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33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33화
김영식 피디는 입이 바짝 말랐다.
떨리는 마음으로 시청률이 붙어있는 게시판으로 달려갔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국장님한테 죽는데, 제발, 제발···.’
국장의 큰 반대를 무릅쓰고, 뚝심으로 일구어낸 의 파일럿 첫 방이 어제 나갔다.
‘이번에도 안 되면 진짜 잘릴지도 몰라.’
김영식은 등 뒤로 식은땀이 바짝 났다.
본방 시청 후, 체감 상으로는 선방한 느낌이었지만,
실제 시청률은 정반대로 흘러가는 경우도 많기에 안심할 수 없었다.
게시판엔 신나영 작가가 먼저 와있었다.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김영식을 바라봤다.
‘신나영 표정 왜 저래? 에잇!! 난 몰라!’
김영식은 신나영을 잠깐 째려보다, 게시판으로 눈을 돌렸다.
“보자, 보자, 어디 있냐. 시청률이···”
너무 긴장한 탓인지 글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신나영이 그런 김영식이 답답해서, 손가락으로 시청률을 찍어가며 큰 소리로 읽었다.
“28%. 저기 있네.”
“어!!! 28%.”
와와
짝짝
그제야 주변에 있던 동료, 선배, 후배들은 함성과 함께 박수를 쳤다.
김영식의 어깨를 토닥이고, 머리를 쓸었다.
“축하해.”
“밥 사.”
“드디어 네가 MBS를 수렁에서 구했구나!”
“잘했어.”
김영식은 믿기지가 않아, 게시판에 붙어있는 28이라는 숫자를 보고 또 봤다.
28%. 타 방송사에 밀려 매주 10% 초반에 머물던 주말 시청률이 지붕을 뚫은 것이다.
“그만 봐. 닳아 없어지겠다.”
신나영 작가가 약 올리듯 말했다.
“너 왜 아까 시무룩하게 날 쳐다봤어? 나 간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김영식 피디가 불쑥 소리를 질렀다.
“재미있잖아. 큭큭. 우쨌든 축하해.”
그때, 막내 피디가 달려왔다.
“선배님, 국장님이 좀 보자 시는 데요.”
“지금?”
“네, 빨리 오시랍니다.”
김영식은 어깨 펴고 당당하게 국장실로 걸었다.
가는 도중 내내 축하를 받으며.
“김영식, 내가 너 해 낼 줄 알았다. 네가 처음 계획안을 들고 왔을 때부터, 딱 감이 오더라니까. 그거 있잖아. 삘이 딱 꽂힌다는 것.”
‘그날 재떨이 안 날라 온 게 다행이었지. 내 그런 쌍욕은 그날이 처음이었어.’
김영식은 그날을 잠시 회상했다.
“하하, 네. 다 국장님 덕분입니다.”
“야, 진짜 감동적이더라. 나 진짜 눈물 흘리면서 봤다니까. 배우진이 동화책을 읽어줄 때, 딱, ‘이거 된다. 이거 뜬다’ 확신이 들더라고.
순간 최고 시청률 무려 35%야. 35%. 야, 이게 말이나 돼? 하하하.”
국장은 생각할수록 신나는지 목청껏 웃었다.
‘진짜 공감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그런 그림은 나오지 못했을 거야. 우진이 덕이 커.’
“이대로라면 정규 편성 확실해. 그러니까 배우진 계속 나올 수 있게 해 봐.”
“네.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그래, 그래, 사장님도 이제야 편히 주무신대. 그동안 시청률 때문에 얼마나 마음고생 심하셨는지 몰라.
네가 우리 회사 살렸다.
지원은 팍팍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프로그램에만 신경 써.”
“감사합니다.”
김영식이 국장님께 90도 인사를 하고 국장실을 나왔다.
“안녕하세요. 김 피디님.”
눈에 익은 캐스팅 매니저가 따라붙으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프로그램이 뜨면 소속사 캐스팅 매니저들이 슬슬 붙기 시작한다. 소속 연예인을 어떻게든 끼워 넣어 보겠다는 속셈으로.
“왜?”
“에이, 김 피디님. 그러지 말고. 배우진 빠지면, 그 자리에 우리 쪽 애들 좀 써 주세요.”
“나도 어떻게 될지 몰라.”
“우리 회사에 눈치 빠르고 입담 좋은 애들 많아요.”
“몰라, 몰라.”
김영식 피디는 빠른 걸음으로 매니저를 앞질러 걸었다.
“밥이나 먹읍시다.”
신나영이 김영식이 오는 것을 보고 말했다.
“밥? 벌써?”
시계를 보니 아직 10시 30분.
“나 아침도 안 먹었어.”
“하긴, 나도 아침 안 먹었네. 이제야 배가 고파. 하하.”
김영식과 신나영은 구내식당으로 갔다.
“배우진 활약이 컸는데, 고정으로 못 쓰는 거 넘 안타깝다.”
신나영의 말에 김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본업이 있으니, 우리 욕심대로 붙잡을 수는 없지··· 대안을 한번 생각해 보자.”
“응, 근데 여기 고등어구이는 뭐가 이렇게 고소해? 방송국 구내식당이 맛집이야.”
“많이 먹어 둬. 이제 진짜 바빠질 거야. 국장님이 제작비는 신경 쓰지 말고, 프로그램 만 잘 뽑으랬어. 당장 오후에 긴급회의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그때, 드라마국 이훈 피디가 식판을 들이밀며 불쑥 들어왔다.
이 정도면 뭔가 할 말이 있는 게 분명했다.
“배우진 어때?”
이 피디의 직진.
“뭘, 어때? 잘 생기고 착하지.”
“오, 그래?”
이훈 피디는 퓨전 사극 을 준비 중이었다. 드라마 명가 MBS에서도 기대가 큰 대작이었다.
“드라마 잘 돼가? 시나리오가 그렇게 좋다며.”
김영식이 슬쩍 물었다.
“그럭저럭··· 근데, 내 친구가 기자라 저번에 시사회 초대받아 갔다더라고.”
“그래서?”
“배우진 연기 엄청나대. 다들 입이 쩍 벌어졌나 봐.”
“음···.”
“사실, 우리 드라마 1회에 엄청나게 임팩트 있는 캐릭터가 하나 나오거든.
사건의 모든 열쇠를 쥐고 있는 미스터리 한 인물이야.
겉으론 사대부 양반가의 곱게 자란 도련님인데, 실상은 검의 고수.”
“재미있겠는데.”
“그렇지? 그렇지? 정말 좋은 배역인데··· 이게 캐스팅이 아직 이야.”
“왜 아무도 안 채간대?”
“그게, 외모도 돼야 하고, 무술도 돼야 하고, 연기도 돼야 하거든.
근데 나오는 건 1회밖에 없으니···.”
“아고, 듣기만 해도 어렵다.”
“3박자를 다 갖춘 배우는 단역이라 자존심 상한다 하고, 신인 중에는 없어.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
“그래서 배우진 쓰고 싶다고?”
“역시 넌 말이 통해.
배우진 요즘 많이 바쁘냐?
듣기론 연극 하나 한다던데. 차기작 정해진 건 없겠지?
일주일 정도 검술 연마하고 찍는 건 2-3일 정도면 되는데···.
네가 말 좀 잘 넣어주면 안 될까?”
“제 코가 석잡니다요.”
“어떻게 안 될까?”
“여기서 나 붙잡고 이러고 있을 시간에 연락해봐.
진심이 통하는 스타일이야.”
***
제라르 감독이 투자를 결정하자 대관이라는 난제가 쉽게 해결되었다.
김도한, 오해일과 함께 나는 연극을 올릴 ‘한빛 아트홀’로 갔다.
초대 단원 특전으로 먼저 와 봐도 좋다는 민상기 연출가님의 허락이 있었다.
택시 안에서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한빛 아트홀’을 상상했다.
“한빛 아트홀은 처음 들어 보는데.”
“최근에 완공된 곳 이래. 새로 지었으니까 시설은 좋을 거야.”
“난 규모가 얼마나 될지 진짜 궁금해. 큰 공연장은 몇 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거야?”
“연극 좌석수가 많은 곳이 한 250 석 정도 되니까, 그거 보단 적겠지?”
해일이의 질문에 내가 대답했다.
“제라르 윤은 정말 대단해. 그동안 우리가 고민했던 고민거리를 한방에 싹 다 날렸어.
대관뿐만 아니라 무대 장치며 의상이며, 프랑스 현지 기술자들이 와서 다 봐주니까,
우진이 네가 맥스 광고 안 찍었음 정말 어쩔 뻔했냐?”
도한이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아찔하다 아찔해.”
해일이도 고개를 저었다.
“근데 맥스 광고는 언제부터 나와? 금방이라고 하지 않았나?”
내가 해일이에게 물었다.
“오늘 저녁 6시 58분 MBS에서 먼저 나갈 거야.
두루미랑 너랑 커피랑 함께 찍힌 사진을 믹스 봉지에 일일이 다 박았나 봐. 커피 상자에도 넣고. 그것 때문에 조금 늦어진 거래.”
나는 맥스를 찍었던 그 호수 나룻배 두루미를 떠올렸다.
광고가 어떻게 나올지 기대가 됐다.
새로 지은 ‘한빛 아트홀’에 도착했다.
“와~멋지다.”
“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웅장해.”
“너희들 연극할 맛 나겠다.”
우리는 두리번거리며 1층 홀로 들어섰다.
경비원이 다가왔다.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저희들은 극단 꿈의 단원들인데 공연장에 왔습니다.”
경비원이 우리를 쭉 훑어보더니,
“저기 지하 참빛관으로 가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우리는 지하로 내려갔다. 참빛관이라고 적힌 문이 보였다.
“여긴 갑다.”
넓고 세련된 블랙박스형 공연장.
넉넉한 무대 공간에 전문 조명 시설.
관객 좌석도 180석.
“와, 좋다. 새 거라 더 좋아.”
“이 정도면 적당해.”
“단원들 너무 좋아하겠다.”
“너희들 여기서 뭐하냐?”
출입구에 서서 민상기 선생님이 우리를 불렀다.
“도착했다는 사람들이 하도 안 와서 찾아봤더니, 여기 있네.”
“네? 선생님이 공연장으로 바로 오라고 하셨잖아요.”
“그랬지. 근데 왜 여기 있어?
“경비 아저씨가 지하 참빛관으로 가라고 해서요.”
“하여튼. 따라와.”
민상기가 씩씩하게 앞장서 걸었다. 우리는 선생님을 졸졸 따라갔다. 건물 2층 대봉관으로.
“자, 여기다. 들어가자.”
선생님이 대봉관 문을 열자, 넓디넓은 공연장이 펼쳐졌다.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벌어지고 몸이 얼었다.
“대형 프로시니엄 무대에 좌석도 600석 정도 된다.”
!!
“이렇게 클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우와~”
“이 무대 크기만큼 너희들의 책임감도 더 커진 거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무대가 너희를 삼키는 괴물로 변할지도 몰라.”
우리는 설레는 발걸음으로 무대로 갔다. 무엇보다 무대 위에 먼저 서보고 싶었다.
무대 바로 아래에 제라르 윤이 무대설치 감독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팔짱을 낀 채, 진지한 모습으로.
제라르 윤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어. 왔니?”
“안녕하세요. 감독님.”
“인사드려. 최고의 무대설치 감독님이셔.”
“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네, 반가워요.”
제라르 윤과 무대설치 감독은 우리와 잠깐 인사를 나눈 후, 다시 공연 이야기를 했다.
“16세기 말 이탈리아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배경 조사를 하고 리서치를 해야 하니까. 시간이 걸려 ···
특히 베네치아의 운하를 표현하는 것이 까다로운 작업이란 말이지. 이왕이면 배 하나 정도는 제작해야 하고 말이야.”
“네. 최대한 빨리 서둘러 주세요. 공연 날짜가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아서요. 드레스 리허설도 해야 되니까요.”
“신경 써 보지. 뭐. 그런데 이건 좀 오지랖이지만···
이 정도 규모의 무대를 소화하려면, 보통 연기 실력으로는 힘들 텐데···
배우들이 그 정도의 실력은 돼?”
무대설치 감독이 우리의 연기력을 의심했다.
“무대를 뛰어넘을 만큼.
연기력으로 치자면 여기도 좁습니다.”
제라르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대설치 감독은 고개를 한번 갸웃거리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다.
“무대 의상은 고증에 따라 전문 디자이너가 제작에 들어갔어. 아마 이틀이나 삼일 내로 준비가 될 거야.”
···
나는 무대 위에로 뛰어 올라 ‘샤일록’이 되었다.
[삼천 더컷이라, 흐음.]김도한도 ‘바사니오’가 되어 ‘샤일록’의 말을 받았다.
[그렇소, 기간은 석 달.] [기간은 석 달이라, 흐음.] [아까도 말했지만 안토니오가 보증을 선다지 않소.]우리의 목소리가 600석 대봉관을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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