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23
찐 배우 연기에 미치다. 23화
장성태 대표의 입꼬리가 슬슬 올라갔다.
어제 방송된 가 빵 터졌다.
신문은 배우진에 대한 기사로 도배가 되었다.
[에 톱스타 차민혁과 신인배우 배우진이 출연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ACB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0월 0일 방송된 MBS 는 전국기준 18.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1주 전 12.6%보다 6.3% 포인트 상승한 수치이며, 통상 가장 높은 시청률이다.] [신인 배우이자 페어리 광풍을 몰고 온 배우진은 녹화 당일 재치 있는 입담과 요가, 여심을 자극하는 눈빛까지 방송을 장악했다.] [예능에서 보여준 배우진의 연기. 그것은 진심이었다. 아직 개봉 전이지만 우리들은 그의 연기가 기대된다.]본방을 보며 ‘이거 대박이구나’ 예감은 했다.
수치로 나타난 성과는 예감을 확신으로 바꿨다.
신입사원 송찬기가 인터넷 반응을 프린트해 왔다.
– 요정인 줄만 알았던 배우진 정말 재밌었어.
– 어제 복근 실화임. 저거 만들려면 얼마나 걸리는 거임
↳ 저거 동묘 시장에 8천 원
– 눈빛 봤냐? 연기하는데 개 소름. 소속사 어디냐?
– 파도 꼭 봐야 징··· 나 차민혁 팬인데 오빠 미안. 우진이로 갈아탐.
↳ 우리 집 제주도
↳ 우리 집 언더더씨
↳ 바다 밑엔 파도 안 보이는데
– 배우진 매력 쩌네 쩔어
– 배우진 소속사 사장은 누구래?
↳ 너그 아버지
배우진의 인기에 ‘폴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관심까지 뜨거웠다.
“지금 분위기 좋아. 이렇게 빵빵 터질 때 우리 회사도 기세를 몰아야 해. 저번에 말했던 ‘걸그룹’ 래퍼는 좀 찾아봤어?”
장 대표가 김동국 실장과 송찬기를 둘러보며 물었다.
얼마 전까지 장성태 대표는 폴 엔터테인먼트 1호 지망생 오설기의 방향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파워풀한 고음에 부드러운 중저음까지 가능하고, 허스키하면서도 여린 음색. 거기다 작곡 능력까지 있어 기대되는 유망주였다.
잘만 키우면 훌륭한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이 충분했다.
하지만 솔로 앨범을 바로 내기엔 뭔가 1%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 박은하가 찾아왔다. 박은하를 보고 장 대표는 그 부족했던 1%가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오설기의 심심함을 박은하가 채워 완벽해졌다.
김동국 실장과 논의 끝에, 오설기와 박은하를 묶어 ‘걸그룹’으로 만들기로 했다.
일단 인지도를 쌓고, 개인 활동으로 영역을 넓힌다는 전략으로.
그래서 요즘 김동국과 송찬기는 걸그룹에서 춤과 랩을 담당해줄 멤버 찾기에 심혈을 쏟고 있었다.
“길거리나 클럽, 각종 대회나 동영상 위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단, ‘렙퍼’는 찾은 것 같습니다. 이 영상 한번 보시죠?”
송찬기가 노트북에서 동영상 하나를 재생시켰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헐렁한 힙합 바지를 입은 한 소녀가, 커다란 흑인들 사이에서 전사처럼 랩을 하고 있었다.
장 대표는 랩 전문가는 아니지만, 엄청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괴물이네.’
소녀는 흑인과의 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관중의 호응을 유도하며 무대를 휘어잡는 능력은 상대를 압도했다.
영상을 보는 장 대표는 쾌재를 불렀다.
“미국의 ‘랩밴드’에 올라온 동영상입니다. 교포인 것 같은데 연락처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좋아. 좋아. 렙은 쟤다. 빨리 연락처 찾고 영입하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춤은?”
장 대표가 김 실장을 바라봤다.
“춤은 다들 고만고만해서··· 조금 더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퍼즐이 거의 맞춰지고 있어. 김 실장이 더 애써줘. 전에 걸그룹 키울 때 인맥도 좀 동원해주고.”
“네. 알겠습니다.”
똑 똑
사무실 노크소리.
“들어와요.”
오설기가 기타를 메고 회의실로 들어왔다.
“설기 왔구나. 그래, 노래가 완성됐다고?”
장 대표가 오설기를 반갑게 맞이했다.
“네.”
오설기가 인사를 꾸벅했다.
“작사까지 다? 생각 안 나서 고민했었잖아.”
“가사까지 다 완성했습니다.”
“그럼 한 번 들어 봐야지.”
“네. 곡명은 입니다.”
오설기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기타를 잡고 튜닝을 하고, 목을 풀며 노래할 준비를 했다.
“아아아.”
“음음음.”
샤락락~~ 드드락~~
오설기의 입에서 부드러운 선율이 흘렀다.
“비 내리는 날 밤하늘을 봐요.
별을 볼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보고 싶어요.
난 그저 사랑에 빠진 어린아이일 뿐이니까.
어느 날 바람이 불어와
내 가슴을 두드리네요”
이게 정말 꿈이라면 좋겠어
아니면 이 현실을 어떻게 견뎌요.
영원히 운명에 갇힌 것처럼
당신의 품에 안기고 싶어요
비 내리는 날 밤하늘을 봐요
별을 볼 수 있을까
당신을 볼 수 있을까
별을 볼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보고 싶어요
난 그저 사랑에 빠진 어린아이일 뿐이잖아요.
어느 날 바람이 불어와
내 가슴을 두드리네요
이게 마지막 선물이란 걸 알아요
바보같이 나만 설레었네요.”
노래가 끝났다. 깔끔한 기타 반주까지.
장성태, 김동국, 송찬기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좋은 멜로디에 딱 어울리는 노랫말이다. 어떻게 쓴 거야?”
잠시 후, 장 대표가 물었다.
“사실, 작사는 배우진 선배님이 써주신 거예요.”
“엉?? 우진이가?”
“네, 제 곡을 듣고 즉석에서 바로 작사를 해 주셨어요.”
“하. 그놈. 도대체 못하는 게 뭐야···”
장성태는 배우진의 재능이 놀랍기만 했다.
그때, 장 대표는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배우진 작사라··· 그래, 바로 그거야. 이 곡이 타이틀이다.’
장성태 대표의 사업가적인 면모가 발휘되었다.
“김 실장 편곡자 당장 알아봐. 돈은 상관없으니까 최고로.”
“네, 알겠습니다.”
배우진 작사라!!
화제성이 장난 아니겠다.
홍보는 그냥 하겠구먼.
***
해일이와 함께 MBS 방송국 ‘녹음실’로 가고 있다.
이틀 전, MBS 예능국에서 전화가 왔다. 어린이들에게 책 읽어 주는 ‘예능 파일럿’을 준비 중인데, ‘동화책 낭독’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유석재와 김우창 더블 MC만 정해졌을 뿐, 프로그램의 방향성은 아직 유동적이라고 했다.
“유석재 씨가 배우진 씨를 추천을 했어요. 목소리가 너무 좋다면서요.”
나는 흔쾌히 승낙을 했다.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것은 ‘하늘 소망원’에서 내가 해 오고 있는 일이다. 녹음만 뜨면 되니, 준비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도 않고,
거기다 유석재 형님의 추천이라니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전생에서도 유석재는 좋은 일 많이 하고,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으며, 롱런했던 보기 드문 연예인이었다.
국민 엠씨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것이 아니었다.
“너한텐 너무 쉬운 일이다. 소망원에 가기만 하면 아이들 책 읽어주기 바쁘잖아. 이렇게 연결되네.”
오해일이 말했다.
“그러게.”
녹음실에 도착했다.
김영식 피디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전생에서 김영식 피디는 예능과 교양을 융합시킨 선구자적 인물이었다.
“안녕하세요. 김 피디님.”
“어, 날 바로 알아보네.”
아차!
전생에서 워낙에 유명했던 터라 바로 아는 척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몇 년 지나면 스타 피디가 되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지만, 아직은 그냥 피디, 회사원일 뿐.
“다들 그냥 어디 놀러 온 사람인 줄 알던데··· 눈썰미가 대단해.”
김영식 피디는 내가 첫눈에 알아봐 줘서 무척 좋아했다.
“딱 보는 순간, 느낌이 팍 왔죠. 예능과 다큐의 느낌을 동시에 지니고 계시니까요.”
위기를 모면했다.
“아하, 그래요. 나에게 그런 느낌이 있었구나. 하하하. 여하튼 바쁠 텐데 이렇게 시간 내줘서 고마워요.”
“아닙니다. 이렇게 불러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오늘 해주실 일은, ‘책을 읽읍시다.’라는 코너에 들어갈 동화책 내레이션이에요. 책을 낭독해 주시면 됩니다. 1장 정도만 읽어 주시면 되니까 금방 끝날 거예요. 잘 부탁드릴게요.”
“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녹음 기술자가 부스 안에 자리를 마련했다.
“여기 의자에 앉으세요.”
“네.”
우선 목을 한 번 축이고 들어가 대본을 들었다.
녹음 기술자의 큐 싸인이 들어왔다.
[괭이부리말은 인천에서도 가장 오래된 빈민 지역이다. 지금 괭이부리말이 있는 자리는···]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반짝이며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아이들을 상상하며, 동화를 읽어 나갔다.
“어때요?”
부스 밖, 김영식 피디가 녹음 기술자에게 물었다.
“소리가 깊어요. 호흡도 안정적이고 무엇보다도 발음이 또렷합니다. 보정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깨끗해요.”
“저는 뭔가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지는데요.”
김영식 피디가 소감을 말했다.
“감정선을 균형 있게 컨트롤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처음 녹음하는 사람들은 발음에 너무 신경을 쓰거나, 과몰입해서 감정을 흩트리는 경우가 많은데, 배우진 씨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리딩을 하고 있어요. 호흡도 안정적이고.”
녹음 기술자가 배우진 목소리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들으며 설명했다.
‘좋네. 좋아. 저 목소리를 아이들에게 바로 들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
김영식 피디는 생각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몸 고생을 좀 해야 한다. 어리고 잘생긴 뜨는 배우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책 낭독을 오케이 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었다.
[무섭다. 우리 그냥 큰길로 가자. 숙희는 갑자기 겁이 난 듯 동준이를 졸랐다. 싫어. 난 끝까지 가 보고 싶어. 동준이는 골목을 보며 호기심 어린 얼굴로 말했다··· ]김 피디님이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만족한 미소를 머금고.
나는 밖으로 나왔다.
“오! 우진이. 와아 진짜 고맙다.”
언제 왔는지 유석재 선배가 녹음실 밖에 있었다.
“선배님, 언제 오셨어요?”
“아, 나 좀 전에 왔어. 네가 녹음을 해준다고 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그건 그렇고, 너 목소리에 꿀이 뚝뚝 떨어진다. 떨어져.”
“아이 뭐. 제 목이 벌집도 아니고···”
예능인을 만나니 나도 모르게 예능 멘트가 나갔다.
“아하하하. 야. 너는 은근히 웃겨. 감각이 있어···
첫 촬영이 ‘시각 장애인 학교’로 잡혔거든. 거기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겠다.”
“시각 장애인 학교요?”
“응. 여건이 안 되는 아이들에게 책 읽을 기회를 준다는 게 기획 의도야.
주로 시골이나 외지로 많이 들어갈 것 같아. 차 엄청 탈 것 같다. 그래도 아이들을 위하는 거니까.”
“녹화는 언제예요?”
“이 주일에 한번 월요일로 잡혔어.”
‘책을 읽읍시다.’는 단순한 예능이 아니었다.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이 파일럿에서 끝날 수도 있잖아. 전생에 기억이 없는 걸 보니 성공하지 못한 것 같아. 파일럿 동안만이라도 힘을 보태야겠다.’
“선배, 녹음 말고 제가 직접 가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건 어떨까요? 그게 더 낫지 않을까요?”
녹음보다는 직접 읽어주는 것이 생동감도 있고, 아이들도 더 좋아하겠지!
“뭐?”
유석재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내 손을 잡았다.
“우린 당연히 좋지.”
김영식 피디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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