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29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29화
오늘은 시사회가 있는 날이다.
달리는 차 안에서 오해일이 일정을 읊었다.
“우선 ‘윈즈 하우스’에 가서 머리랑 메이크업받고··· 의상은 ‘길라시모’ 정장 입을 거야. 협찬 안 해주기로 유명한 명품인데, 너한테 해주고 싶다고 먼저 연락 왔어. 원래는 매장에 직접 가야 하는데, 시간이 안 된다니까, 그냥 해주겠대. 머리하고 있을 때 찬기 형이 의상 가져올 거야.”
‘윈즈 하우스.’
전생에서도 이 숍을 다녔었다.
원장이 할리우드에서 활약한 실력자라 최신 유행 코드를 잘 알았고,
프라이빗 룸에서 편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연예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탑티어가 아니면 예약 자체가 어렵고, 보통 연예인은 일반인 취급을 받는 곳이었다.
“그런 다음 시사회 장으로 이동하면 돼. 잠시 대기하다, 야외에 설치된 포토타임에서 사진 찍고, 극장 안으로 들어가.
무대 인사하고, 영화 감상하고··· 상영이 끝난 후엔 기자 인터뷰로 마무리돼.”
“오늘 되게 바쁘겠다.”
“그러게, 스케줄이 완전히 셀럽이야. 우선 윈즈 하우스로 간다.”
“응.”
“찬기 형 출발하세요.”
“그래.”
차가 ‘윈즈 하우스’ 앞에 섰다.
“나는 ‘길라시모’가서 의상 받아 올게.”
신입사원 송찬기가 말했다.
“네. 형.”
“다녀오세요.”
금색 프레임에 투명 유리로 지어진 윈즈 하우스 건물은 무척 세련되었다.
“와~ 고급지다.”
“멋지네. 들어가자.”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내 직원이 나를 알아보고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배우진 님. 3층 사파이어 실 예약되셨습니다. 이리로 따라오세요.”
직원은 친절하게 엘리베이터 버튼도 눌러주고 사파이어 실 문도 열어주었다.
“들어가 계시면 원장님 오실 겁니다. 뭐 필요한 거 있으신가요?”
“아니, 없습니다.”
“네. 그럼.”
직원은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문을 닫고 나갔다.
“여기 진짜 친절하다. 우진이 네가 탑티어라서 그런가? 어쨌든 기분 좋다.”
오해일은 소파에 앉아 앞에 놓인 초콜릿을 하나 집어 먹었다.
똑, 똑
윈즈 하우스 원장님이 들어왔다.
“배우진 님, 저희 샵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뭐, 특별히 원하시는 스타일이 있으신지요?”
“오늘 영화 시사회가 있어서요. 거기에 맞는 헤어와 메이크업해주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클레식하면서 아방가르드 하며 신사같이 깔끔한 그런 스타일?”
“··· 아, 네, 네···.”
원장님이 말씀하시는 스타일이 어떤 건지 정확히는 몰라도 대충 맞는 것 같았다.
“그런 스타일을 정말 끝내주게 연출하는 디자이너가 저희 샵에 있는데, 어떻게 한 번 받아 보시겠습니까?”
“네, 잘하신다면 뭐···”
“그럼,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원장님도 안내 직원과 마찬가지로 친절한 미소를 머금고 문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원장님이 추천한 디자이너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디자이너 정현아입니다.”
정현아가 들어와 인사했다.
그 순간.
‘누나!!!!’
나는 하마터면 소리 지를 뻔했다.
회귀하고도 까맣게 잊고 있던 정현아가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아~ 어떻게 현아 누나를 잊고 있었지??’
정현아는 내가 놀란 표정으로 아무 말이 없자, 씽긋 웃어 보였다.
그리고 스타일링 준비에 들어갔다.
“시사회 의상에 어울리는 머리와 메이크업을 해드리겠습니다. 여기 앉으세요.”
“아, 네.”
나는 정현아가 시키는 대로 의자에 앉았다.
하지만 홍수처럼 밀려드는 그녀와의 추억으로 정신이 혼미했다.
전생 망나니 시절, 나는 종종 정현아에게 스타일링을 받곤 했었다. 전속 코디가 있었지만, 개인 파티나 사교 모임 같은 곳에 갈 때는 정현아를 찾았다.
내 얘기를 잘 들어주고, 자기 얘기도 솔직하게 나누는 편안한 누나였다.
실력이 좋은 건 말할 것도 없고.
어느 날, 현아 누나는 평소처럼 스스럼없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내 머리를 만져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나는 심통이 났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엔 이유 없이 화가 자주 났었다.
‘나는 유명 배우고 자기는 그냥 미용실 직원이면서 뭐 이래라저래라 잔소리야’라는 못난 생각이 들었다.
급기야 “원장 나와. 직원 교육 어떻게 시키는 거야? 이 샵 맘에 안 들어, 이제 안 와.” 이 말을 남기고 나가버렸다.
한 달 후, 나는 아무렇지 않게 샵을 찾았지만, 현아 누나는 없었다.
후회가 들고, 사과하고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 후로, 나는 더욱 망가져갔고, 현아 누나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여기 머리 조금만 잘라도 될까요? 뒤로 넘길 때 튀어나올 것 같아서요.”
“네. 괜찮습니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현아 누나는 여전히 밝고 싹싹했다.
칙칙칙
분무기와 함께 가위질이 시작되었다.
내 머리는 현아 누나의 시원시원한 손놀림으로 점점 멋져졌다.
***
‘감성사’ 개봉관에 도착했다. 오늘 시사회가 진행될 곳이다.
“배우진 님 이쪽으로 오시죠.”
진행요원이 나를 대기실로 안내했다. 류지완 감독을 비롯해서 몇몇의 참석자가 와있었다.
“감독님.”
나는 류 감독을 불렀다. 쫑파티 이후 처음 보는 거라 너무나 반가웠다.
“어, 우진아. 와, 난 누군가 했다. 빛이 난다. 빛이 나.”
류 감독은 내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렸다.
“감독님도 오늘 멋지십니다.”
촬영장에서 츄리닝 차림의 감독님만 봤었는데, 양복을 입은 모습이 새로웠다.
“그래? 오늘 신경 좀 썼다, 너한테 칭찬받으니 기분 좋네.”
나는 감독님과 인사를 나눈 후, 차민혁 옆으로 가서 앉았다.
“선배.”
“응, 왔어?”
우리는 얼마 전 ‘놀러 올 거지?’ 녹화장에서 만났던 터라 호들갑스러운 인사는 생략했다.
“저번에 사극 하신다는 거 결정 났어요?”
“응, 고민 많이 했는데, 한번 해보려고, 연기 공부도 될 것 같고, 일단 시나리오가 좋아. 이게, 퓨전 사극이거든··· 넌? 연극 말고 다른 건?”
“저번에 ‘맥스’ 광고 찍었고, 아, 김영식 피디님이랑 유석재 형님이랑 예능 하나 들어갑니다.”
“예능을?”
“예능이긴 한데 좀 착해요.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거거든요.”
“오, 그래.”
그때, 진행요원이 들어왔다.
“자 십분 뒤에 입장하겠습니다. 먼저, 포토타임 시간을 가지고 영화관으로 입장합니다.”
진행요원은 순서와 간단한 주의사항에 대해 알려 주었다.
류지완 감독과 차민혁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차례차례 포토라인에 서서 사진을 찍고,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배우진 씨. 나가시면 됩니다.”
“네.”
나는 포토라인으로 걸어갔다.
레드카펫을 밟고 모델처럼 멋지게.
아악
와악아
와아아아아
찰칵, 찰칵, 찰칵, 찰칵
팬들이 함성을 지르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 기자들도 대포 같은 카메라를 둘러메고 나를 찍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눈 부셨다.
그들은 멋진 내 모습을 보러 오늘 이곳까지 왔다.
나는 그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절제된 동작으로 섹시미를 더해, 카메라를 그윽하게 쳐다봤다.
와와~~~
악~~~~~
“배우진 씨 인사말 부탁드립니다.”
사회자의 요청.
“안녕하세요. 배우진입니다. 우선 이 자리에서 여러분을 만나 뵙게 돼서 너무 기쁩니다. 오늘 영화 최선을 다해 찍은 작품입니다. 많이 사랑해 주세요.”
와와
악악악
짝짝짝짝
극장 안으로 들어와 손님들과 기자들을 향해 무대 인사를 한 후, 영화 관람을 위해 자리에 앉았다.
영화가 시작됐다.
[어이. 좀 비끼라. 대나무 밭도 아이고 뭐가 그렇게 쭉쭉 뻗었노.] [입을 잘못 놀리면 죽는다.]‘내가 찍은 영화가 맞나?’
스크린을 통해 보는 영화는 너무나 달랐다.
거친 세상을 살아내는 주인공의 인생과 류지완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감각이 만나 작품이 되었다.
잔인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삶의 한 단면을 제대로 보여줬다.
짝짝짝짜
와~~ 와~~~
영화가 끝나자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관계자들은 감사 인사를 나누며 함께 축하했다.
“배우진, 연기 잘하더라.”
“주인공이 배우진이야? 차민혁이야?”
“나도 차민혁으로 알고 있었는데, 오늘 영화 보니 배우진인 것 같던데.”
“배우진 CF에서 뜨고, 예능에서 웃겨서, 사실 연기는 기대 안 했었는데, 정말 놀라워.”
“요즘 젊은 배우 중에선 독보적이야. 다시 봤어.”
“잘 생긴 배우는 연기를 못한다는 것도 편견이야.”
“맞아. 에서 배우진 연기가 그런 편견을 깨더라. 대단해.”
시사회장은 배우진에 대해 이야기로 가득 찼다.
***
미용실 갈 때가 지났다는 엄마의 혼잣말을 듣고, 나는 바로 ‘윈즈 하우스’로 전화를 했다.
-네, 윈즈 하우스입니다.
“예약을 좀 하고 싶은데요. 저희 어머니 머리 하실 때가 돼서요.”
-네. 예약 잡아드리겠습니다. 회원 번호 좀 불러주시겠어요?
“아, 회원은 아닌 데요···.”
-··· 죄송하지만, 저희 윈즈 하우스는 회원이나 소개가 아니면 예약이 불가합니다.
“제가 며칠 전에 거기서 머리를 했습니다.
-그래요~
직원은 말꼬리를 꼬아 내리며 의심쩍어했다.
-네, 그럼 며칠 전에 머리 하신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배우진입니다.
-네??
“얼마 전, 영화 시사회가 있어서 거기서 스타일링을 했습니다.
직원은 허둥대며 예약을 잡아주었다. 다음부턴 배우진이라고 미리 말해달라는 당부와 함께.
“우진아, 거기 너무 좋은데 아니야? 엄만 그냥 동네 미용실 가도 되는데.”
“동네 미용실은 많이 갔으니까, 좋은 데도 가봐야지.”
“그래. 아들 말도 맞다. 덕분에 엄마도 좋은 데서 머리 한번 해보자.”
“그럼, 동네 미용실 지금까지 백번 갔으니까, 좋은데도 백번 가야지.”
예약 당일, 엄마를 모시고 ‘윈즈 하우스’로 갔다. 정현아가 현관 앞에서 엄마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약할 때 그녀를 담당 디자이너로 지정했다.
“안녕하세요. 배우진 님. 어머니.”
정현아는 우리 모자에게 밝게 인사했다. 그리고 엄마를 미용 의자에 앉히고, 가운을 씌웠다.
나는 대기 소파에 앉아 책을 들었다.
“어머니, 머리 어떻게 해 드릴까요?”
“숱을 좀 치고 씨컬로 말아주세요. 머리가 길어도 지저분해지지 않게 잘 부탁드려요.”
“네. 예쁘게 해 드릴게요.”
정현아가 싹싹하게 말했다.
슥슥 삭삭
빠르고 정확한 손놀림에 엄마는 놀라워했다.
“근데 아가씨는 몇 살이에요? 아이고, 주책이야. 아가씨 나이를 다 물어보고,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지금 24살이에요.”
정현아는 웃으며 말했다.
엄마는 편안하게 대해주는 정현아가 맘에 드는지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가위질 솜씨가 보통이 아니네요. 한번 쓱 지나가니까 휘리릭 다 잘려 버리네. 호호.”
“네, 제가 손이 좀 빠른 편이죠.”
“이 일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1년쯤 된 것 같아요.”
“1년밖에 안됐는데 이런 큰 미장원에서 일해요? 실력이 보통 아닌가 보다.”
“네, 그 전엔 의상 공부하고, 메이크업도 배우고, 또 재밌어서 계속하다 보니 미용까지 하게 됐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손으로 하는 건 다 잘하거든요. 전공도 미술이에요.”
“아~ 그럼, 그거 뭐더라. 코디, 그래 코디 같은 거 그런 거 해도 잘하겠네요.”
“우와! 어머니 어떻게 아셨어요? 사실, 저 연예인 코디일 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배우고 준비 중이거든요. 저는 꾸미고 광내고 그런 게 좋아요.”
“아가씬, 성격이 밝고 싹싹해서 잘할 거야. 실력도 보나 마나지. 가위질 솜씨 하나만 봐도 딱인데. 오늘 입은 옷도 너무 멋지다. 호호.”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소파에 앉아 책을 펼쳐 들고 있었지만, 나는 그녀들의 대화를 다 듣고 있었다.
‘역시 현아 누나는 사람 말을 잘 들어주고, 자기 얘기도 솔직하게 하는구나.’
그런데, 현아 누나의 꿈이 코디?
이건 또 처음 알게 된 사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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