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55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55화
배우진과 오해일이 카페에 앉아, 오랜만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배우진은 일 년 반을 넘긴 현생에 대해서 잠깐 생각하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수록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 놀라워.
좁은 우물에서 벗어나 넓은 바다로 헤엄쳐 가는 기분이 바로 이런 걸까.
전생에서는 내 편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모두가 내 편인 것 같아.’
“야! 우진아. 뭘 그렇게 열심히 생각해?”
“응. 사는 게 재밌어서. 진즉에 이렇게 살았어야 했는데···”
“뭔 할아버지 같은 소리야. 가끔 너 보면 인생 다 살아 본 사람 같아.”
“내가?”
“그래. 무슨 도 닦는 신선 같아. 지리산 같은 데서.”
오해일이 파르페에 붙어있는 우산을 뽑았다.
“진짜 사는 게 재밌어. 연기만 하더라도 아직 내가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야.
생각만 해도 짜릿해.
한 단계 한 단계 발전해갈 내 모습을 생각하면.”
“전부터 궁금했었는데, 넌 연기가 왜 그렇게 재밌어?”
오해일의 표정이 진지했다.
“글쎄··· 극한의 희열?
다른 사람이 되어서 그 사람의 감정을 치열하게 느끼다 보면.
여기 가슴하고 여기 뇌에서 주체할 수 없는 흥분이 밀려와.
평범한 일상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기분이지.”
전생에서 현생으로 넘어왔을 때 극한의 희열을 느꼈었다.
죽음의 공포에 맞닥뜨렸던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침대에서 깨어났다.
오해일은 눈을 멀뚱멀뚱 뜨고, 파르페를 푹푹 퍼먹었다.
“참, 우진아.”
해일이가 차분한 목소리로 배우진을 불렀다.
“응?”
“너,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라.”
[아, 네. 여러분 이제 본격적으로 매니저가 말을 꺼내고 있죠.이제 저희가 섭외한 요양원으로 봉사를 가자고 할 겁니다.
아, 제발 여기서 성공해야 할 텐데요.
배우진이 봉사 활동을 열심히 한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성공할 가능성은 높습니다.
어떻게 될지 한 번 지켜보시죠.]
의 도홍규가 몰래 숨어서,
모니터 속 배우진을 관찰하고 있었다.
“부탁, 뭔데?”
“내가 가끔 봉사 가는 요양원이 있는데, 오랫동안 못 가봤어.
이번에는 꼭 가봐야 할 것 같아서.
매니저 일 하루는 쉬어야 할 것 같다.”
[아! 매니저. 그렇게 얘길 하면 안 되죠. 같이 가자고 해야죠.같이 가서 도와 달라고 해야지. 지금 이게 무슨 말입니까?
이거 큰일 났습니다.
아~~~ 플랜 B를 가동해야 할까요?]
도홍규가 절규했다.
“너 봉사 다니는 요양원도 있었어?”
“응, 아주 가끔씩.”
“언제 가는데?”
“내일.”
“내일? 내일이면 나도 스케줄 없는 날이잖아.”
“그러니까 넌 집에서 좀 쉬고 있어. 난 요양원 봉사 좀 갔다 올게.”
[아, 지금, 매니저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같이 가자고 해야지. 같이. 그래야 가지.]
도홍규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가슴을 쳤다.
“우와. 이 의리 없는 자식. 자기 혼자만 좋은 일 하고.
내일 나도 갈 거니까 그렇게 알아.
몇 시에 가는데? 준비하고 있을 게.”
“너도 간다고?”
“당연하지.”
‘오예! 해냈다.’
오해일이 히든 카메라를 보고 윙크를 했다.
[와아~~ 만세!!! 배우진을 요양원으로 데려가는 데 성공했습니다. 기뻐하십시오. 국민 여러분!]도홍규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아이! 깜짝이야. 뭐지?”
Staff only라고 적힌 방에서 터져 나온 고함 소리에 배우진이 깜짝 놀랐다.
“괜찮아. 미친 사람일 거야.”
오해일이 배우진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렸다.
***
XX 요양원 앞.
치어리더들 가운데 서있는 도홍규.
큐 사인을 기다리고 있다.
큐.
“히든 카메라를 아껴주시는 시청자 여러분, 멀리 해외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히든 카메라의 도홍규입니다.
자, 오늘의 히든 카메라 주인공은 연기면 연기, 얼굴이면 얼굴, 미담이면 미담.
요즘 가장 뜨거운, 걸어 다니는 용광로 배우 배우진입니다.”
짝짝짝짝
와아아아
치어리더들이 금색 수술을 흔들며 열렬히 환호했다.
“최근 몇 달 동안 저희에게 전화, 엽서, 시청자 게시판, 심지어 지나가는 행인들까지,
엄청나게 많은 분들이 배우진을 속여 달라고 부탁해 왔습니다.
저희는 말이죠. 신인은 웬만하면 건들지 않는데. 참.
하지만 여러분들의 열화와 같은 성화에 보답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와와와와
짝짝짝짝
치어리더들이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이것 보십시오. 이렇게나 좋아합니다. 여러분~
자, 오늘 저희를 도와주실 세 분을 모시겠습니다.
나와 주십시오.”
도홍규는 오늘의 도우미 연기자를 불렀다.
할아버지 한 분과 할머니 두 분이 나왔다.
“할아버지는 배우진을 어떻게 속이실 겁니까?”
“복싱 스파링을 부탁할 겁니다.”
“그건 좀 쉽지 않나요?”
도홍규의 말에 할아버지는 복싱 실력을 즉석에서 선보였다.
번개 같은 주먹이 바람을 갈랐다.
도홍규의 눈알이 튀어나왔다.
“저는 지금도 프로 선수를 가르치는 현역 관장입니다.”
와와
짝짝
“네. 좋습니다. 아주 믿음직합니다.
두 번째 할머니는 배우진을 어떻게 속이실 겁니까?”
“나는 점을 봐줄 거야. 아주 황당하게.”
“큭큭. 생각만 해도 웃겨서 말이 안 나옵니다.
자, 그다음 할머니는요?”
“손자야 어디 갔다 왔냐?”
“네?”
“이렇게 배우진을 내 손자라고 우기면서 골려먹을 겁니다.”
“아하하. 좋습니다.”
도홍규는 오늘 방송이 너무 재밌을 것 같아, 벌써부터 배꼽을 잡았다.
그때. 피디의 사인이 있었다.
“자, 여러분. 지금 배우진 씨가 요양원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곧 도착할 예정이라고 하니, 저희는 바퀴벌레처럼 꽁꽁 숨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가 성공하길 바라며. 파이팅.”
“파이팅.”
치어리더와 도우미 연기자들이 한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다.
“보오람찬, 하루일을 끝마치고서~”
도홍규는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중계석으로 숨었다.
*
배우진과 오해일이 요양원에 들어왔다.
요양원 원장은 배우진에게 해야 할 일을 지정해주었다.
“2층 202호에 가면 할아버지 한 분이 계신데 운동하는 걸 너무 좋아하세요.
그런데 적당히 운동할 상대가 없어서, 항상 아쉬워하세요.
배우진 씨가 같이 운동을 좀 해 줬으면 좋겠어요.”
“네. 저도 운동 좋아합니다.
원 없이 할아버지 운동시켜 드릴 게요.”
“네. 그럼 부탁합니다.”
배우진은 2층으로 올라갔다.
[네. 지금 2층에는 세계 챔피언을 길러내신 장명구 관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지금도 웬만한 프로선수와 붙어도 밀리지 않는 실력인데요.
배우진에게 스파링을 도와 달라고 할 겁니다
··· 너무 세게 하지 말고 살살하세요. 초보 수준으로.
혹시 배우진 선수 다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왜 이렇게 웃음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우진이 202호 문을 열고 들어섰다.
할아버지 한분이 침대에 축 늘어져 누워 있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반갑습니다.”
배우진이 다가가 정중하게 인사했다.
“으잉. 자원봉사하는 사람인가?”
할아버지는 기운 없어 쓰러져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 할아버지 운동하고 싶으시다고 해서,
제가 같이 해드릴게요.”
“그래 줄 거야? 사람들이 나랑은 운동을 잘 안 하려고 그래.”
“제가 오늘은 파트너가 되어 드릴게요.”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어.”
끙
할아버지는 힘겹게 일어났다.
배우진이 얼른 달려가 부축했다.
할아버지는 배우진을 데리고 느릿느릿 강당으로 갔다.
“어, 저기 내 가방이 있네. 가방 좀 가져다주겠나?”
배우진은 사물함 위에 있는 가방을 할아버지에게 갖다 주었다.
[네. 지금 저 가방 안에는 권투장갑이랑 헤드셋, 마우스피스, 줄넘기가 들어 있죠.]할아버지가 주섬주섬 물건들을 꺼냈다.
‘뭐지? 이 위화감은?’
배우진의 눈이 커졌다.
“할아버지? 이거 할아버지 물건 맞아요?”
“응. 내 거야.”
할아버지가 줄넘기를 집어 들더니.
갑자기 돌변해서 초고속 줄넘기를 시전 했다.
구보 뛰기, 이중 뛰기, 삼중 뛰기, 엇걸었다 풀어 뛰기, 뒤로 뛰기.
배우진의 입이 떡 벌어졌다.
한 바탕 몸을 푼 할아버지는 다시 느릿느릿 배우진에게 다가가,
헤드기어와 마우스피스, 권투 장갑을 주었다.
“이걸 쓰라고요?”
“살살할 테니까 써.”
[사실, 제가 저 할아버지랑 먼저 붙어 봤습니다.십 초도 못 견뎠습니다.
옆구리 한 방 맞고 그대로 무릎을 꿇었죠.
과연 배우진이 일 분을 견딜 수 있을 것인가?]
도홍규는 모니터를 보며 큭큭 웃었다.
“자 날 따라 혀.
제일 중요한 게 스텝.
이렇게 뛰면 돼.
발끝은 대각선으로.
오른발은 뒤로 빼고.”
배우진은 어리둥절했지만, 일단 할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했다.
“자, 그런 상태에서 앞뒤로 왔다 갔다.”
“자 양발은 11자. 앞뒤로 뛰면서 잽, 잽, 잽.”
배우진이 복싱 동작을 정확하게 따라 했다.
“너, 복싱 배웠니?”
“아니요?”
“그런데 왜 이렇게 잘해?”
[오호. 관장님께서 칭찬을 하셨어요. 배우진이 잘한다고.]이제 스파링을 할 차례.
할아버지의 주먹이 불꽃처럼 터져 나왔다.
팡!
퍽!
퍽!
‘이건! 보통사람 움직임이 아니잖아.’
배우진은 순간 무척 당황했다.
할아버지의 주먹 하나가 두 개 세 개로 보였다.
배우진은 집중해서 이리저리 피했다.
스트레이트와 잽이 겁나게 들어왔다.
배우진이 양팔 가드로 막았다.
‘할아버지께서 보통 할아버지가 아니시네.
최선을 다해 상대해 드려야겠다.
그래야 기분이 좋아지시겠지.’
배우진은 할아버지가 시시하게 느끼시지 않게끔,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펑펑!
팍펑!
퍼벅팡팍!
퍼벅퍽퍽!
네 개의 주먹이 허공에서 불꽃을 튀기며 부딪쳤다.
배우진은 더욱 맹렬하게 덤볐다.
‘하아, 요놈 봐라. 이거 제법인데.
이러다 내가 밀리겠어. 지치지도 않냐!’
오히려 할아버지가 슬슬 당황하기 시작했다.
[와아, 여러분 보시고 계십니까?예상과 달리 배우진이 관장님을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만, 그만, 그만!”
할아버지는 숨이 차서 더 이상 복싱을 할 수 없었다.
양팔을 흔들었다. 온통 땀범벅이었다.
‘근래에 이렇게 짜릿한 스파링을 해 본 적이 있었던가!’
할아버지는 숨을 헐떡이면서도,
사실 온몸과 마음이 개운해졌다.
“너 이놈 제법이다. 너 나한테 권투 안 배울래?
내가 잘 가르쳐 줄 게.
아, 지금부터 배워도 챔피언 먹겠는데.”
할아버지는 방송을 망각하고,
자기 체육관 명함을 배우진에게 주었다.
‘장명구 복싱’이라고 적힌 명함을 배우진이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았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여기 안 계셔도 될 것 같은데요.
너무 정정하셔요.”
‘아이고, 내 정신 봐라. 이거 히든 카메라지!’
할아버지가 이마를 손바닥으로 탁 쳤다.
[철수, 철수, 철수하세요. 긴급 상황!]강당으로 직원 둘이 급하게 들어왔다.
“아니, 할아버지 여기 계셨어요?
저희가 얼마나 찾았는데요.
이제 약 드실 시간이에요.”
직원들은 할아버지를 들쳐 업고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