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49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49화
‘제이’ 오설기는 현금 자동 인출기에 통장을 넣는다.
잔고 30 만원이 있다.
한숨을 쉬고, 30 만원을 다 인출한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는 돈을 가방 깊숙이 꽂아 넣는다.
‘제이’가 서둘러 은행을 나온다.
“컷”
백 감독이 컷을 외치며 오설기에게 다가갔다.
“연기 좋았어. 다음 장면은 ‘사채업자’가 은행 앞에서 돈을 뺏으려 하고, ‘제이’는 안 뺏기려고 하는 장면이야. 동작이 크게 들어갈 텐데, 준비는 됐지?”
“네.”
오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백 감독은 ‘사채업자’ 박재민을 돌아보며 장면 설명을 계속했다.
“재민 씨, ‘사채업자’가 ‘제이’에게 난폭하게 굴긴 하지만, 강한 물리적인 폭력은 없어요. 그런 느낌만 주세요.”
“네.”
“좋습니다. 그럼 다음 준비해 주시고,
레디~ 액션.”
은행 앞에서 ‘사채업자’ 박재민이 ‘제이’의 가방을 낚아챈다.
“아앗!”
‘사채업자’가 ‘제이’를 보며 씩 웃는다. 팔에는 현란한 문신이 있다.
“너 꼭꼭 숨어야겠다. 너무 잘 보인다.”
‘사채업자’가 가방을 열어 돈을 찾는다.
“야, 그거 돌려줘. 동생 치료비야.”
‘제이’가 ‘사채업자’에게 달려든다.
‘사채업자’ 박재민은 달려드는 ‘제이’ 오설기의 손목을 잡는다.
그런데 감독의 의도와는 달리,
박재민은 오설기의 손목을 있는 힘껏 짓누르며 비틀었다.
“아악!”
오설기가 큰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너무나 아팠기에 본능적이었다.
하지만 그 아픔은 오설기만 알 뿐.
다른 사람들은 몰랐다.
“컷!”
백 감독이 오설기에게 다가왔다.
“설기야. 음~ 다 괜찮은데, 거기서 비명소리가 너무 커. ‘제이’가 그렇게 아파하면 어두운 면이 강조되니까. 살짝 ‘악!’ 정도로만 하자. 무슨 말인지 알겠지? 짧게 악!”
오설기가 손목을 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손이 떨어져 나갈 듯 얼얼했다.
박재민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씩 웃었다.
“자, 다시 한번 갑니다.”
“씬 17 컷 3, 테이크 2”
조감독이 슬레이트를 카메라 앞에 가져갔다.
“액션.”
‘제이’가 은행을 나왔을 때 ‘사채업자’가 가방을 낚아챈다.
“아앗!”
‘제이’가 놀라 뒤를 돌아봤을 때. ‘사채업자’가 썩소를 날리며 가방을 뒤지고 있다.
“너 꼭꼭 숨어야겠다. 너무 잘 보인다.”
‘사채업자’는 가방을 열어 돈을 꺼낸다.
“돌려줘. 동생 치료비야.”
‘제이’가 ‘사채업자’에게 달려든다.
‘사채업자’ 박재민이 ‘제이’ 오설기의 손목을 꽉! 잡고 험악하게 인상을 쓴다.
‘아까보다 더 아파. 뼈가 으스러지겠어.’
오설기는 이를 악물고 참으며 연기를 계속했다.
“악! 이거 놔. 이거 놔라고.”
“컷! 좋았어. 리얼하네. 조금 쉬고 다음 장면 계속 찍겠습니다.”
백 감독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
나와 해일이가 설기가 쉬고 있는 곳으로 갔다.
설기 얼굴에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선배님.”
“힘들어 보인다. 자, 이거 마셔.”
나는 시원한 음료수를 설기에게 건넸다.
설기는 오른손을 뻗다, 팔을 바꿔 다시 왼손으로 받았다.
“고마워요.”
“연기 실력이 쑥 쑥 느네. 안 힘들어?”
내 질문에 설기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아니에요. 괜찮아요.”
미소를 지으며 음료수를 마셨다.
“우리 오늘 촬영 끝나고 조개 먹으러 갈 건데 너도 갈래?”
해일이가 설기에게 물었다.
“아, 맛있겠다. 너무 가고 싶어요··· 그런데 저 저녁에 스케줄 있어요.”
“영화 촬영은 아니잖아?”
“미스 그린 활동이 아직 다 끝난 게 아니거든요. ‘어느 날 바람’이 가요 베스트 7주 연속 1위 해서, 오늘까지 하면 ‘골든송’ 트로피 받아요. 피디님이 골든송 유력하다고, 완전체로 참석해 달래요.”
“우와, 미스 그린이 그렇게나 성공했구나. 그거 생방송이지?
우리도 보면서 응원할게. 우진아, 조개구이집에 티브이 있지?”
“있는 집으로 찾아가면 되지.”
나는 웃으며 말했다.
“어디 찾아간다고?”
현아 누나가 다가왔다.
“응, 오늘 저녁에 미스 그린 ‘골든송’ 받는대.”
해일이가 히죽히죽 웃었다.
“딴 사람이 보면 네가 미스 그린인 줄 알겠다.”
“하하하.”
“호호”
“설기는 영화 찍으랴, 음악 하랴 정말 바쁘겠다.”
현아 누나가 설기를 위로하려 손을 잡았다.
그런데
“아악!”
설기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우리 셋은 설기의 비명에 너무나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
“왜 그래?”
“어디 아파?”
“뭐야?”
현아 누나가 설기 손목의 멍을 발견했다.
가늘고 새하얀 손목에 빨갛게 멍이 잡혀있었다.
“아! 이게 뭐야?”
우리 셋이 동시에 물었다.
“어, 그게. 연기하다가···.”
설기는 눈을 아래로 했다.
해일이가 밴으로 달려가 구급상자를 들고 왔다.
“연기? 무슨 장면?”
내가 진지하게 물었다.
“아까 ‘사채업자’가 ‘제이’ 손목 낚아채는 장면 찍을 때,
박재민 씨가 제 손목을 세게 잡은 것 같아요.”
“아까 그 씬이 그렇게나 격렬한 장면이었어?”
현아 누나가 설기 손목에 연고를 발랐다.
“아닌데, 백 감독님이 그런 느낌만 주라고 하지 않았었나?”
해일이가 나를 돌아봤다.
나는 해일이만 따로 불러 이야기를 했다.
“해일아, 박재민 좀 위험한 것 같아. 리딩 때도 설기 어깨에 손 올리고, 포스터 촬영 때도 확성기로 썬더 놀라게 하고.”
“오디션 때 그렇게 난동을 부리더니, 인성이 X야.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어쩌지?”
“어쩌긴, 막아야지. 설기한테 이러는 거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쁘게 할지 몰라.
해일이 넌 이제부터 촬영장에서 박재민을 잘 관찰해.”
“응, 알았어.”
현아 누나가 꽃이 예쁘게 프린트된 스카프를 가져와,
설기의 멍든 손목에 하트 모양으로 묶어주었다.
“어머. 어쩜 너무 예뻐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감사합니다.”
설기가 웃었다.
***
영화 촬영은 계속되었다.
‘사채업자’ 박재민이 ‘제이’ 오설기를 추격했다.
‘제이’는 ‘사채업자’를 아슬아슬하게 잘 따돌렸지만,
사거리 모퉁이에서 덜미를 잡혔다.
“야, 이 X. 너 헉헉. 헉헉. 그렇게 헉헉”
‘사채업자’ 박재민은 숨이 턱턱 막혔다.
“도망치면 내가 못 잡을 줄 알았지. 너 복날에 개 맞듯이 맞을 줄 알아.”
사거리 주유소에서 고급 승용차가 기름을 넣고 있다.
운전석에 앉은 ‘준’이 ‘제이’와 ‘사채업자’를 보고 있다.
‘준’이 차에서 내린다.
“오늘 개가 낑낑 대듯이 한 번 맞아 봐.”
‘사채업자’가 손바닥으로 ‘제이’의 머리를 내리치려고 할 때,
‘사채업자’ 박재민의 팔목을 붙잡아 제지하는 ‘준’ 배우진의 강한 손.
‘아아아!!! 너무 아픈데. 이 새끼 연기는 안 하고 진짜 아프게 잡고 있네.’
순간, 박재민이 배우진을 째려봤다.
배우진은 더욱 강한 힘으로 박재민의 손목을 압박했다.
박재민의 몸이 땅으로 쓰러졌다.
“악! 아악!”
‘사채업자’가 고꾸라져서는 팔딱팔딱 뛰었다.
‘준’은 ‘사채업자’의 손을 놔준다.
그는 손목을 붙잡고 뒷걸음질 친다.
온몸이 벌벌 떨렸다.
“양아치면 양아치답게. 즐거운 곳에서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뒷골목 뒷골목뿐이리. 벌건 대낮에 이런 대로에서 이런 짓 하면 쓰나.
어이! 타.”
‘준’이 차 문을 열었다.
‘제이’는 잠시 망설이지만 ‘준’의 차에 올라탔다.
고급 승용차가 출발했다.
“고마워요. 그쪽이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우리 동생···”
끼익.
차는 모퉁이를 돌자마자 멈췄다.
“내려.”
“···”
“이 정도면 나도 할 만큼 했어. 그러니까 내려.”
‘제이’는 꾸물거리며 내린다.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준’의 자동차는 뒤도 안 돌아보고 쌩 나간다.
“컷! 아주 좋았어. 너무 좋았어.”
백 감독은 기분이 좋았다.
오늘 촬영이 모두 마음에 들었다.
“설기야, 오늘 고생 많았어. 가서 푹 쉬고 내일 봐.”
“감독님도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우진이 넌 어째 NG가 없냐. 덕분에 필름 아끼고 있다.”
“감독님이 잘 이끌어 주신 덕분입니다.”
“고생 많았고 내일 세트장에서 봐.”
“네. 감독님.”
“어이, 어이. 박재민 씨, 오늘 아픈 연기 정말 끝내줬어요.
누가 보면 진짠 줄 알겠더라고.”
“아, 예.”
박재민은 배우진에게 잡힌 손목을 그때까지도 꼭 쥐고 있었다.
아파서.
***
불판에 조개가 하나 둘 입을 벌렸다.
배우진, 오해일, 정현아는 익은 조개를 하나씩 들고 호호 불어가며 먹었다.
“박재민 촬영장에서 이상한 낌새는 없었어?”
“있었어.”
배우진과 정현아의 시선이 오해일에게 쏠렸다.
“손버릇이 나빠. 슬쩍슬쩍 아닌 척, 여자 스태프들 어깨에 손 올리고 엉덩이에도···
누가 정색이라도 하면 실수인 척 웃고. 여자들 박재민 피하더라.”
“그놈, 진짜 골고루 하는구나. 어떻게 그런 놈이 캐스팅됐지?”
“진채은 믿고 그러는 거지. 해일아, 내일 촬영부터 캠코더 챙기자. 메이킹 필름 찍는다고 들고 다니면서, 박재민 그러는 거 찍어.”
“알았어. 증거는 착실히 모아둬야겠지. 발뺌 못하게.
어, 어, 미스 그린이다.”
오해일이 티브이 쪽으로 몸을 돌려 앉았다.
*
“자 9월 넷째 주 정상을 노리는 두곡을 들어 봤습니다. 지난주까지 무려 7주 연속 정상에 올랐던 ‘어느 날 바람’ 그리고 무섭게 앞으로 치고 올라온 소울 투맨에 ‘이미 떠나 버린 사랑’.”
사회자는 소울 투맨에게 마이크를 갖다 댔다.
“아! 정말 초고속으로 올라왔어요.”
“네. 정말 어떨 결에 여기까지 올라왔어요.”
“1등을 받고 싶죠?”
“아··· 네. 열심히 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뭐··· 하하하.”
이번엔 반대편 사회자가 미스 그린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미스 그린은 어떻습니까?”
“당연히 ‘골든 송’ 받아야지. 골든 송 빨리 줘!”
다나가 화면 앞으로 튀어나오며 말했다.
어눌한 억양 덕분에 밉지 않았다.
사회자, 소울 투맨, 미스 그린 멤버 모두의 웃음이 터졌다.
“뭐···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감사하죠.”
오설기가 수줍은 듯 말했다.
“음, 그래도 주신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박은하가 활짝 웃으며 솔직한 속내를 비쳤다.
“자, 그러면 9월 넷째 주 가요 베스트 1위는···
올해 최초로 ‘어느 날 바람’이 골든송을 받을 수 있을지,
아니면 무서운 기세로 단번에 1위 후보에 오른 ‘이미 떠나 버린 사랑’이 1위를 할 것인지.
자, 화면을 통해서 확인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화면에 두 후보곡 영상이 나란히 나왔다.
점수판이 요란하게 움직이다, 최종 점수를 찍었다.
“먼저 소울 투맨의 점수는 천삼백팔십···칠.
자 그럼 미스 그린 ‘어느 날 바람은···”
“천삼백··· 구십 사! 네, 미스 그린의 ‘어느 날 바람’이 올해 최초 골든송을 차지했습니다!!!”
미스 그린 멤버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다나만 빼고.
그녀는 카메라 앞에 다가가서
“You got a new champion! You got a new champion! Miss Green!! Miss Green!! Miss Green!! Miss Green!!”
Miss Green!!
Miss Green!!
Miss Green!!
Miss Green!!
미스 그린을 외쳤다.
*
오해일이 다나의 선창에 맞춰,
열심히···
“미스 그린!! 미스 그린!! 미스 그린!!”
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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