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121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122화
〖뭔가 답답한 것 같지 않나요?〗
란스는 손으로 턱을 만지며 마리 앤에게 질문했다.
마리의 스타일링을 칭찬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란스에게로 쏠렸다.
‘맞아. 멋지긴 한데, 뭔가 답답하긴 했어’라고 자각하며.
〖네? 뭐가요?〗
마리는 당황했다. 역량 최대치를 끌어낸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뭔가 모델이 정장에 갇힌 느낌이에요. 배우진 만의 독특한 느낌이 전혀 살지 않습니다.〗
‘뭐가 그렇다는 거지? 부족한 부분이 뭘까? 란스는 무엇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걸까? ··· 아이, 도저히 모르겠다.’
마리는 배우진의 스타일링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란스의 말을 곰곰이 생각했지만, 도저히 알 수 없었다.
〖··· 이해가 안 되네요. 배우진의 느낌이 살지 않는다니요? 혹시 잘못 보신 거 아닌가요?〗
마리 앤의 불뚝성은 여지없이 올라왔다.
〖마리 씨! 마리 씨가 생각할 때 배우진이 가진 최고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란스는 인내심을 가지고 마리와 대화를 이었다.
〖··· 배우진의 매력? 우진 씨의 매력이라 함은 정갈함과 단아함. 댄디함. 가끔은 야성적이고, 또 따뜻하고. 뭐 한 가지만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네요.〗
〖그렇죠. 그런 매력들이 있죠. 하지만 봐요. 마리 씨는 핵심에서 벗어나 있잖아요.
마리 씨의 대답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들이에요.
가장 안정적이고 누구에게도 태클을 받지 않을 대답.
그냥 들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대답.
배우진이 아니더라도, 다른 배우나 모델들도 대부분 다 가지고 있는 매력.〗
란스는 마리의 단점을 단숨에 꿰뚫어 보았다.
마리에게는 자신만의 스타일은 있을지언정, 모델이 가지고 있는 특화된 매력을 뽑아내는 능력은 없었다.
〖마리 씨는 디자이너로서 가장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어요!〗
란스가 힘주어 말했다.
〖그게 뭔가요?〗
마리가 입을 악물고 물었다.
〖혁신! 혁신이 없어요.
제가 보기에 당신은 배우진의 스타일리스트가 아닙니다.〗
란스가 정곡을 찌르는 독설을 날렸다.
“하!”
순간, 마리는 탄식했다.
매츠 교수에게 지겹게 들었던 말을 란스 그레이에게서 또 듣게 되다니!
란스는 현아 쪽으로 몸을 틀었다.
〖정현아 씨라고 했죠?〗
〖네.〗
〖현아 씨는 배우진 만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똑같은 질문을 정현아에게도 던졌다.
현아는 망설임 없이 란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여기 매장에 있는 제품을 다 사용해도 된다고 하셨죠?〗
〖물론입니다만···〗
〖신발 좀 빌려 주실래요?〗
〖제가 신고 있는 신발을요?〗
란스 그레이는 자신의 신발을 내려다봤다.
오프 와이드 메로리즈 300 운동화.
‘뭔가 신선한데.’
한참을 쳐다보다 직원에게 사인을 넣어 실내화를 가져오게 했다.
직원이 실내화를 가져오자,
신고 있던 운동화를 벗어 현아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현아는 란스의 운동화를 들고 배우진에게 갔다.
“우진아, 구두 벗고 이 운동화를 신어 봐.”
배우진이 신발을 바꿔 신을 동안,
현아는 진열장으로 가서,
검정색 와치캡과 화이트 그레이 가죽 크로스 백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배우진 목에 매여져 있는 넥타이를 풀고, 셔츠의 커프스단추도 떼어 냈다.
윗주머니에 넣은 포켓 치프도 여지없이 제거했다.
“이 가방을 메.”
배우진은 말없이 현아가 시키는 대로 했다.
현아는 운동화와 크로스백을 멘 배우진을 한발 뒤로 물러나서 체크했다.
“자, 그리고···”
다가와 검정색 와치캡을 씌우고
배우진의 긴 장발을 느슨하게 묶어 자연스러움을 줬다.
와우.
세련되다.
뭔가 다른 것 같은데 너무 매력적이야.
어떻게 한 거지?
파격이다.
라운지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과 디자인실에 있던 디자이너와 직원들까지 나와 감탄을 했다.
짝짝짝
란스 그레이가 격렬하게 박수를 쳤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당신이 배우진 씨의 스타일리스트로군요. 정말 멋집니다. 아니, 정장에 어떻게 운동화를 신길 생각을 했죠? 설명 좀 해 주실 수 있나요?〗
란스 그레이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정장 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배우진은 깔끔하면서 편안해 보였다.
〖제가 파악한 배우진의 매력은 틀이 없다는 겁니다.〗
현아는 란스가 물었던 질문 ‘배우진만의 매력은 무엇입니까?’에 대한 답을 했다.
〖틀이 없다 구요? 그건 제가 한 말과 똑같잖아요.
한 가지 콕 집어서 말할 수 없는.〗
마리가 자기가 먼저 한 말이라고 막무가내로 우겼지만,
현아는 마리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현아는 란스 그레이를 향해 계속해서 말했다.
〖배우진의 매력은 배우진 그 자체가 룰이라는 겁니다.
만약에 지금 이 스타일링을 다른 사람에게 했다면 워스트 스타일링이겠죠.
정장에 운동화라니. 웃기죠.
하지만 배우진이기에 하나의 완벽한 스타일링이 될 수 있었습니다.〗
〖우진 씨가 뭘 해도 멋지다고 말한 나랑 뭐가 달라? 솔직히 이건 누가 봐도 언밸런스잖아!〗
마리는 발끈하여 현아와 란스 그레이를 향해 따지듯 말했다. 하지만 라운지 그 누구도 마리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
〖배우진이 우리 제품을 입고 화보를 찍는다면, 누구도 소화하지 못할 패션을 선보여야겠죠.
이렇게 생각을 뒤집는 발상이 저는 너무 마음에 들어요.
현아 씨가 배우진 비올리체 화보의 스타일링을 맡아 주세요! 꼭.〗
란스 그레이가 현아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뭐라는 거야! 내가 배우진 스타일리스트야. 누구 맘대로 바꿔? 바꾸길.〗
마리 앤은 자신의 화를 주체할 수 없어 고함을 질렀다.
“그만!!!”
오설기가 소리쳤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마리 앤이 자기 스타일리스트라는 것이 너무 창피해서 고개도 들 수 없었다.
함께 일한 지 한 달 남짓. 처음부터 심하게 당당했던 마리의 태도가 부담스러울 때도 많았지만, 서로 익숙해지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마리의 태도는??
자기가 오설기 전담 스타일리스트라는 사실은 까맣게 까먹고, 이런 자리에서 악다구니까지 부리다니!!!
정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마리 언니!”
거역할 수 없는 목소리가 마리의 귀에 때려 박혔다.
오설기의 눈빛이 싸늘했다.
〖언니, 그만해요. 더 이상은 안 되겠어요.
지금 이 시간부로 마리 앤 씨는 해고입니다.
제 스타일리스트를 하실 자격이 없으세요.〗
설기는 모든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영어를 사용했다.
〖서··· 설기야. 오설기. 너 왜 그래? 너 착하잖아. 너 이런 애 아니잖아.〗
놀라 얼어붙은 마리가 설기에게 다가갔다.
첫인상부터 순하고 착했던 설기.
자기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을 거라 지금껏 오판했다.
〖언니. 사람 잘못 봤어. 나 덮어놓고 착한 사람 아니야.
옳고 그름 정도는 구분한다고.
이번 홍콩에서 언니의 태도. 더 이상 참고 함께 일할 자신 없어.
언니랑 더는 안 되겠어.〗
설기는 매니저 우동훈을 바라봤다.
“동훈 오빠?”
“으···응.”
“언니 호텔까지 모셔다 드리고 김동국 실장님께 마리 언니 이 시간부로 제 스타일리스트 아니라고 전해주세요.”
〖서··· 설기야. 너, 왜 그래? 내일 화보 촬영인데 내가 너 코디해야지?〗
〖그런 건 이제 언니가 걱정할 일 아니야.
현아 언니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겠어?
잡지사에도 스타일리스트는 있고, 제품 담당들도 다 있어.
그리고 이번 화보는 우진이 선배 화보라고. 내가 빛나는 자리가 아니야.〗
설기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
〖안 돼. 설기야. 그러지 마.〗
마리는 눈물을 글썽이며 설기에게 빌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우동훈은 마리 앤을 데리고 나갔다.
호텔로 돌아온 마리는 짐을 쌌다.
우동훈은 비올리체에서 있었던 일들을 김동국에게 보고했다.
김 실장은 바로 비행기 표를 구해 마리를 한국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장성태에게 전화를 했다.
“대표님, 설기가 마리 앤과 함께 일을 못하겠다고 해고했습니다. 마리 씨 월권이 너무 심하고, 비올리체 매장에서 란스 그레이에게 고함까지 질렀다는군요. 저희 회사 품격에도 맞지 않고, 실력도 좋지 못합니다.”
-아니, 그런 일이 있었어?··· 설기가 데리고 일하는 사람인데 설기가 못하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학력도 좋고 경력도 좋아 뽑은 건데. 좀 더 신중했어야 했어.
마리 앤 문제는 한국에서 처리할 테니까, 김 실장은 그런 일에는 신경 끄고, 우진이랑 설기한테만 신경 써.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마리는 한국으로 돌아가자마자 바로 잘렸다.
***
마리 앤이 떠나고 정현아는 바빠졌다.
배우진뿐만 아니라 오설기의 스타일링까지 맡아야 했으므로.
하지만, 정현아는 거침이 없었다.
이미 오설기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고,
커플 화보의 준비는 다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현아가 비올리체 라운지를 돌며 디스플레이되어 있는 의상들을 살폈다.
〖뭐 찾는 거라도?〗
실무 디자이너 엘리스가 물었다.
〖하이웨이스트 미니스커트 있나요?〗
〖하이웨이스트는 없지만, 미니스커트는 있습니다.〗
〖그럼 여기 디자인실은 있나요?〗
〖네, 당연히 있습니다.〗
〖그럼 제가 잠깐 사용해도 될까요?〗
〖얼마든지.〗
엘리스는 현아를 데리고 디자인실로 갔다. 그곳에서 원하는 의상을 직접 만들어 올 생각이었다.
〖정말 대단한 실력의 스타일리스트를 곁에 두고 있네요. 눈썰미가 굉장히 뛰어나고, 그걸 머릿속에 구상화해내는 능력 또한 탁월합니다.〗
‘갖고 싶다. 저런 인재. 정현아 같은 인재가 비올리체에 있다면, 우리 비올리체의 미래는 밝을 텐데.’
란스 그레이는 배우진에게 정현아 칭찬을 하며,
속으로는 정현아를 스카웃할 생각을 했다.
〖저도 종종 현아 씨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놀랄 때가 많아요.
손수건 하나만 가지고도 수십 가지의 스타일링을 할 수 있거든요.
의상뿐만 아니라 헤어 메이크업까지.
제가 정말 아끼는 분입니다.〗
배우진이 란스에게 정현아 자랑을 늘어놓았다. 현아의 실력은 잘 알고 있었지만, 란스 그레이에게 이렇게까지 인정을 받으니 배우진의 마음이 뿌듯했다.
‘어떤 제안을 하면 정현아가 비올리체에 들어올까?’
란스는 배우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스카웃에 대한 생각에 더욱 몰입했다.
디자인 실로 들어갔던 현아가 금방 체크무늬 스커트를 들고 나타났다.
〖설기야, 잠깐 여기로 와 볼래?〗
〖네.〗
설기는 현아를 따라 피팅룸으로 들어갔다.
“이거 입어 봐. 일단 테스트용으로 빨리 만들어 온 거야. 스타일이 맞으면 재단사가 꼼꼼히 다시 만들어 준대.”
현아는 하이웨스트 체크 미니스커트와 가슴이 훅 파인 민소매 상의 크롭을 설기에게 건넸다.
“언니, 이거 좀···”
설기는 옷을 받아 들고 어쩔 줄 몰랐다. 평소 입던 의상과 너무나 달랐기에.
“괜찮아, 이 정도는 입어야 해. 이 정도는 돼야 우진이에게 밀리지 않지. 우진이가 너무 빛나기 때문에 잘못하면 너 완전히 묻히게 돼. 그럼 화보 전체가 언발란스해지고, 그럼 실패하는 거야.”
“네. 언니만 믿을게요.”
설기는 현아를 믿고 옷을 입었다.
“음, 역시. 예쁘다. 그리고 여기.”
현아는 초승달 모양의 화이트 골드 목걸이까지 설기에게 채웠다.
그리고 치마와 같은 체크무늬 아우터에 하얀색 하이힐로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잠깐 있어 봐. 눈에 아이라인 하고 헤어 조금만 정리하자.”
현아는 빠른 손놀림으로 설기의 눈에 아이라인을 그리고, 헤어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완벽해!”
강렬한 스타일링을 한 오설기가 라운지로 나오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오설기에게 고정되었다.
“와우, 설기! 설기 맞···”
해일이는 순간 숨이 막혀 마지막 단어를 씹었다.
“내가 알던 설기가 맞아?”
배우진도 눈을 크게 뜨고 두 번 세 번 설기가 맞는지 체크했다.
〖이건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인데요. 하이웨이스트 미니스커트가 이렇게 섹시하면서도 진취적일 수 있다니. 우진 씨 설기 씨 옆에 한번 서 주시겠어요?〗
란스는 두 스타일링이 하나로 합쳐졌을 때의 균형감을 보고 싶었다.
〖물론입니다.〗
배우진이 오설기 옆에 섰다.
둘은 마주 보며 방긋 웃었다.
아까 우진의 방에서 연습했던 몇 가지 포즈도 취해보았다.
브라보!
원더풀!!
액설런트!!!
환호성이 터졌다.
그 후로 우진과 설기는 몇 번의 의상을 더 갈아입었고, 비올리체에서의 모든 일이 끝났다.
〖그럼 오늘 체크했던 의상들은 내일 화보 촬영 장소로 부탁드릴게요. 액세서리까지. 오늘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현아가 란스와 엘리스를 돌아보며 인사했다.
〖네, 착오 없이 진행하겠습니다.〗
엘리스는 의상과 아이템들에 라벨을 붙여가며 챙기기 시작했다.
〖현아 씨. 잠깐만 저랑 얘기를 좀 하실까요?〗
란스 그레이가 마음에 담아 두고 있던 말을 해야 할 순간이었다.
정현아를 그냥 보내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네? 저를요?〗
〖네. 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나중에 공식적으로 제안이 가겠지만, 먼저 제가 얘기를 드리고 싶네요.〗
“누나 갔다 와. 우리 매장 잠깐 둘러보고 있을 게.”
우진이 현아에게 말했다.
“그럴래? 그럼 금방 갔다 올게. 조금만 기다려줘.”
현아는 란스 그레이와 함께 수석 디자이너 실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