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126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127화
소율과 내가 2층에 모습을 보이자 사회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진행을 시작했다.
“오늘 파티의 마지막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와와
짝짝
사람들은 잔뜩 기대하는 얼굴로 세팅이 되어있는 테이블로 눈길을 돌렸다.
테이블에는 빨간 식탁보가 깔려있고,
그 위로 주전자, 접시, 스푼, 설탕과 소금 통,
그리고 3층으로 쌓은 플라스틱 컵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자, 게임을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화면부터 보겠습니다.”
사회자는 대형 흰색 천에 프로젝트 빔을 쏘았다.
소율이 출연했던 ‘경찰 대학’이라는 영화의 장면들이 편집되어 상영되었다.
‘경찰 대학’에서 소율은 코믹 액션의 정수를 보여줬었다. 지형지물을 이용해 액션의 합리성을 정확하게 구현했고, 허술해 보이지만 결코 허술하지 않은 생활 액션을 웃음으로 버무렸었다.
모자를 빙글 두 바퀴 돌리고 다시 쓰는 장면.
무너지는 사다리를 아슬하게 올라가는 장면.
헬리콥터 발을 잡고 하늘을 나는 장면.
시치미를 떼며 친구 몰래 음식을 다 먹어 치우는 장면.
눈을 뗄 수 없는 명장면들이 이어졌다.
아! 바로 이 장면!!
지금 앞에 세팅되어 있는 테이블과 똑같은 테이블이 영상에서 나왔다.
빨간 식탁보에 주전자, 접시, 스푼, 설탕과 소금 통, 그리고 3층으로 쌓은 플라스틱 컵까지 똑같았다.
영상에서 소율은 물건의 배열을 무너트리지 않고, 매끈하게 식탁보만 빼내 적을 공격했다.
그다음 소율이 식탁보 빼는 것을 연습하는 쿠키영상이 나왔고, 화면은 정지되었다.
“여러분. 방금 보셨나요?”
네~
“다들 감 잡으셨군요. 네. 맞습니다. 오늘 파티의 마지막 이벤트는 바로 ‘식탁보 빼기’입니다.”
와와
짝짝
사람들은 크게 박수를 치며 환호를 했다.
식탁보 빼기가 너무 재미있는 경기라서가 아니었다. 소율의 파티 마지막 이벤트에 걸린 상품은 회를 거듭할수록 커졌기에, 이번 파티의 상품은 무엇일까? 궁금한 마음을 담아 큰 소리로 환호하는 것이었다.
그 마음을 아는 사회자는 지체하지 않고 상품을 소개했다.
“자, 여러분, 이번 파티에서의 상품은 과연 뭘까요? 아주 궁금하실 텐데요.
참고로, 지난번 파티의 상품은 소율의 초상과 사인이 새겨진 5kg 골드바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상품은? 공개해 주세요.”
사회자의 외침에 화면이 바뀌었다.
포루쉐 가이아 127 스포츠카가 샤라락 나타났다.
와우.
저거 진짜 맞아?
이번엔 정말 장난 아닌데.
“네. 맞습니다. 이번 이벤트 우승자의 상품은 바로 포루쉐 가이아 127입니다. 오직 소율의 파티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오늘의 우승자는 지금 화면에 보이는 저 차를 직접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흥분한 사회자가 입에 침을 튀기며 말했다.
“만약 제가 우승하면 차를 어떻게 가져갑니까?”
내가 큰소리로 물었다. 해외 투어 중인 내가 스포츠카를 들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아, 배우진 씨. 좋은 질문 해 주셨습니다. 성공을 확신하는 눈빛이군요.”
사회자의 말에 사람들이 나를 주목했다. 아까 림보 경기에서도 왕초현과의 커플 댄스에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준 내가 어쩌면 마지막 이벤트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예상하면서.
“해외에서 오신 분들도 절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세금과 배송까지 소율 씨가 모두 책임지신 답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면, 집 앞에 고급 스포츠카가 주차되어 있을 겁니다. 자, 이제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와와와
짝짝짝
본격적인 게임에 앞서 사람들은 더욱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파티 참석자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례대로 줄을 서서 한 명씩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역시 만만한 과제는 아닌지, 안타까운 탄성만이 줄줄이 쏟아졌다.
다른 물건들 보다는 3층으로 쌓은 플라스틱 컵이 난제였다.
황금보!
황금보!
황금보가 나왔다.
우승 후보에 근접한 참가자가 나오니 사람들의 흥이 올라갔다.
음, 후~
황금보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순간 숨을 멈춘 채 식탁보를 확 뺐다.
어어.
물건들이 조금 움직이다가 멈췄다. 하지만 3층 플라스틱 컵은 멈추지 않았다. 휘청거리더니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물을 쏟았다.
“아, 아. 아쉽습니다. 황금보 씨. 조그만 더 운이 좋았더라면 포루쉐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 텐데요.”
황금보는 아쉬워서 입맛을 다셨다. 그 뒤로 왕초현, 유덕하, 유연걸, 구숙청, 양차경까지 모두 도전했지만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이제 남은 사람은 나와 주연발뿐.
“자, 이제 주연발 씨와 배우진 씨 두 분 남았는데요.
과연 둘 중 하나가 성공을 해서 포루쉐를 집으로 가지고 갈 수 있을지,
아니면 모두가 실패해서 소율 씨 집 차고에 자동차만 한 대 더 늘어날지, 지켜보겠습니다.”
와와
짝짝
모두들 열심히 우리 두 사람을 응원했다. 참석자 누구라도 도전과제를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 같았다.
주연발이 먼저 나섰다.
집중을 하고, 식탁보를 바짝 잡고,
찰나 잡아당겼다.
휙 바람소리가 나더니
물건들이 미동도 않고
식탁보만 미꾸라지처럼 쏙 빠져 나왔다.
3층 플라스틱 컵도 그대로였다.
성공!
우와아아아아.
주연발!
주연발!
주연발!
구경꾼들은 주연발 이름을 힘차게 외쳤다.
“아, 이번 포루쉐는 주연발에게 돌아가는군요.”
사회자의 말에 주연발이 고개를 저으며 나를 가리켰다.
“아닙니다. 아직 제게 아니에요. 배우진 도전자가 남아 있잖아요. 우진 씨에게도 기회를 줘야죠.”
역시 주연발은 전생에서나 현생에서나 젠틀했다.
“아, 네. 맞습니다. 제가 너무 흥분해서 말실수를 했네요. 깨우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연발 씨.”
사회자가 주연발에게 한번, 나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사과의 인사를 했다.
“자, 배우진 씨 나와 주세요.”
오늘의 마지막 도전자 내 이름을 힘차게 불렀다.
나는 사람들의 환호성 속에 테이블 앞에 섰다.
식탁보 빼기는 처음 해 보는 것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먼저 하는 것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요령을 터득했다.
소율의 영상과 눈앞에서 성공시킨 주윤발의 동작은 특히나 도움이 되었다.
‘식탁보 가운데를 잡아 수평을 유지한 다음 순식간에 잡아당기는 것이 포인트다.
순발력과 힘!’
나는 식탁보 가운데를 균형 있게 잡았다.
호흡을 멈춘 상태에서 0.0001초 만에 보를 팍 빼냈다.
머리카락이 바람에 한차례 펄럭였고,
3층에 놓인 플라스틱 컵이 기우뚱 흔들렸지만,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다.
성공!
오 예!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와와
짝짝
사람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소율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와우~ 배우진 씨 대단하십니다. 포루쉐는 한 대이므로 승부는 내야 합니다.
4층으로 컵을 쌓고 재대결을 하겠습니다.”
주윤발은 이번에도 성공했다.
한차례 흔들리긴 했지만 컵은 금방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나도 쉽게 물러나지는 않았다.
똑같이 성공.
우열을 가리지 못한 일진일퇴의 공방 속에 플라스틱 컵은 7층까지 쌓였다.
“주연발 씨 먼저 7층에 도전합니다.”
이미 재킷을 벗어던진 주연발이 소매까지 걷어붙였다. 그리고 앞의 도전과 마찬가지로 물 찬 제비처럼 순식간에 보를 벗겨냈다. 처음엔 괜찮은 것 같더니 7층의 컵이 뒤늦게 중심을 잃고 빙그르르 돌아 탁자 위로 툭 떨어졌다.
아~
사람들의 입에서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 주연발 씨 실패.
이제 오늘 이벤트의 마지막 도전자 배우진 씨만 남았습니다.”
이번엔 내 차례였다.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제법 불어 컵을 세팅하는 것도 힘들었다. 세울 때마다 바람으로 무너졌다.
바람이 잔잔해질 때를 기다려 컵을 가까스로 세우자마자,
나의 도전이 시작되었다.
호흡을 조절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데,
다시 또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따질 것 없었다.
나는 재빨리 식탁보를 잡고 최소한의 근육을 활용해 눈 깜짝할 사이에 식탁보를 뽑아냈다.
비틀!
7층 컵이 감질나게 울렁거리더니, 딱! 멈췄다.
이야아아아아!
“성공. 포루쉐 가이아 127 스포츠카는 배우진 씨에게 돌아갔습니다.”
사람들이 달라 들어 나를 껴안고 손을 높이 올렸다.
마치 자신들의 성공인 양 다 같이 기뻐했다.
“오랜만에 너무 즐거웠어요. 배우진 씨.”
사람들 무리를 헤치고 주연발이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했다.
“저도 이런 짜릿한 승부는 처음입니다.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우리는 악수를 하며 가볍게 포옹을 했다.
그 순간,
어두운 하늘 위로 수십 개의 불꽃이 꼬리를 늘어뜨리고 치솟았다.
펑!
펑!
펑!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뒤덮으며 멋진 광경을 연출했다.
소율이 황금빛 봉투를 내 손에 쥐어주었다. 나는 영광의 트로피처럼 그것에 입 맞추고 높이 들었다.
“배우진 씨. 오늘의 파티를 빛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우리는 아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저에게도 무척이나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덕분에 소중한 친구들을 사귀게 되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소율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파티는 끝났다.
***
“우진아, 여기야!”
선착장에는 해일이와 현아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밴에 올라탔다.
“재밌었어?”
“상상 이상으로 재밌었어. 두 사람 식사는 했어?”
“근사한 데서 먹었지.”
“홍콩에서 마지막 식사인데 제일 맛있는 거로 먹었지?”
“당연하지. 고급식당에서 양껏 먹었어.”
해일이가 배를 툭툭 치며 말했다.
“잘했어. 누나도 많이 먹었어?”
“내 배도 보고 싶냐?”
“아니.”
잠깐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우리 셋은 무척 반가웠다.
“그런데 그 엄청난 곰인형은 뭐야?”
현아가 테디베어를 보고 눈을 반짝였다.
“아, 이거. 내가 림보 게임에서 우승했거든. 55센티로 소율의 기록을 깼지.
자, 받아. 이건 누나 꺼야.”
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한 테디베어를 현아에게 주었다.
“진짜? 이거 나 주는 거야. 와, 정말 고마워. 곰인형이 목걸이도 하고 있네. 너무 예쁘다. 진짜 다이아몬드 같아.”
“같아가 아니고 진짜 다이아몬드야.”
“뭐? 진짜라고?”
현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응 진짜야. 그리고 이건 해일이 꺼.”
이번엔 포루쉐를 증여한다는 소율의 약속이 담긴 황금 봉투를 해일이에게 주었다.
“내 꺼도 있어?”
“그건 식탁보 빼기 게임에서 주연발 선생님을 가까스로 누르고 타 온 스포츠 카.”
“뭐??”
해일이가 황급히 황금 봉투를 열어 증서를 꺼냈다. 온통 영어로 되어 있어 글자가 바로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선명한 포루쉐 사진이 내 말이 사실임을 증명했다.
“싱가포르 일정 다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면,
아마 그때쯤이면 집 앞에 도착해 있을 걸.
박은하랑 데이트할 때 써.”
“은하랑?”
해일이의 얼굴이 빨개졌다.
은하가 많이 보고 싶은지 눈시울까지 붉어졌다.
나는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홍콩도 이제 바이 바이네. 2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내일 아침이면 싱가포르다!”
***
다음날 오전, 우리는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간단한 환영식과 인터뷰를 가지고,
숙소인 ‘샹그랄라 라사 센토스’ 호텔로 바로 달렸다.
역시 듣던 대로 싱가포르의 도로는 깨끗하게 잘 정비되어 있었다.
고층 건물 사이사이로 푸른 녹지도 잘 조성되어 있었다.
“숨통이 튄다. 홍콩이랑은 또 달라.”
“여기는 건물 반, 공원 반이네. 공원이 정글 같다. 나무가 꽉꽉 차있어.”
홍콩이 빛으로 가득 찬 도시라면
싱가포르는 숲과 나무로 가득 찬 도시였다.
“마지막 일정으로 안성맞춤이다.”
우리들은 싱가포르에 대한 감상을 한 마디씩 했다.
그때, 가로수를 따라 거리에 나부끼는 현수막을 발견했다.
[세계 WBA 플라이급 챔피언 방어전 / 챔피언 마리 곤잘레스 VS 은아름 / 싱가포르 실내 체육관]“아름이 방어전 얘기가 나온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나흘 앞으로 다가왔어.”
내가 중얼거렸다.
“나중에 통화 한번 해 보지 그래? 여기는 가까워서 어디든 한 시간 이면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래야겠지.”
아름이의 경기는 싱가포르에서의 마지막 일정이자,
내 전체 아시아 투어의 마지막 일정이기도 했다.
금방 샹그랄라 라사 센토스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앞은 바다라 은빛 모래사장에 푸른 파도가 철썩거렸고,
호텔 뒤로는 숲이 있어 산새들이 호텔 로비로 들락거렸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일하러 온 것이 아니라 휴양을 온 것 같았다.
“반갑습니다. 배우진 씨. 저희 호텔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직원이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어제 배우진 씨 앞으로 온 소포를 저희가 보관하고 있습니다. 잠시만요.”
프론트 직원이 사물함 보관 바구니에서 소포를 하나 꺼냈다.
“감사합니다.”
나는 소포를 건네받았다.
그것은 설강오와 함께 찍기로 한 나의 차기작.
서울에서 함준호 감독이 보낸 시나리오 최종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