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61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62화
배우진의 스타일리스트 정현아에게 오늘은 엄청 중요한 날이다.
대한민국 별들의 잔치 에 배우진이 출연하기 때문이다.
정현아는 자기의 모든 솜씨를 다 쏟아 부어 그를 빛내고 있었다.
블랙 체크 슬림핏 투 버튼 싱글 재킷.
블랙 체크 슬림핏 슬랙스.
여러 날 고심해 골라둔 의상이었다.
“우진아, 팔을 자연스럽게 내려 봐. 힘주지 말고.”
배우진은 현아가 시키는 대로 팔에 힘을 뺐다.
현아는 매의 눈으로 배우진의 재킷핏을 스캔했다.
“어깨가 살짝 패이네.”
배우진의 어깨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요즘 복싱을 하더니 근육량이 달라졌어.
전에는 딱 맞았는데 어깨라인이 조금 무너졌다. 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과하지 않게 패드를 조금 넣어 보도록 하자.
이번에는 팔 한번 들어 볼래. 어깨 정도 높이로.”
배우진은 현아가 시키는 대로 했다.
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합격인가?’
배우진은 조마조마했다.
“뒤 돌아볼까?”
현아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핏이 있는지 꼼꼼하게 살폈다.
“아우, 이 허벅지 봐.”
배우진의 허벅지를 만지며 슬랙스를 당겼다.
손가락을 넣어 허리핏도 확인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긴장되지?’
배우진은 침만 꼴깍꼴깍 삼켰다.
“기장 살피고 어깨 패드만 손보면 되겠다. 다 됐다.
··· 삼십 분 정도 걸릴 거야.”
“저한테 주시면 됩니다.”
남성복 직원이 옷을 건네받으려 다가왔다.
“아니요. 오늘은 절대 실수가 있으면 안 되니까, 같이 가죠.”
현아가 옷을 들고 앞장섰다.
두 사람이 같이 나갔다.
“후~.”
오해일이 한숨을 쉬었다.
“난 숨도 못 쉬겠던데, 넌 어떻게 버텼냐?”
“나도 긴장돼 죽는 줄 알았어.
그래도 누나가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협조해야지.”
“아고, 숨 좀 쉬자.”
“나도.”
배우진과 오해일이 소파에 몸을 던지고 눈을 감았다.
“얘들아, 일어나.”
잠깐 눈을 감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현아가 앞에 서있었다.
수선된 옷을 가지고.
“어, 누나. 벌써 갔다 왔어?”
“벌써는. 삼십 분이 넘었는데.
자, 한 번 입어 봐.”
“응, 알았어.”
배우진은 피팅룸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누나, 지난번 제작 보고회 때 보다 훨씬 더 신경 쓰는 것 같다.”
오해일이 현아의 눈치를 살피며 한 마디 했다.
“오늘은 배우의 날이기도 하지만,
우리 스타일리스트들 자존심 대결 날이기도 하거든.
배우들이 모두 똑같은 정장을 입은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
조금만 실수해도 스타일리스트 평판이 나락으로 떨어져.
작은 오차도 용납할 수 없지.”
“아, 그렇구나.”
오해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배우니까 그래도 이 정도지,
여배우 스타일리스트들은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진다고.”
“헐, 머리카락이??”
그때 배우진이 피팅룸에서 나왔다.
“이야, 죽인다!”
“완벽해.”
오해일과 현아가 나란히 서서 물개 박수를 쳤다.
“나는 축복받은 스타일리스트야. 고마워, 우진아.”
배우진은 거울을 보았다.
‘괜찮네.’
자신감 넘치게 어깨를 쫙 펼쳤다.
***
‘서울 시립 대극장’ 앞에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기자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배우들이 지나갈 때마다,
카메라 플래시를 쉴 새 없이 터트렸다.
배우진의 밴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와아. 진짜 끝내준다. 눈이 돌아가.”
레드카펫을 보느라 오해일은 정신이 없었다.
“입에 침 좀 닦고 보지.”
“아니. 누나. 저절로 눈이 갈 수밖에 없어.
다들 사람이 아닌 듯 해. 인형 같아.”
“누가?”
“여배우 전부 다.”
“드레스 입고 꾸미면 다 예뻐.”
배우진의 밴이 앞으로 조금씩 나아갔다.
똑똑똑
진행 요원이 창문을 두드렸다.
“네?”
“잠깐 동선과 주의 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안에 계신 분이?”
“배우진입니다.”
“우선 저희가 신호를 주면 레드카펫 앞에 차 세우시고요.
진행요원이 문을 열어 드릴 텐데, 도어 해제 부탁드립니다.
레드카펫을 따라 걷다 포토존에 서면,
기자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각 왼쪽, 정면, 오른쪽으로 한 번씩 포즈 잡아 주시고,
극장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진행 요원은 청산유수처럼 말을 쏟아냈다.
“그럼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네, 감사합니다.”
*
배우진의 차가 레드카펫에 도착했다.
진행 요원이 문을 열고 배우진이 밴에서 내렸다.
우와아아아
아악!
와악!
꺄아악!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배우진!”
“배우진!!”
기자들이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고,
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배우진의 이름을 외쳤다.
배우진은 그들을 향해 여유롭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레드카펫 위를 걸어,
포토존 앞에서 서서 포즈를 잡았다.
팍!
펑!!
찰칵!!!
플래시가 겁나게 쏟아졌다.
배우진은 정중히 인사를 하고 극장으로 향했다.
와와
악악
짝짝
갑자기 요란한 환호가 레드카펫에서 터졌다.
배우진이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설강오!!!
배우들의 배우.
배우진 역시도 무척 존경하는 대배우 설강오였다.
설강오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털털한 걸음으로 레드카펫을 걷고 있었다.
‘와, 포스가 예술이다.
꾸밈없는 저런 태도가 오히려 더 카리스마 있어 보여.’
배우진은 멈춰 서서 설강오를 한참 바라봤다.
그런데 그 순간, 배우진의 눈에 수상한 그림자가 포착됐다.
검은 옷에 검은 모자를 깊이 눌러쓴,
한 수상한 남자가 설강오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뭔가, 기분 나쁘군.’
“배우진 씨, 이쪽으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아, 네.”
배우진은 수상한 남자를 끝까지 주목하며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
“어, 네가 배우진이구나.”
오늘 영화제에서 사회를 맡은 톱스타 소유나가,
극장으로 들어서는 나를 보고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영광입니다. 선배님.”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호호. 뭘. 그렇게 까지나. 사람 부끄럽게.”
소유나의 얼굴이 확 폈다.
“하여튼 반갑다. ‘파도’ 잘 봤어. 연기가 살아있고 묵직하더라.
언제 다음에 기회 되면 나랑도 한 번 해.”
“저야 언제든 환영입니다.”
“그래. 아, 참. 우진이 너 좋은 소식 있는 것 같더라.”
‘인기상 수상을 말하는 건가?’
“소유나 씨.”
그때 한 스태프가 소유나를 불렀다.
“네~
··· 그래, 나중에 봐.”
“나중에 뵙겠습니다.”
소유나는 나에게 손을 흔들며 사회자 대기실로 재빨리 들어갔다.
*
시상식장에서 팀의 자리는 중간 앞쪽이었다.
차민혁을 비롯한 참석자가 거의 다 와 있었다.
나는 그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후,
의자에 앉아 시상식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우진이, 너 분위기 좋아.
뭐 하나는 받을 거라는 얘기가 쫙 퍼졌어.”
차민혁이 귀띔했다.
“받으면 좋죠.”
신인상.
은근히 욕심났다.
“근데, 저기 옆에 봐봐. 조한울이 우리 쳐다보고 있다.”
“네?”
차민혁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신인상을 놓고 나와 경쟁을 벌이게 될
‘남극의 밤’ 조한울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여 살짝 인사를 했다.
조한울도 고개를 숙였다.
*
뺨빠라라라밤.
화려한 빵빠레와 함께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소유나가 앞가슴이 깊게 파인 검정 드레스를 입고 무대로 나왔다.
“제32회 봉황 영화제의 화려한 막을 열겠습니다.
.
.
먼저, 단편 영화부터 발표할까요?
‘붉은 단풍’ 기민영 감독님. 축하드립니다.”
인사말과 함께 단편 영화 시상부터 진행되었다.
촬영상, 조명상, 편집상이 이어졌다.
짝짝짝짝
짝짝짝짝
.
.
“자, 이번엔 인기스타상입니다.
다른 상과는 달리 관객분들이 직접 뽑아주신 상이라 의미가 남다른데요.
··· 배우진. 축하합니다.”
와와
짝짝
대형 모니터에 내 얼굴이 잡히고 사람들이 나에게 박수를 보냈다.
‘내가? 오늘 탄다는 상이 인기상이었구나.’
나는 무대로 올라가 트로피와 꽃을 받았다.
여신이 공을 떠받들고 있는 모양의 트로피였다.
“어, 이렇게 귀한 상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관객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짧게 수상 소감을 말하고 무대를 내려왔다.
자리로 돌아오는데 조한울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
씩 웃고 있었다.
이제 신인상은 자기 거라고 확신하는 듯 했다.
.
.
짝짝짝
와와와
음악상과 각본상 등의 수상이 계속 이어졌다.
.
.
“네. 다음은 신인 남우상이죠.
제32회 봉황 영화제 신인 남우상.
우선 후보부터 보시죠.”
긴장을 고조시키는 드럼 소리에 객석이 조용해졌다.
화면에 후보 얼굴이 나왔다.
조한울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담담히 결과를 기다렸다.
“아, 정말 어느 분이 받아도 손색없겠는데요.
자, 이제 발표하겠습니다.
제32회 봉황 영화제 남자 신인 남우상.
수상자는요···”
조한울이 양복 단추를 끼우고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의 배우진.
축하합니다.”
와아아아
짝짝짝짝
와아아아
짝짝짝짝
나는 조금 어리둥절했다.
신인상에 대한 마음을 접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류지완 감독이 일어나 나를 일으켜 세웠다.
차민혁이 내 등을 두드렸다.
“축하해.”
“축하한다.”
“역시 배우진!”
박수와 축하 메시지가 밀려왔다.
나는 다시 무대로 올라 트로피와 꽃다발을 받았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팀 모두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평생에 단 한 번 받을 수 있는 신인상 ··· ··· 행복 ··· 열심 ··· 고맙···
다시 한번 정말 감사합니다.”
무대를 내려오는데 조한울과 눈이 마주쳤다.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힘껏 축하의 박수를 보내주었다.
***
시상식이 끝나고 참석자들은 리셉션장으로 다시 모였다.
내 오른손과 왼손엔 트로피 여신이 각각 들려 있었다.
“우진 씨. 축하해요. 오늘 유일한 2관왕이네요.”
“충무로를 책임질 차세대 주자야.”
“‘파도’ 연기 정말 인상적이었어.
‘프린스 앤 플라워’에서도 좋다는 소문이 자자해.”
여러 영화 관계자들이 와서 축하해 주었다.
나는 연신 허리와 고개를 숙였다.
와와
짝짝
오늘 남우주연상을 받은 설강오가 리셉션장에 나타나자,
분위기가 한껏 떠들썩해졌다.
‘나도 설강오 선배님께 축하인사를 드려야지.’
흐트러진 모양새는 없는지
옷태를 한번 살피고 나는 설강오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그때,
한 괴한이 전속력으로 설강오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것이 내 눈에 보였다.
그는 검은 옷에 검은 모자를 깊게 눌러쓴,
레드카펫에서 설강오를 째려보고 있던,
수상했던 그 남자였다.
찰나,
나는 주변 상황을 스캔했다.
경호원은 멀리 떨어져 있고,
설강오는 축하 인파에 둘러싸여,
괴한의 돌격을 전혀 눈치 못 챘다.
설강오가 위험하다!!!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괴한의 길목을 막아섰다.
붕~
휘익~
공중으로 몸을 날려
괴한의 팔목을 낚아채고
왼발은 놈의 옆구리에
오른발은 놈의 팔을 휘감아 제압하며
바닥 위를 한 바퀴 굴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나는 놈의 몸에 올라타 놈의 팔을 꺾었다.
“으아악! 살려 주세요!!”
괴한은 손으로 바닥을 내리치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제야 경호원들이 달려들어 놈을 붙잡아 밖으로 끌고 갔다.
헐!
헉!!
무슨!!!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다들 입을 벌리고 멍하니 서있었다.
나는 옷을 툭툭 털고 일어섰다.
짝짝짝짝
짝짝짝짝
와와와
대단해
배우진이야
짝짝
와우!!!
그제야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야, 이거. 고맙다··· 배우진. 너 배우진이 맞지?”
설강오가 활짝 웃으며 내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네··· 네. 선배님.”
“진짜 고맙다. 와 씨 난 뭔가 했네.
뭐가 후다닥 하는데··· 다친데 없냐?”
“없습니다.”
“저번 달에 촬영하다 갈비뼈 나가서 지금까지 고생했는데,
너 아니었으면 또 나갈 뻔했어.
고맙다. 진짜.”
설강오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내가 도 보고, 연극도 봤었어.
연기 잘해. 몇 살이야?”
“21살입니다.”
“와아~ 그 나이에 그 정도면. 나중엔 끝장나겠다.”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니야, 아니야. 내가 고맙지.
우리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으니까,
저쪽으로 가서 말 좀 더 하자.”
“네. 선배님.”
“그래, 그래.”
설강오가 내 손을 잡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