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15
찐 배우 연기에 미치다. 15화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하얀 눈이 ‘하늘 소망원’ 운동장에 소복이 쌓였다. 산타와 루돌프 그리고 엘프가 소망원 건물로 들어왔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선생님과 아이들은 강당에 모여 크리스마스 파티 중이었다.
“쉿! 조용히, 조용히.”
산타가 모퉁이에 몸을 숨기고 강당 안을 빼꼼 내다봤다. 뒤따라오던 루돌프와 엘프도 벽에 바짝 붙었다.
“애들 다 있어?”
“응, 그런 것 같아.”
“너 수염 삐뚤어졌어. 이리 봐.”
엘프가 재빨리 산타 수염을 고쳐주었다.
산타는 선물이 가득 든 빨간 보따리를 메고 있었다.
나는 완벽한 산타로 변신했다.
빨간 옷에 빨간 모자를 쓰고 풍성한 흰 수염을 붙였다. 산타의 뚱뚱한 몸을 표현하려 솜과 헝겊을 되는대로 옷 속에 구겨 넣었다,
울퉁불퉁 엉성하긴 했지만 마른 산타보다는 나았다.
해일이는 빨간 코와 사슴뿔을 단 루돌프가 되었고, 박은하는 뾰족한 귀에 요정 날개를 달고 엘프로 변신했다.
우리는 아침부터 만나서 산타에 관한 영상을 여러 번 돌려보았다. 완벽한 산타가 되려고 걸음걸이부터 목소리까지 맞추고 연습했다.
드디어, 서프라이즈 시간.
우리는 눈빛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준비됐어? 연습한 대로 밝고 신나게 들어가는 거야.”
“알았어.”
“응.”
“눈 스프레이 잘 챙겼지?”
박은하가 눈 스프레이를 꺼내 흔들었다.
“이제 들어간다. 하나, 둘, 셋.”
나는 강당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큰소리로 외쳤다.
“메리 크리스마스~~.”
강당에 있던 모든 눈들이 우리에게 쏠렸다. 아이들은 고함을 질렀고, 선생님들은 깜짝 놀라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호호호. 메리 크리스마스. 애들아! 모두 잘 지냈니?”
“안녕. 반가워.”
“안녕.”
오해일과 박은하는 춤을 추면서 주변으로 눈을 뿌렸다.
“와~아 산타할아버지다.”
“와아. 산타다.”
“눈 온다.”
아이들이 방방 뛰며 우리에게 뛰어왔다. 안기고 매달리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호호호. 우리 친구들이 보고 싶어서 산타 나라에서 쌩 날아왔단다. 산타 할아버지가 일 년 동안 쭉 지켜봤는데, 우리 친구들이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밥도 잘 먹고, 씩씩하고 용감하게 잘 자라서, 너무 감동받았어요. 그래서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러 온 거예요.”
와아
와아아아
와아아아아
아이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자, 이제 한 줄로 서서 산타 할아버지가 주는 선물을 받아 가세요.”
박은하가 상냥하게 말했다.
아이들은 박은하가 진짜 요정인가 싶어 조심스레 다가와 힐끔힐끔 쳐다봤다.
나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무릎에 앉히고 원하는 선물을 주기 시작했다.
“이름이 뭐예요?”
“김지완.”
“몇 살이에요?”
“여섯 살.”
지완이는 부끄러운지 몸을 베베 꼬았다.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잘 놀았어요?”
“네.”
“산타할아버지가 지완이를 봤는데,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잘 놀고 원장 선생님 말씀도 잘 들었어요. 지완이, 뭐 받고 싶어요?”
“네고 블록.”
오해일이 빨간 보따리 안에서 네고 블록을 찾아 나에게 건넸다.
“자, 여기 네고 블록 있어요. 내년에도 밥 잘 먹고 씩씩한 지완이가 되세요.”
“네, 산타할아버지.”
지완이는 내게 뽀뽀를 하고 선물을 갖고 돌아갔다.
그다음 꼬마 숙녀.
“자, 다음. 우리 예쁜 숙녀는 이름이 뭐예요?”
“장민아예요.”
“뭐 받고 싶어요?”
“요정 날개.”
엥, 우리가 요정 날개를 샀던가?
빨간 보따리를 뒤지는 오해일의 손길에 당혹이 묻어났다. 철저히 준비한다고 했는데 이런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그때, 내 앞으로 요정 날개가 쑥 들어왔다.
박은하가 자기가 하고 있는 요정 날개를 벗어 내민 것이다.
‘센스 있네.’
나는 박은하에게 요정 날개를 받아 아이에게 건네줬다. 아이는 꽁꽁 뛰며 기뻐했다.
오해일이 박은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 보였다.
“뭘, 이 정도 가지고.”
박은하는 쿨하게 말하며 돌아섰다.
작은 아이들이 산타를 둘러싸고 선물을 받는 동안, 큰 아이들은 강당 구석에 모여 있었다.
그들에겐 산타 놀이가 유치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원하는 선물을 받을 리도 없고.
“유치해. 유치해.”
“그러게. 해일이 오빠랑 우진이 오빠 애쓴다. 애써. 근데 저 언니는 누구래?”
“엄청 예쁘다, 그지?”
“우진이 오빠랑 잘 어울리는데.”
“오우.”
깔깔깔
그때,
“나수연.”
배우진이 나수연을 불렀다.
“풉.”
중학교 3학년 수연이는 산타할아버지가 자기 이름을 부르자 웃음이 나왔다.
“우리도 선물 있어요?”
나수연이 산타에게 슬금슬금 다가오며 물었다.
“당연하지. 산타할아버지는 큰 아이 작은 아이 모두에게 선물을 준단다.”
나수연이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산타는 예쁘게 포장된 작은 상자를 수연이에게 건넸다.
‘뭐 보나 마나 학용품 아니면 책이겠지.’
“감사합니다.”
나수연은 기대감 없이 포장지를 부왁 부왁 뜯었다. 그런데 상자 안을 열어봤을 때, 순간 뇌가 정지가 왔다.
잠시 후,
“··· 어머나···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나수연은 감동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산타를 꼭 껴안았다.
“야, 뭔데. 뭔데?”
함께 있던 친구들이 다가왔다.
‘무슨 선물이라고 울기까지 하냐?’ 란 표정으로.
나수연은 친구들 앞에 선물을 내밀어 보였다.
「젝스 키즈의 콘서트 티켓 6장」 그것도 특별석.
젝스 키즈의 콘서트 티켓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 요즘 최고로 핫한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배우진도 차민혁에게 특별히 부탁해 겨우 얻은 티켓이었다.
와악
와. 와. 와.
아~~~~ 악~~~
나수연과 친구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한동안 고함을 질러댔다.
이 순간만큼은 배우진은 진짜 산타클로스였다.
***
크리스마스 파티의 하이라이트, 아이들의 장기자랑 시간이었다.
“자, 이번 순서는 중학교 언니들이 준비한 멋진 댄스 공연이 있겠습니다. 박수.”
나수연과 친구들이 우루루 무대 위로 올라 대열을 정비했다.
“나수연 있지. 잘 봐. 춤 정말 잘 춘다.”
오해일이 나에게 살짝 귀띔했다.
“그래? 기대되는데.”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무대 위를 바라봤다.
무대에 불이 꺼지고 사이키 조명이 뱅글뱅글 돌았다. ‘젝스 키즈의 길거리 싸움꾼’이 방방 터져 나왔다. 강렬한 비트에 심장이 쿵쿵거렸다.
아이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스텝을 밟으며 활기차게 무대를 누볐다. 격렬한 남자 아이돌의 안무를 제법 잘 따라 했다.
“잘하네. 잘해.”
“와!! 최고다.”
“멋지다!!”
우리들은 신나게 박수를 치며 소리를 질렀다.
한참 흥이 돋았는데,
갑자기 음악이 멈추고 무대 위의 불이 꺼졌다.
‘엥, 벌써 끝인가?’
무대에 나수연만 남고 나머지 친구들은 구석으로 흩어졌다.
조명이 다시 켜지며 나수연을 비췄다.
‘무대에 신경 많이 썼네.’
아까보다 더 빠른 비트의 음악이 터져 나왔다. 나수연이 그 비트에 맞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끝, 발끝, 허리, 골반, 머리가 따로따로 움직였다. 화려하고 현란했다.
내 두 눈이 나수연의 동작들을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
와아아아아
와와와와
객석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우리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고함을 질러댔다.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다시 음악이 조금씩 느려졌다. 그 박자에 맞춰 나수연은 천천히 그루브를 타기 시작했다.
어깨, 턱, 골반만 살짝살짝 튕겼다. 세련되고 멋졌다.
‘예사롭지 않군. 와우.’
그리고 느려졌던 비트가 다시 점점 빨라지더니 폭주했다. 나수연은 다시 파워풀한 빠른 동작으로 리듬을 장악했다.
나는 할 말을 잃고 입이 쫙 벌어졌다.
‘잰, 춤 신동이구나!’
“봐, 내가 쟤 춤 잘 춘다고 했지?”
오해일이 신나게 흔들면서 내 어깨를 두드렸다.
***
허름한 사무실. 아직 풀지 못한 짐들이 여기저기 어수선하게 쌓여있다. 「폴 엔터테인먼트」 대표 장성태와 실장 김동국이 짐 정리를 하다 잠시 쉬었다. 사무실을 얻고 회사를 차린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장성태는 신문을 펼치고 의자에 앉았다. 연예 1면에 배우진의 단독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요정이 되어 나타난 배우진, 파도를 넘다-
기사를 읽는 장성태의 마음은 복잡했다.
‘젊은 연기 축제’에서 첫눈에 그의 스타성을 알아봤다.
사무실이라도 하나 구해놓고 영입해볼 생각이었는데···
그 잠깐 동안, 배우 스스로 빵 떠버렸다.
열악한 신생 엔터테인먼트에 유망한 신인 배우가 들어와 줄까?
메이저 기획사들도 좋은 조건을 내세워 서로 데려가려고 안달 나 있을 텐데.
그 경쟁에 뛰어들어 우리 폴 엔터가 배우진을 데려 올 수 있을까?
장성태는 심란했다.
“무슨 나라 잃은 표정이세요?”
김동국 실장이 물었다. 장성태가 회사를 차린다고 했을 때 두말 않고 따라와 준 든든한 우군이었다.
“응. 배우진 인터뷰.”
“배우진?”
“요번 광고에 나온 모델 있잖아.”
“아, 요즘 난리던데···”
김동국이 박스에 가득한 서류를 정리하며 말했다.
“내가 전에 말했잖아. ‘젊은 연기 축제’에서 스타 하나 나왔다고.”
“아, 맞다. 연기 천재라고 말씀하셨던.”
“그래. 그래. 아! 그때 캐스팅을 했어야 했는데. 이렇게 늦어버렸네.”
장성태 대표는 아쉬운 듯 신문을 놓지 못했다.
“대표님, 다 보셨으면 저도 한번 줘보세요.”
장성태가 김동국에게 신문을 건넸다. 김동국은 자세히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대표님,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겠는데요.”
“응?”
김동국은 ‘배우진이 원하는 소속사’ 부분을 소리 내어 읽었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인 회사. 사람을 사람으로 대해주고 힘들 때 공감하고 위로해 줄 수 있는 회사. 저의 장단점을 잘 알고 진지하게 고민해주고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회사라면, 무조건 오케이입니다.]“이거 완전히 대표님 스타일이잖아요.”
김동국의 말에 장성태는 번쩍 정신이 들었다.
“그런가? 어디 한번 다시 보자.”
“제가 대표님 10년간 봤습니다. 소속 아티스트들을 인간적으로 대하고 나아갈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하시는 분이시죠. 그래서 대표님이 회사 차린다고 했을 때, 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따라나섰습니다.”
장성태의 철학은 확고했다.
돈보다는 사람이 먼저.
기본과 원칙 지키기.
배우진의 말을 곱씹어 볼수록 장성태 본인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그래 밑져야 본전이다.
장성태는 용기를 냈다.
“김 실장. 배우진 연락처 좀 알아와.”
“네, 대표님.”
잠시 후, 김 실장이 오해일의 전화번호를 알아왔다. 장성태는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배우진 배우님의 전화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폴 엔터테인먼트」 대표 장성태라고 합니다.
-폴 엔터테인먼트요? 네,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신가요?
“배우진 배우님 영입 문제로 전화드렸습니다. 만나서 한번 논의를 드리고 싶군요.
-네, 배우님과 상의해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기다리겠습니다.”
“무슨 전환데?”
배우진이 오해일에게 물었다.
“폴 엔터라는데? 그런데가 있나? 영입 문제로 만나고 싶대··· 너무 작은 회사 아닌가? 신경 쓸 필요 있을까?”
오해일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장성태 대표님 이제 연락하셨구나.’
“해일아, 거기 전화해서 약속시간 잡아.”
기획사라면 시큰둥하기만 했던 배우진이 적극적으로 반응하자 오해일은 살짝 의아했다. 하지만 토를 달진 않았다.
“알았어. 약속 잡고 말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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