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60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61화
나는 팔 굽혀 펴기를 하며 무하마드 알리의 경기를 감상하고 있었다.
알리의 핵주먹이 상대 선수의 얼굴에 정통으로 꽂히자,
상대 선수가 흐물거리며 다운되었다.
맥없이.
‘권투. 엄청나다.’
나는 벌떡 일어나 책상 위에 놓인 의 명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제부터 새벽 운동은 권투다.’
깜깜한 새벽, 나는 명함에 적힌 복싱장으로 부지런히 달렸다.
뛰어서 한 시간 내에 위치하고 있었다.
조깅도 하고 권투도 배우고 딱 마음에 들었다.
다행히 어렵지 않게 의 간판을 찾았다.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체육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친 땀 냄새와 뜨거운 열기가 코끝을 훅 파고들었다.
팡!팡 팡! 팡팡팡! 팡!
쉭! 쉭! 훅 훅! 쉭!쉭!
타닥타닥타닥! 타다닥! 타다닥!
서너 명의 사람들이 구슬땀을 뚝뚝 흘리며 운동을 하고 있었다.
다들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링으로 갔다.
장명구 관장님이 한 선수를 지도하고 계셨다.
“눈을 떠! 거리를 재라고.”
링 위에선 짐승의 포효가 터졌다.
도끼 같은 주먹이 번쩍였다.
훈련은 매우 격렬했다.
‘와우.’
나는 의자에 앉아 훈련을 지켜보며,
스파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땡~
종소리와 함께 스파링이 끝났다
헉헉
관장님과 선수가 헤드기어를 벗으며 숨을 골랐다.
‘음, 뭐지? 여잔가? 아니면 앳된 남자 중학생?’
헤드기어를 벗은 선수는 놀랍게도 여자인 것 같았다.
관장님이 링에서 내려왔다.
나는 다가가서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관장님. 배우진입니다.
저번에 주신 명함 보고 찾아왔습니다.”
“어어?? 배우진? 히든 카메라?
··· 난 도홍규가 시키는 대로만 했어.”
관장님은 당황해하시며 손사래를 쳤다.
“따지러 온 거 아닙니다.
권투 배우러 왔습니다.”
“그래?”
관장님이 웃으며 내 손을 꽉 잡았다.
악력이 굉장했다.
“잘 생각했어. 내가 챔피언 만들어 줄 게.”
“아, 직업은 배우고··· 그냥 취미로.”
“아아, 그래. 원체 재능 있어서 그냥 한번 권해 봤어.”
“네.”
선수가 링을 나와 샌드백 쪽으로 걸어갔다.
다부진 몸에 근육이 팽팽했다.
살아있는 이리와도 같은 눈빛이 섬찟했다.
“우리 도장 유망주야.
WBA 플라이급 한국 랭킹 1위.”
“근데 혹시 여자예요?”
“보면 모르나? 예쁘잖아. 우리 도장 얼짱이라고.
아니 우리나라 복싱계의 요정이지.”
“아, 예.”
“이제 20살인데,
금방 세계 복싱계를 뒤흔들어 놓을 거야.
스타가 될 거라고.
잘 봐 둬.”
관장님은 선수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팡!
퍽퍽!
팡!
퍽퍽퍽!
샌드백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운동은 언제부터 할 건가?”
“오늘부터 하겠습니다.”
“화끈해서 좋군.
그럼 일반부는 저녁 여덟 시니까, 그때 보자고.”
“어··· 저는 새벽에 밖에 시간이 안 되는데···.”
“새벽에는 선수만 있는데···”
“어떻게 안 될까요?”
“선수부는 일반부랑 훈련 강도나 양이 차원이 달라.
일반부는 선수부 훈련하는 거 딱 하루만 하면 다 도망가.”
“훈련은 따라갈 수 있습니다. 운동은 많이 했거든요.
체력 단련도 꾸준히 하고 있고요.”
“음··· 뭐, 훈련을 따라 올 수만 있다면 새벽반도 안 될 건 없지.
그런데 진짜 경고하는데 이거 만만찮아.
생각만 갖고 달려들었다가 하루도 못 견디고 나가떨어질 거야.”
“한번 해보겠습니다.”
관장님은 찬찬히 내 눈을 보았다.
내 의지를 관찰하려는 듯했다.
잠시 생각한 후,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럼 가입서 하나 써.”
“네.”
“서 코치. 여기 가입서 한 장 갖다 줘.”
“네 관장님.”
서 코치가 가입서를 얼른 들고 왔다.
“여기, 여기 빈칸을 채워주면 돼.”
이름, 주소, 전화번호 칸이 비어 있었다.
나는 칸을 채워나갔다.
물끄러미 보던 관장님이 대뜸 말했다.
“어허. 집 위치가 조금 애매하네.
매일 차 타고 오기 번잡하지 않겠어?”
“준비 운동 겸 뛰어 올 겁니다.
오늘도 뛰어왔는데 한 시간 안 걸렸어요.”
“그래? 그럼 로드웍은 안 해도 되겠다. 그건 빼줄게.”
나는 가입서를 다 작성하고 의 정식 관원이 되었다.
“자, 이쪽으로 와 봐.”
관장님과 나는 전면 거울 앞에 섰다.
“항상 시작 전과 후는 스트레칭이야.
모든 운동은 스트레칭부터.
자, 따라 해 봐.”
관장님은 머리부터 목, 어깨, 팔, 손목을 풀었다.
나는 똑같이 따라 했다.
“잘하네. 그럼 이것도 따라 해 봐.”
관장님이 몸을 앞으로 굽히며 허리를 접었다.
“최대한 내릴 수 있을 만큼만 내려.
무리는 하지 말고.”
“이렇게요.”
나는 허리를 아예 반으로 접어,
얼굴을 발목에 딱 갖다 댔다.
요가의 힘이었다.
“음,”
관장님은 내심 놀라신 것 같았지만,
티는 내지 않으셨다.
“자, 이제 줄넘기 한번 해 보자.”
관장님이 줄넘기를 잡았다.
“줄넘기는 발끝 힘을 기르는데 최고야.
발끝 힘이 강하면 무게 중심을 쉽게 이동시킬 수 있거든.
공격할 때는 강력한 무게가 실린 펀치를 날릴 수 있고,
방어 때는 상대방 펀치의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어.
스테미너와 민첩성에도 좋으니까 하루에 삼십 분 이상은 꼭 해야 해.
잠깐 보자. 아이고, 내가 시간이 없네.
저기, 아름아.”
관장님이 샌드백을 두드리고 있는 아까 그 여자 선수를 불렀다.
“네!”
아름이가 재빨리 달려왔다.
“여기 신입한데 줄넘기 동작 좀 보여줘.”
“네.”
관장님이 줄넘기를 아름이에게 넘기고 다른 곳으로 갔다.
아름이는 내게 시범을 보였다.
“자, 이게 기본 줄넘기야.
보는 것과 같이 한쪽 발로 두 번, 다른 발로 두 번,
내딛는 발은 힘을 주고 든 발은 부드럽게.
체중은 내딛는 발로 자연스럽게 이동을 시키는 거야.
이렇게 이렇게. 너무 빠르게 하지 말고 천천히 해.”
아름이는 천천히 하라고 말했지만,
정작 자기가 돌리고 있는 줄넘기의 줄은 너무 빨라 보이지 않았다.
“자, 해 봐.”
나는 그대로 따라 했다.
처음엔 천천히 그다음엔 속도를 올려서.
“잘하네.
이번엔 발을 앞으로 내밀고. 그렇지.”
줄넘기를 넘을수록 자세가 안정됐다.
“이제 대시야. ··· 무릎을 가슴까지··· 차서 올려.”
더 빨리. 더 빨리. 더 빨리. 더 빨리.
“그만, 그만, 그만.”
아름이가 소리쳤다.
나는 멈췄다.
“너, 권투 처음 맞아?”
“헉헉, 응, 처음이야.”
“나 이런 말 함부로 안 하는데,
너 대단하다.”
“헉, 우리 인사나 할까? 헉, 헉
난 배우진. 나도 20살이야. 곧 21살.”
“난 은아름. 동갑이구나.
근데 너 어디서 본 듯하다.”
“어쩌면 티브이 같은 데서 봤을지도···.”
“그렇구나. 내가 그런 쪽이랑은 좀 멀어서.
난 세계 챔피언이 될 거야.”
“멋지네.”
나의 새벽 운동은 이제 복싱이 되었다.
***
오랜만에 회사 사무실에 갔다.
장성태 대표님과 이것저것 상의할 일이 많았다.
“대표님.”
“어, 우진이 왔어? 앉아라. 녹차 한잔 마시자. 건조해서 목이 칼칼해.”
“네, 대표실에서 마시는 녹차가 젤 맛있어요.”
장 대표가 직접 녹차 잎을 우려 녹차를 내왔다.
한 모금 마시니 몸이 사르르 녹았다.
“역시, 좋네요.”
“저번 ‘프린스 앤 플라워’ 제작보고회 말이야.
그게 빵 터졌어.
너랑 강정우 에 출연해 달라는 요청이 쏟아져.
넌 연기를 그렇게 잘하면서, 어떻게 예능도 그렇게 잘하냐?
하여튼 신기해.”
“연기든 예능이든 사람들이 보고 즐거워하면 전 다 좋아요.”
“실제로 제작팀에서도 섭외 연락이 왔었는데,
일단 거절했다.
그래도 배운데, 예능 너무 많이 나가는 거 좋지 않아.”
“네.”
“예능은 A급만 골라서 한 번씩 나가자.”
“네, 그런 부분은 대표님이 알아서 잘 잡아주세요.”
“그래, 그래.”
장 대표가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
“아침에 A급 예능 섭외 들어왔어.
그거 예능으로 포장해 놓은 거지, 사실 토크쇼잖아.
나는 괜찮은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네, 저도 그 프로 좋아해요.”
“너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폭발적이야.
그런 예능 토크쇼에서 한 번쯤 풀어주는 것도 괜찮아.
이럼 는 출연하는 걸로 해둘게.”
“네, 알겠습니다.”
띠띠띠
그때, 내선 전화가 울렸다.
장 대표가 전화를 받았다.
“응?”
-소울 엔터 고 대표님 전화 오셨는데요.
“소울에서? 연결해봐.”
-네.
“여보세요.”
-아이고 장 대표님. 저 소울 고 대표입니다.
“네, 어쩐 일이신지?”
3대 기획사 ‘소울 엔터’ 고 대표가 신생 ‘폴 엔터’ 장 대표에게 무슨 일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팀에서 연락 왔었죠?
“네, 왔었죠. 저희는 거절을 했습니다만,”
-아, 그것 때문에 전화드렸습니다.
그게 저희 강정우에게는 너무 좋은 기회거든요.
배우진이 함께 나가야 우리 강정우도 나갈 수 있는데,
그쪽에서 거절을 하셔서 강정우 섭외까지 취소가 됐어요.
“그게 저희 배우진에겐 이미지 소모가 클 것 같아 거절했습니다.
출연할 다른 예능도 있고요.”
-이해합니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보면···
배우진 예능 하나 할 때마다 대중 친밀도가 급상승하고 있어요.
예능을 보통 잘해야 말이지.
출연도 배우진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절 믿어보세요.
기획사 대표 짬밥 십 년 차입니다.
“아, 지금 당장은 뭐라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
-저희는 강정우 꼭 출연시키고 싶습니다.
“음, 조금 더 생각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장성태가 전화를 끊었다.
“무슨 일인가요?”
“소울 엔터에서 강정우 꼭 출연시키고 싶다고, 부탁하네.
참, 그거, 곤란하다.”
강정우는 이제 막 얼굴을 알린 신인.
회사 입장에서, 스타 배우진과 함께 예능 출연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대중들도 바라고 있으니까.
“저는 출연하는 거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강정우랑 친해질 계기도 될 것 같고요.
정우랑 사이가 그렇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일이나 도한이처럼 스스럼없지도 않거든요.
이번 기회에 친해지면 좋잖아요.
연기에 대한 열정 하나는 정말 찐인 친구예요.”
“그래, 일단 한번 생각해보자.”
“네.”
“참, 더 중요한 일이 있는데···.”
장 대표가 책상 서랍에서 멋진 은박 봉투 하나를 꺼냈다.
“한번 열어봐.”
장 대표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뭔가요?”
“직접 열어 봐.”
봉투를 열어 속에 들어있는 카드를 꺼냈다.
“어? 이건.”
“그래. 에 정식으로 초대받았다.
‘파도’로 신인상에 노미네이트 됐어.
분위기로는 거의 확실해.
경쟁자가 있다면 ‘남극의 밤’ 조한울 정도인데···”
장 대표님의 목소리가 들떴다.
“내가 볼 땐 당연히 네 거야. 하하.”
“오, 욕심나는데요.”
신인상은 신인 때만 받을 수 있는 유니크함이 있으니까,
받고 싶었다.
전생에서도 받은 적 없었다.
“관계자들 말도 그렇고 돌아가는 분위기도 그렇고 거의 99프로다.”
“네.”
대표님처럼 내 목소리도 들떴다.
“시상식에 그 누구보다 네가 젤 돋보일 거야.
넌 그날 주인공이 된다.”
“엄청 설레는 데요.”
“설레도 돼. 얼마든지.
이제 날개를 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