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45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45화
영화 의 공식 일정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출연진들이 모두 모여 ‘리딩’을 하는 날이다.
연출 제작부까지 빠짐없이 참석했다.
콜타임 삼십 분 전에 배우진이 도착했다.
JC 빌딩 밖에서부터 기자들이 붐볐다.
“ 때랑은 급이 달라. 저 기자들 좀 봐.”
JC 제작, 배우진 주연만으로도 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배우진은 기자들의 플래시를 받으며 JC빌딩으로 들어섰다.
리딩이 진행될 대회의장 복도에는 각 연기자들의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들로 붐볐다.
“우진아! 잠깐만. 목이 훤하게 드러나면 목소리가 빨리 갈라져. 이거 하고 가.”
정현아가 가방에서 스카프를 꺼내 배우진 목에 묶어 주었다.
“괜찮네.”
“고마워. 누나”
배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회의실로 들어갔다.
탁자는 이중으로 마련되어 있었다.
앞줄은 배우, 뒷줄은 제작부와 연출부 자리였다.
“안녕하십니까. 배우진입니다.”
배우진은 연배가 높은 나희진 선배에게 먼저 인사를 드렸다.
‘태양그룹’의 안주인이며 주인공 ‘최준’의 양어머니 ‘홍 여사’ 역할을 맡았다.
“자네가 요즘 그 유명한 배우진이군. 반가워요.”
“잘 부탁드립니다.”
“뭘, 연기 잘한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기대할게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희진은 배우진과 기분 좋게 인사를 주고받고,
곧 대본으로 눈을 돌렸다.
배우진은 한 사람씩 인사를 나눈 후, 자리에 앉았다.
맞은편에 오설기와 눈이 마주쳤다.
“선배 오셨어요?”
오설기가 목소리는 거의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만 인사를 했다.
“응, 너도 잘 왔어?”
배우진도 똑같이 인사를 받았다.
“네. 저 너무 긴장돼요.”
“괜찮아, 잘할 거야.”
배우진과 오설기가 서로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그때 누군가 오설기에게 다가왔다.
“안녕. 오설기지? 반갑다. 나 박재민.”
박재민!
낯이 익었다.
전생에서 영화를 함께 찍었던 것 같지는 않은데.
누구지?
[야이 X팔. 내가 뭘 힘을 줬는데. 그러면 대사가 화를 내는데 힘을 빼면서 화를 내는 게 말이 돼. 지랄하고 자빠졌네. 이게 뭐가 오디션이야!!]아!
참가번호 58번.
박재민은 ‘베니스의 상인’ 오디션에서 난동을 부리고 쫓겨난 참가번호 58번이었다.
‘저 녀석이 왜 여기 있지?’
배우진은 대본을 찾아봤다.
박재민은 ‘제이’ 오설기를 괴롭히는 ‘사채업자’ 악당 역할이었다.
전생의 시나리오에서는 없던 역할.
“네, 안녕하세요.”
오설기가 상냥하게 박재민의 인사를 받았다.
“이번에 영화 처음이지?”
“네.”
“많이 어리둥절할 거야.”
“네, 아직은.”
“그래. 그럴 거야.”
박재민이 은근슬쩍 설기에게 바짝 붙으며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니, 저 놈이.’
배우진이 발끈하려 할 때,
“저, 어깨에서 손 좀 내려 주세요.”
웃음기를 완전히 제거한 오설기가 박재민을 노려봤다.
“아니, 아니, 나는 격려 차원에서···”
설기의 당찬 직구에 박재민은 당황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박재민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피했다.
배우진은 일어나서 박재민을 쫒았다.
놈은 화장실로 들어갔다.
“어이, 58번.”
박재민이 뒤돌아봤다.
“누군가 했네. 잘난 샤일록이시구만.”
“조심해. 여기서 까불면, 저번이랑은 다를 거야.”
배우진이 조용히 경고를 날렸다.
“주연이라고 지금 조연 협박하냐?”
박재민이 비아냥거렸다.
“난 분명히 경고했다.”
더 긴말은 필요 없었다.
배우진은 두 눈에 힘을 주어 박재민을 째려봤다.
“으윽, 저 녀석!”
박재민은 분해서 주먹을 꽉 쥐었다.
배우진이 화장실을 나왔다.
앞에 강정우가 있었다.
“반갑다.”
“어, 강정우, 오랜만이다. 소울 엔터에 들어갔다는 얘기는 들었어.”
“응, 민혁이 선배가 들어오라고 해서.”
“이번 영화에서도 잘 부탁한다.”
“나도 잘 부탁해.”
배우진과 강정우는 진하게 악수를 한번 했다.
둘은 함께 대회의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선생님, 영광입니다.”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모두들 원로 배우 정일섭 선생님을 깍듯이 맞이하고 있었다.
연기 생활 40년,
방송과 영화계에 영향력이 상당하고,
JC회장과는 젊을 때부터 친분이 두터운 베테랑 배우였다.
“반가워요.”
정일섭은 ‘태양그룹’의 회장이자, 주인공 ‘최준’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안녕하십니까, ‘최준’을 맡은 배우진입니다.”
배우진이 정일섭에게 다가가 깍듯이 인사했다.
“어어. 자네가 배우진.”
“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얼굴로도 반은 먹고 들어가겠네.”
정일섭은 배우진의 어깨를 툭툭 치고 자기 자리를 찾아 앉았다.
“어이. 나희진. 오랜만이야.”
“어, 오빠 오랜만이야.”
‘태양그룹’ 부부내외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
백한준 감독이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너무나 훌륭한 대본으로 이렇게 존경하는 배우분들과 함께 작품을 할 수 있어서 굉장히 영광스럽습니다.
본격적인 리딩에 앞서 한 명씩 자기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저는 의 감독 백한준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백한준 감독이 힘차게 인사를 했다.
짝짝짝
“이번 영화 JC에서 거는 기대가 큽니다. 최고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일 한번 내 봅시다.”
이정민 PD가 인사했다.
짝짝짝
“안녕하세요. 정일섭입니다. 태양그룹 ‘최 회장’ 역입니다. 음. 반갑습니다. 서로 마음을 합해서 잘해봅시다.”
“안녕하십니까. ‘최준’ 역할을 맡은 배우진입니다. 훌륭한 선배님들과 함께 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반갑습니다. ‘제이’ 역할에 오설기입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첫째 아들 ‘최승재’ 역을 맡은 유종훈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둘째 아들 ‘최승호’ 역을 맡은 강정우입니다.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얘네들 엄마 ‘홍 여사’ 나희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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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업자 역할에 박재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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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기업 회장 딸 ‘노하영’ 역을 맡은 신정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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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의 비서 ‘김지민’ 역을 맡은 공민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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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리딩 시작하겠습니다.”
감독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배우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우리가 법 때문에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적정한 금액을 주라는 거냐?]‘최 회장’ 정일섭의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저쪽에서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할 겁니다.]첫째 아들 ‘최승재’ 유종훈은 아직 색이 없었다.
[그게 뭐가 중요해. 공정하고 안 하고는 우리가 결정해야지. 이렇게 물러 터져서야. 넌 어째 하는 일마다··· 됐다. 나가 봐.]배우진은 정일섭의 리딩을 놓치지 않고 분석했다.
‘정일섭 선생님은 허투루 내뱉는 단어가 하나도 없다.
자간과 행간을 이용하여 정확하게 감정을 전달한다.
특유의 억양이 모든 것을 맛깔나게 버무린다.
내가 정일섭 선생님과의 연기에서 밀리지 않아야, 영화가 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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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이제 좀 쉬셔야겠습니다. 당뇨에 고혈압까지. 심장에 무리가 갔습니다. 그냥 계속 이렇게 놔두다가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어이 김 원장. 자네 눈에도 내가 노인네로 보이나. 요즘 말이야. 어딜 가나 자네와 비슷한 눈빛··· 윽. 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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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배우진이 연기할 차례였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잠깐 자기 일을 멈추고 배우진을 주시했다.
[왜 부르셨어요? 버러지처럼 보실 때는 언제고.]배우진은 첫마디를 평범하게 툭 내놓았다.
‘호? 요놈 봐라. 지르지 않고 한 숨 내려놓는다 이거지.’
정일섭의 눈망울이 초롱해졌다.
배우진이 보통이 아님을 알아봤다.
‘보통 신인 배우들은 소리부터 지르지. 기에 눌리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랄까.
배우진도 다르지 않을 거라 예상했는데··· 이거 내가 틀렸구먼.’
[그래도 왔잖니. 왔으면 말을 고분고분하게 들어야지. 안 그러냐.] [회장님. 제가 왜 왔는지 아세요?] [내가 그것까지 알아야 하냐?] [··· 많이 늙으셨어요.]배우진이 대본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정일섭을 담담히 쳐다봤다.
‘대찬데.’
정일섭도 대본을 치우고 배우진의 시선을 맞받았다.
[머리가 하얗게 샜어요. 주름도 깊어지고 눈도 예전보다 많이 흐릿해지셨어요.]정일섭은 배우진의 연기에 오싹함을 느꼈다.
‘마지막 행을 위해서 첫 번째 행을 내려놓다니. 꽤 과감하군.
전체를 한 호흡으로 쓰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페이스로 나를 끌어들인다.’
[그래도 건강은 하세요.] [··· 진심이냐? 이상하게 너한테 만큼은 확인받고 싶어. 셋 중 제일 하찮은 놈한테 말이지.]!?
눈으로 대본을 함께 읽어 나가던 배우들의 머리에 ‘느낌표와 물음표’가 동시에 떴다.
대본에 없는 대사를 정일섭이 한 것이다.
애드립이었다.
촬영 중에는 종종 있는 일이지만,
리딩 중에는 거의 없는 경우였다.
‘자, 이제 어떻게 하나 보자.’
정일섭은 배우진이 자신의 애드립을 어떻게 받아칠지 기대했다.
[··· 그냥 생각하던 대로 생각하세요. 하찮은 벌레가 무슨 생각이 있겠어요.]배우진은 당황하지 않고 애드립으로 대화를 이었다.
정일섭이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와
우와
대단해.
배우진이 정일섭을 이겼다
사람들은 작은 탄식을 질렀다.
강정우는 가늘게 한숨을 쉬었다.
‘또 한 단계 뛰어넘다니. 도대체 배우진의 끝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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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가 마지막이라던데요.]‘최준’ 배우진의 집을 방문한 가사도우미 ‘제이’ 오설기가 당돌하게 말했다.
[그래서?]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예요. 내가 쫓겨나면 여기 청소랑 밥 할 사람이 없다는 얘기죠. 내기해도 좋아요.] [넌··· 뭐만 하면 내기냐. 지난번 이미 가불해 갔잖아.] [또, 가불 해주면 되죠.]하하
호호
‘제이’ 오설기의 통통 튀는 매력에 사람들이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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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너 따위한테 신경이나 쓴데?]둘째 형 ‘최승호’ 강정우가 대사를 날카롭게 내뱉었다.
[신경도 안 쓸 거면서 왜 왔어? 난 한 번도 널 찾아 간 적이 없어.]‘최준’ 배우진이 비아냥댄다.
[마지막 경고야. 그냥 내려 가.] [··· 참 이상하지 않아. 나도 내려가고 싶은데 자꾸 내려가라고 하면 이상하게 올라가고 싶어져. 형.] [누가 네 형이야. 넌 벌레만도 못한 쓰레기야.] [··· 이거 놔. 형 옷에 쓰레기 묻겠어.]배우진과 강정우의 불꽃 튀기는 연기에 리딩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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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짝
짝짝짝
“수고하셨습니다. 최고의 리딩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포스터 촬영장에서 뵙겠습니다. 오늘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백한준 감독의 인사로 리딩이 끝났다.
*
“어땠어? 잘했어?”
배우진이 회의실을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오해일과 정현아가 다가왔다.
“응. 이번 영화도 잘 될 것 같아. 느낌이 좋아.”
“아우, 땀 봐. 이제 스카프 풀자.”
정현아가 아까 매 준 배우진의 스카프를 풀었다.
“시원하다.”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어떤 여자가 내렸다.
엘리베이터 앞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홍해 갈라지듯 갈라지며 그녀에게 길을 내주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그녀는 정일섭에게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응. 채은이 왔어. 아빠는 잘 계시지?”
“네. 요즘 통 못 보셨다고 저녁 식사 한번 하자시던데요.”
“그래. 알았다. 넌 어째 볼 때마다 점점 예뻐 지냐? 꼬마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아가씨야. 하하.”
정일섭은 그녀를 친딸처럼 살갑게 대했다.
배우진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채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상 피할 수 없겠지!
전생 내 인생을 망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던 그녀.
마약 폭력 스캔들을 나에게 다 뒤집어 씌웠던 그녀.
막강한 파워로 배우들에게 군림하고,
노리개처럼 가지고 놀다 싫증 나면 버리고,
그 인생을 짓밟고···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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