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62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63화
퇴사 후, 아빠는 쉬지 않고 사업 준비를 했다.
먼저 적당한 사무실을 계약했고,
이전 회사에서 같이 근무했던 직원 둘이 합류했다.
신입 사원도 한 명 뽑았다.
구청 시청 세무서를 바쁘게 다니며 온갖 서류 작업까지 모두 마쳤다.
드디어 오늘, 아빠의 건축 설계 사무소가 개업하는 날이다.
나는 해일이와 함께 화분을 사들고 아빠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작은 사무실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오피스텔 3층에 아빠의 건축 사무실이 있었다.
간판을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진이 왔어?”
엄마가 와서 내 손에 들린 화분을 받았다.
“늦은 건 아니지?”
“늦긴, 이제 막 준비됐어.”
“안녕하세요.”
“응, 해일아. 오랜만이다. 집에 밥 먹으러 와. 아줌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네. 감사합니다.”
고사상이 거하게 한 상 차려져 있었다.
우리는 그쪽으로 갔다.
잘생긴 돼지머리가 상 한가운데서 떡 하니 놓여 있었다.
처음엔 별생각 없었는데, 보다 보니 소름 끼쳤다.
“엄마 돼지머리 꼭 살아있는 것 같아. 저 눈 좀 봐. 날 보고 있어.”
“얘는··· 이럴 때 보면 아직도 어린애라니까.”
엄마가 내 등을 토닥였다.
아빠가 고사상에 제일 먼저 나섰다.
두터운 돈 봉투를 돼지 입에다 넣고 술을 따랐다.
술잔을 두 바퀴를 돌려 돼지 앞에 놓고는 세 번 반 절을 했다.
“엄마?”
나는 조용히 엄마를 불렀다.
“응?”
“왜 돼지 머리를 놓는 거야?
소도 있고 닭도 있는데···”
“돼지 ‘돈’ 이라서 그래.
돼지가 한자로 ‘돈’인데, 그게 ‘돈’이랑 발음이 똑같잖아.”
“아하. 그렇구나.”
직원들이 아빠처럼 돈을 놓고 술을 따르고 절을 했다.
아빠 지인 몇 명도 똑같이 했다.
“우진아. 너도 해야지.”
내 차례가 되어 나는 돼지 앞에 섰다.
앞에서 보니까 돼지는 확실히 웃고 있었다.
나는 백만 원짜리 수표 세 장이 들어있는 돈 봉투를 꺼내,
돈으로 이미 꽉 찬 돼지 입에다 힘겹게 쑤셔 넣었다.
그다음 술을 따르고 절을 했다.
해일이도 나와 똑같이 했다.
아빠의 사업이 저 돼지 입에 들어있는 돈만큼 잘되길 빌었다.
***
녹화일.
[오늘 녹화는 용복 공원입니다.오후 1시에 배우진 씨와 강정우 씨가 입구에서 만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규칙은 딱 두 가지입니다.
1분 이상 침묵이 지속되면 1분 동안 손을 잡는다.
용복 공원을 벗어나지 말고 세 시간을 함께 보낸다.
제작진의 간섭은 거의 없습니다.
VJ 분들이 따라붙겠지만 크게 신경 쓰지 마세요.
그냥 두 분이 마음을 터놓고 친해지시면 됩니다.]
나는 용복 공원에 먼저 와서 강정우를 기다렸다.
‘오늘 강정우랑 어떻게 친해질까?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정우는 좀 딱딱하단 말이야. 음···’
강정우가 시간에 맞춰 왔다.
“안녕.”
“안녕.”
···
“잘 지냈어?”
“어. 너는.”
“나도 뭐···”
어쩔 수 없는 어색함이 공기에 퍼졌다.
···
“규칙은 들었지?”
“응.”
“세 시간은 꼼짝없이 함께 있어야 돼. 잘해보자.”
“그래.”
우리는 악수를 한번 했다.
···
···
‘뭐라도 해야 하는데.’
“걸을래?”
“그래.”
강정우와 나란히 걸었지만,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
“요즘 뭐해?”
내가 물었다.
“··· 특별히 없어. 너는?”
“··· 나도 뭐.”
···
···
목이 갑갑했다.
···
[대화가 끊긴 지 1분 지났습니다. 두 분 1분 동안 손잡으세요.]헉!
우리는 규칙을 망각하고 있다 벌칙을 받았다.
“진짜 손잡아야 하나요?”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됩니까?”
[안 됩니다. 시청자와의 약속입니다.]단호한 피디의 말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손을 잡았다.
축축하고 물컹했다.
식은땀이 바짝 났다.
어색함이 배가 되었다.
···
···
“아무 말이나 해 봐. 이러다 계속 잡으면 어떡해!”
급기야 정우가 화를 냈다.
“··· 아무 생각 안 나. 머리가 깜깜해.”
언어가 퇴행되는 기분이었다.
그냥 앞으로 걸었다.
정우랑 손을 잡은 채.
1분이 영원 같았다.
“손은 왜 흔드는데?”
“내가 안 흔들었어. 저절로 움직이는 거야.”
거의 고문이었다.
숨통이 죄여 오는 느낌에 호흡이 곤란했다.
[이제 손을 놓으셔도 됩니다.]우리는 얼른 손을 놓았다.
하.
휴.
해방의 기쁨을 잠시 맛봤다.
‘뭐라도 해서 강정우와의 대화를 이어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또 손을 잡게 될지도 몰라!’
···
계단이 보였다.
“올라갈래?”
“그러자.”
···
계단이 꽤 많았다.
“가위 바위 보 하면서 올라가자.
시간을 좀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 ··· 알았어.”
뭐라도 해야 했기에
우리는 가위바위보 계단 오르기를 하기로 합의했다.
“바위는 10칸, 보는 5칸. 가위는 2칸,”
“응.”
첫 번째
가위, 바위. 보!
강정우 5칸 위로.
두 번째
가위, 바위, 보!
강정우 2칸 위로.
정우의 얼굴에서 살짝 미소가 엿보였다.
나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세 번째
가위, 바위, 보!
“아싸!”
내가 10칸 위로.
단숨에 강정우를 3칸이나 제쳤다.
내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사이,
정우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승부는 점점 가열되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누가 이길지 쉽게 판가름 나지 않았다.
정상까지 딱 두 칸 남은 상황에서,
정우와 나는 같은 칸에 서있었다.
입이 바짝 말랐다.
정우의 눈빛이 번들거렸다.
마지막!
가위, 바위, 보. 보, 보, 보, 보. 보!!
“이예!!!!!! 이겼다.”
내가 묵으로 정우의 가위를 눌렀다.
정우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는 당당하게 정상을 밟았다.
“예!!!”
승리의 세리머니 후 나는 정우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자.”
정우가 내 손을 덥석 잡았다.
끙
정우를 일으켜 세웠다.
···
···
다시금 어색함이 우리를 감돌기 시작할 때쯤,
‘동물원’이라고 적힌 푯말이 보였다.
“이 공원에 동물원이 다 있네. 가 볼까?”
“응.”
···
···
“동물원에 무슨 동물이 있을까?”
“글쎄, 호랑이는 없겠지. 보고 싶은데.”
“기린 있으려나?”
“사실 코끼리 안 본 지도 오래됐어.”
“난 흑곰 보고 싶다.”
“늑대도 좋지.”
“긴 코 원숭이도. 걔들 진짜 웃기게 생겼어. 크크.”
···
동물원 앞에 섰다.
작은 닭장에 닭 두 마리와 토끼 세 마리가 있었다.
그것마저 추워서 그런지 열선이 있는 집 안에 꽁꽁 숨어 있었다.
···
나는 시계를 한번 봤다.
겨우 1시간이 지나 있었다.
···
동물원 옆으로 작은 스낵바가 보였다.
“저기 핫도그 판다. 먹을래?”
“그래,”
핫도그 두 개를 사서 하나씩 나눠 먹었다.
‘먹는데 집중하다 보면 시간이 조금 가겠지.’
나는 소시지와 핫도그 빵을 함께 듬뿍 베었다.
“야, 그렇게 먹으면 어떡해?”
강정우가 갑자기 태클을 걸었다.
“뭐가?”
“소시지는 나중에 아껴 먹어야지.
겉을 살짝 떼서 먼저 먹는 게 진리인데.”
“그럼 무슨 맛이냐? 같이 먹어야 맛있지.”
“뭘 먹을 줄 모르네.
겉을 먼저 발라내고, 나중에 엑기스를 먹는 거야.”
어이없는 정우의 주장에 나는 반박을 해야 했다.
“야, 그럼 초코파이는? 초코파이는?
초코파이도 겉만 먹고 나중에 마시멜로 먹냐?”
“당연한 거 아냐?
너 이때까지 그렇게 안 먹었단 말이야?”
“와, 진짜 황당하다. 초코파이도 그렇게 먹는다고?”
“네가 이상한 거지.”
“그럼 땅콩 초코볼은?”
“말해 뭘 해. 초코를 먼저 녹여 먹고 마지막에 땅콩이지.”
“야이! 진짜 말이나 되는 소릴 해라.”
“야! 네가 말이 안 되지.”
“야이. 그럼 김밥은? 그럼 김밥도 김하고 밥 먹고 나중에 단무지 햄 먹냐??”
“그건 다르지~~ 임마!!”
뜨거운 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
···
어색함은 다시 우리를 찾아왔다.
호수에 떠있는 오리배가 보였다.
“야, 오리 배 탈래?”
“이렇게 추운데?”
“그럼 뭐 할 건데?”
“그래··· 타자. 타.···”
나와 정우는 혹시 어깨라도 닿을까 봐
양 끝에 딱 달라붙어 앉아 오리배 페달을 밟았다.
“야, 좀 살살 저어.
어디 가는 것도 아니잖아.”
너무 열심히 페달을 밟아 대는 정우에게 내가 말했다.
나는 그냥 풍경을 더 감상하고 싶었다.
“야, 탔으면 저어야지.
네가 적극적으로 안 저으니까 배가 빙빙 돌잖아.”
정우는 오히려 나를 닦달하며 발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너 가끔 까탈스러운 거 아니?”
“까탈스러운 게 아니라 할 일은 하는 스타일이지!”
우리는 서로에 대한 불만을 폭발시켰다.
그때, 호수 스피커로 ‘미스 그린’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역시 노래가 좋네. 베스트 뮤직 신인상은 당연히 ‘미스 그린’이 받겠지.”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아니지. 베스트 뮤직 신인상은 ‘일렉트로닉 걸’이지.”
“야, 그게 말이 돼?
미스 그린이 골든송도 받고 방송 3사 1위도 찍었는데.”
“그건 방송이잖아. 앨범 판매량을 봐. 일렉트로닉 걸이 80만 장 나갔어.
신인이 80만 장이면 거의 핵폭탄 급이야.”
“야! 강정우. 네가 아무리 일렉트로닉 걸이랑 같은 소울 엔터라도 말은 바로 하자.
그거 앨범 2장 합친 거잖아.
그리고 거기 누가 있기 있냐? 난 솔직히 이름 하나도 모르겠더라.
그거에 비하면 미스 그린은 인지도 장난 아니지.
예능 박은하, 꿀보이스 오설기, 폭풍 랩 다나, 댄스 자판기 나수연.”
“야, 배우진. 그건 너도 마찬가지지.
같은 폴 엔터라고 편드는 거잖아.
우리 일렉트로닉 걸에 채민서.
걔 혼자만 해도 미스 그린 압살이야.
그리고 나도 미스 그린 멤버 이름 하나도 몰라.”
“왜 몰라. 오설기 있잖아!”
“그건 다르지~~ 임마!!
우리랑 영화 찍었으니까!”
우리는 서로를 한참 동안 째려봤다.
그런데 주변 오리배들의 움직임이 멈추는 것이 느껴졌다.
“아, 배우진, 오리배 전부 다 우리만 쳐다보고 있어.”
“강정우. 빨리 저어라.”
우리는 한마음이 되어 선착장까지 열심히 오리배를 저었다.
“강정우. 점심은 먹고 왔냐?
난 솔직히, 너 만난다고 생각하니까 소화가 안 돼서 밥을 못 먹었다.”
“나도 마찬가지야. 어제부터 입맛이 없어서 귤 두 개 까먹고 왔다.”
“그래? 그럼 출출한데 짜장면이나 먹으러 갈까?”
“공원을 벗어나면 안 된 다던데.”
“저기 매점에 짜장면 팔 던데.”
“그래 그럼 가자.”
···
짜장면의 고소한 냄새에 이성을 잃었다.
우리는 코를 박고 짜장면을 폭풍 흡입했다.
“호수 보면서 먹으니까 맛이 더 좋지 않냐?”
“그런 것 같다.
매점에서 판다고 얕봤는데 제법 맛있네.”
나는 접시에 하나 남은 단무지로 젓가락을 가져갔다.
동시에 강정우의 젓가락도 들어왔다.
“강정우. 내가 먼저 집었거든.”
“지금까지 너 4개. 나 3개 먹었거든. 그러니까 이건 내 거지.”
“야, 그걸 또 세고 있었냐?
어쨌든 단무지는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야.”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러니까 세상이 지금 이 모양이잖아.
뭐든지 공평하게 나눠야지.”
“야, 야, 야. 금방 내 젓가락 쳤냐?”
“그래. 쳤다 어쩔래!”
“좋다. 해 보자.”
우리는 젓가락 전쟁을 벌였다.
출연 후,
나는 강정우랑 절친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