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59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59화
새벽 5시 30분.
저절로 눈이 떠졌다.
회귀하고 한 번도 거른 적 없는 건강한 습관.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공원으로 뛰러 갈 준비를 했다.
새벽 운동을 할 시간이었다.
처음엔 공원에서 조깅을 했었고,
그다음엔 요가를 배웠고,
또 그다음엔 액션 스쿨에서 검술과 맨몸 액션을 배웠었다.
‘프린스 앤 플라워’ 영화 시작하면서는,
다시 공원 조깅으로 돌아왔다.
촬영 스케줄이 우선이라 그게 더 편했다.
이제 촬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새로운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체력도 단련하면서, 연기에 도움이 될 만한 운동이 뭐가 있을까?’
모자를 눌러쓰고 나가려는 내 눈에 뭔가 훅 들어왔다.
나는 책상 위에 있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어? 맞다. 이 명함. 히든 카메라 때 권투 할아버지가 주신 명함.’
비록 사람을 속이는 방송에서 만난 인연이었지만,
권투 할아버지가 명함을 나에게 줄 때, 그 마음은 진심이었다.
‘복싱도 괜찮을 것 같은데.’
나는 명함을 다시 책상 위에 올려 두고 방을 나갔다.
평소와는 달리 거실에 불이 환희 켜져 있었다.
부엌에 엄마가 있었다.
“엄마, 오늘 일찍 일어났네.”
“응, 아들 일어났어?
아빠가 목욕탕 가고 싶다고 해서.
엄마도 겸사겸사 일어났어.
우유라도 한잔 줄까?”
“아니에요. 뛸 때 배 아파.
근데, 아빠 회사는? 휴가야?”
“회사··· 아빠 회사 그만두셨어.”
엄마는 잠시 멈칫했다.
?!
묻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무슨 말로 시작해야 할지 몰라 나는 그냥 가만히 서있었다.
그때, 아빠가 욕실에서 목욕 용품을 챙겨 나왔다.
“어, 우진이 일어났냐?”
“네, 근데 ··· 아빠 회사 그만두셨어요?”
“헛헛. 그렇게 됐다. 그 얘긴 나중에 하자.
아빠 목욕탕 갔다 와서.
몸이 찌뿌둥해. 갔다 오면 시원하겠지.”
아빠의 목소리는 밝았지만,
내 마음은 조금 착잡했다.
‘오랫동안 근무하셨던 곳이고 자부심을 가지셨던 곳인데···’
“여보, 그럼 나 다녀올게.
빨리 뜨거운 물에 푹 담그고 싶어.”
“네, 다녀오세요.
당신 좋아하는 황태 해장국 끓여놓을게.”
“고마워. 당신밖에 없어.
우진이 너도 새벽 운동 갔다 와.
갔다 와서 같이 아침밥 먹자.”
아빠가 현관으로 나가 신발을 신었다.
나는 왠지 아빠를 혼자 보낼 수 없었다.
“아빠, 잠깐만.”
“왜?”
“나도 같이 가.
나도 몸이 너무 뻐근해.
아빠랑 따뜻한 물에 몸 좀 풀래.”
“··· 그래? 좋다.
오랜만에 아들이랑 목욕탕 한번 가자.”
나는 아빠를 따라나섰다.
엄마가 대문까지 배웅을 나왔다.
“두 부자가 얼마 만에 가는 목욕탕이야?
우진이 초등학교 때 가고 처음 같은데.
서로 등도 밀어주고, 밀린 얘기도 좀 하고.
그러고 와요.”
“다녀올게.”
“엄마 갔다 올게. 나도 황태 해장국 좋아해.”
“응, 아들. 안 모자라게 끓여 놓을게. 어서 다녀와.”
엄마에게 손을 흔들고 아빠를 따라나섰다.
***
동네에서 역사가 깊은 개구리 탕으로 아빠의 발걸음이 향했다.
어릴 때는 개구리 탕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목욕탕인 줄 알았지만,
지금 보면 그냥 작은 동네 목욕탕이었다.
“어른 둘이요.”
“어쩐 일이세요.
오늘은 아드님하고 같이 오셨네.
아들 너무 잘 생겼다.”
“잘 생겼죠. 하하”
“네, 아빠 닮아서 잘 생겼네요.”
아빠가 기분 좋게 목욕탕 비를 내고,
우리는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동네 할아버지 한분이 평상에 앉아 계셨다.
할아버지가 나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제 아들입니다.”
아빠는 할아버지의 관심이 싫지 않은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했다.
“잘 생겼다. 영화배우 해도 되겠다.”
“네, 안 그래도 배우하고 있습니다. 하하.”
“엉? 그래? 어쩐지 어딘가 낯이 익다 했네.
몸도 좋고 건실하다.”
배우라는 말에 할아버지는 벌떡 일어나,
나를 위아래로 한참을 훑으며 감상하셨다.
···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아빠 저 먼저 탕에 들어가요.
할아버지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나는 홀랑 벗은 몸이 부끄러워
얼른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탕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목욕탕 안에는 아직 사람이 없었다.
나는 바가지로 뜨거운 물을 퍼서 몸에 끼얹었다.
비누로 몸을 씻어 내고, 탕 속으로 들어갔다.
“앗, 뜨거.”
피부가 벗겨질 정도로 물이 뜨거웠다.
‘어른이라면 이 정도 온도는 견뎌야 되는 거겠지.’
온몸이 뻘게지도록 인내심을 발휘했다.
정신이 몽롱해질 때쯤,
아빠가 와서 탕에 발을 살짝 담갔다.
“앗 뜨거.”
아빠는 바로 탕 밖으로 피하며,
“우진아. 너 괜찮냐?”
내 안부를 물었다.
“아니, 아, 뜨거.”
나는 아빠를 따라 탕 밖으로 튀어 나갔다.
아빠는 파란색 밸브를 돌려 찬물을 틀었다.
그리고 휘휘 저었다.
곧 탕의 온도가 적당해졌다.
아빠와 나는 다시 탕 속으로 들어갔다.
딱 좋은 온도에 온몸이 노곤노곤 해졌다.
“아이고 어깨야.”
아빠가 어깨를 손으로 꾹꾹 눌렀다.
“제가 안마해 드릴게요.”
“그래 우리 아들 손아귀 힘 좀 보자.”
나는 아빠 뒤로 가서 어깨를 주물러 드렸다.
손가락에 힘을 팍팍 주어 뭉친 근육을 풀었다.
“아, 아. 시원하다. 우리 아들 손아귀 힘이 장난이 아니구나.”
“근데, 아빠. ··· 회사 정년까지 다니실 거라고 하셨잖아요.
··· 그런데 왜 갑자기 그만두셨어요?”
어려운 질문에,
아빠는 잠시 천장을 올려다보며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요즘 경기 안 좋은 건 너도 알고 있지?”
“네. 여기저기 힘들다는 말은 많이 들었어요.”
“우리 회사도 겨우 견뎌 왔었는데,
요즘 부쩍 힘이 많이 부쳤던 것 같아.
구조조정이 불가피했어.
부장급 중에 한 명이 나가야 했는데,
아빠가 자진 사퇴한 거야.
만약 자진 퇴사하는 사람이 없으면, 박 부장이 나가야 했거든.”
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아빠의 말을 경청했다.
“박 부장 사람이 진솔하고 착하고. 참 좋아.
그런데 박 부장 사정이 좀 안 좋거든.
80넘은 노모도 모시고 있고,
애가 셋인데 막내가 겨우 5학년이야.
아내도 몸이 약한가 봐.
그 집은 박 부장 회사 나가면 정말 끝인 거지.”
아빠가 손바닥에 물을 퍼서 얼굴을 뽀드득 씻었다.
“근데 나는 모시는 부모도 없고, 자식도 너 하나고, 엄마도 건강하고.
모아둔 노후 자금도 조금 있고···
엄마랑 몇 날 며칠 상의해서 내린 결론이야.
그나마 사정이 나은 내가 퇴사를 하자.”
“아, 아빠.”
아빠가 너무나 존경스러웠다.
“그래도 아빠도 그 회사 좋아하셨잖아요···
정년까지 다니실 거라고···.”
“인생이 뜻대로 다 되는 건 아니잖아.
살다 보면 경로 수정을 해야 할 때도 있는 거야.
아빠는 절대 후회 없어.
그리고 이번 기회에 내 사업 한번 해 볼 거다.”
“사업요?”
“응, 더 나이 들기 전에 내 사업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어.
자연스럽게 온 기회야.
한번 해 보고 싶어. 자신도 있고.
오늘부터 적극적으로 알아볼 거야.
아빠 도와준다는 사람도 많아.
그러니 너는 아무 걱정 말아라.”
용기 있는 아빠의 모습에 내 마음이 든든했다.
“네, 아빠. 저도 응원할게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몸을 불린 후,
우리는 이태리 타월 하나씩을 들고 때를 밀었다.
국수 같은 때가 술술 잘도 밀렸다.
“아빠 등 밀어드릴게요.”
“어릴 때는 아빠가 너 때 다 밀어줬었는데,
이젠 네가 커서 내 등을 다 밀어주는구나.”
아빠는 기분 좋게 등을 댔다.
나는 뜨거운 물을 아빠 등에 한 바가지 붓고,
열심히 때를 밀었다.
“아이고, 우진아, 좀 아프다. 살살해줄래?”
“앗, 죄송.”
의욕이 너무 앞서 아빠 등껍질을 다 벗길 뻔했다.
기분 좋게 목욕을 끝내고 아빠와 나는 락커로 나왔다.
카운터 옆에 음료수 냉장고가 있었다.
“아빠, 바나나 우유 드실래요?”
“좋지.”
나는 냉장고에서 바나나 우유 2개를 꺼냈다.
우리는 평상에 앉아 바나나 우유에 빨대를 꽂고 쪽쪽 빨았다.
“아빠, 바나나 우유는 왜 이렇게 맛있지?”
“뭐, 그야 바나나가 들었으니까.”
깨끗한 몸과 마음이 되어,
아빠와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슬슬 배가 고팠다.
***
집 현관문을 열었을 때, 구수한 황태 해장국 냄새가 진동을 했다.
허기가 미친 듯이 밀려들었다.
“엄마, 다녀왔어요. 배가 너무 고파요.”
“어서 와. 아들. 안 그래도 준비 다 됐어. 앉아.
당신은 좋았겠다. 아들이랑 새벽부터 목욕탕도 갔다 오고.”
“그럼 좋았지.”
“우진아 아빠 등 밀어드렸어?”
“당연하죠.”
“말도 마. 등껍질 다 벗겨지는 줄 알았네.”
엄마가 호호호 웃었다.
우리 가족은 아침밥이 차려진 식탁에 둘러앉았다.
시원한 황태 해장국, 오징어 젓갈, 조미김이 올려져 있었다.
“잘 먹겠습니다.”
나는 허둥지둥 밥을 먹었다.
맛을 느낄 새도 없이 밥이 꿀떡꿀떡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배가 조금 채워진 후,
나는 요 며칠 생각한 것을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응?”
“엄마 나 어릴 때부터 어디 기부하는 곳 있지?”
“있지. 엄마 처녀 적부터
아픈 아이들 돕는 ‘무지개 재단’에 조금씩 기부하고 있어.
··· 꾸준히 하고 있긴 하지만 액수는 얼마 안 돼.
삼만 원 정도? 그런데 그건 왜?”
“얼마 전에 강영웅이라는 내 꼬마 팬 병문안 갔었거든요.
거기 아동 병실에 아픈 애들이 많더라고.
다들 힘들어 보였어.”
“에고, 말도 마라. 애가 아프면, 아픈 애도 힘들지만 그 부모는 더 힘들어.
돈이라도 넉넉하면 다행이지만, 그것도 아니라면···.”
“난 그동안 살면서 그런 건 생각도 못했어,
영웅이를 만나기 전까진.”
엄마와 아빠가 수저질을 멈추고 나를 바라봤다.
“그래서 지금부터 발생하는 내 수입의 일정액을 기부하려고요.
사실 내가 좋아서 하는 연기 일 하면서,
과분할 정도의 돈을 벌잖아요.
그 돈 다 내 거는 아닌 것 같아.”
“우진이 네 말을 알겠다.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고 싶다는 거지?”
엄마가 물었다.
“네, 내 기분 따라 돕고 싶을 땐 돕고,
아닐 땐 안 돕고 그러고 싶지 않아요.
수입의 10% 정도는 내 돈 아니다 생각하고 몽땅 기부하고 싶어요.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힘이 될 수만 있다면.
엄마가 지금 기부하고 있는 ‘무지개 재단’도 상관없고,
또 다른 곳도 상관없어요.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힘든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기특하구나!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내 아들이지만 정말 자랑스럽다.”
아빠가 말했다.
“근데, 사실 제가 너무 바쁘잖아요.
그래서 엄마가 그 일을 좀 맡아주세요.
기부금이 자동으로 들어가는 통장을 하나 만들 테니까,
엄마가 관리하면서 필요한 곳에 기부해주세요.”
“내가?”
나의 제안에 엄마가 깜짝 놀랐다.
“당신 젊었을 때 복지 센터에서 일해본 적 있잖아.
잘할 수 있을 거야.
아들 부탁인데 들어줘.”
아빠는 찬성이었다.
“네, 엄마 부탁드려요.”
엄마는 잠시 생각한 후,
비장한 각오로 말했다.
“알았어. 아들. 엄마가 한번 해볼게.
아들이 이렇게 훌륭한데 엄마도 힘을 보태야지.”
“고마워요, 엄마.”
────────────────────────────────────
────────────────────────────────────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60화 (무료 마지막)
의 제작보고회가 있었다.
사회는 개그맨 손영림이 맡았다.
안정적인 진행과 간간이 끼워 넣는 유머로 인기 있는 사회자였다.
[프린스 앤 플라워의 주역 분들을 모시겠습니다.정일섭 님. 나희진 님, 배우진 님, 오설기 님, 강정우 님 그리고 백한준 감독님을 모시겠습니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출연자들이 순서대로 무대에 올랐다.
찰칵
찰칵
찰칵
사진 플래시가 번쩍번쩍 터졌다.
와우
오오
배우진이 등장하자 기자들이 자기도 모르게 감탄을 했다.
소매가 풍성하고 가슴이 깊이 파인 흰색 블라우스를 멋들어지게 소화하고 있었다.
클래식하면서 섹시했다.
찰칵
찰칵
[네, 하하하. 제가 제작 보고회 정말 많이 해왔는데요.기자 분들이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것은 처음 봤습니다.
··· 자, 한 사람씩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홍 여사’ 역을 맡은 나희진입니다. 반가워요.”
“안녕하십니까. 오늘 많이들 오셨네요. ‘최 회장’ 역을 맡은 정일섭입니다.”
“안녕하세요. ‘최준’ 배우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준의 연인 ‘제이’ 역을 맡은 오설기입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준의 둘째 형 ‘최승호’ 역을 맡은 강정우입니다.”
[네. 감독님?]“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프린스 앤 플라워’의 감독 백한준입니다.
이번 영화에서 훌륭하고 패기 넘치는 배우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더 없는 영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린스 앤 플라워. 제작되기 전에도 그렇고 된 후에도 그렇고,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영화인데요···
감독님. 간략히 어떤 영화입니까?]
“음··· 한 남자가···”
백 감독이 배우진을 한 번 쓱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사람들과 교감이 단절되어 차가웠던 한 남자가,
한 여인을 통해서 온기를 찾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프린스는 누구고 플라워는 또 누굽니까?]“‘준’이 프린스고 ‘제이’가 플라워겠죠. 하하하.”
[아하. 그렇겠네요. 제가 너무 당연한 질문을 드렸네요.프린스 배우진 씨?
이 전 작품도 그렇고 이번 작품도 그렇고,
둘 다 반항적인 이미지예요.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음··· 전작 에서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라면,
이번 작품에서는 길들여진 야생마?
··· 그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설기 씨? 날뛰는 말을 길들였나요?]“··· 알아서 길들여지던데요.”
설기가 수줍지만 똑똑하게 말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
.
.
[정일섭 선생님. 영화 처음 들어갈 때 걱정이 많으셨다면서요?어떤 걱정이었나요?]
“처음에 걱정이 많았죠. 이번 영화에 특히 신인들이 많았으니까.
촬영 현장이 계획을 다 하고 있어도, 시시각각 변하는 생물이거든요,
이 새파란 신인들을 데리고 어떻게 끌고 가야 하나···
그런 걱정들이 있었죠.”
“음, 허허 ··· 사실, 걱정이 더 됐죠.
특히 우리 우진이랑 연기할 때 걱정이 많았지.”
[아니 왜요? 우려가 현실이 되던가요?]“그 정반대.
처음에는 우리 프린스 걱정이 앞섰었는데,
나중에는 내 걱정이 되더라고. 하하.
‘이야, 이러다 신인한테 밀리면 이 나이에 부끄러워서 어떡하지?
은퇴를 멋지게 해야 하는데 까딱하다가는 등 떠밀려서 강퇴당하겠다.‘
그래서 나중에는 죽기 살기로 연기했습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우리 정일섭 선생님 연기 내공이 얼만데요.]“아니야. 지금 보는 거 하곤 완전 달라요. 소름 돋아.”
[어? 그래요? 그럼 지금 한번 볼 수 있을까요?이게 또 제작 보고회의 맛 아니겠습니까?
아까 예고편 보니까 정일섭 선생님이랑 배우진 씨 말다툼하는 장면 나오던데,
짧게 잠깐만 보여주시겠어요?]
짝짝
와와
출연진들과 기자 몇몇이 박수를 쳤다.
“아니 새삼스럽게 뭘 또 시키고 그래?”
그렇게 말하면서 정일섭이 무대 앞으로 나갔다.
배우진도 함께 나갔다.
연기가 시작되었다.
작은 긴장감이 맴돌았다.
“어딜 가는 거냐? 내일부터 당장 내 자리에 앉아.”
“아니요. 그 자린 제 자리가 아닙니다.”
“멍청한 놈! 사람은 다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이 있는 거야!”
“그래요··· 아버지 덕분에··· 제 자리가 어디인지 확실히 알겠어요. 역시, 현명하시네요.”
[여기까지··· 와우. 정말 대단합니다. 박수 한번 주세요.]짝짝짝
짝짝짝
.
.
.
[강정우 씨는 이번 영화에서 배우진 씨와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셨잖아요.이 처음이고 가 두 번째고,
두 분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세요?]
“정확히는 세 번째입니다.
젊은 연기 축제 때, 제가 우진이한테 완전히 깨진 적이 있죠.”
[그래요? 아, 그건 몰랐습니다.어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가 좋나요?]
“저희는 사이가 안 좋아야,
좋은 연기가 나오는 사이입니다.”
[맞습니까? 배우진 씨?]“서로 말이 별로 없긴 한데, 그 가운데 끈끈한 신뢰감이 있어요.
내가 이 정도까지 몰아붙여도 정우라면 받쳐 주겠지.
그런 편안함이 있습니다.”
[맞습니까? 강정우 씨?]“네. 우진이랑 연기할 때는 그런 게 있습니다.
오늘은 끝장을 봐도 되겠다.
연기의 심해까지 내려가 보자.
우진이라면 받쳐 올려 줄 거다.”
강정우는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이미 연기로 할 말을 다 했기에···
사석에서는 특별히 할 얘기가 없는 것뿐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다음에 같은 예능 프로그램 한번 출연하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호호.]손영림의 지나가는 말을 정일섭이 바로 받았다.
“다음에 할 거 뭐 있어. 지금 해요.
현장에서 보면 둘이 맨날 싸운 것 같아.
‘컷’ 해도 안 웃어. 둘이 살벌해
··· 아유 이 나이에 맨날 눈치 본 다니까.
그러니까 둘이 지금 좀 어떻게 해 봐.”
[그럼 그럴까요?]와아아아아
오오오오오
짝짝짝
출연자들이 격하게 반응했다.
[아니 도대체 현장에서 어땠으면 다들 이렇게 환호를 하십니까?자. 배우진 씨 강정우 씨 앞으로 나와 보세요.]
배우진과 강정우가 쭈뼛쭈뼛 앞으로 나왔다.
[두 분 마주 보세요.]우진과 정우가 마주 봤다.
어색함이 공포처럼 몰려왔다.
[자, 좀 더 가까이 붙으시고. 서로의 손을 잡으세요.]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플래시가 불꽃같이 터졌다.
[이제부터 진심을 담은 칭찬 세 번씩을 주고받습니다.]먼저, 배우진이 용기를 냈다.
“··· 강정우 넌, 연기에 진심이 있어 좋아.”
“우진이 넌, 끝장나게 잘 생겼어.”
강정우가 눈을 살짝 피하며 말했다.
“강정우 넌, 성실해서 좋아.”
“배우진 넌, 착해서 좋아.”
“강정우 넌, 내 친구라서 좋아.”
“배우진 넌··· 같은 나이지만···
정말 순간, 순간 존경스럽다.
내 친구여서 고마워.”
둘은 마주 보며 활짝 웃었다.
[오우, 정말 잘 어울립니다. 영화 대박 나겠어요.자, 아직 안 끝났죠.
마무리는 해야 줘.
음악 주세요.
마주 보고 댄스 댄스.]
신나는 음악이 나왔다.
배우진은 나수연이 전수해 준 ‘조금만 흔들어도 세련된 느낌’의 춤을 선보였다.
[와, 배우진 씨, 너무너무 잘 추는데요.언제 그렇게 또 춤을 배웠습니까.
자, 이번엔 정우 씨도.]
강정우도 자기를 놓았다.
고개를 숙이고 ‘에라 모르겠다’ 팔다리를 마구 휘둘렀다.
[네. 음악 꺼 주시고요. 결국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이 되었습니다.정우 씨, 강낭콩 춤인가요?
하하하. 농담입니다.
너무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두 분께 박수 주시죠.]
짝짝
하하
와와
호호
히히
.
.
.
[백 감독님. 이 영화 성공할 것 같습니까?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선 비주얼이죠. 영화는 영상 예술인데 이미 출연자들 생김이 예술 아닙니까?
솔직한 말로 처음엔 배우 비주얼에 좀 묻어가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아, 그런데 막상 촬영 들어가니까 우리 젊은 배우들···
배우진, 강정우, 오설기의 연기에 빈틈이 없었습니다.
극장에서 보시면 아실 겁니다.”
[네. 이번 영화는 꼭 극장 가서 보도록 하겠습니다.이제, 여기 계신 기자님들께 마이크를 넘기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연예 총평에 XX기자입니다. 배우진 씨에게 질문을 드릴게요.
JC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영화인데, 주연을 처음 제안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처음에 프린스라는 제목에 약간의 거부감과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너무 외모 중심으로 흐르지 않을까 해서.
그러던 중, 시나리오를 보게 됐는데,
주인공 준의 마음이 굉장히 와닿았습니다.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다가 제이를 통해서 치유되는 그 과정이,
저에게 확신을 주었습니다.”
“저는 스포츠 매일의 XX 기자인데요, 파도를 보고 우진 씨 팬이 됐습니다.
이번 영화로도 많은 팬들을 끌어 모을 것 같습니까?”
‘전생에 형편없는 시나리오로도 대박을 낸 영화다.
이번엔 좋은 시나리오와 내 연기 실력까지 향상되었다.
당연히 대박을 치겠지.’
“최선을 다했으니까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조심스럽게, 팬들도 한 세네 배 정도 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하.”
배우진이 멋쩍게 웃었다.
.
.
.
“네. 주간 고려에 XX 기자입니다.”
‘저 기자는 기억이 난다. JC의 최대 라이벌 대명그룹이 뒤를 적극 봐주는 기자.
아마 꼬투리를 물겠지.’
“오설기 씨는 걸그룹 ‘미스 그린’의 멤버이고,
연기 경험이 하나도 없는데,
배우진 씨 덕에 주연 자리를 꿰찬 게 아닙니까?
자신의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까?”
XX기자는 갈색 썬그라스를 끼고,
다리를 꼬고 앉아,
걸걸한 목소리로 질문을 뱉었다.
오설기는 순간 당황하여 말문이 막혀 버렸다.
배우진이 바로 나섰다.
“기자님이 끼고 계신 색안경을 벗으시면,
오설기 씨의 진짜 모습을 보실 수 있으실 텐데,
안타깝네요.”
다른 기자들이 살포시 웃었다.
XX기자는 헛기침만 해댔다.
.
.
.
“스틸컷을 보면 배우진 씨가 말 타는 씬이 있던데, 직접 타신 겁니까?
“네. 직접 탔습니다. 말이 너무 훌륭해서 힘들지 않았습니다.”
배우진이 대답을 마치고, 백 감독이 말을 받았다.
“제가 그 부분에 있어서, 기자님들께 한 말씀드리자면···”
아마, 우리나라 역대 최고의 승마 씬이 나오지 않을까 감히 자신합니다.
백 퍼센트 CG 없이, 배우진이 직접 연기했습니다.”
[오호. 극장 화면으로 확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자, 이제 포토타임을 갖겠습니다.]
배우들이 모두 무대를 내려가고,
호명되는 순서대로 다시 한 사람씩 올랐다.
[배우진 씨.]배우진이 무대에 올라왔다.
팡
펑
찰칵
팡팡
찰칵
찰칵
수백 개의 플래시가 동시에 터졌다.
와아! 이건 조각입니다!
왼쪽으로 한 번 봐주시고,
네, 정면으로도 한 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른쪽으로 봐주세요.
제가 사심 한 번 넣겠습니다.
우진아. 너 예술이다.
다음에 꼭 또 보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