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43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43화
백 감독님이 주신 스케줄 표 첫 수업,
승마장에 도착했다.
넓은 초원 위에 실내외 훈련장이 잘 갖춰져 있었다.
뒤로는 작은 목장도 있었는데,
소 당나귀 염소 같은 동물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교관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반갑습니다. 배우진 씨. 레슨 준비는 다 됐습니다. 가시죠.”
“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마구간으로 갔다.
기골이 장대한 말들이 십여 마리 있었다.
“와아. 우진아, 말들 좀 봐라. 덩치가 장난이 아니야.”
“그러게. 티비에서 보던 거랑은 다르네.”
실제로 보는 말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웅장했다.
우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하하. 마칠인삼(馬七人三)이라고 경주마는 일반 마랑 혈통부터가 다르죠.
가까이 서면 더 커 보일 거예요. 덩치에 겁먹고 도망가는 사람도 많아요.”
교관이 친절하게 설명했다.
“오늘 함께 할 말은 여기 이 말입니다.”
우리는 1미터 70센티미터 높이에 윤기 좌르르 흐르는 흑마 앞에 섰다.
“와~.”
“우와, 멋지다.”
해일이와 나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말의 이름은 ‘썬더’입니다. 번개처럼 빠르게 달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아랍 순종 마인데 경주마로서 가장 우수한 말이에요.
대회에 여덟 번 참가해서 일곱 번 우승한 녀석입니다.
몸값이 최소 3억은 가뿐히 넘긴다고 봐야죠.”
교관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 녀석 성격은 괜찮나요? 덩치가 너무 커서 혹시 떨어지기라도 하면.”
해일이가 걱정스럽게 썬더를 바라봤다.
“주의사항만 잘 지키면 안전합니다.
말 뒤쪽으로 가지는 마세요.
뒷발에 차이면 큰 부상을 입을지도 모릅니다.”
흥~ 흥~
썬더는 압력 밥솥 증기 같은 콧바람을 뿜어댔다.
“볼수록 멋져요.”
나는 썬더에게 반했다.
푸드득 푸드득
썬더가 성큼 다가와 잇몸을 드러내고 웃었다.
“이 녀석 정말 마음에 들어.”
나는 썬더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
썬더를 데리고 실내 훈련장으로 나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말 뒤에는 서지 마세요.
갑자기 터치를 한다거나 툭 치는 것도 안 됩니다.
말이 놀라면 위험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푸윽푸윽
썬더는 계속해서 콧바람을 뿜어냈다.
“자, 기승을 하고.”
나는 발판을 밟고 올라 안장에 앉았다.
허공에 떠있는 듯 땅이 보이지 않았다.
“배우는 속도에 따라 진도를 나갈게요. 설명을 잘 듣고 그대로 따라 하시면 됩니다.
우선 어깨, 골반, 허리, 뒤꿈치가 수직이 되도록 하고. 그 자세를 유지하세요.”
교관의 설명을 들으며 균형을 맞췄다.
꿈틀거리는 말 근육이 엉덩이에 그대로 전달되었다.
그 낯선 느낌에 나도 모르게 허벅지에 힘을 바짝 주었다.
“무릎이나 허벅지로 힘을 줘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말이 달릴 때, 균형이 맞지 않아서 앞뒤로 흔들리고 낙마하게 됩니다.
몸을 곧게 세운 상태에서 밸런스만 잡아 줘도 충분합니다.
말이 알아서 할 겁니다. 말을 믿으세요.”
“네.”
허벅지에 힘을 풀고, 허리에 힘을 줘서, 다시 중심을 세웠다.
“네. 좋습니다. 이제 체중을 말 허리에 실어 보세요.
그 상태에서 발뒤꿈치로 살짝 치면 말이 움직입니다.
말이 머리를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고삐는 느슨하게 잡으세요.
말을 세우려면 고삐를 바짝 쥐고 당기면 됩니다.
달리는 상태에선 몸을 숙이고 잡아당기세요.”
“네.”
나는 고삐를 느슨하게 쥐고 발뒤꿈치로 썬더를 살짝 쳤다.
썬더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고삐 더 느슨하게. 말의 목이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말 근육 움직임에 따라, 무릎 허벅지 엉덩이가 저절로 반응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나는 썬더 위에서 편안해졌다.
“오호. 잘하시네요. 보통 처음 타는 사람들은 겁을 먹고 몸이 경직되는데,
우진 씨는 아주 편안해하시네요. 좋습니다. 썬더도 우진 씨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교관이 크게 칭찬했다.
“자, 이제 경속보로 가보겠습니다.
몸을 살짝 들어 앞으로 숙여주세요.”
“네.”
나는 등자로 말 허리를 가볍게 쳤다.
썬더가 빠르게 걸었다.
몸을 앞으로 숙여 반동에 맞춰 움직였다.
썬더의 움직임은 경쾌했고, 내 몸도 자연스러웠다.
“경속보로 움직일 때 갑자기 체중을 말 허리에 실으면 안 됩니다.
리듬에 맞춰서 몸의 체중을 좌우 엉덩이로 분산시키세요.”
“네.”
나는 승마의 기본 동작을 빠른 시간 내에 마스터했다.
“자세나 모양새가 숙달된 사람과 같습니다.
영화를 찍을 때, 이 정도만 해도 무리는 없을 겁니다.
자, 밖에 다른 말이 준비되어 있으니까, 그 말로 달리는 연습을 해 봅시다.”
나는 썬더에게 정이 들어버렸다.
“썬더랑 계속 훈련하면 안 되나요?”
교관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아, 이 녀석이 요즘 밖에만 나가면 자기 맘대로 달리려고 해서···
부쩍 딴짓을 많이 해요.”
아쉬웠다.
썬더의 목을 쓰다듬으며 ‘안녕’이라고 말했다.
그때 훈련장 문이 열렸다.
관리인이 다른 말을 들이려고 연 것이다.
“어어, 안 돼요. 안 돼. 빨리 문 닫으세요.”
교관은 놀란 목소리로 관리인을 다그쳤다.
관리인이 눈치를 채고 문을 닫으려고 허둥거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썬더는 번개처럼 달려 이미 문을 통과해버렸다.
썬더 위 내 몸은 럭비공처럼 튕겼지만, 다행히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몸을 바짝 앞으로 숙이고 리듬에 맞춰 엉덩이를 살짝살짝 들어 올렸다.
고삐를 느슨히 쥐고 썬더의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
썬더는 목장 쪽으로 맹렬히 달렸다.
울타리가 나타났다.
“야, 야. 부딪혀. 서. 서. 스톱.”
나는 소리를 질렀다.
배운 데로 고삐를 세게 잡아당겼다.
하지만 녀석은 머리를 앞으로 내밀며 멈추지 않았다.
썬더는 고개를 돌려 날 한 번 쳐다봤다.
‘괜찮지?’라는 신호 같았다.
어차피, 멈추기는 이미 늦었다.
“좋다. 한 번 해보자!”
나는 고삐를 꽉 붙잡고 썬더 등에 빠짝 엎드렸다.
“뛰어!!”
팍!
‘유비의 적로마’처럼, 아름다운 아치를 그리며 썬더는 울타리 위로 날았다.
머리카락이 공중에 흩날리며, 바람을 가르는 것이 느껴졌다.
썬더는 가볍게 착지를 하고, 다시 땅이 움푹 들어갈 정도로 세게 달렸다.
심장이 벌컹벌컹 요동쳤다.
스릴이 장난 아니었다.
“우와.”
금방 다른 울타리가 보였기에 나는 또다시 긴장했다.
하지만
썬더는 거짓말처럼 그 울타리 앞에 멈춰 섰다.
“멈췄어. 여기 오려던 거였어?”
“이이힝.”
*
울타리 안에는 여러 마리의 초식동물들이 모여 있었다.
썬더가 그중 한 당나귀를 바라보고 ‘힝힝’ 거렸다.
보송보송 날씬하고 예쁘게 생긴 당나귀 한 마리가 총총총 걸어왔다.
“히이이잉~ 히이이잉~”
썬더가 흥분하여 근육을 파르르 떨었다.
기분이 무척 좋은 것 같았다.
예쁜 당나귀는 썬더에게 거의 다 와서 살짝 멈춰 섰다.
“히히잉~~ 히히잉~~~.”
애가 타는지 썬더는 울부짖으며 팔짝팔짝 뛰었다.
그제야 예쁜 당나귀는 다시 썬더에게 다가섰다.
당나귀가 울타리 사이로 얼굴을 내밀자
썬더도 얼굴을 내밀었다.
둘은 부비부비 했다.
?!
사랑하는 사이?
잠시 뒤, 해일이와 교관이 사색이 되어 달려왔다.
“괜찮아? 우진아 괜찮아?”
해일이의 눈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말에 떨어져 뒷발에 차이지나 않을까 정말 걱정했습니다. 어휴~”
교관이 땀을 뻘뻘 흘리며 한숨을 쉬었다.
나는 그때까지도 썬더의 등에 앉아 있었다.
“승마라는 게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몰랐어요.”
나의 환한 미소에 해일이와 교관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
나와 해일이는 MTB 자전거를 끌고 산 입구에 도착했다.
“마지막 스케줄이네.”
“처음 스케줄 표를 받았을 때, 정말 이게 끝나기는 할까 했는데···
결국 끝이 나네.
이번 여름은 정말 정신없었어.
승마, 플라잉 낚시, 스쿠버 다이빙, 요트, 그리고 산악자전거까지.
재벌은 원래 이렇게 바쁠까?”
“설마, 그러면 재벌 왜 하냐?”
지나온 여름을 생각하니 머리가 쭈뼛 섰다.
해를 보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값진 경험이었지. 자, 오늘 마무리 잘 하자.”
나는 먼저 출발했다.
“그래.”
해일이가 뒤따랐다.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산악자전거는 해일이도 함께 탈 수밖에 없었다.
인적이 뜸한 산길을 달렸다.
길 양쪽으로 나무들이 서로 이어져 아치형 방갈로를 이루었다.
녹음이 시원했다.
“자전거 타면서 제일 괴로운 게 뭔지 알아?”
해일이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숨 찬 거?”
“아니. 헉헉. ··· 자꾸 엉덩이가 바지 먹는 거.
한 치수 큰 걸 샀는데도, 왜 엉덩이 사이로 천이 자꾸 밀려들어가는지 모르겠어.
아, 진짜 신경 쓰여.”
“너 속옷 입었지?”
“당연한 걸 왜 물어봐··· 야, 넌 안 입었어?”
“원래 속옷 안 입는 거야. 그러니까 엉덩이가 팬티를 물고 들어가지.”
“··· 배우진, 야, 그럼 너 노팬티야?”
나는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유유히 해일이를 지나쳤다.
산 중턱 즈음에 있는 샛길로 들어섰다.
산악자전거 타는 사람들만 아는 길이었다.
저번에 왔을 때는 강사와 함께 왔지만, 오늘은 따로 움직여 중간에서 만나기로 했다.
“여기가 조심하라고 한 곳이지?”
“응, 처음엔 평지라서 만만한데, 갑자기 내리막길이 나와.
내가 먼저 갈 테니까 뒤따라 와.”
“아니, 별로 위험해 보이지 않은데.
내가 매니저니까 내가 널 지켜야지.
네가 날 따라와.”
해일이가 자신감 있게 먼저 출발했다.
나는 해일이 뒤로 붙었다.
길은 생각보다 험했다.
자전거에 뒤뚱뒤뚱 속도가 붙어나갔다.
타이어에 밟히는 조그만 자갈들이 그대로 느껴졌다.
나는 균형을 맞추며 조심조심 내려갔다.
그런데
앞서가는 해일이의 자전거가 이상했다.
가속도가 점점 붙어, 컨트롤이 안 되는 것 같았다.
“해일아! 경사가 너무 급해. 속도를 줄여.”
“···”
해일이는 반응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자전거는 속도에 속도를 더해 위태로웠다.
“해일아, 속도를 줄여!”
“응···”
해일이는 긴장하고 있었다.
앞에 급커브가 나타났다.
지금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면 자전거는 그대로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았다.
“해일아! 속도 줄이라고!”
나는 고함을 질렀다.
자전거에 부딪힌 돌멩이들이 사방으로 거칠게 튀었다.
“브레이크가···”
해일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당황하고 있었다.
해일이가 위험해!!
나는 곧바로 기어를 올리고 페달을 전속력으로 밟아,
해일이 자전거 옆으로 따라붙었다.
“해일아! 브레이크를 밟아.”
“브레이크가 안 잡혀!”
“그럼 뛰어내려!”
“아, 몸이 꼼짝도 안 해.”
해일이의 얼굴과 눈동자가 빨개졌다.
앞에 절벽이 보였다.
“안 돼!!!!”
나는 자전거를 해일이를 쪽으로 바짝 붙이면서 해일이를 밀쳤다.
떨어져 나온 해일이를 잡은 채로 쭈욱 미끄러졌다.
그리고 닥치는 대로 덤불을 꽉 붙잡았다.
자전거는 그대로 미끄러지며 추락했고,
우리는 절벽 앞에서 겨우 멈췄다.
팍팍!
자전거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해일이와 나는 그대로 드러누워 숨을 할딱였다.
“야! 나 살았다. 고마워 우진아. 헉헉.”
“헉헉. 다음엔 내 뒤로 따라와. 헉.”
“응. 헉.”
여름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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