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56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56화
할아버지가 직원들에게 끌려가고,
금방 요양원 원장이 들어왔다.
“아, 배우진 씨 여기 계셨네요.
할아버지께서 얼굴이 아주 밝아지셨어요.
다 우진 씨 덕분입니다.”
“아··· 아닙니다. 저도 즐거웠어요.
이번엔 뭘 도와드릴까요?”
“아, 저기 3층에 308호실 할머니가 거동이 좀 불편하세요.
심부름 좀 해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괜찮으시겠어요?”
“네. 그런 일이라면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할머니. 지금 배우진 갑니다. 준비하세요.]모니터를 보고 있던 도홍규가 두 번째 연기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배우진이 308호 앞에 섰다.
똑똑똑
[배우진이 이제 들어갑니다. 과연 어떤 표정이 나올지?]배우진은 문을 열고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어, 뭐지. 여기 맞나?’
문 밖으로 나가 308호를 한 번 더 확인했다.
방안엔 붉은 글씨의 부적들이 곳곳에 붙어 있고,
불상과 이름 모를 석상들이 군데군데 놓여 있었다.
촛불과 생쌀이 올려진 상 앞에 할머니 한 분이 정좌해 있었다.
“끼라쎄까랑.”
할머니는 눈을 감은 채 이상한 주문을 외웠다.
배우진은 너무 놀라 어쩔 줄 몰랐다.
[큭큭큭큭. 네 시청자 여러분. 지금 우리 연기자 분이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있습니다.아무 뜻도 없고, 자기도 무슨 말인지 모릅니다. 큭큭.
과연 배우진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큭큭큭.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끼라쎄까랑.”
할머니가 다시 한번 매몰차게 주문을 외웠다.
“네?”
“끼리까리뽀리깡.”
할머니는 눈을 떴다.
“할머니. 죄송한데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배우진이 침착하게 말했다.
“깡상, 쎄끄리또랑!”
할머니는 더욱 격렬하게 주문을 외웠다.
‘마음이 많이 아프신 할머니구나.
할머니의 마음을 읽어 드려야지.’
배우진은 나름 상황 파악을 마쳤다.
“앉으라고요?”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배우진이 할머니 앞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할머니. 금방 무슨 말씀 하신 거예요?”
“깡상, 지구인들아 이 소리란다.
쎄끄리 또랑. 만나서 반갑구나.
오늘 너의 존재가 나를 만나서 새롭게 바뀔 것이다 이 말 이란다.”
“아, 그렇게 많은 뜻이 들어 있는 줄 몰랐네요.”
우진은 할머니 기분을 최대한 맞춰드리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앞에 했던 말씀이 외계어인가요?”
“외계어가 아니다.
라메카 성인의 말씀이란다. 깡상.”
“깡상.”
배우진이 따라 말했다.
[아, 네. 지금 배우진 씨 조금씩 동화되어 가고 있습니다.이제부터 점을 봐준다고 할 겁니다.
당연히 아주 당연히,
할머니는 저희가 섭외한 연기자이기 때문에,
점이나 관상 이런 거 전혀, 전혀 모릅니다.
아무 말 대잔치가 벌어질 텐데,
배우진이 어떻게 반응할지 한번 보겠습니다.]
“깡상. 또리까랑. 오늘 너의 운세를 봐주겠다.”
“네. 감사합니다.”
할머니가 배우진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저기 손을 보여 드릴까요?”
배우진이 손금이 보이도록 손을 내밀었다.
할머니를 돕고 싶었다.
“조 용 히, 조 용 히. 집중이 안 되잖아. 조용히.”
“네. 조 용 히.”
할머니가 잠시 눈을 감았다가,
갑자기 이상한 노래를 불렀다.
박수까지 쳐가며.
“꽁 또리 뽀리깡. 낑 똥 소르르르르 깡깡 또르르깡.”
할머니는 음을 넣어 기괴한 말들을 쏟아냈다.
[크크크크크. 정말 잘합니다. 우리 연기자 분.저분, 도대체 어디서 섭외해 온 거야?]
배우진은 웃음이 터졌지만,
입술을 꽉 깨물며 참았다.
“자 나왔다. 나의 존재야.
오늘 너는 복을 받았다.
음~ 너는 두 번 살겠구나.
한 번은 지랄 맞게 똥통을 헤매다가 다음엔 꽃길을 만나겠구나.
선물을 받았으면,
마찬가지로 선물을 나눠 줘라.
선물은 절대 아껴서는 안 되고,
넉넉하게 나눠 줘야 하느니라.
까랑까랑.
혼자 꿀꺽하면 탈이 나느니라.”
‘내가 회귀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인가!’
“깡상. 뽕 또로로로로로 꽁낑 깡시리리. 좋다 좋아.
인간아. 너는 양손에 여인을 움켜쥘 것이고 꽁 또로로롱.
섬나라의 쓰나미가 될 것이다.
좋다 좋아 인간들아.
한 눈 팔지 말고 계속 걷다 보면.
모든 산봉우리가 너의 발아래 서 있을 것이다.
낑 띠리리리롱.”
할머니는 흥에 취한 듯 온몸을 흔들기 시작하다,
그러다 문득 배우진을 쳐다봤다.
“어뜨냐. 라메카든히 성인의 예언이 마음에 쏙 드느냐?”
“네. 마음에 쏙 듭니다. 깡상.”
배우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 즐거우면 나의 몸을 빌리신 라메카 성인께서 춤 한 번 추자고 하는구나.”
“네. 좋죠.”
할머니는 일어나 배우진을 잡고 도리도리 댄스를 선보였다.
배우진도 할머니를 따라 열심히 춤을 췄다.
[네. 정말 난장판입니다. 이거 뭐. 수습이 안 되는군요. 크크크.자, 이제 마지막 코스로 가겠습니다.]
도홍규가 유쾌하게 웃었다.
[네. 이제 마지막 순서입니다.세 번째 연기자가 배우진을 보고 손주라며 막 반가워할 겁니다.
이분 연기가 정말 대단하거든요.
배우진이 어떻게 대처할지 한 번 보겠습니다.]
배우진이 308호 할머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1층으로 내려갔다.
즐거운 미소가 배우진의 입가에 새겨졌다.
막 1층 로비에 들어섰을 때,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가 커다란 보따리를 들고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배우진은 얼른 그쪽으로 뛰었다.
“할머니. 제가 들어 드릴게요.”
할머니는 고개를 들어 배우진을 쳐다봤다.
“아이고야··· 아이고. 우리 준규··· 우리 준규네.
아이고, 아이고 우리 손주 준규가 왔네.
준규가 왔어.”
“어··· 할머니.”
‘오늘 이상한 일이 왜 이렇게 많이 생기지?
근데 내가 준규가 아닌 걸 알면, 할머니가 많이 슬퍼하실 것 같다.’
배우진은 일단 할머니의 손주가 되어 드리기로 했다.
“아이고, 준규야. 할미 보러 온 겨.”
“··· 네. 할머니. 할머니 보러 왔어요.”
[아, 네. 지금 배우진이 할머니 손주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정말 흥미진진한데요.]
“왜, 이렇게 할미를 보러 안 왔냐?
할미가 을매나 기다렸는디.
우리 손주 준규를 얼마나 기다렸는디.”
할머니는 울먹였다.
“죄송해요, 할머니.
저도 많이 보고 싶었는데 멀어서 못 왔어요.”
“이제라도 왔으니 괜찮어.”
“할머니 몸은 괜찮으세요?
왜 이렇게 등이 굽으셨어요?
팔목은 왜 이리 얇아요?”
배우진은 할머니의 쭈글쭈글한 손을 양손으로 소중히 잡았다.
“늙으면 다 그렇지 뭐.
늙으면 몸도 애피고 눈도 안 뵈이고 이도 빠지고 그런 겨.
다 그런 겨.”
배우진의 손길과 눈길과 말이 너무나 따뜻했기에,
연기자 할머니는 진짜 손주라도 만난 듯 마음이 편안했다.
“할머니. 제가 업어드릴 게요.”
배우진이 등을 할머니께 갖다 댔다.
“안 그려도 괜찮은디.”
“아니에요. 옛날에 할머니가 많이 업어 줬으니까,
이제 제가 업어 드릴게요. 빨리 업히세요.”
배우진이 할머니가 업힐 수 있도록 낮게 앉아 팔을 벌렸다.
할머니가 배우진의 등에 업혔다.
배우진은 할머니를 업고 정원을 나가 천천히 걸었다.
[정원에 숨겨 놓은 카메라? 있어요? 마이크는? 할머니 끼고 있어요? 됐어, 됐어.]도홍규의 표정이 진지했다.
익살스럽게 웃고 떠들던 분위기가 차분해 졌다.
“할머니, 꽃이 예쁘게 폈어요. 한번 보세요.”
배우진이 할머니에게 예쁜 꽃을 보여주었다.
순간, 연기자 할머니는 미국에 있는 아들 생각에 눈물이 맺혔다.
“할머니. 저 어릴 때 어땠어요?”
“니 어릴 때···”
할머니는 자기 가족을 떠올렸다.
“할미한테 종이도 접어주고 할미 그림도 그려주고 그랬지.
애비한테 혼날 것 같으면, 나한테 쪼로록 달려와서는 할미 품에 안겼어.
애비는 할미한테 꼼짝도 못 했거든···
아유, 니 애기 냄새가 어찌나 좋던지.
하루 종일 맡아도 질리지가 않았어.
맞다.
서랍에 아기였을 때 입던 배냇저고리가 아직도 있제.”
연기자 할머니의 목이 잠겼다.
“할머니. 오래오래 사셔야 돼요.
식사 잘하시고요.”
“내가 오래 살아서 뭐 하려고.”
“그래야 제가 할머니 보러 오죠.
할머니 맛있는 거 많이 사드릴 거예요.”
할머니의 눈에 눈물이 주루룩 흘려 내렸다.
[········· 네. 아~ 이거 우리가 예상한 그림이 아닌데요.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도홍규의 목소리에서 텐션이 사라졌다.
자기 눈에 맺힌 눈물을 살짝 닦아 냈다.
[··· 참 훈훈하고 기분이 좋네요.따뜻하고 계속 보고 싶은 장면입니다.
아~ 이건 뭐 나가서 지금까지 ‘히든 카메라’였습니다 하기도 그렇고.
사실, 좀 뻘쭘합니다.
근데 이거 혹시 내 ‘히든 카메라’ 아니야.
제작진 말해봐.
내 히든 카메라야?]
도홍규가 주변에 숨겨진 카메라가 있는지 샅샅이 뒤졌다.
제작진들이 아니라고 손을 저었다.
[네, 어쨌든, 이제 제가 한 번 나가 보겠습니다.]도홍규는 꼬부랑 할아버지로 변장해 정원에 있는 배우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배우진은 할머니랑 대화하느라 도홍규를 전혀 보지 못했다.
“아유~ 젊은 양반. 힘이 그렇게 센데 나도 좀 업어 줘. 이잉 나도 업어 줘.”
도홍규가 과한 액션으로 어설픈 연기를 했다.
배우진이 뻥 쪘다.
그러다,
“아하하하.”
웃음을 크게 터뜨렸다.
도홍규를 알아본 것이다.
그 순간, 사방에서 카메라가 튀어나오며 환호성이 터졌다.
와와와와
아아아아
짝짝짝짝
“아이. 이게 뭐예요? 어쩐지 오늘 정말 이상하다 했어요.”
배우진이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아니. 그러면 할머니는···”
“네. 맞습니다. 우리가 섭외한 연기자입니다.”
“그럼 할아버지도··· ”
도홍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깡상 할머니도?”
도홍규가 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게 뭐야? 언제부터 속인 거지?”
“쉿쉿, 훅훅,”
“깡상. 끼리쌔까랑. 지구인들아. 나의 말을 들어라.”
권투 할아버지와 깡상 할머니가 나왔다.
“할아버지, 할머니··· 어쩐지 어쩐지,
할아버지 권투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
할머니 이상한 주문 막 외우고··· 아하하.”
배우진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때, 사람들 사이로 오해일이 웃으면서 걸어 나왔다.
“야이~ 너! 오해일!”
배우진이 오해일을 잡으러 뛰었다.
오해일은 열심히 도망갔다.
하하하
히히히
호호호
요양원 사람들과 방송국 사람들 모두 크게 웃었다.
***
팀이 모두 철수했다.
오늘 하루 요란했던 요양원이 다시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아이고, 배우진 씨. 오늘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좋은 작품 많이 하시고, 영화 나오면 꼭 보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요양원 원장이 배우진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저희는 고생한 게 없는데요? 안 그래, 오해일?”
“당연하지.
저희 봉사하러 온 거거든요.
지금부터 진짜 일 좀 할게요.
무슨 일부터 할까요?”
“네?”
둘은 손발을 맞춰 빨래를 걷고 정리했다.
이불을 탈탈 털고, 쓰레기통을 비웠다.
할아버지 할머니께 안마도 해드렸다.
그렇게 밤이 되었다.
“으아, 이제 다 끝났다.”
“아~ 정말 보람찬 하루였어.
집에 가면 바로 뻗을 것 같아.”
“나도. 오늘밤은 진짜 푹 자야지.
오늘 정말 재밌었다.”
배우진과 오해일이 기지개를 쭉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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