수준이지.”
송찬기가 자신감 있게 말했다.
“어쨌든 우리나라 최고 모델료는 갱신했습니다.”
해일이가 와인잔을 높이 들며 말했다.
우리들도 와인잔을 들어 가볍게 건배를 했다.
“이번 화보집은 루루 특별 부록으로 본 잡지와 똑같은 분량으로 나올 거야.
그만큼 루루 쪽에서는 배우진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거지.
아마 이 기회를 통해서, 루루는 홍콩 최고의 패션 잡지로 우뚝 설 거야.”
송찬기가 루루의 과감한 선택과 그로 인해 그들이 챙길 이익에 대해 언급했다.
처음 홍콩 투어가 잡혔을 때 여러 군데의 홍콩 패션잡지사에서 화보 문의가 왔었다. 하지만 그들은 신인 배우 플러스알파 정도의 모델료에 자기네들이 준비해 놓은 의상을 입을 것을 요구했었다.
그때 신생 잡지사 루루가 30억의 모델료에, 의상을 우리 쪽에서 고르게 하는 파격적인 제안으로 대시해 왔다.
폴 엔터의 선택은 루루였고, 예상대로 루루는 초대박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설기 쪽은 어떻게 해요? 오설기 스타일리스트랑 함께 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화보의 70프로 정도는 내 단독 촬영이었고,
나머지는 설기와 함께 찍기로 돼있었다.
“현아 씨가 어느 정도 틀을 짜 놓고, 조정하면 되죠. 느낌 아니까.”
정현아의 패션 감각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루루도 믿고 맡길 수 있었던 것이다.
“네, 대충은 제가 먼저 정해놓아야겠네요. 참, 설기는 언제 들어오죠?”
“방금 홍콩행 비행기 탔다고 연락이 왔어요. 자정 조금 지나서 도착할 겁니다.”
“잘 됐다. 그럼 내일 아침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해야겠네요.”
‘이렇게 많은 명품들을 내 맘대로 휘두를 수 있다니!’
현아는 순간 아찔하고 황홀했다.
***
밤 비행기 안에서 오설기는 미스그린 2집에 넣을 곡들을 작곡하고 있었다.
콧노래로 흥얼거리면서,
멤버들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악상을 떠올리면서.
‘빨리 곡을 완성해서 미스그린 2집 활동을 해야지. 솔로도 좋지만, 함께 하던 그날들이 그리워.’
오설기가 악상을 떠올리고 있을 때,
옆자리에는 오설기의 스타일리스트 ‘마리 앤’이 배우진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뉴욕 베스트 디자이너 루키상까지 받은 실력파였다.
“음, 이건 좀 아우터 핏이 너무 타이트하다. 셔츠가 너무 작아 보이잖아. 그런데 왜 또 진에 우븐 벨트를 했을까. 질감이 서로 안 맞는데. 차라리 깔끔한 슬랙스와 린넨 셔츠를 매치했으면 좋았을 걸.”
마리 앤은 배우진의 옷차림새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지, 사진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