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71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72화
밴이 회사 뒤편 꼬불꼬불한 골목길로 들어섰다.
뒷문에 박은하와 오설기가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면서
사무실 앞에 진을 치는 팬들이 늘어났다.
그 팬들을 따돌리며 사무실을 드나드는 것이 점점 힘들어졌다.
오해일과 박은하는 전화 통화로
몇 번이나 만날 장소를 바꿔가며 겨우 만남에 성공했다.
차가 박은하 오설기 앞에 정확하게 섰다.
박은하와 오설기가 얼른 올라탔다.
“어서 와.”
내 인사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그녀들의 표정이 스르르 풀렸다.
“휴~ 007 작전 성공이다.”
“들킬까 봐, 진짜 조마조마했어요.”
박은하와 오설기가 모자를 벗으며 머리를 정리했다.
“안녕. 오랜만이야.”
나는 설기를 향해 미소 지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설기가 수줍게 웃었다.
영화 찍을 때는 거의 매일 봤었는데,
오랜만에 만나니 쑥스러움이 밀려드는 것 같았다.
“진짜 오랜만이다. 배우진.”
박은하가 힘주어 나에게 인사했다.
“응, 정말 오랜만이다. 박은하.
근데 나 도로에서 너 많이 봤어.
너 화장품 광고 사진, 버스마다 붙었더라.
종로 한 복판에 대형 현수막도 붙어있고.”
박은하는 예능뿐만 아니라 광고까지 두루두루 일이 잘 풀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그 광고 덕분에 인지도 많이 올라갔어.
웃기는 애라고만 생각했던 사람들이
내 미모도 다시 검토해주고. 헤헤.”
박은하가 뿌듯해했다.
운전대를 잡은 오해일이
“출발하니까 안전벨트 매.”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알았어.”
“네.”
박은하, 오설기가 안전벨트를 맸다.
출발!
밴이 부드럽게 도로를 미끄러졌다.
“배우진. 너 엄청나더라.”
박은하가 먼저 입을 뗐다.
“응? 뭐가?”
“사무실에 통역사들 오고 난리도 아니야.
막 영어, 중국어, 일본어 정신없이 드나들어.
각국 에이전시에서 너 데려가려고 전쟁 중이야.”
‘프린스 앤 플라워’ 판권이 아시아 각국으로 팔려 나가며
해외에서도 내 인기가 올라가고 있었다.
“이제 월드 스타가 되는 건가?”
나는 장난스럽게 주먹으로 가슴을 꽁꽁 쳤다.
“대표님 아직 너한테 아무 말씀 없으시지?”
“다음 주 첫 촬영인데, 그런 말씀은 안 하시지.
내가 작품에만 신경을 쓸 수 있게 항상 배려해 주셔.
그래서 내가 우리 대표님 존경하지.”
“그건 나도 동감.”
“나도.”
“나도 동감.”
우리 넷은 장성태 대표님의 존경심으로 잠시 한마음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설기가 물었다.
“어디 갈 데가 있어?
너희 기다리면서 ‘어디 갈까’ 계속 생각했는데,
집 빼곤 갈 데가 없더라고.
우리만 움직이는 거면 어느 정도 적당한데,
배우진 데리고는 불가능이야.
아까 회사 정문 앞에 깔린 팬들 봤지?”
박은하가 지친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지. 팬들 몰래 들어온다고 동네를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몰라.
근데 걱정 마. 기똥찬 장소 섭외해 뒀거든.”
오해일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어디?”
“어디요?”
박은하와 설기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신나랜드! 임무석 선생님이 폐장 이후로 얼마든지 와서 놀래.
거기 관리 아저씨한테 마스터 키 받아서,
타고 싶은 거 실컷 타고,
매점에서 먹고 싶은 것도 실컷 먹고.
다 우진이 덕분이지 뭐.”
와와와
짝짝짝
배우진!
배우진!!
박은하와 오설기가 박수를 치며 배우진의 이름을 외쳤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쑥스러운 척을 했다.
“우와! 놀이동산이라니.
정말 얼마 만이니?”
박은하가 흥분했다.
“그러게요. 언니. 저 눈물 나려고 해요.
모자 푹 안 눌러쓰고 마음껏 돌아다녀도 되잖아요.”
설기가 감동 먹었다.
“이게 다 우진이가 미리미리 공덕을 쌓아 둔 덕분이지.
내가 전생에 무슨 복을 쌓았길래, 우진이랑 친구가 됐을까?”
박은하가 격하게 반응했다.
“그러게. 무슨 공덕을 쌓았을까···.”
나는 박은하의 전생을 잠시 생각했다.
아마, 보통의 삶이었을 것이다.
예쁜 외모로 잠시 모델로 데뷔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결혼해서 아기 낳고 알콩달콩 살아간.
보통의 행복한 삶.
친구들의 삶에 변화를 준 건 나다.
망나니의 삶을 버리고,
올바른 삶을 선택했더니,
나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의 삶까지 풍요로워지고 있었다.
그런 생각들로 피시식 웃음이 났다.
“선배님, 재밌는 일 있으세요? 혼자 뭘 그렇게 웃어요?”
설기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나를 바라봤다.
“음,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재밌는 일이 잠시 생각나서.
참, 설기는 솔로 앨범 준비 한참이지? 기대된다.”
설기의 근황을 물었다.
“네. 영화 찍는다고 좀 미루어져서요.
열심히 곡 작업하고 있어요.
10곡 정도 추려 놨는데, 역시 가사가 문제예요.”
“경험이 많아야 가사도 나오지.
오늘 신나랜드에서 신나게 놀다 보면
신나는 가사 하나 정도는 뚝딱 나올 거야.”
내 말에 설기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옆에서 들어 봤는데 이번에 설기 노래 너무 좋아.
어디에서 그렇게 예쁜 노래가 나오는지 모르겠어.
멜로디가 세련되고 감성적이야.
모던하고. 뭔가 단순한데 좋아.”
박은하의 설기 칭찬이 끝이 없었다.
“완전 듣고 싶다. 음반 나오면 바로 나부터 한 장 주는 거 알지?”
나는 설기의 음반이 기대가 됐다.
“당연하죠. 선배님은 제 앨범 1호 손님이십니다.”
그동안 밀렸던 이야기를 조잘조잘 거리는 동안
차는 부지런히 신나랜드로 달려가고 있었다.
밖은 깜깜했고, 한적한 산길에는 우리 차 말고 다니는 차는 없었다.
“자, 다 왔습니다. 내리세요.”
해일이가 신나랜드 정문 앞에 주차를 했다.
“깜깜하다.”
“여기서 놀 수는 있는 건가요?”
박은하와 설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 관리 아저씨한테 가서 마스터키부터 받자.”
오해일이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렸다.
은하, 설기 그리고 나도 함께 내렸다.
그때, 관리인 아저씨가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오셨어요. 사장님께 오신다는 말씀 듣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자, 여기 마스터키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아저씨가 나에게 마스터키를 건네주었다.
“지난번에 해 봐서 작동 법은 알죠?
다 놀고 나중에 갈 때 저 매표소 안에 넣어두시면 됩니다.
애로 사항이 있으면 관리실로 날 부르고요.”
“네. 알겠습니다. 폐 안 끼치고 조용히 놀다 갈게요.”
“폐는 무슨. 저희 신나 랜드가 우진 씨 덕분에 이렇게 컸는걸요.
아, 맞다. 불을 켜드려야지.”
아저씨는 얼른 정문 옆에 있는 단자함을 열어 버튼 몇 개를 눌렀다.
신나 랜드에 환하게 불이 들어왔다.
“와.”
“멋지다.”
놀이동산 전체가 반짝였다.
“그럼, 눈치 볼 것 없이 재밌게 놀아요.”
“감사합니다.”
뒤돌아서려던 아저씨가 내 손에 들린 카메라를 봤다.
“거기 카메라 주세요. 다 같이 사진 한 장 찍어 드릴게요.”
“아, 네. 그럼 저희 네 명이 다 나올 수 있게 한 장만 부탁드릴게요.”
아저씨의 손에 카메라를 넘기고,
우리들은 신나랜드 정문 앞에 나란히 섰다.
은하와 설기는 팔짱을 끼고 가운데,
은하 옆으로 해일이, 설기 옆으로 내가 서서 V를 했다.
“자, 찍어요. 하나, 둘, 셋.”
“김치.”
“치즈.”
찰칵.
“고맙습니다.”
“그럼 재미있게 놀다 가세요.”
“네~~.”
사람이 아무도 없는 놀이동산을
나와 설기, 해일이와 은하가 걸었다.
꿈을 꾸는 듯 비현실적이었다.
중앙 정원으로 들어서자, 전에 못 봤던 조형물 몇 개가 보였다.
“아니. 임무석 선생님은 언제 이런 걸 다 준비했을까?”
유니콘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와, 유니콘 정말 예쁘다.”
설기가 눈을 반짝였다.
“유니콘 보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았나?”
해일이가 어디선가 들은 내용을 읊조렸다.
“그게 아니고, 유니콘의 뿔이 사람을 치료하는 능력이 있대요.”
설기가 정정해 주었다.
“비슷하네.”
“야, 그게 어떻게 비슷하냐?”
은하가 해일이에게 핀잔을 주었다.
“아, 몰라 몰라. 은하하고 설기 함께 서봐.
사진이나 찍자.
이번에 박은하 새로 들어가는 예능이랑
설기 솔로 1집 앨범 대박 나게 해 달라고 빌어.”
해일이가 사진기를 들었다.
은하와 설기가 유니콘 조형물 앞에 서서,
허리를 서로 껴안으며 활짝 웃었다.
찰칵
“미스 그린 투 톱. 그림이다 그림.”
해일이 엄지 척을 날렸다.
“우진이랑 해일이도 같이 서.
내가 찍어 줄게.”
은하가 해일이에게 카메라를 넘겨받았다.
“좋지.”
나는 해일이와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했다.
“우진이 이번 영화 대박나라.
찍는다. 하나, 둘, 셋!”
찰칵!
우리는 정원에서 몇 장의 사진을 더 찍고 계속 걸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걸어본 지가 얼마만인가 싶었다.
“박은하, 들어간다는 새로운 예능은 어떤 거야?”
내가 은하에게 물었다.
“일단 석재 오빠 믿고 가는 건데.
게스트 불러 놓고 밤새 게임도 하고 토크도 하고 그래.
캠핑 형식이야. 다음 주 파일럿 시청률 보고 정규 편성이 결정돼.”
“석재 형이랑 박은하가 합쳤는데 당연히 잘 되겠지.”
“하여튼 섭외 1순위가 배우진 너야.
석재 오빠가 완전 벼르고 있어.
나보고 살살 구슬려 놓으래.
내가 그 압박을 생각하면···
나 거기 꽂힌 것도 어쩌면
배우진 너 섭외 담당일지도 몰라.”
“응? 설마. 오늘 만나자고 한 거 그거 때문이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아니, 더 바빠지기 전에 너희들 한번 봐야 할 것 같아서, 전화한 거야.”
“믿는다.”
“응.”
걷다 보니 바이킹이 나왔다.
“우리 가위, 바위, 보해서 진 사람이 바이킹 타기 하자.”
내가 제안했다.
바이킹 플레이 버튼 눌러줄 사람이 필요해서 모두 탈 수는 없었다.
“좋아,”
“좋아요.”
“난 무서운데.”
해일이와 설기는 흔쾌히 동의했지만,
박은하가 겁을 먹었다.
“하자.”
“해요. 안 걸릴 수도 있잖아요.”
“그럼 그럴까?”
가위, 바위, 보!
나와 설기는 빠를 내고,
해일이랑 은하가 묵을 냈다.
오, 예!
“아, 이런. 나 무서운 건 딱 질색인데.”
박은하가 울상이 되었다.
“걱정 마, 내가 있잖아!”
해일이가 용감하게 은하의 손을 붙잡고 바이킹에 올라탔다.
나는 안전바가 완전히 내려온 걸 확인하고,
바이킹 플레이 버튼을 꾹 눌렀다.
“간다.”
바이킹은 작은 포물선을 그리며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아악! 아이고야!”
박은하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큭큭, 박은하는 다 용감한데, 바이킹에 약 하네.”
“저도 언니 저런 모습 처음 보는 데요. 호호.”
바이킹의 포물선이 점점 커졌다.
“으아아아아악!!!”
박은하가 절규했다.
“은하야, 괜찮아?”
해일이 은하의 손을 꼭 잡고 걱정했다.
“아니, 안 괜찮아. 뒤집어질 것 같아!!”
“내 손 꽉 잡아!”
“아아악!”
큭큭큭
하하하
호호호
나와 설기는 바이킹을 올려다보며 신나게 웃었다.
은하의 고통은 우리의 기쁨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신나는데, 뭐, 떠오르는 가사 없어?”
내가 설기에게 물었다.
“네. 뭔가 떠오를 것 같은데요.
선배님은 떠오르는 거 없어요?”
“하늘을 날 것 같아. 나는 비명을 지르겠지만,”
나는 입에서 나오는 데로 뱉었다.
설기가 방긋 웃으며
“그 짜릿한 기분, 잊을 수 없어.
내 손을 꼭 잡아주던 너의 손.”
그걸 받아서 이었다.
이번엔 내 차례
“말하지 않아도 알아.
네가 날 사랑하는 걸.”
설기의 차례
“어떻게 몰라.
그렇게 티가 나는데.”
설기가 큭큭 웃었다.
나도 큭큭 웃었다.
“저 두 사람 정말 잘 어울려.”
“네, 우리 회사 사람 중에 모르는 사람 있나요?”
나는 전생에 오해일과 박은하를 떠올렸다.
그때도 오해일은 박은하를 좋아했었고,
친구로 지내다
결국 결혼했었다.
아기도 낳았고,
알콩달콩 잘 살았었다.
현생에서도 같은 일이 되풀이될 것 같았다.
전생보다 더 빨리, 혹은 더 격렬하게.
바이킹의 포물선이 다시 점점 작아졌다.
박은하의 비명소리도 잦아들었다.
바이킹이 완전히 서고,
박은하가 다리를 후들거리며 내렸다.
아직 오해일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빙그레 웃음이 났다.
“다음 주에 첫 촬영인데,
오늘 힐링 제대로 했다.
너희들 모두에게 정말 고마워.”
나는 친구들에게 진심을 담아 말했다.
“우리도 마찬가지야. 고마워, 우진아.”
“저도요, 우진 선배.”
친구들도 진심을 담아 나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