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58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58화
설기가 ‘프린스 앤 플라워’ ost 가이드 녹음테이프를 틀었다.
감미로운 선율이 흘러나왔다.
별빛이 쏟아지는 밤
그곳에 서있는 너와 나
너의 마음이 들리고
나의 마음이 들리고
우~ 우우~
그렇게 우린 들켜 버렸어.
사랑해 영원히 내 맘에 네가 웃고
사랑해 영원히 내 눈에 네가 반짝여
우리 아름답게 사랑하자
우리 영원히 사랑하자···
악보를 보며 박자를 맞추던 설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들을 때마다 멜로디가 너무 좋아요. 선배님은 어때요?”
“나도. 좋아. 너무 감미로 와.
어제 밤새 듣다 잠들었어.”
“어, 나돈데.”
설기와 나는 마주 보고 싱긋 웃었다.
설기가 기타 케이스를 열어 ‘오설기’ 이름이 새겨진 전용 기타를 꺼냈다.
띵띵
땅땅
둥둥
미세하게 벗어난 음을 잡아내고, 줄감개를 돌려 조율했다.
“아아. 음음.”
기타를 치며 목을 풀었다.
“별빛이 쏟아지는 밤. 그곳에 서있는 너와 나 ········· 우리 영원히 사랑하자···”
가볍게 노래를 불렀다.
과하지 않고 담백하게.
“와~”
나는 저절로 박수가 쳐졌다.
“이 노래 너 솔로곡으로 해도 되겠다.
지금이라도 감독님께 말씀드려 볼까?”
“아니에요. 선배님. 이 곡은 완전 듀엣곡이에요.
여기 이 파트는 은하수 즉 남자 파트,
여기 돛단배는 여자 파트.
물이 있어야 배가 움직이듯이,
남자가 받쳐줘야 여자가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어요.”
설기는 가사와 악보를 짚으면서 차근차근 설명했다.
“이 부분 한 번 불러 보세요.”
“음음. 알았어.”
나는 감정을 잡고 편안하게 노래를 불렀다.
설기가 기타 반주를 넣었다.
“별빛이 쏟아지는 밤~ 그곳에~.”
서있는 너와 나
“너의 마음이 들리고~ ”
나의 마음이 들리고
우~ 우우~
그렇게 우린 들켜 버렸어~
내 노래에 설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실렸다.
아름다운 하모니가 연습실 가득 퍼졌다.
“우와, 이거 너무 좋은데요.”
“이 정도면 잘한 건가?”
“수준급이죠.”
설기가 나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기본 발성과 호흡 연습 조금 할게요
··· 선배, 절 따라 해 보세요. 코로 최대한 숨을 마시고···”
설기가 두 팔을 벌려서 오랫동안 숨을 마셨다.
나는 설기를 따라 숨을 마셨다.
“이제 ‘아’ 소리를 내보세요.
산에 가서 야호 외칠 때 저 반대편 산까지 들릴 정도로.”
아~~~
나는 설기가 시키는 대로 쭉 소리를 내었다.
“이번에는 그 소리를 바로 앞에 있는 사람에게 전달하듯이 그라데이션으로.
아~~”
설기가 시범을 보였다.
따라 했다.
아~~~~ ~~~~~ ~~~~~
와~
짝짝짝
“선배 호흡 언제 끝나요? 진짜 대단해요.”
“이건 민상기 선생님의 가르침 덕분이야.
항상 폐를 키우라고 하셨거든.”
설기는 방긋 웃고는,
공명을 울리기, 고음, 저음 내기를 가르쳐 주었다.
나는 곧잘 따라 했다.
연기랑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선배 스펀지예요? 다 흡수하게.”
“칭찬, 고마워.”
기본 연습을 끝내고 우리는 다시 노래를 맞춰 불렀다.
“확실히 처음보다 훨씬 더 세련됐어요.”
“그런데 넌 어떻게 그렇게 고음이 올라가?
3옥타브까지는 편하게 올리는 것 같은데.”
“가수라면 이 정돈 다 해요.”
“진짜? 가수도 아무나 하는 건 아니구나.”
“전 선배 연기하는 게 더 놀랍던데요.
사람이 어떻게 한 순간에 그렇게 싹 달라질 수 있는지···”
“둘이 뭐해? 칭찬 배틀해?”
해일이가 연습실 문을 빼꼼 열고 얼굴을 내밀었다.
“벌써, 마칠 시간이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나는 손목시계를 한번 쳐다봤다.
10분이나 오바되었다.
“설기야, 오늘 고마웠어.
녹음실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너의 가르침 잊지 않고 열심히 연습할게.”
나는 벌떡 일어났다.
“선배, 점심시간인데 밥 안 먹고 가요?”
“어, 병문안 가야 돼서. 차 안에서 간단하게 먹으려고.”
“누구 병문안?”
“저번에 병원 촬영할 때 만났던 꼬만데, 이름이 강영웅이야.
애가 얼마나 씩씩한지.
병문안 가기로 약속했거든.”
“선배, 그럼 저도 같이 가요.”
설기가 일어서며 기타를 챙겼다.
“어? 그럴래? 같이 가면 좋지. 영웅이도 좋아할 거야.”
해일이 설기와 함께 병원으로 출발했다.
***
오늘 강영웅은 ‘골수조직검사’를 하는 날이었다.
아무리 씩씩한 영웅이라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쟁반의 주사기만 보더라도 머리가 하얗게 질리고,
송곳으로 등을 찌르는 듯 한 고통이 밀려왔다.
영웅이는 침대에 앉아 창밖을 봤다.
하얀 눈이 조금씩 흩날렸다.
‘영웅아, 우리 함께 달리자.’
배우진이 스케치북에 적어준 메시지를 보고 또 봤다.
용기를 내는데 도움이 되었다.
“우리 영웅이 조금만 참으면 되는 거 알지?
수술도 용감하게 견뎌냈는데. 검사도 금방 끝날 거야.”
“···”
엄마 말에도 영웅이는 대답이 없었다.
엄마는 영웅이 손을 꼭 잡았다.
똑똑똑
“영웅이 어머님, 수납계에서 와보시라는 데요.”
간호조무사가 말을 전했다.
“아, 네.”
영웅이 엄마 목소리에 힘이 빠졌다.
무슨 일로 보자는 건지 알기 때문이다.
***
우진, 해일, 설기가 얼마 전 촬영 왔었던 큰 병원 로비에 들어섰다.
환자와 의료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로비 옆 매점 들어가는 입구에 작은 무대 하나 있었다.
설기는 그 무대를 가만히 바라봤다.
“선배, 저기 저 공간 무대 맞죠?”
“응, 그런 것 같은데. 한 번씩 위문 공연하는 곳인가 보다.”
“저번에 촬영 왔을 때도 봤었거든요.
여기 환자분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공연하게?”
“네. 기타도 챙겨 왔는데 못할 것도 없죠.
저기 원무과나 그런데 가서 즉석 공연 가능한지 물어보고 올게요.”
커다란 기타를 맨 자그마한 설기가 망설임 없이 나아갔다.
“우진아, 내가 설기 따라가 볼게.
여기 있어. 금방 올게.”
“응, 알았어. 알아보고 와.”
“응, 설기야~.”
해일이 설기에게 달려가 기타를 들어주었다.
둘은 원장실이든 원무과든 허락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났다.
배우진은 로비에 잠시 혼자 남겨졌다.
얼굴이 많이 알려진 탓에 야구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때, 애타는 목소리가
병원비를 정산하는 수납계에서 들렸다.
“죄송합니다. 아이 아빠가 밤낮으로 일하고 있긴 한데.
요즘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월급이 자꾸 밀려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돈이 들어오는 데로 병원비부터 수납할게요.”
“영웅이 어머니, 저희도 이런 말씀드리기 정말 힘듭니다.
그런데 영웅이 병원비가 너무 많이 밀렸어요.
저번 수술비도 아직 미납이고, 들어가야 할 치료비와 검사비도 앞으로 많은데.
영웅이 사정 잘 알아서, 저희가 기금도 알아봐 드리고, 할인도 해드리고 했어요.”
“다 압니다. 병원에서 우리 영웅이 얼마나 잘 살펴주셨는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요.
그런데 정말 딱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영웅이 아빠 월급 들어오는 데로 바로 드릴게요.”
“··· 30% 정도는 일단 수납을 하셔야, 치료가 진행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배우진은 영웅이 엄마와 수납 직원과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배우진은 ATM기로 갔다.
인출할 수 있는 돈을 몽땅 인출해 봉투에 넣었다.
매점으로 가서 주스 한 상자를 샀다.
간단한 쪽지를 적고,
주스 상자 안 깊숙이 봉투를 넣었다.
“우진아.”
“선배.”
해일과 설기가 다가왔다.
“여기 있었네. 계속 찾았잖아.”
“어, 영웅이 주스 좋아할 것 같아서.
공연은 어떻게 됐어?”
“허락받았어요. 그 대신 지금 해야 해요. 점심시간에.
30분 정도 남았으니까, 5곡 정도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진아 나는 설기 무대 설치하는 거 도와줘야 할 것 같아.”
“그래. 나는 올라가서 영웅이 데리고 내려올게.
‘미스 그린’ 오설기의 라이브 무대를 놓치게 할 순 없지.”
“그래. 그럼 우리 먼저 간다.”
“응.”
배우진은 해일과 설기를 보내고 영웅이를 만나러 아동 병실로 올라갔다.
영웅이 병실 문을 두드렸다.
똑똑
“누구지? 의사 선생님 오시려면 한참 남았는데?”
영웅이가 궁금해서 머리를 내밀었다.
“들어오세요.”
드르륵
들어오는 사람을 보자마자
영웅이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벌떡 일어나 만세를 불렀다.
“만세. 우진이 형.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었어요.”
“영웅이 그동안 씩씩하게 잘 지냈어?”
“네, 밥도 잘 먹고, 주사도 잘 맞고 잘 지냈어요.”
“오, 그럼 아저씨가 선물 줘야겠네. 자 이거 받아.”
배우진이 운동화를 내밀었다.
영웅이는 상자를 열어 운동화를 끄집어냈다.
“우와~ 운동화다. 이제 달릴 수 있겠다. 만세!”
“그래, 건강해져서 아저씨랑 달리는 거야. 약속.”
“약속!”
배우진은 영웅이와 손가락을 걸고 굳게 약속했다.
“영웅아 지금 1층에 설기 누나 와있는데, 노래할 거래.
오설기 알지? 미스 그린.
그 누나 정말 노래 잘하거든.
형이랑 보러 갈까?”
“에!!!”
그때, 영웅이 엄마가 들어왔다.
“아니, 배우진 씨? 정말 오셨네요.
영웅이가 많이 기다렸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빨갛게 퉁퉁 부은 눈으로,
영웅이 엄마는 웃고 있었다.
“그럼요. 저도 영웅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요.
참, 어머니. 이거.”
배우진이 주스 상자를 영웅이 엄마에게 줬다.
“뭘 이런 걸 다. 고맙습니다. 잘 마실게요.”
영웅이 엄마가 주스 상자를 받았다.
“지금 영웅이 데리고 1층 로비에 좀 다녀올게요.
공연이 있다고 해서요.”
“아, 오늘 그런 행사가 있었나요?
아이고, 우리 영웅이는 너무 좋겠네.
우진이 형도 보고, 공연도 보고.”
“응, 엄마 너무 좋아. 형이랑 갔다 올게.”
배우진은 영웅이를 휠체어에 태워 나갔다.
영웅이 엄마는 배우진과 영웅이가 안 보일 때까지,
입가에 미소를 짓고 손을 흔들었다.
두 사람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엄마의 표정이 급 어두워졌다.
아이고~~ 휴~~~
땅이 꺼져라 한숨을 길게 한번 쉬었다.
영웅이 엄마는 갈증을 느꼈다.
배우진이 준 주스를 마시려 상자를 열었다.
‘이게 뭐지?’
상자 속에 흰 봉투가 들어있었다.
영웅이 엄마가 봉투를 들어 안을 확인했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돈이 들어있었다.
‘아니, 이건.’
봉투를 확인했다.
앞에 메모가 있었다.
*
영웅이 어머니,
이 돈 영웅이 병원비로 써주세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고,
그 인연으로 인해 발생된 일입니다.
부디 부담 갖지 마시고,
영웅이 건강만 생각하세요.
*
영웅이 엄마가 돈 봉투를 꼭 쥐었다.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
배우진은 영웅이와 함께 1층 로비로 내려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멀리서 설기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시작했나 보다. 빨리 가자.”
작은 무대를 빙 둘러싸고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우진아 왔어?”
해일이가 다가왔다.
“네가 그렇게 씩씩하다고 소문난 영웅이구나. 반갑다.”
“안녕하세요.”
비 내리는 날 밤하늘을 봐요
별을 볼 수 있을까
당신을 볼 수 있을까
별을 볼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보고 싶어요
난 그저 사랑에 빠진 어린아이일 뿐이잖아요.
어느 날 바람이 불어와
내 가슴을 두드리네요
이게 마지막 선물이란 걸 알아요
바보같이 나만 설레었네요.”
어쿠스틱 버전의 ‘어느 날 바람’이 설기의 목소리로 은은히 퍼졌다.
사람들이 손뼉을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다들 얼굴에 행복이 가득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