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69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70화
오늘은 톱스타 소유나가 오랜만에 쉬는 날이었다.
그녀는 아침에 늦잠을 실컷 자고 일어나,
뒹굴뒹굴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15년 차 경력의 베테랑 여배우지만 아역으로 데뷔해서 현재 나이 28,
글래머스한 몸매와 안정된 연기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탓에,
스케줄이 하루 종일 없는 이런 휴식은 몇 년간 없는 일이었다.
소유나는 오늘만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티브이 시청만 하리라 결심했다.
야옹~
회색 털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러시안 블루가
소파에 너부러져 있는 소유나의 다리에 부비부비를 했다.
“배고파?”
야옹~
소유나는 부엌으로 가서 고양이 캔 사료 하나를 깠다.
야옹~ 야옹~
밥그릇에 사료를 담아주자, 고양이는 코를 박고 냠냠 맛있게 먹었다.
“나도 조금 출출한데. 뭐 먹을 거 없나?”
소유나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
생수와 요구르트, 야채 과일이 조금 있었다.
소유나는 뭘 먹을지 곰곰이 생각하다 당근을 꺼냈다.
“휴일이라고 살이 안 찌는 건 아니니까.”
아무리 휴일이라도 다이어트를 쉴 순 없었다.
소유나는 여배우로서 자기 관리가 철저했다.
아름다움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넌 맛있는 거 먹고 좋겠다.”
밥을 먹고 있는 고양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소파로 돌아와 당근을 씹으며 티브이 리모컨을 들었다.
채널이 휙휙 돌아갔다.
화면이 정신없이 넘어갔다.
“재밌는 거 없나?
··· 어, 배우진!”
MBS 채널에 리모컨이 멈췄다.
[드디어, 드디어 그가 왔다!!!! 배우진~~~~~]가 방영되고 있었다.
게스트가 배우진이었다.
“오 예, 배우진이다.”
소유나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제대로 시청할 자세를 잡았다.
볼륨을 높이고 화면에 집중했다.
호호호호
하하하하
고우동, 황병지의 호흡에 배우진의 센스가 더해져 방송은 알차고 재밌었다.
“배우진 정말 대단하다. 예능천재 구나!”
소유나도 ‘돌려라 도사야’에 출연해 본 적이 있어서,
지금 배우진이 얼마나 방송을 잘하고 있는지 알았다.
진실된 토크를 하면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하하하. 배우진 정말 재밌다.”
소유나는 입을 크게 벌리고 마음껏 웃었다.
배우진에게 흠뻑 빠져 들었다.
그런데 방송 중간쯤,
뜬금없이 설강오가 깜짝 게스트로 나오자,
소유나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정신이 바짝 났다.
“어머머머머. 진짜? 진짜 강오 오빠가? 진짜??”
소유나는 정자세를 하고 볼륨을 더더 키웠다.
소유나는 설강오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다.
영화 외에 그 어떤 연예활동도 하지 않는 연기파 설강오.
토크는 물론이고 인터뷰마저 꺼려하는 설강오.
그런 설강오가 배우진을 만나러 예능에 출연하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거기다 다음 작품까지 함께 하는 걸로 도장을 꽝꽝 찍고 있었다.
소유나는 배우진 설강오 두 사람이 함께 나오는 화면을 숨도 안 쉬고 쳐다봤다.
[배우진 씨. 솔직히 생각했습니까?]설강오 씨랑 영화를 찍게 될 줄.] [··· 아니요. 전혀 생각 못했습니다.
전 ‘봉황 영화제’에서 소유나 선배님이
언제 기회 되면 같이 작업 한번 하자 시길래
소유나 선배님이랑 다음에 기회가 있으려나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결국은 예쁜 소유나 씨랑? 아하하하핫.]
“어머.”
배우진이 소유나를 언급 했다.
“뭐, 나? 나랑 영화 찍을 거라고?
좋지. 배우진. 나도 너랑 영화 찍고 싶어.”
소유나는 두 번 생각하지 않았다.
핸드폰을 들어 매니저에게 곧바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누나. 무슨 일이세요?
오늘 절대로 전화하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지금 당장 제라르 감독님께 연락드려서
‘소유나가 에 참여하고 싶다’ 고 전해.
-네?
“배우진이 이번에 들어가는 영화야.
당장 연락해.”
-네. 누나.
소유나는 전화를 끊고 스케줄 노트를 펼쳤다.
그리고 생각했다.
배우진과 함께 하는 작품이라면 무조건 믿을 수 있어!
다른 스케줄을 다 미루더라도 이 작품 꼭 잡자.
***
이른 새벽 제라르는 촬영감독 유진과 함께
‘장명구 복싱’을 찾아가고 있었다.
첫 촬영지 현장 답사였다.
영화는 배우진의 실제 상황과 동선을 담을 계획이었으므로,
배우진이 다니는 복싱장이 촬영 장소로 뽑힌 것이다.
“저기 같은데.”
촬영감독 유진이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복싱장을 가리켰다.
그는 맥스 광고뿐 아니라,
지금껏 제라르의 거의 모든 작품을 함께 해온 촬영감독이었다.
“맞아. 장명구 복싱. 올라가 보자.”
제라르가 앞장섰다.
제라르와 유진이 체육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장명구 관장이 제라르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얼른 다가왔다.
온다는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아이고, 잘 찾아오셨네요. 반갑습니다.”
장명구 관장은 반갑게 제라르와 유진을 맞이했다.
“네, 안녕하세요. 복싱장을 촬영 장소로 쓸 수 있게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라르가 공손하게 감사를 전했다.
며칠 전 이미 전화로 이야기가 된 상태였다.
“멋지게만 찍어 주세요.
우리 선수들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이나, 우리 복싱장도.”
장명구 관장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매스컴 타는 걸 좋아하는 장명구에게 영화 촬영은 오히려 기쁜 소식이었다.
“네,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찍겠습니다.”
제라르가 대답했다.
“네, 그럼, 쭉 살펴보세요.”
장명구는 제라르가 편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 주었다.
“네. 그럼. 살펴보겠습니다.”
제라르와 유진은 매의 눈으로 체육관 곳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어때?”
제라르가 유진에게 물었다.
“괜찮은 거 같아. 체육관 크기도 적당하고,
낡고 오래된 이런 인테리어를 엔티크 하게 표현할 수 있어.
자연 채광도 넉넉하고.”
창밖으로 아침 해가 들어오고 있었다.
유진은 햇빛의 방향을 그리며 각도를 이리저리 쟀다.
“그래. 나도 좋아.”
제라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영화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머릿속으로 스케치했다.
그때,
팍팍!
파파박!!
격렬한 스파링 소리에 제라르의 시선이 링 위로 향했다.
배우진!
링 위에서 스파링을 하고 있던 선수는 배우진이었다.
“대단하다. 배우진. 전혀 눈치 못 챘어. 프로 선수인 줄 알았지.”
제라르는 잠시 생각을 멈추고 배우진의 스파링을 관람했다.
빠르고 강한 주먹!
경쾌한 타격감!
날렵한 몸놀림!
지치지 않는 스태미나!!!
“유진. 저기 링 위에, 배우진 좀 봐.”
제라르는 촬영감독 유진을 찾았다.
“어? 배우진?”
제라르의 부름에 유진이 달려왔다.
그리고 제라르와 함께 배우진의 권투를 관람했다.
“와우. 진짜 배우진이야?
호수 한가운데 앉아 커피를 마시던 그 배우진?”
유진이 감탄했다.
즉시 손가락으로 뷰파인더를 만들어 앵글을 잡아 보았다.
“이렇게 역동적인 장면을 얼마 만에 접해 보는지!”
그는 재빨리 가방 속에 챙겨 온 카메라를 꺼내 촬영을 시작했다.
배우진은 링 밖의 상황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앞으로의 촬영도 이런 식으로 진행될 것임을 알기에
오로지 스파링에만 집중했다
매서운 눈빛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인정사정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팍팍
파바박
상대 선수 노명태가 주춤주춤 뒤로 밀렸다.
노명태는 배우진에게 완전히 깨진 이후,
나태함을 버리고, 진지하게 권투에 임했다.
하지만 배우진의 상대는 되지 않았다.
노명태가 한 발 나가면,
배우진은 열 발씩 앞으로 나아갔다.
스트레이트,
잽,
보디체크,
다시 원투.
파팍
두두두둑!!
배우진은 물러서지 않았다.
노명태를 끝까지 몰아붙였다.
노명태는 계속 밀리다, 결국
철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유진은 풀샷 거리를 확보하고 배우진의 움직임을 따라 계속 움직였다.
“권투 실력도 정말 대단하지만···
배우진 몸 너무 좋은데.
제라르, 우진이 몸 한 번 봐.”
유진이 영상을 확인하며 제라르에게 말했다.
“그래?”
제라르가 유진에게 카메라를 넘겨받았다.
배우진의 몸에 붙은 잔 근육이
군더더기 하나 없이 매끈했다.
“화면으로 보니, 근육의 움직임이 생생하다.
저기, 관장님.”
제라르는 카메라를 들고 장명구에게 다가갔다.
“네? 뭐 필요한 거라도 있으신가요?”
장명구도 제라르에게 다가갔다.
“아니, 이 영상 한번 보시겠어요?”
제라르는 영상을 관장에게 보여줬다.
영상 속에서 배우진의 화난 근육이 울퉁불퉁했다.
“우진이의 몸이 보통 복싱 선수의 몸이랑 비슷한가요?
보기에는 완벽한데, 실제 복싱 선수의 몸과 비슷한 건지 궁금하네요.”
제라르는 사실주의에 근거한 이 조금의 어색함도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관장에게 물었다.
“우진이 근육은 복싱 선수랑 비슷할 정도가 아니라.
그냥 복싱 근육의 표본입니다.
복근이 단단한 건 속근을 단련시켜 근밀도가 촘촘하기 때문이거든요.
그건 윗몸일으키기 같은 운동으로 복근을 열심히 단련시켰다는 증거죠.
그리고 우진이 팔과 어깨도 잘 살펴보세요.
세로 방향의 삼두근과 가로 방향의 이두근이 얼마나 잘 발달되어 있는지.
저건 펀치 스피드와 펀치력을 최대한 강화시킨 거예요.
누가 보더라도 완벽한 복싱선수라고 할 수 있죠.”
장명구가 전문지식을 쏟아내 가며 배우진의 복근이 진짜임을 증명했다.
“네.”
제라르는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 짧은 시간에 완전히 복서로 변신하다니.
배우진은 볼수록 놀랍구나!’
배우진이 링을 내려와 제라르에게 다가왔다.
“어, 헉헉. 감독님 오셨어요.”
“응 사전 답사 겸 촬영감독이랑 함께 왔어.”
제라르가 유진을 가리켰다.
“어, 감독님 오랜만이에요.”
배우진은 촬영감독 유진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너 진짜 복서 같다.
아무리 배우라지만 넌 정말 천의 얼굴이야.”
유진이 놀라워했다.
“첫 촬영 얼마 안 남았잖아요.
완벽하게 해야죠.”
배우진이 허공에 대고 펀치를 날렸다.
“완벽한 복서에 완벽한 배우라니,”
제라르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
배우진은 제라르, 유진을 데리고
복싱장 앞 유명한 전죽 콩나물 국밥집으로 갔다.
아침밥을 먹고 헤어지기로 한 것이다.
프랑스에서 오래 산 제라르와 유진에게 콩나물 국밥은 생소한 음식이었다.
식탁 위에 콩나물 국밥, 수란, 김, 오징어 젓갈이 한상 차려졌다.
“지난번에 관장님이 한번 데려와 주셨는데 정말 맛있더라고요.
콩나물국은 아시죠? 그거에 밥 말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배우진이 제라르와 유진에게 음식을 소개했다.
“맛있어 보인다.”
제라르는 깔끔한 콩나물 국밥이 마음에 들었다.
“근데 이 그릇에 담긴 거 날달걀이네.”
유진이 날달걀 두 개가 덩그러니 들어있는
스텐 그릇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네. 그거 수란 해 먹을 계란인데요.
먹는 방법을 가르쳐 드릴게요.
그 날계란 위에
뜨거운 국밥 국물 다섯 숟가락을 넣고
계란이 조금 익을 때를 기다려.”
배우진이 천천히 시범을 보였다.
“이렇게 먹으면 됩니다.
후루룩.”
제라르와 유진은 하나라도 놓칠세라
배우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아, 맛있다. 한번 드셔 보세요.”
배우진은 수란을 후루룩 넘기고,
두 사람에게 똑같이 먹으라고 권했다.
“알았어. 이렇게 먹으란 얘기지?”
제라르가 먼저 스텐 그릇 안의 날달걀에
뜨거운 국물 다섯 숟가락을 넣고,
익을 때를 조금 기다려 후루룩 마셨다.
“오~ 맛있네. 유진 빨리 먹어봐.”
제라르가 유진을 재촉했다.
“응, 알았어.”
유진도 똑같이 수란을 만들어,
후루룩
한꺼번에 목으로 넘겼다.
곧 표정이 밝아졌다.
“맛있네. 국밥은 그냥 먹으면 되지? 먹자.”
“네, 맛있게 드세요.”
“담백해서 아침으로 딱이다.”
셋은 나머지 국밥도 와글와글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엄대호’의 여자 친구 ‘미경’의 배역은 정해졌나요?”
배우진이 마지막 한 숟가락을 꼭꼭 씹어 삼키고, 제라르에게 물었다.
“그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여배우들이 줄을 섰어.
그래서 난항이야.”
“정말요?”
뜻밖의 대답에 배우진이 놀랐다.
짧은 역할에 독립예술영화라 캐스팅이 힘들 걸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다, 배우진 네 덕이다.
너랑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잡으려고 여배우들이 혈안이야.
하루에도 두세 번씩 문의가 온다니까.”
제라르가 밝게 웃었다.
“오, 그런가요?”
“며칠 전에 소유나 측에서도 연락 왔었어.
에 참여하고 싶대.”
“소유나 선배 가요?
봉황 영화제 사회 봤던 그 소유나?”
“그래. 나도 깜짝 놀랐다니까.
소유나 씨 연기도 안정적이고,
자기 관리도 철저하고, 나는 마음에 들어.
넌 어때?”
제라르가 배우진의 의사를 물었다.
“저도 소유나 선배님 좋아요.
연기 경력 많으셔서 잘하실 거예요.”
배우진은 찬성이었다.
“유진, 넌 어떻게 생각해?”
제라르는 촬영감독 유진의 생각도 물었다.
“나도 소유나 씨 좋아. 일단 미모가 빛나니까. 촬영감독으로선 고맙지.
베테랑이라 우리가 신경 쓸 부분이 훨씬 줄어들 거야.”
유진도 찬성이었다.
“그래, 그럼 ‘엄대호’ 여자 친구 ‘미경’ 역은 소유나로 하자.
우진아, 너랑 소유나 씨랑 시간 맞춰서
내 사무실에서 한번 보자.”
“네, 감독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