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64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65화
3월 초, 가 극장 개봉했다.
개봉날 JC 진대철 회장은 초조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몇 년간 JC에서 제작 배급한 영화 모두 쓴 맛을 봤기에,
이번 프린스 앤 플라워에 들인 공은 말도 못 한다.
이제 그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다.
진 회장은 벽시계를 일분에 한 번씩 쳐다봤다.
본사 직원들을 주요 극장에 파견을 보내 놨는데,
아직 소식이 없었다.
계속 기다릴 수 없었다.
인터폰을 눌렀다.
-네, 회장님.
“박상기 제작부장 지금 올라오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똑똑똑.
“들어와.”
박상기 제작부장이 다급하게 들어왔다.
“네. 회장님.”
“어떻게 돼가고 있나? 왜 이렇게 소식이 없어?”
“네. 지금 속속 보고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
“아니. 이 긴급한 상황에 보고서는 무슨 보고서야?”
“죄송합니다. 회장님.”
진 회장은 답답해서 가슴을 쳤다.
“그래 지금 상황은 어때?”
진 회장은 박 부장의 얼굴을 살폈다.
‘또 별론가?’
박 부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속 터져. 빨리 말해 봐.”
버럭 고함을 질렀다.
“아, 네. 강변 멀티플렉스 전석 매진.
다른 복합 상영관 및 서울 주요 단관도 전석 매진입니다.
부산 대구 광주 주요 영화관도 매진이랍니다.”
박상기 제작부장이 잔뜩 얼어붙은 목소리로 읊었다.
“뭐야? 전석 매진!!”
“네. 실관객 영화평도 인터넷에 속속 올라오고 있는데, 분위기 좋습니다.
특히 여성들에게 폭발적입니다.
아직 공식적인 집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첫날 분위기로만 봤을 땐, 대박입니다.”
“아하하하하!
이제야 한시름 놓았네.”
진 회장은 대박이란 말에 기분 좋게 한바탕 웃었다.
그러다 박상기의 표정 때문에 잠시라도 쫄았던 게 갑자기 억울했다.
“아니, 그런데 자넨 표정이 왜 그래?
이렇게 좋은 소식을 전하면서 표정이 왜 그래?”
“예?”
“자네 얼굴에 ‘우리 영화 폭삭 망했어요’라고 쓰여 있었잖아.
자네 때문에 심장 마비 올 뻔했어. 아이고, 심장이야.
인상 좀 펴. 인상 좀. 스마일 하란 말이야.”
“아, 네. 스마일 하겠습니다.”
박상기는 더욱 주눅 든 표정으로 고개를 깊이 숙였다.
“나가 봐. 또 다른 상황 들어오면 즉시 보고 하고.”
“네 알겠습니다.”
박 부장이 회장실을 나갔다.
진대철은 소파 깊이 몸을 파묻고 피시식 웃었다.
“역시 정확했어.
배우진이 답일 줄 알았어! 아하하하.”
***
나는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커다란 마스크와 뿔테 안경도 쓰고,
펑퍼짐한 옷을 입었다.
극장에서 절대 내 정체를 들켜선 안 되기에,
온 얼굴과 몸을 꽁꽁 쌌다.
“이 정도면 어때?”
해일이와 현아 누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런 과한 패션이 오히려 주목을 끌긴 하지만,
오늘은 정말 조심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다.”
현아 누나가 내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말했다.
“영화표 구하느라 진짜 힘들었어.
아침 매표소 열면서부터 줄 섰는데,
다 매진이었어.
찬기 형이 안도와 줬음 오늘 영화 못 봤다.”
해일이가 힘들게 구한 영화표 세 장을 흔들었다.
“나도 찬기 형이 혹시 모르니까
변두리 극장에 줄 서 준다고 했을 때 ,
좀 오버 아닌 가 했거든.
근데 찬기 형 아니었음 큰일 날 뻔했다.”
나는 아찔했던 상황을 머리에 그렸다.
“찬기 형이 그러는데, 이 표도 진짜 아슬했대.
형 매표하고 바로 매진 떴대.”
“자기가 출연한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이렇게 힘들구나.”
현아 누나가 가방에 이것저것 챙기며 푸념했다.
“현장 분위기가 너무 궁금해.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싶기도 하고.”
나와 해일이 그리고 현아 누나가
‘프린스 앤 플라워’ 극장 개봉 첫날 첫 편을 보러 나섰다.
“이거 너무 무모한 도전 아닌 가 몰라.”
“우진아, 잠깐만.
그 벙거지 모자는 아무래도 너무 튄다.
이 야구 모자로 바꿔 쓰자.”
“그럴까?”
현아 누나가 건네 준 야구 모자를 쓰고 거울을 봤다.
간첩 같은 내 모습이 낯설었다.
“유명해진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야.
영화도 맘대로 못 보러 가고···.”
“배우진 그럼 나랑 바꿀래?”
“아니.”
“가자.”
“응.”
*
극장에 도착했다.
사람이 무척 많았다.
나는 아무하고도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바닥만 보고 있었다.
정체를 들키게 된다면, 영화를 보지 못할 것이므로 조심 또 조심했다.
우리는 관람객들이 먼저 들어가기를 기다렸다 나중에 들어갔다.
뒷자리 사이드에 자리가 남아 있었다.
조용히 앉아 오징어를 찢고 팝콘을 입에 넣었다.
잠시 후 불이 꺼지고,
‘준’이 썬더와 함께 파도를 뚫는 첫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됐다.
와아아아.
꺅-
오우우우~
“와아 대박이다.”
“진짜~ 화면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아.”
“저 장면 진짜래.”
“정말? 배우진 진짜 진짜 멋지다.”
앞자리에 앉은 여학생 두 명이 소곤거렸다.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관객들의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준’이 사체업자의 손을 비틀어 제압하는 장면에서
“아이고! 속 시원하다! 사이다네!”
객석 누군가 소리쳤고,
[아니, 무슨 여기가 군대야? 손가락으로 왜 옷장 위를 훑는데.] [어? 먼지가 없네.] [나도 돈 받고 하는 일은 허투루 하지 않거든요.] [아, 뭐 꼬투리 잡을 거 없나.] [얼씨구. 대놓고. 야! 내가 그리 만만해 보여.] [아니. 최고의 강적이야.]킥킥
큭큭큭
하하하하
‘준’과 ‘제이’가 티격태격하는 장면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어우 야~
오오.
쩝.
‘준과 제이’가 키스를 할 땐,
관객 모두 한마음이 되어 설레었다.
‘준’이 후계자 자리를 박차고 나가 ‘제이’의 집 대문을 두드리는 장면,
‘제이’가 ‘준’을 보고 눈물 흘리는 장면,
뜨겁게 서로 꽉 껴안는 모든 장면에서,
관객들은 함께 울고 웃고 탄식했다.
어느덧 두 시간이 훌쩍 지나고,
극장 불이 켜졌다.
하지만 일어서는 관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준과 제이’의 달콤한 듀엣곡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메이킹 필름이 함께.
관객들은 마지막까지 영화의 여운을 느끼며,
감동을 마음속에 저장했다.
짝짝짝
짝짝
와우
크레딧이 모두 올라가고 듀엣곡이 끝나자,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와아. 배우진 진짜 잘생겼지 않냐?”
“예술이지. 느낌이 살아 있다. 살아있어.”
“배우진 연기 장인이네. 진짜 잘한다.”
“강정우랑 연기할 때랑 오설기랑 할 때랑 다 달라.”
“영화가 안 유치해. 재밌어.”
“우리나라 영화 수준 또 많이 올라갔다.”
“나, 또 볼 거다.”
“나도. 나도. 주말에 엄마 아빠랑 다시 와야지.”
사람들의 생생한 반응을 본 배우진의 얼굴에 미소가 활짝 폈다.
‘좋았어. 초대박이다!!’
***
‘폴 엔터’ 송찬기는 종류별로 신문을 사 와
에 관한 기사만 오려냈다.
개봉한 지 몇 주가 지났지만 광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한국영화 새로운 흥행의 역사를 쓴 ‘프린스 앤 플라워’ – 서울 기준 250만 돌파] [‘프린스 앤 플라워’ 최단기간 기록 경신 – 전국 추정치 800만 돌파 예상] [‘프린스 앤 플라워’ 역대급 명랑 로맨스 영화의 탄생 ] [‘프린스 앤 플라워’ 이유 있는 흥행 돌풍]“여기 이 기사는 제가 읽어 드리겠습니다.”
로맨스 영화 의 흥행 바람이 갈수록 더 거세지고 있다.
이 영화는 개봉한 지 20일이 넘었는데도, 평일 좌석 점유율이 90%가 넘는다.
좀처럼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명랑 로맨스란 신조어를 만들어 낸 이 영화는,
재벌과 평범한 여성의 사랑 이야기를 순수하고 재미있게 그려내,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중이다.
특히 배우진은 이 작품에서 연기도 좋지만, 외모마저 엄청나다···
짝짝짝
짝짝짝
짝짝짝
장성태 대표, 김동국 실장, 공은지 경리가 박수를 쳤다.
공은지 경리는 ‘폴 엔터’의 신입 사원이었다.
“진짜 우진이는 미다스의 손 아닙니까?
어떻게 손대는 것마다 다 메가 히트를 치지.”
김동국 실장이 입이 귀에 걸려 말했다.
“내가 전생에 무슨 공덕을 쌓았길래,
이 복덩이가 저절로 내 품으로 굴러들어 왔을까···”
장 대표는 배우진을 생각하며 감격했다.
“우진이가 ‘프린스 앤 플라워’ 러닝 개런티로 계약하라고 할 때.
세상 물정 모른다 생각했거든.
출연료 1억 5천은 받을 수 있는데,
1천만 원만 받고 러닝 개런티로 하자는 거야···
좀 황당했지. 그땐···.”
감개무량하여 눈물이 다 났다.
“네. 저희가 JC와 출연료 천만 원에,
서울 관객수 100만 명 넘으면 1인당 300원씩,
전국 관객 추정치 800만 명 넘으면 1인당 500원씩이라는
조건으로 계약했습니다.”
김동국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래. 그랬지!
전국 800만 명이 넘으면···”
장성태가 계산을 시작했다.
“최소 40억입니다.”
공은지 경리가 재빨리 말했다.
“40억!!!”
순간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쳐다만 볼 뿐,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 우진이 말을 안 들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 하구만.”
장성태가 몸서리를 쳤다.
“이제 우리 회사 사무실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김동국이 당면과제부터 풀 것을 제안했다.
지금 사무실은 안무 연습실도 제대로 없었다.
휴게실과 대기실도 부족했고.
“그래 우리 ‘폴 엔터’도 넓고 쾌적한 곳으로 옮기는 거야.
바로 강남으로!”
장성태가 김동국 말에 격하게 동의했다.
“당장 사무실 알아볼까요?”
“아니, 땅부터!”
“땅이요?”
“짓는 거야.
강남에 땅을 사서 ‘폴 엔터’만의 개성 넘치는 사옥을!”
장성태의 꿈은 원대했다.
“부지랑 건물을 지으려면 지금 수익으로는 한참 모자랄 텐데요.”
김동국은 현실적인 문제를 짚었다.
“일단 땅을 사 두고, 재정이 더 튼튼해지면, 그때 올리는 거야.”
“네, 좋네요. 좋아. 하하.”
하하
하하하
폴 엔터 직원들이 꿈에 부풀에 있을 그때,
“안녕하세요.”
배우진이 때마침 들어왔다.
“우진아.”
“우진 씨.”
“배우진.”
“우진이 왔니?”
직원들 모두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배우진을 바라봤다.
“아, 네···.”
배우진은 평소와 다른 이상한 분위기에 주춤했다.
“우진이 잘 왔다. 안 그래도 네 얘기 중이었어.
네가 ‘프린스 앤 플라워’ 러닝 개런티로 계약을 밀어붙여준 덕분에,
우리 폴 엔터가 강남에 사옥을 짓게 생겼다. 하하.
우진아 고맙다.”
장성태는 기분이 너무 좋아 배우진에게 다짜고짜 감사를 표했다.
“아, 네. 대표님이 잘 알아보고 하신 거죠.”
배우진은 얼떨떨하게 웃었다.
“겸손하기 까지.
그래, 오늘 의논할게 조금 있다. 들어가서 얘기하자.”
“네.”
장성태와 배우진이 함께 대표실로 들어갔다.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차기작은 으로 마음을 굳힌 거야?”
“네. 으로 하겠습니다.”
“우진이 너라면 메이저 영화도 언제든 출연할 수 있어.
지금 JC, 대명, 뉴시네마, 판도라에서 보내온 시나리오가 쌓여 있잖아.
네가 출연하겠다는 한마디만 떨어지면,
바로 제작에 들어갈 영화가 한 트럭이야.”
장성태는 다른 가능성도 열어뒀다.
“작품만 좋다면 어떤 작품이든 도전하고 싶어요.
그게, 상업이든 예술이든.
지금 제겐 이 딱 그런 영화고요.”
“난 우진이 네가 원하면 반대하지 않아.
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다만 난 그 제라르 감독이 마음에 안 들어.
자기 맘대로야.
다른 사람 스케줄은 생각도 안 해.
지난번 맥스 광고 촬영 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부글부글거린다고.
광고가 워낙에 좋게 나와서 내가 참은 거지···.”
장성태는 제라르를 생각하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번에는 그런 식으로 촬영하지는 않을 거예요.
대본도 다 나와 있고요.
기간도 딱 한 달.
한 달 안에 다 찍을 겁니다.”
“뭐. 나야 반대는 안 해.”
“감사합니다.”
장성태는 썩 내키진 않았지만,
배우진의 선택을 믿었다.
지금껏 배우진이 원하는 대로 해서 안 된 일은 하나도 없었다.
배우진의 선택은 대박의 연속이었다.
“여운진 CF 감독에게 연락 왔었다.”
“여 감독님이요?
혹시 페어리 3 찍자는 얘기는 아니겠죠?
저는 사양입니다.”
배우진이 화들짝 놀랐다.
“아니야.”
장성태가 배우진을 안심시켰다.
“지난번 에서 너랑 강정우랑 초코파이 얘기를 해서,
초코파이 매출이 수직 상승했대.
초코파이 회사에서 CF 한편 찍었으면 하더라.
출연료는 걱정하지 말래.
백지 수표 들이밀 추세야.”
“그래요? ··· 재밌겠는데요. 그렇다면 할게요.”
“그래. 간단하니까. 반나절 정도만 시간 비우면 돼.
아, 그리고 작가 사전 미팅 잡혀있는 건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단독 게스트로 1시간 넘는 분량의 토크쇼다 보니,
준비할 게 많은 가봐.
네 정보를 엄청 꼼꼼하게 수집하고 있어.
그 작가들 너희 부모님보다 너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을 걸.”
“사전 미팅은 언제죠?”
“내일모레. MBS 예능국 회의실.”
“네, 알겠습니다.”
배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