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47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47화
공민주와 신정아가 샵에서 스킨케어를 받고 있었다.
오후에 ‘프린스 앤 플라워’ 포스터 촬영이 있기 때문이다.
“오빠. 배우진 매니저 전화번호 알아왔어?”
“알아왔지.”
“전화 걸어서 화보 촬영 장소 ‘JND 스튜디오’로 바뀌었다고 해.”
“또?”
“왜 하기 싫어?”
“아니. 내 말은 지난번에도 그랬다가···”
공민주가 매니저를 째려봤다.
“알았어. 할 게.”
매니저가 샵 밖으로 나갔다.
“언니. 우리 장난 좀 심한 거 아닌가?”
신정아의 얼굴에 초조한 기색이 있었다.
“뭐가?”
“촬영 장소 속인 거 알면 엄청 화 낼 텐데···”
“우리가 안 했다고 잡아떼면 되지. 그리고 넌 상황 파악이 그렇게 안 되니?”
“응?”
“우리 뒤에 채은이가 있어. 배우진 걔가 알아도 우리한테 뭐라고 못해.
채은이도 우리가 그렇게 해주길 바라고 있고.”
“저번 신인 모델처럼?”
“당연하지. 그런데 신정아 너, 요즘 슬슬 발 빼려고 한다.”
“내가? 아니야.”
“정신 똑바로 차려. 배우진 때문에 네 주연 자리 날아갔어
··· 아 씨, 머리 똑바로 말려.”
공민주는 헤어디자이너를 쏘아봤다.
***
배우진이 윈즈 하우스에서 머리를 하고 있었다.
‘최준’의 거친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바글바글 펌으로.
“기장을 부드럽게 말지 말고 거칠게 끊어줘. 뿌리에 볼륨감을 좀 넣어주고.”
정현아가 중간중간에 체크를 했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오해일의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여보세요. 배우진 매니저 오해일입니다.”
-안녕하세요. 조감독인데요. 오늘 포스터 촬영 장소가 바뀌어서 연락드렸습니다.
“네? 촬영 장소가 바뀌었다고요? 어디로요?”
-동작동 JND 스튜디오입니다. 시간은 그대로 구요.
“한 시까지 가려면 많이 빠듯하겠는데요 ··· 네. 알겠습니다.”
공민주의 매니저가 조감독을 사칭해 거짓말을 했다.
오해일이 깜빡 속았다.
“우진아! 우리 포스터 촬영지 바뀌었다는데.”
“뭐? 촬영지가. 어디로?”
정현아가 다급하게 물었다.
“동작동에 있는 JND 스튜디오.”
“야! 동작동이면 여기서 엄청 먼데. 머리 다하면 시간 모자라.
아니, 바뀐 걸 지금 알려주면 어떻게 해.”
정현아는 울상이 되었다.
“어, 큰일이네. 늦으면 안 되는데. 누나, 펌을 대충 끝내야 될 것 같아.”
오해일의 마음도 급해졌다.
하지만
“괜찮아. 걱정하지 마. 원래대로 펌 다하고, 블랙 앤 화이트 아트센터로 가.”
배우진이 느긋하게 몸을 파묻으며 눈을 감았다.
‘진채은 패밀리’들은 전생이든 현생이든 하는 짓이 똑같구나.
그때는 뭣도 모르고 당했었지.
지금은 아냐.
***
블랙 앤 화이트 아트센터는 포스터 촬영 준비로 분주했다.
배경과 컨셉에 맞춰 조명을 세팅하고,
사진작가와 백 감독이 카메라 각도를 의논했다.
촬영 시간이 되어가자 속속 연기자들이 도착했고,
배역에 맞는 코디를 시작했다.
‘최승호’ 강정우는 포마드로 머리를 깔끔하게 넘기고 차도남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정우 씨. 잠시만요. 지금 맨얼굴이 조금 밋밋해 보이거든요. 냉철한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게 얇은 프레임 안경테를 써보는 건 어떨까요?”
“네, 그렇게 할게요.”
안경을 쓴 강정우는 훨씬 더 차가운 ‘최승호’가 되었다.
분장팀과 강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태양그룹 최 회장’ 정일섭.
“선생님. 머리 잠깐 손질하겠습니다.”
“나는 그냥 봐도 늙었는데.”
“앞 뿌리 부분만 하얗게 강조하면 좀 더 고집 있어 보입니다.”
“그래? 너무 늙어 보이게는 하지 마.”
“네. 적당히 인물의 성격을 나타낼 정도로만 하겠습니다.”
12시 50분.
배우진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공민주는 속이 후련했다.
‘건방진 녀석. 혼 좀 나야지.’
공민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배우진이 허둥댈 걸 생각하니, 막힌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배우진이 인사하며 여유롭게 들어왔다.
“아이 씨X! 뭐야!”
공민주는 자신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사람들의 눈길이 일시에 공민주를 향했고, 그녀는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분장팀이 배우진에게 다가가서 요리조리 뜯어보았다.
“머리 어떻게 한 거예요? 반항적인 ‘최준’의 성격을 그대로 잘 반영했네요.”
“옷 스타일과 색깔이 잘 어울려. 이거 정현아 스타일리스트 솜씬가?”
“네, 이대로 좋습니다. 완벽합니다.”
배우진은 따로 손볼 필요가 없어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다음 것도 넘어가는가 보자.’
공민주가 배우진을 보며 부들부들 떨었다.
촬영이 시작되었다.
“자 먼저 가족사진부터 찍겠습니다.”
태양그룹 가족이 세트장 앞에 섰다.
값비싼 소품이 가득한 재벌가 거실.
대립과 반목이 넘쳐나는 가족이라, 전체적인 톤은 어두웠다.
거실 가운데 ‘최 회장’ 정일섭과 ‘홍 여사’ 나희진이 서고,
양옆으로 ‘최승재’ 유종훈과 ‘최승호’ 강정우가 섰다.
‘최준’ 배우진은 그들과 약간 떨어져 섰다.
“자, 모두 앞으로 봐주시고 서로 가까이 붙지 마세요. 겹쳐지지 않게.
배우진 씨만 왼쪽 프레임 밖을 쳐다보세요.”
사진작가의 요구에 배우들은 일사불란하게 포즈를 잡았다.
찰칵 찰칵
“잠깐만 그대로 계세요. 컬러 필터로 다시 한번 찍겠습니다.”
찰칵 찰칵
“스모그.”
연출 담당이 스모그를 옅게 뿌렸다.
찰칵 찰칵
“표정 조금만 더 어둡게 갑니다. 배우진 씨, 조금 웃어주세요.
그러니까···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감정을 들키고 싶지 않은 기분 정도?”
“그런 감정은 입술보다는 눈으로 표현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요.”
“그래요? 한번 부탁드릴게요.”
배우진은 눈으로 미묘한 감정을 잡았다.
“네. 네. 아주 좋아요. 섬세해. 좋아요.
이번엔 배우진 씨랑 강정우 씨랑 서로 노려보는 사진 찍겠습니다.”
배우진과 강정우가 포즈를 잡았다.
“불꽃 튀는데.”
“연기 열정들이 대단해.”
백 감독과 사진작가가 번갈아 한 마디씩 던졌다.
배우진과 강정우의 강렬한 투샷이 완성되었다.
“자 다음, 호텔 세트장으로 이동합니다.”
배우진과 오설기가 포즈를 잡았다.
“우진 씨는 침대에 누워있고.
설기 씨는 두 손을 허리에 짚고 심술 난 표정을 지어주세요.”
오설기가 눈썹을 위로 올리며 입술을 말아 넣었다.
뭐야? 설기에게 저렇게 귀여운 모습이 있었어?
“우진 씨. 눈 감아 주세요.”
“아, 네.”
찰칵 찰칵
“설기 씨. 볼에 바람을 넣어서 좀 더 앙증맞게.”
푸웁.
“반전 매력이 있네. 좋아요. 아주 좋습니다.”
“자 이제, 우진 씨가 설기 씨를 양손으로 안아 들고,
설기 씨는 우진 씨 가슴에 몸을 파묻습니다.
완전히. 그냥 가슴에 들어갈 정도로.”
“선배 나 무거울 텐데.”
“별로 안 무거울 것 같은데.”
우진이 설기를 번쩍 안아 들었다.
설기는 우진의 가슴 깊은 곳에 얼굴을 파묻었다.
찰칵 찰칵
“얼굴을 들고 서로 쳐다보세요.
··· 좋아요. 좋아. 좀 더 사랑스런 눈빛으로.”
우진과 설기는 오랫동안 눈을 마주쳤다.
설기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네. 수고했습니다. 잠깐 쉬고 마지막 단체 촬영과 개별 촬영하겠습니다.”
“정아야. 커피 한 잔만 타 올래?”
공민주가 결심이 선 듯, 비장하게 말했다.
“커피?”
“응. 믹스커피 진한 걸로.”
“알았어.”
신정아가 진하게 믹스커피를 탔다.
종이컵 하나에 커피 3봉을 때려 박았다.
“언니, 여기.”
“그래, 실수로 커피를 쏟았는데 지가 뭐라고 하겠어.”
공민주는 커피를 들고 배우진 등 뒤로 갔다.
살금살금
넘어지는 척하면서
배우진에게 커피를 쏟으려 했다.
“저기 우··· ”
하지만 그 순간,
배우진이 돌아보지도 않고, 뒷걸음치며 돌진해 왔다.
공민주는 피할 틈도 없이 배우진과 세게 부딪혔고,
“어맛!”
커피를 자기 옷에다 쏟아 버리고 말았다.
“앗! 죄송합니다. 제가 뒤에 있는 걸 못 봤습니다. 어떡합니까?”
배우진이 굉장히 미안해하며 공손하게 사과했다.
“아, 이거 협찬인데.”
공민주는 완전히 울상이 되었다.
‘공민주,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그건 전생에서도 써먹었던 수법이잖아.’
배우진이 티슈로 공민주의 옷을 닦아주었다.
말 위에 탄 배우진을 찍는 마지막 촬영만 남았다.
세트장으로 썬더가 들어왔다.
이힝. 이히힝.
“썬더, 괜찮아. 괜찮아··· 잘 지냈어? 반가워.”
배우진이 썬더를 쓰다듬으며 안심시켰다.
낯선 환경에 긴장했던 썬더가 배우진의 손길로 얌전해졌다.
“자, 조명, 카메라 세팅하고. 우진 씨는 말에 올라타 주세요.”
“네.”
배우진이 썬더 등에 올라탔다.
“진짜 짜증 나. 오늘 하나도 안 먹혔어. 협찬받은 내 옷만 망치고.”
세트장 뒤에서 공민주가 박재민에게 툴툴거렸다.
“걱정 마. 나한테 생각이 있어.”
“뭔데?”
“말에서 떨어지면 좀 아프겠지?”
“약간 아프겠지. 근데 어떻게?”
“저기.”
박재민이 탁자 위에 있는 확성기를 눈으로 가리켰다.
주로 야외에서 쓰는 성능 좋은 확성기였다.
“오, 말이 많이 놀라겠다. 호호.”
박재민과 공민주가 음흉한 시선을 주고받았다.
박재민이 슬슬 확성기 쪽으로 다가갔다.
‘눈총은 좀 받겠지만, 뭐 채은이가 있으니까.’
확성기를 잡고,
작동시켰다.
왜애애애앵~~~~
애애애애애앵~~~~~~
갑작스러운 소음에,
이히히히히잉
썬더가 놀라 몸을 세웠다.
앞발을 높이 들고 허공에 휘저으며.
“어어어어.”
배우진은 고삐를 단단히 움켜쥐고, 침착하게 균형을 잡았다.
“워워워.”
그리고 썬더를 진정시키고 몸을 바로 세웠다.
찰칵찰칵찰칵
‘이거 대박이다.’
그 짧은 순간을 사진작가는 놓치지 않았다.
“우와. 이 사진 예술입니다. 백 감독님 와서 보세요.”
사진작가가 백 감독을 불렀다.
백 감독이 달려가 사진을 확인했다.
“이야, 이거 나폴레옹이잖아.”
사람들이 모여들어 사진을 확인했다.
“우와, 멋지다. 정말 나폴레옹 초상화랑 똑같아.”
“일부러 찍으려고 해도 안 나오는 구도야.”
“말과 교감을 하니까 이런 작품이 나오는구나.”
‘이씨. 뭐야. 저 새끼가 진짜. 개XX. 두고 보자.’
박재민은 오히려 배우진을 도와준 꼴이 되었다.
***
진채은이 촬영장으로 가고 있었다.
‘신고식은 화끈하게 하고 있겠지.
내가 백마 탄 공주가 돼서 구해줄게.
조금만 기다려. 배우진.’
진채은은 자신만만하게 촬영장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촬영장의 분위기가 예상과 달랐다.
화기애애하게 잘 돌아가고 있었다.
‘뭐야? 분위기 왜 좋아?’
울상이 된 공민주와 주눅이 든 신민아 박재민이 구석에 쭈그리고 있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배우진 좀 이상해. 작전이 안 먹혀.”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진채은은 신고식이 제대로 안 먹혔다는 걸 눈치챘다.
‘작전대로 안 되면 어때? 그냥 가져버리면 되지.’
진채은이 배우진에게 당당하게 걸어갔다.
“저기 배우진 씨, 오늘 시간 좀 내요.
식사 대접할게요.
‘제작 총괄 책임자’인 내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영화에 관한 일이면 제 매니저와 먼저 약속하세요.
다른 일로 같이 밥 먹을 일은 없을 겁니다.”
배우진은 차가운 목소리로 거절했다.
뭐?!
진채은은 세상 처음으로 ‘퇴짜’라는 것을 맞았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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