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129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130화
나는 허우적거렸다.
부드럽고 푹신한 감촉이 끝도 없이 몸을 끌어당겨,
한 없이 밑으로만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배우진, 일어나. 밥 먹어야지.”
이건 엄마의 목소리.
엄마가 나를 부른다.
눈을 떠야 해.
“아들, 이제 그만 자고 밥 먹자. 일어나.”
엄마의 손길이 내 팔에 와닿았다.
나는 번쩍 눈을 떴다.
낯선 방.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내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지?
보이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천장 벽 바닥 조명 가구 모든 것이 처음 보는 것이었다.
“우진아. 정신 났어?”
엄마의 생생한 목소리만이 내가 아는 것이었다.
또 회귀한 건가?
그렇담 또 죽었었단 말인가?
이번엔 왜?
쓸데없는 짓은 안 하고 연기만 열심히 했는데.
내 능력이 닿는 한 사람들도 많이 도왔는데.
그때, 검은 뭔가가 내 옆으로 폴짝 뛰어올랐다.
그것은 빨간 혀를 날름거리고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천천히 다가왔다.
야옹~ 야옹~
어? 이건. 까망이 울음소리인데.
나는 옆으로 휙 돌아누워 그것의 실체를 확인했다.
까망이가 확실했다.
까망이가 내 얼굴 옆으로 와서 가르랑거렸다.
나는 까망이의 털에 코를 파묻었다.
부드러운 털에서 깨끗한 비누냄새가 났다.
조금씩 정신이 나기 시작했다.
“엄마, 안 본 사이 까망이 많이 컸네.”
나는 까망이를 끌어다 품에 안으며 일어나 앉았다.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란다. 너 클 때랑 똑같아.”
엄마가 나와 까망이를 번갈아 쳐다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런데 너는 투어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집에 오자마자 잠을 이틀 동안이나 자니? 한 번도 안 깨고 말이야.”
엄마가 침대에 걸터앉으며 내 안색을 살폈다.
“응? 내가 이틀이나 잤어?”
그냥 눈을 감았다 뜬 것 같은데 이틀이나 잤다니, 스스로도 놀랐다.
“몇 번이나 깨우려고 하다가, 잠을 얼마나 맛있게 자는지 그냥 놔뒀어. 그런데 배는 안 고파?”
“허기는 지는데, 아직 잘 모르겠어.”
조금 기운이 없긴 했지만,
잘 자고 일어나서 그런지
새로 태어난 듯 온몸이 개운했다.
아함~
나는 기지개를 켜며 방을 살폈다.
모든 것들이 변해있었다.
“여기가 이사했다는 집인가 보구나.”
“응. 이틀 전에 들어올 때도 그 말해놓고 기억 안 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세상에 얼마나 피곤했으면.”
방은 세련되고 넓었다.
분위기에 맞게 가구와 소품들이 다 바뀌어 있었고,
화장실 욕실 드레스룸까지 딸린 일체형이었다.
“우리도 이렇게 급하게 이사하게 될 줄 몰랐어. 우진이 네가 귀국하면 이사하려고 했지. 그런데 파파라치들이 어찌나 극성을 부리는지, 골목을 완전히 점령했잖아.
동네 사람들이 불편해서 화가 많이 났었어.
집도 사놨는데 이웃들이 계속 피해를 보면 안 되겠다 싶어 얼른 이사를 한 거야.”
엄마는 급하게 이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사하기로 계획되어 있던 거, 언제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앞으로 우리 가족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살 수 있느냐가 더 중요했다
“집에 들어온 날 하나도 기억 안 나?”
내가 맹해 보였는지 엄마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나는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어렴풋이 엄마 아빠에게 인사를 하고 침대에 뻗었던 것이 기억 날 듯 말 듯했다.
필사적으로 좀 더 기억을 재생시켰다.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가는 첫 비행기를 탔었어. 링 위에 선 아름이와 내 사진이 1면에 실린 스포츠 신문을 읽었었지. 잠은 자지 않았어,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흥분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거든.
공항에는 기자와 팬들이 엄청났었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지. 그래서 공항에서 하려던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급하게 코스코 센타로 자리를 옮겼어.
차에서 장성태 대표님과 통화를 한 차례 했고, 코스코 센타에서 기자 회견을 했고. 그리고 또 누구랑 통화했었는데···
아, 맞다. 제라르 감독님과 통화를 했었지. 프랑스에서 기자 시사회가 성공적이었다고 했어. 유럽 전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내년 깐에 올 준비를 하라고 하셨어.
그다음 ··· 대표님과 회사 식구들을 만나서 식사를 하고···
그때 술 좀 마셨구나. 긴장이 풀린 탓이 취해버렸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서부터 잠이 들었고··· 지금까지 잔 거였네.
나는 모든 기억을 재생해 냈다.
내 눈빛이 다시 초롱초롱해지자 엄마는 안심을 했다.
“대합 미역국에 한우 갈비찜 하고 있어. 빨리 일어나. 조금 있으면 배 엄청 고플 거야.
이게 얼마 만이니? 우리 가족이 다 모여서 식사를 하는 게. 엄마는 너무 좋다.”
엄마는 오랜만에 보는 아들 얼굴이 볼수록 좋은지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빠도 계셔?”
“당연하지. 아들 깨는 거 본다고 출근도 안 하고 집에 계속 계셔. 어서 나가자.”
“응.”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몸이 가볍고 머리는 무척 맑았다.
거실은 광활했다.
광활한 거실에 초대형 소파가 놓여있고,
아빠가 그 소파에 앉아 뉴스를 보고 있었다.
내가 나오는 것을 보고는 리모컨을 들어 티브이를 껐다.
“우진이 일어났냐? 엄마가 네가 안 일어난다고 걱정했어.”
“저도 이렇게 많이 잘 줄 몰랐어요. 해외 투어 한다고 피로가 많이 쌓였었나 봐요.
회사는 늦게 나가셔도 돼요?”
“나 하루 없다고 회사 안 돌아가고 그러지 않아.”
아빠는 대견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회사는 어때요?”
“잘 돌아가고 있지. 너희 회사 폴 엔터 사옥 터 다 팠고 기초공사가 착착 진행 중이야. 땅이 실해서 아마 멋진 건물이 탄생할 거다.”
“너, 아빠 올해의 혁신 건축가상 탄 거 알아?”
부엌으로 들어갔던 엄마가 다시 거실로 나와 내게 아빠 자랑을 했다.
“아니. 처음 듣는데. 아빠 대단하다.”
나는 존경의 눈빛을 아빠에게 보냈다.
“뭘 그까짓 것 같고 그래.”
아빠는 대수롭지 않은 척했지만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노인 요양 병원 두 동이 서로 마주 보며 의지하는 컨셉의 건축물인데, 너무 보기 좋더라. 우진이 너도 시간 나면 한번 찾아가 봐.”
“네, 그럴게요. 난 옛날부터 아빠가 만든 건물 보는 거 좋아했어.”
“나 밥 차리는 동안 당신이 우진이 새 집 구경 한 번 시켜 줘요.”
엄마는 부엌으로 다시 들어가며 아빠에게 할 일을 시켰다.
“그럴까? 자, 배우진. 아빠를 따라오너라.”
“네.”
새 집은 한눈에 쏙 들어오던 옛 집과 차원이 달랐다.
현관에서부터 두 갈래의 길로 나뉘어 공간이 분리되어 있었다.
방이 5칸에 화장실이 4개였다.
이 넓은 집을 누가 다 청소하는지 내가 걱정을 했다.
아빠는 도우미 여사님이 일주일에 네 차례 와서 다해주니 걱정하지 말라셨다.
“그런데 여기는 도대체 몇 평이에요?”
“이게 면적이 700제곱미터야. 실평수로 200평이 조금 넘어.”
“와우!”
옛 집이 40평이었으니까 5배가 넘었다.
창밖 풍경은 여기가 서울인가 싶을 정도로 조용하고 목가적이었다.
탁 트인 하늘과 산이 보였고 그 아래로 고급 빌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여기 뷰 좋네요. 옛날 집은 골목이라 이웃 담벼락 밖에 안 보였었는데.”
“뒤로 등산로도 연결되어 있어서 너 운동하기 좋을 거다. 새소리가 맑고 동네가 조용해.
이제 하이라이트가 남았다. 따라와.”
아빠는 내게 주는 특별한 선물이라며 나를 복도 제일 안쪽 방으로 데려갔다. 이미 내 방만해도 넓고 좋던데, 또 뭐가 있을까 생각하며 나는 아빠를 따라갔다.
“자, 여기야. 아빠가 널 위해서 만든 방. 우진이 네가 먼저 들어가 봐.”
아빠가 자신감 있게 말했다.
나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방문을 열었다.
와우~ 홈 시네마!
작은 영화관 하나가 방에 들어와 있었다.
“너 들어오는 날짜 맞추느라,
전문가들이 어제 아침까지 공사해 낸 따끈따끈한 신상 극장.
어때?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들 정도가 아니라, 이건 정말.”
뜻밖에 선물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유명해지고 난 다음부터 극장가는 것이 힘들었고,
작은 티브이로 영화를 보는 것은 감질맛이 났었다.
배우 하는 아들을 위해 이렇게 까지 신경 써주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니 코끝이 찡했다.
“대한민국 최고 탑배우가 사는 집인데 이 정도 시네마는 집 안에 있어야지. 이제 마음 편하게 영화 실컷 봐라.”
“네, 아빠.”
크기만 작다 뿐이지 실제 영화관과 똑같았다.
바닥에는 푹신한 카펫이 깔려있고,
층을 내서 앞 두 자리, 뒤 두 자리가 있었다.
벽면과 천장까지도 영화관에서 보던 것과 같았다.
나는 벽면을 만져보았다.
“그건 목모 보드라고 극장에서 쓰는 것과 똑같은 거야. 원래 극장에는 보라색 계열을 많이 쓰는데, 이건 다크 그레이로 빛이 번지지 않게끔 해줘. 흡음재로 방음 효과도 있지.”
아빠의 꼼꼼한 설명이 더해졌다.
“조명은 눈에 피로감을 덜어주는 다운 라이트 조명이야. 이 리모콘으로 3단계 밝기 조정이 가능해.”
아빠는 시범삼아 조명을 껐다 켜며 자리에 앉았다.
“너도 여기 앉아 봐라.”
“네.”
우리는 나란히 앞좌석에 앉았다.
“이게 리클라이너거든. 여기 바를 당기면···”
아빠가 바를 당기자 의자가 뒤로 부드럽게 넘어갔다. 원하는 각도까지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었다.
“와우!”
빔 프로젝트 180인치 대화면은 영화관 수준의 선명한 영상을 제공했고,
메인 스피커에 여덟 개의 보조 스피커의 음향은 피부로도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여기 게임도 돼. 게임기 다 연결해 놨어.”
순간 행복이 밀려와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빠는 환하게 웃으면서 내 등을 두드렸다.
“이제 구경할 데가 한 곳 남았다.”
“다 본 것 같은데, 공간이 또 있어요?”
“우리 집이 꼭대기 층 펜트하우스잖아.
옥상 정원이 예쁘게 꾸며져 있어. 올라가 보자.”
“와우!”
옥상 정원은 공원같이 꾸며져 있었다,
자갈을 깔아 산책로를 내고,
그 주변으로 잔디와 꽃이 심어져 있고,
사이사이 벤치와 그네도 있었다.
바비큐 장도 따로 있고, 작은 연못도 하나 있었다.
정원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관리해주므로,
우리 가족은 그냥 즐기기만 하면 된다고 아빠가 말씀해 주셨다.
“아, 정말 좋다.”
옥상 정원의 매력에 듬뿍 빠져있던 그때,
내 눈에 N타워가 선명하게 보였다.
N타워.
저기를 그동안 잊고 있었네.
전생에 내가 죽었던 곳.
밝은 달을 보며 빌었던 마지막 소원이 시작된 곳.
N타워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 가득 부풀어 올랐다.
“도시 공기라 해도 산이 있어서 그런가 바람이 신선하지?”
아빠의 목소리에 놀라 나는 생각에서 벗어났다.
“네. 몸도 마음도 완전 회복된 거 같아요.”
“여보! 이제 우진이하고 내려와요. 식사 준비 다 됐어요.”
엄마가 아래층 거실 베란다로 나와 올려다보며 우리를 불렀다.
“알았어. 내려갈게.
자, 우진아 밥 먹으러 가자.”
위이이잉~
위이이잉~
내 전화가 울렸다.
“해일이다. 아빠. 전화받고 금방 내려갈게요. 먼저 내려가세요.”
“그래, 빨리 내려와라.”
“네.”
아빠가 내려가는 것을 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배우진. 일어났어?
“어, 일어났지. 이틀 동안 정신없이 잤다.”
-너 완전히 뻗은 거 알고 있지. 그날 차에서부터 곤히 자더라.
“피로가 계속 쌓였었나 봐. 이제 생생해.”
-저녁에 함준호 감독님 만나는 거 알지? 5시에 데리러 갈게.
“응, 알았어. 나중에 보자.
-우진아, 내가 지금 무슨 차 타고 있는지 알아?
“모르지.”
-포루쉐 가이아 127이 나보다 먼저 우리 집에 와있던데.
“와, 소율 정말 화끈하네. 빠른 배송으로 바로 보내줬었구나. 차는 좋아?”
-당연히 좋지. 나중에 데리러 갈 때 타고 갈게.
근데 이렇게 좋은 차를 넙죽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
“당연히 되지. 내가 너한테 받은 은혜가 얼만데.”
전생에서 내 곁을 끝까지 지켜줬던 단 한 사람 오해일을 떠올렸다.
-은혜? 무슨 은혜?
“그런 거 있어. 나 밥 먹어야 돼. 끊자.”
-알았어. 집 앞에 가서 전화할게.
“우리 집 이사한 거는 알지?”
-내가 너 매니저다. 나중에 봐.
“응.”
전화를 끊고 밥을 먹으러 내려갔다.
미역국과 갈비찜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