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31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31화
파일럿 예능 프로 의 첫 번째 녹화 날.
MBS 방송국 앞 광장에서 유석재, 김우창이 오프닝을 시작했다.
“읽고, 읽고, 또 읽자. 책을 읽읍시다.”
유석재 김우창이 입을 맞춰 첫 멘트를 쳤다.
“아, 이제, 저희가 대한민국의 책 읽기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여기 섰잖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통계적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책을 너무 안 읽습니다. 일 년에 읽는 책 수가 유럽 사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래서 이번에 책 읽는 습관을 한 번 키워보자는 그런 취지에서 를 기획했습니다.”
“우선 특별 손님 한 분을 모셨습니다. 요즘 장안의 화제 배우진 씨입니다.”
배우진이 화면 속으로 들어왔다.
와아아아아.
오예에에에
“아, 반갑습니다. 그런데, 내가 이 말은 해야겠어.”
김우창이 분한 표정을 지었다.
“석재야, 너도 봤지? 아까 우리가 시작할 때는, 작가님들 무성의하게 의무적으로 습관적으로 손뼉 치는 거.
근데 지금 배우진 씨 나오니까 그냥 아주 열성적으로 손뼉 치고 난리가 났어~.”
“맞아, 맞아. 나도 봤어. 신나영 작가님 섭섭합니다.”
카메라가 작가들을 비추자, 그녀들은 빨개진 얼굴을 대본으로 가리며 부끄러워했다.
녹화는 계속 진행되었다.
“네. 유럽의 광장에 가보면 분수 옆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어딜 가나 그 사람들은 책을 들고 다니고, 자투리 시간에도 책을 읽습니다.”
김우창이 유창하게 멘트를 이었다.
“직접 본 것처럼 말하시네요. 유럽에 가보신 적이 없잖아요.”
유석재가 깐죽거렸다.
김우창이 먼 하늘을 바라보며 멋쩍어하다,
“안 그래요? 배우진 씨.”
배우진에게 동조를 구했다.
“네. 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분수 옆에서 책을 읽죠? 책이 젖을 텐데···”
“아니 이 사람이. 유럽엔 책이 방수겠지.”
큭큭
김우창의 기발한 애드리브에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네. 알겠고요. 김우창 씨는 하루에 책을 몇 권 읽습니까?”
유석재가 김우창에게 질문을 했다.
“아니, 하루에 책을 어떻게 몇 권씩 읽어요? 한 권은 읽습니까?도 아니고, 하루에 몇 권 읽냐뇨?”
김우창이 어이가 없어 고개를 저었다.
“하버드 생들은 평균 3권씩 읽는다는 데요.”
배우진이 툭 던졌다.
“그럼 우진 씨는 몇 권 읽어요?”
“최소 하루 한 권은 읽습니다.”
“아니, 이 사람. 좋게 봤는데. 믿기 힘들어. 오늘 뭐 읽었는데요?”
“아직 아침이라 못 읽었습니다.”
“그럼 어제는?”
“를 읽었습니다.”
“동자?··· 동자라는 책은 처음 듣는데요?”
딱 걸렸다는 눈빛을 보내는 김우창.
“아, 그거 영화 시나리오.”
김우창은 졌다는 듯 고개를 숙였고,
유석재가 그런 김우창을 감싸 안고 토닥여 주었다.
‘스타트 좋고.’
김영식 피디는 생각했다.
“자, 저희가 첫 번째로 방문할 지역은 안성입니다. 안성 시민 분들을 만나 뵙고, 독서 DNA를 전파하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특별히 만나 볼 친구들도 있는데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로 가는 도중, 하루에 책을 한 권 이상 읽는 시민을 발견하면, 도서 상품권과 조정래 작가님의 전 12권을 드리겠습니다. 그럼 잠시 후 뵙겠습니다.”
“그럼 바로 출발~”
***
안성에 도착한 유석재, 김우창, 배우진이 시민들을 상대로 길거리 인터뷰를 진행했다.
“와아아악.”
“진짜, 진짜 배우진이다.”
“설마? 유석재랑 김우창도 있어.”
“그래? 배우진이 어디 있는데.”
시민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그들을 에워쌌다.
“잠시만 요. 잠시만 요.”
유석재가 시민 중 한 명을 선택했다.
머리가 절반은 벗어진 50대 아저씨.
“책 읽는 거 좋아하십니까?”
“진짜 좋아합니다. 책 없으면 못 삽니다.”
“아 그래요? 최근에 읽은 책은요?”
“도스토예프스끼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아저씨는 아슬아슬하게 어려운 발음을 해가며 소리쳤다. 자신감이 넘쳤다.
“우와 대단한데요. 그 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네. 그게··· 내용도 알아야 하나요?”
아저씨는 당혹스러워했다.
“아니 왜 머뭇거리세요. 최근에 읽은 책인데.”
“그게··· 밤에 잠이 안 올 때 읽는데, 딱 세 줄만 읽으면 바로 잠이 옵니다.”
“잠깐만요. 그럼 도스토예프스끼를 수면제로 사용한단 말입니까?”
“네. 쌀집 형님이 잠이 안 온다고 하니까 추천해 줬어요. 그 이후로 잠을 잘 잘고 있습니다.”
아저씨는 머리를 긁적이며 민망해했다.
시민들이 막 웃었다.
이번엔 김우창이 뿔테 안경을 쓰고 두꺼운 책을 옆구리에 끼고 있는 여대생에게 다가갔다.
“책 자주 읽으세요?”
여대생은 김우창의 질문에 대꾸는 않고, 배우진만 넋을 놓고 바라봤다.
“아니. 배우진 씨는 나중에 보고···”
김우창의 말에 여대생이 배시시 웃었다.
“책 읽는 거 좋아하세요?”
김우창이 다시 질문했다.
“네. 완전 좋아해요. 저희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은 거의 다 읽었어요.”
“아니. 아니. 아무리 예능 욕심이 있어도 그건 좀. 그렇다.”
“진짜예요. 굴착기 기능사까지 다 읽었어요. 내용도 다 알아요.”
“우와~.”
김우창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니. 정말? 거짓말하면 코 늘어납니다.”
“저 멘사 회원이에요. 뭐든 물어보세요.”
신나영 작가는 재빨리 책에 관한 문제를 뽑아 김우창에게 건넸다.
“호밀밭의 파수꾼.”
“에이 그건 너무 쉽네요. 제롬 데이비드 셀린저.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말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삼백 오십 페이지.”
“무기의 그늘.”
“황석영. 백오 밀리 포가 계속해서 강 건너편을 강타하는 소리가···”
“김약국의 딸들.”
“박경리. 용빈은 후딱 일어나서 이불을 젖혔다. 잠시 뵙고 싶습니다. 한참 만에, 들어오세요··· 삼백 육십사 페이지.”
안성 시민들의 입이 쩍쩍 벌어졌다.
천재 여학생의 등장으로 촬영은 순항을 달았다.
“진짜 진짜 대단합니다. 거짓말쟁이라고 한 거 사과합니다. 여기 문화상품권과 ‘아리랑’을 드리겠습니다. 박수 한번 주세요.”
와아아
잘한다
짝짝짝
배우진이 상품을 여학생에게 전달했다.
악수도 하고 다정하게 사진도 찍었다.
***
촬영팀은 목적지 ‘안성 맹학교’에 도착했다.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게 조용조용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카펫이 복도 가운데 쭉 깔려있었다.
“이 카펫이 보통 학교하고 좀 다른 점 같아. 밟아 보면 감촉도 다르고.”
“그러게···.”
유석재와 김우창이 카펫에 관심을 가지며 말했다.
배우진은 시각 장애인 시설에 자원봉사를 갔을 때 알게 된 지식들이 있었다.
“여기 카펫을 밟아 보면 오돌토돌하고, 밟았을 때 소리가 달라요. 시각장애우들이 이동 할 때 도움이 된데요.”
“오호. 그래.”
배우진의 설명에 유석재와 김우창이 한 번씩 카펫을 밟으며 차이를 느껴보았다.
“그리고 여기 달려 있는 봉에 점자들이 다 찍혀 있어요. 교실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 놓은 거예요.”
배우진은 봉에 찍혀 있는 점자까지 찾아 보여주었다.
“그래?”
“진짜네. 진짜.”
유석재와 김우창이 점자를 만지며 놀라워했다.
잠시 후,
교장 선생님이 촬영팀을 한 교실로 안내했다.
“여러분. 잠시만. 오늘 멀리서 손님이 오셨어요.”
“멀리서?”
“어디서요?”
아이들이 호기심을 드러냈다.
“MBS 방송국에서 왔어요.”
유석재가 상냥하게 대답하며 전면에 나섰다.
“와, 유석재 아저씨다.”
귀가 예민한 아이들은 대번에 유석재를 알아차렸다.
와아아아
귀뚜라미 아저씨다
예에에에에
“저도 왔어요. 김우창 아저씨.”
“··· 호빵맨 아저씨?”
예에 에에
학교에 갑자기 나타난 인기 개그맨의 등장에 아이들은 흥분하며 기뻐했다.
반응이 너무 좋아 유석재와 김우창의 긴장이 오히려 풀렸다.
충분한 인사를 나눈 후,
두 엠씨는 몇몇 아이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지금 몇 학년이에요?”
김우창은 똘똘해 보이는 여자아이에게 물었다.
“2학년 올라왔어요.”
“2학년 올라왔어요? 평소에 책을 많이 읽나요?”
“네. 아주 많이 읽어요.”
“오호. 그래요. 책 읽을 때 재밌어요?”
“재미는 있는데요. 책이 별로 없어서. 똑같은 책만 계속 읽어요.”
“책이 별로 없어요?”
“네. 제가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점자로 된 책이 없어요.”
분위기가 순간 숙연해졌다.
유석재가 바로 진행을 이어나갔다.
유난히 목소리가 큰 남자아이를 발견하고, 그리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 재밌어요?”
“네!”
아이는 밝고 힘차게 대답했다.
“왜요?”
“TV에 나오니까요!!!”
아이는 소리를 질렀다.
“아니. 왜 그렇게 목소리를 크게 내요? 목이 아프겠어요.”
“엄마, 아빠 기쁘게 해 드리려 구요!”
“목소리를 크게 내면 엄마 아빠가 기뻐하세요?”
“엄마, 아빠 귀가 잘 안 들리니까, 목소리를 작게 하면 못 들으시잖아요! 그래서 소리를 크게 내는 거예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아이 부모님이 청각 장애가 있으세요.”
선생님이 다가와 유석재에게 말했다.
유석재가 아이를 안고 등을 토닥였다.
녹화는 계속되었다.
선생님과의 인터뷰
아이들 재능 자랑
학교의 역사 등등···
드디어 마지막 코너 ‘동화책 읽기’만 남았다.
배우진이 의자에 앉아, 동화책 를 꺼냈다.
아이들이 배우진 앞에 조롱조롱 앉아 귀를 쫑긋 세웠다.
그때, 한 선생님이 커다란 카세트 녹음기를 가져왔다.
“저, 이거 녹음 좀 하면 안 될까요? 나중에 아이들에게 다시 들려주려고요.”
“네, 녹음기 이리 주세요. 여기 놓으면 녹음이 더 잘 될 거예요.”
배우진은 선생님에게 녹음기를 건네받아, 바로 옆 탁자에 올렸다.
동화 구연이 시작됐다.
몸짓이나 표정 연기는 쏙 빼고, 소리에만 집중했다.
*
얼룩말은 힘없이 그 자리에 서서 슬픈 눈을 하고 있었죠.
“너 참 멋있게 생겼다. 이름이 뭐니?”
“바람의 날개.”
얼룩말이 퉁명스럽게 대답했어요.
“바람의 날개?”
“바람보다 더 빨리 달려서 붙여진 이름이야. 경주에서 져 본 적이 없거든.”
“지금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이제 더 이상 달릴 수가 없어. 걸을 수도 없고·······”
“병에 걸렸니? 아픈 병에?”
얼룩말은 한숨을 푹 내쉬고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어요.
“아니, 더 무서운 저주에 걸렸어.
내 등을 자세히 보면 검은색 줄무늬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게 보일 거야.”
“그렇구나. 그런데 왜 줄무늬가 사라지고 있는 거야?”
“바람과 달리기 시합을 했는데 내가 이겼거든.
화가 난 바람이 검은 줄무늬가 사라지는 마법을 걸었어.
달릴 때마다 줄무늬가 엷어져.
언젠가 다 없어질 까 봐 너무 괴로워.
얼룩무늬가 없는 얼룩말이 말이 되니?”
얼룩말은 엉엉 울기 시작했어요.
“난 마법사야. 은비 마법사라고.”
“응? 그게 정말이야?”
“바람에도 지워지지 않는 찐한 줄무늬를 새겨 줄게.”
“정말이야? 그럼 부탁할게. 검은 줄무늬가 예전처럼 진하고, 사라지지 않게 해 줘.”
“먼저 주문을 외워야지. 날 따라해. 검은! 검은! 검은!”
“검은! 검은! 검은!”
얼룩말은 바짝 긴장하며 따라 했다.
“무늬! 무늬! 무늬!”
“무늬! 무늬! 무늬!”
“생겨라 얍!”
“생겨라 얍!”
.
.
.
“그래. 고마워. 이제 다시 바람의 날개로 돌아온 것 같아. 예전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을 것 같아.”
얼룩말은 하늘을 날아갈 듯 기뻤어요
‘히히힝~’
소리를 내며 힘차게 일어섰지요.
그리고 평원을 마음껏 달렸답니다.
*
아이들은 마음의 눈으로
검은 줄무늬가 사라질 걱정 없이
넓고 푸른 초원을 달리는 얼룩말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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