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123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124화
소율은 예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나를 스스럼없이 대했다.
“프린스 앤 플라워를 보고 배우진 씨의 액션 연기에 호감이 갔어요.
승마, 산악자전거, 암벽등반까지 영화에 대한 집념이 대단하더군요.
그래서 이전 영화 파도도 찾아봤더니···”
소율의 목소리는 멀리 있는 사람에게 들릴 만큼 컸으므로,
주변 사람들이 우리 쪽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정말 끝내 주더군요. 파도에서 배우진 씨의 액션 연기는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와이어 없이 찍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소율은 평소 궁금했던 내용을 직접 물었다.
“네. 전부 직접 배워서 했습니다.”
“와! 대단합니다. 대단해요.
승용차 뛰어넘는 거랑, 텀블링, 백텀블링, 540도 돌려차기 모두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소화했단 말이에요?”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서 웬만하면 직접 하는 편입니다.”
나는 평소 연기에 대한 내 소신을 밝혔다.
“아하하.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그럴 줄 알았어. 내가 뭐라고 했어. 진짜라고 했잖아.”
소율은 통쾌하게 웃으며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힐끔거리던 사람들이 몰려와 나를 존경의 눈으로 바라봤다.
“요즘 젊은 배우들 조금만 위험해도 대역을 쓰거나, 그것도 아니면 파란 천 앞에서 재롱이나 피우는데.
배우진은 그 어려운 액션을 직접 했다니,
진짜야. 진짜 배우라고. 아하하하하.”
소율은 거침없이 내 어깨를 툭툭 치며 웃었다. 마치 자기 뒤를 이을 후계자라도 발견했다는 듯이 즐거워했다.
“자, 모두 올라가서 파티를 즐깁시다. 재밌는 이벤트를 많이 준비해 뒀으니,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우진 씨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소율은 사람들을 향해 소리치며, 나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
파티의 메인 장소인 2층은 탁 트인 시야에 밤바람이 시원했다. 색색의 조명과 스트리머 그리고 흰 백합꽃들이 그곳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소율은 갑판 위를 돌며 배우진이 파티에 왔음을 과시했다.
라이브 재즈 밴드 음악에 맞춰 몸을 들썩이는 사람들, 라운지 소파에 앉아 샴페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난간에 기대어 밤바다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내가 지나갈 때마다 손을 흔들고 인사를 했다.
선실에는 고급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 손님들이 접시에 음식을 한가득 들고 가다 소율과 나를 보고는 깍듯이 인사를 했다.
“홍콩에서 최고로 유명한 셰프들을 모셨습니다. 최고의 뷔페를 만끽해 보세요. 꿔바육, 쯔란, 쇼마이, 소롱포, 텐동, 우육탕 없는 게 없습니다. 입맛대로 드시면 됩니다.”
“냄새만 맡아도 배가 든든해지는 기분입니다.”
선실 안으로 더 들어가자 분위기 있는 바가 나왔다. 칵테일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던 손님들이 우리를 보자 잔을 들어 올렸다. 우리도 손을 들어 답례를 했다.
“우리도 모히또 한잔씩 할까요?”
“좋습니다.”
바텐더에게 모히또 두 잔을 주문했다.
“오늘 손님들이 많이 오셨네요.”
“모두 영화에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죠. 배우진 씨처럼.”
“감사합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열정이라면 소율 님도 만만치 않으시죠.
예전에 한국에 오셨을 때, ‘절대 관객을 속이지 마라. 그리고 관객을 실망시키지 마라.’라고 하신 말씀. 아직도 제 가슴속에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
“사실 우진 씨의 연기에서 저의 그런 열정적인 모습이 보이더군요. 그래서 꼭 모시고 싶었습니다.”
비록 오늘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소율과 나는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하나가 되는 기분이었다.
“모히또 두 잔 나왔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사이 모히또가 나왔고, 우리는 한잔씩 나눠 들고 다시 갑판으로 나갔다.
화려한 불빛이 넘실대는 홍콩의 밤바다를 바라보며 모히또를 한 모금 마셨다. 상큼하면서 부드러운 향이 입안을 감돌아 알딸딸해졌다.
‘모히또 한 모금에 취하나? 그것보단 이 파티에 취한 거겠지?’
“홍콩의 야경을 보면서 마시다 보면 홍콩에 취했는지 술에 취했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네, 전 확실히 홍콩에 취했습니다.”
소율이 내 마음을 읽었다.
하긴 누구라도 그럴 테니까.
그때, 갑판 저쪽 끝에서 사람들의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와아아아
와와
“림보가 시작됐나보네. 우리도 가보죠?”
소율이 마시던 잔을 웨이터에게 넘기며 나를 재촉했다.
“림보요?”
“멋진 상품도 걸려 있어요. 올해는 누가 타가게 될지. 가봅시다.”
“네.”
우리는 림보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갔다.
사람들이 나와 소율을 알아보고 자리를 내주었다.
체육복 바지를 드레스 위로 한껏 올려 입은 여자가 비장한 표정으로 막대기 앞에 서있었다. 나는 그 여자를 금방 알아봤다. 아까 내 앞에서 신분 확인을 받고 있던 구숙청이었다.
구숙청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80센티에 도전하고 있었다. 그 표정이 가짜는 아니었는지 구숙청은 허리를 유연하게 꺾어 80센티에 금방 성공했다. 사람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다음은 70센티에 도전하겠습니다.”
구숙청이 80센티에 성공하자마자, 사회자는 바로 다음 도전 과제를 알렸다.
막대기가 70센티에 맞춰지자 구숙청의 표정이 아까보다는 어두워졌다. 하지만 초집중 모드에 들어간 그녀는 ···겨우겨우 아슬아슬··· 통과를 했다.
“구숙청 씨 대단합니다. 지금 도전자들 중 단연 1등입니다. 이제 60센티만 통과하면, 여기 있는 테디 베어를 상으로 드리겠습니다.”
사회자가 테이블 위에 놓인 곰인형을 가리키며 말했다.
곰인형의 목에는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구숙청의 눈빛이 번들거렸다.
막대기가 60센티에 맞춰졌다.
거의 땅바닥에 붙은 듯. 난이도가 엄청났다.
구숙청은 심호흡을 한번 크게 쉬고,
양다리를 앞으로 쭉 내밀어,
허리를 뒤로 젖혔다.
그 자세로 발을 조금씩 앞으로 내밀며 살금살금 막대기 밑으로 들어갔다.
위험한데···
구경하던 사람들은 숨소리를 죽였다.
구숙청은 중간쯤에서 힘이 부쳤는지 조금 쉬었다. 다시 호흡을 정리하고 안간힘을 써서 허리를 뒤로 더 젖히자 ‘으으으’ 그녀의 목에서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 자세에서 개미 몸통만큼만 다리를 더 집어넣으려던 그때,
꽈당
구숙청의 등짝이 철퍼덕 바닥을 찍었다.
아~
사람들의 입에서 아쉬운 탄성이 쏟아졌다.
“아깝습니다. 구숙청 씨 60센티 기록을 깨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한 우리 구숙청 씨에게 박수를 주세요.”
사회자의 말에 박수가 터졌다. 비록 60센티는 실패했지만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해줬으니 사람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아이, 이건 말이 안 돼요.”
구숙청이 옷을 털고 일어서며 볼멘소리를 했다.
“아니, 말이 안 된다는 말이 무슨 말입니까?”
사회자가 놀라 물었다.
“이 높이를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서커스 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구숙청이 도전과제 60센티에 불만을 표시했다. 애초에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안 주려는 수작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강하게 품으며.
“아아. 아닙니다. 이 배에 60센티를 통과한 사람이 있습니다.”
사회자는 구숙청의 의심에 크게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게 누군데요?”
“모르셨어요? 저기 계신 소율 님이 영화 촬영 때 세운 기록이 바로 60센티미터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소율에게로 향했다. 사회자는 사람들이 소율의 림보 실력을 보고 싶어 한다는 걸 눈치챘다.
“소율 님. 혹시 한번 보여 주실 수 있을까요?”
사람들의 소망을 모아 모아 사회자는 소율에게 시범을 보여줄 것을 부탁했다.
“안 돼요, 안 돼. 그거 다 옛날 얘기야.”
소율은 깜짝 놀라며 손과 머리를 저었다. 영화에서 60센티를 성공했던 건 벌써 몇 년 전 일일뿐. 평생 무술인으로 살아온 자신에게도 60센티는 만만하지 않았다.
한번 해 봐요!!
보여줘요!!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사람들이 소율을 응원했다.
그들에게 소율의 성공과 실패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소율의 액션을 눈앞에서 보고 싶을 뿐이었다.
“그럼 한번 해 볼까요!”
사람들의 마음을 모를 리 없는 소율이 파티의 흥을 위해 나섰다.
네에에에에.
‘이왕이면 성공한 모습을 보여야지.’
소율의 승부욕이 타올랐다. 그는 웃통을 벗고 차고 있던 시계도 풀었다. 몇 가지 무술 동작으로 워밍업을 하며 서서히 집중해 들어갔다.
림보 경기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모여들며 그 일대가 붐비기 시작했다.
소율은 어깨를 돌리면서 시작점에 섰다.
“자, 준비됐으면 시작해 주세요.”
사회자의 힘찬 구호에,
소율은 자세를 낮추고 몸을 뒤로 젖혀 툭툭 앞으로 치고 나갔다. 기본기가 탄탄한 지라 확실히 폼이 좋았다.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며 그의 림보를 관람했다.
초반 소율은 침착하게 경기를 잘 풀었다.
하지만 몸을 거의 다 밀어 넣고 성공을 눈앞에 뒀을 때, 약간 튀어나온 배가 바에 닿고 말았다.
아슬아슬한 상황에 사람들의 입에서 ‘어어’라는 소리만 나왔다.
바가 앞뒤로 살짝 흔들리더니
··· 바닥에 맥없이 툭 하고 떨어졌다.
아우~
사람들은 안타까운 한숨을 내뱉었다.
“아, 1살만 젊었어도, 저 곰은 내 껀데.”
소율이 허스레를 떨며 툴툴 떨고 일어섰다. 사람들의 입가에 다시금 미소가 감돌았다. 소율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0.1미리만 밑으로 갔어도 성공했을 텐데요.
혹시, 다른 도전자는 없습니까? 아무도 성공 못하면 이 곰인형은 제께 될 겁니다. 자, 도전하실 분?”
사회자가 기세를 몰아 다른 도전자를 애타게 찾았다.
“제가 한번 도전해 보겠습니다.”
나는 손을 들었다.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한 곰은 무척 탐나는 녀석이었으니까.
“오호, 이거 실환가요? 여러분. 다음 도전자는 배우진입니다.”
흥분한 사회자가 내 이름을 크게 불렀다.
아직 림보 경기에 관심 없던 몇몇의 사람들마저 다 몰렸다. 파티 참석자 전원이 림보 경기장을 세 겹 네 겹으로 둘러쌌다.
“배우진 씨. 어디까지 가능할 것 같습니까?”
“소율 씨 기록을 깨보겠습니다.”
“오, 패기가 대단한데요. 자신 있으신가요?”
“네, 자신 있습니다.”
소율이 박수를 치며 엄지 두 개를 척 들어 보였다,
“좋습니다. 그럼 준비 운동도 필요하니까, 80센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막대기가 80에 맞춰졌고,
나는 출발선에 서서 몸을 가볍게 풀었다.
“자, 준비되셨으면 시작.”
몸을 살짝 뒤로 젖히고 가볍게 통과했다.
오!
사람들의 입에서 짧은 감탄이 터졌다. 긴장이랄 것도 없고 구경이랄 것도 없었다.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이야, 정말 유연하시네요. 그래도 소율의 기록을 깨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자, 이번에는 70센티미터 도전하겠습니다.”
“바로 55센티 도전하겠습니다.”
나는 바로 신기록에 도전했다.
몸이 풀렸고 감도 잡았기 때문이다.
“아? 정말입니까?”
“네.”
“혹시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요?”
“좀 전에 소율 씨도 60센티 바로 도전하셨는데요. 괜찮습니다.”
“소율 씨야 원체 운동을 많이 하셔서, 상시 운동 신경이 좋으시거든요.”
“운동은 저도 매일 하고 있습니다.”
림보의 핵심은 상체를 젖혀 몸의 무게 중심을 낮추는 것이다.
그러려면 최대한 발을 넓게 벌리고,
무릎을 안으로 굽혀 발 안쪽으로만 체중을 지탱해야 한다.
한마디로 이 자세를 유지하려면 유연성과 엄청난 코어의 힘이 필요하다.
나는 요가 권투 격투기 검술 등의 각종 운동을 다 마스터했기에 자신 있었다.
“좋습니다. 그럼 55센티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사람들은 눈을 반짝이며 나의 도전에 관심을 보였다. 자신들이 서있는 자리에서 조금씩 더 전진하며 나와 림보를 더욱 촘촘히 둘러쌌다.
“도전!”
나는 큰소리로 도전을 외쳤다.
일단 머리를 바닥에 닿을 만큼 뒤로 완전 젖혔다.
그 자세를 균형과 힘으로 유지하며,
한 걸음씩 걸어 림보를 통과해 나아갔다.
이번에도 긴장감은 없었다.
주먹 하나가 더 들어갈 만큼 여유 있게 통과해 버렸으니까.
와아아아!
이야!
뭐가 저렇게 쉬워.
짝짝짝
그냥 통과야?
해내버렸네.
다시 보고 싶다.
“배우진 55센티 성공!!! 오늘의 상품 테디베어는 배우진 씨가 가져가겠습니다.”
사회자가 우렁차게 나의 성공을 알릴 때,
소율이 다가와 나의 손을 높이 들었다.
사람들의 환호성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림보 경기가 끝나자 사람들은 다시금 각자 흩어져 자신만의 파티를 즐겼다. 림보 경기로 긴장이 다 풀린 사람들의 흥은 절정에 달해 있었다.
그 기세를 몰아 밴드는 사람들이 무대로 나와서 춤을 출수 있는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레이 찰스의 가 나오자,
사람들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무대로 나가 몸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내 엉덩이도 무척 들썩였다.
나도 모르게 스프링이 되어 무대로 튕겨나갈 정도였다.
그때 가늘고 흰 손이 내 코앞으로 불쑥 들어왔다.
“저랑 춤추실래요?”
놀란 나는 손의 주인공을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