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72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73화
첫 촬영이 장명구 복싱장에서 있었다.
나는 해일이와 함께 아침 일찍 복싱장으로 향했다.
“컨디션은 어때?”
오해일이 물었다.
“최상이야. 오늘 촬영은 평소 새벽 운동하듯 하면 되니까 전혀 부담 없어.
‘엄대호’의 훈련 모습을 그대로 담는 거라.”
오늘 첫 촬영을 위해 엄격한 식단 조절까지 해가며
나는 나를 복싱 선수 ‘엄대호’로 만들어 놓았다.
준비는 끝났다.
“벌써부터 말투까지 ‘엄대호’ 같다.
··· 그런데 저게 무슨 일이지?”
밴이 모퉁이를 돌자 복싱장 건물 주위로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이 보였다.
기자들은 밴이 들어가자 좀비 떼처럼 우르르 몰려들었다.
“저기, 차가 들어온다.”
“배우진이다.”
“빨리빨리 자리 잡아.”
기자들은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이며
카메라 플래시를 팡팡 터뜨렸다.
“첫 촬영에 기자들이 저렇게나 몰려왔어?
이럴 줄 알았으면 경비 업체 부르는 건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오해일이 당황했다.
“괜찮아. 기자님들이 물어뜯기야 하겠어?
그냥 가면 돼. 빨리 가자.
감독님이랑 스태프들은 벌써 다 오셨을 거야.”
“응, 알았어.”
나는 지체 없이 차에서 내렸다.
현장 스태프 한 명이 내려와 있었다.
그는 오해일과 함께 나에게 덤비는 기자들을 막아주었다.
찰칵!
찰칵!!
찰칵!!!
수백 개의 카메라에서 번쩍번쩍 불이 났다.
“오늘 첫 촬영 소감이 어떠세요?”
“프린스 앤 플라워 아시아 열풍이 심상치 않습니다. 해외 진출하시는 건가요?”
“권투 연습은 많이 하셨나요? 팬들에게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소유나 씨와의 호흡은 어떤가요?”
“이번 영화 끝나면 설강오 씨랑 작품 들어가나요?”
기자들은 마이크를 들이밀며 끝도 없이 마구 질문을 쏟아냈다.
나는 차분하게 그들 앞에 섰다.
“이번 영화 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지게 찍어서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딱 한마디만 남기고, 복싱장으로 올라갔다.
“저기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요?”
“폴 엔터가 강남에 땅을 산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프린스 앤 플라워 러닝 개런티가 엄청나다던데요.”
짧은 소감에 갈증을 느낀 기자들이 덤벼들었지만,
오해일과 현장 스태프가 온몸으로 막은 덕분에,
나는 비교적 쉽게 복싱장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봉쥬르.”
복싱장 안은 스태프들이 촬영 준비로 분주했다.
나는 그들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했다.
맥스 광고 찍을 때 대부분 봤던 얼굴들이라 친숙했다.
은아름, 노명태 그리고 다른 선수 몇 명이 몸을 풀고 있었다.
“잠시만 이쪽으로 와주세요.”
제라르 감독이 선수들 모아 놓고 촬영에 대한 설명을 시작 했다.
과한 연출 없이 선수들의 훈련 모습 그대로를 담을 예정이었다.
“오늘 촬영은 복싱장 전체 분위기와
‘엄대호’의 스파링 훈련 장면을 찍을 예정입니다.
장명구 관장님 평상시대로 선수들 지도하면 되시고,
선수 분들도 하던 대로 운동하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제라르가 나에게 왔다.
“우진아, 준비됐지?”
“네.”
나는 가볍게 뜀뛰기를 하며 대답했다.
펀치를 공중에 원투! 원투! 날렸다.
제라르가 나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링 위에서 하던 대로 스파링 하면 돼.
저번 현장 답사 때 보여준 모습 그대로 부탁할게.”
“네. 알겠습니다.”
답사 때 보여준 모습은 배우진이 복싱을 하던 모습.
오늘은 진짜 프로 선수‘엄대호’가 될 것이다.
나는 마음의 각오를 다졌다.
“자, 촬영 들어갑니다. 각자 위치로 가주세요.”
제라르가 복싱장의 선수들에게 외쳤다.
“네.”
선수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 촬영 준비를 했다.
“촬영한다니까 떨리는데.”
노명태가 은아름에게 소곤거렸다.
“나도. 아까는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진짜 촬영한다니까 엄청 떨려.”
은아름이 심호흡을 했다.
“관장님은 괜찮으세요?”
노명태가 물었다.
“청심환 하나 먹었다.”
장명구가 심장을 부여잡았다.
선수들 모두 바짝 긴장해 얼음이 되었다.
“이제 시작합니다.
레디~ 액션!”
제라르가 큰 소리로 액션을 외쳤다.
그에 맞춰 선수들 각자 운동을 시작했다.
샌드백 치는 선수,
줄넘기하는 선수,
섀도 복싱하는 선수.
파팍!
‘엄대호’ 배우진도 링 위에서 스파링을 시작했다.
촬영감독 유진이 움직이며 카메라에 그 모습을 하나씩 담았다.
자연스럽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있는 그대로.
그런데 그때 갑자기,
“명태야, 이 자식아! 제대로 안 해?
정신을 어디다 파는 거야.
그래 가지고 세계 챔피언이 되겠어!
명태 너! 좀 더 빨리 움직여!”
장명구 관장이 큰소리로 노명태에게 불호령을 내렸다.
“NG!”
제라르 감독이 외쳤다.
고개를 저으며 장명구 관장에게 다가갔다.
“저, 관장님. 평상시대로 부탁드립니다.
목소리가 너무 큽니다.”
제라르가 장명구에게 주의를 줬다.
“아~ 그래요? 나 평상시에 이렇게 했던 것 같은데···.”
“죄송하지만 조금만 소리를 줄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알았어요. 그렇게 하죠. 쩝.”
장명구 관장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자기 연기가 멋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시 촬영이 시작되었다.
카메라가 천천히 움직이며 선수들 운동하는 모습을 하나하나 담았다.
그런데 카메라가 움직일 때마다 장명구 관장이 불쑥불쑥 화면에 잡혔다.
관장은 카메라 이동 동선을 따라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제라르가 고개를 저었다.
“NG!”
촬영이 또 중단됐다.
제라르 감독이 다시 장명구에게 갔다.
“저, 관장님. 계속 움직이시면 저희가 편집할 때 그림이 나오질 않습니다.”
한 번 더 주의를 줬다.
“어, 그래요? 나는 평상시 하던 대로 했던 것 같은데···.”
장명구가 변명을 했다.
“더 평상시대로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라르가 정중히 부탁했다.
그런데 장명구가 자꾸 NG를 내자,
다른 선수들의 긴장도 더 높아갔다.
“다들 너무 경직되어 있습니다.
그냥 연습한다 생각하고 편안하게 해 주세요.”
제라르가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장명구 관장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는 이미 카메라만 들어오면,
자기도 모르게 몸이 뻣뻣해지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 버렸다.
첫날부터 의도한 대로 그림이 나오질 않고 있었다.
“아, 큰일이네. 역시 일반인들이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무리인가?”
제라르 감독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그때,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배우진이 링을 내려왔다.
해결책을 가지고 제라르에게 다가갔다.
“저기, 감독님. ‘액션’을 외치지 마시고, 그냥 카메라가 들어오면 어떨까요?
아무래도 다들 카메라가 익숙하지 않아서, 카메라 자체에 긴장을 하시는 것 같아요.”
“음, 그러니까 찍는다는 말을 하지 말자고?”
제라르가 솔깃했다.
“네. 촬영은 나중에 한다고 하고, 그냥 놔두는 거예요.
그럼 다들 자연스럽게 원래대로 훈련을 할 겁니다.
그때 모르는 척 찍는 거예요.
‘액션’이라고 외치니까, 선수들이 딱딱해지는 것 같아요.”
“맞아, 우진이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저기, 유진.”
제라르가 촬영감독 유진을 불렀다.
“지금 선수들에게 촬영 쉰다고 할 거거든.
그러면 아마 다들 평상시대로 훈련을 시작할 거야.
그때 그 모습을 찍어 줘. 모르는 척.”
제라르가 유진에게 촬영 전략을 말했다.
“오케이. 아이디어 좋아.”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카메라의 전원을 끄고 내려놓았다.
제라르가 박수를 치며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저, 잠시만 요. 여러분들이 지금 너무 긴장해서, 촬영이 힘들 것 같습니다.
쉬고 오후에 다시 해 보겠습니다.”
제라르의 말에 장명구 관장이 달려왔다.
“왜? 잘 안 돼요? 내가 준비한 게 몇 개 더 있는데···.”
준비한 연기를 다 못 보여 줘서 장명구가 매우 아쉬워했다.
“네, 쉬었다 할게요. 준비하신 건 오후 촬영 때 보여주세요.”
“알았어요. 그땐 내가 더 멋지게 해 볼게요.”
제라르와 스태프들이 장비를 철수하는 척을 했다.
선수들은 조금 주춤거리다
금방 자기 포지션으로 돌아가,
평상시대로 훈련에 임하기 시작했다.
팍팍!!
파바박!!!
두두두둑!!
곧 실감 나는 사운드와 강렬한 동작이 복싱장을 가득 채웠다.
배우진, 제라르 그리고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우진은 ‘엄대호’가 되어 링 위로 올라가 스파링을 다시 시작했다.
제라르는 조용히 돌아다니며 스태프들에게 촬영이 되고 있음을 알렸다.
유진은 카메라를 들춰 메고, 선수들 하나하나를 찍기 시작했다.
펑펑
휙휙휙
쉭쉭쉭쉭
선수들은 자기 훈련에 집중하느라 카메라가 들어오는 줄도 몰랐다.
촬영 때문에 느슨했던 몸과 마음을 다잡으며, 집중할 뿐이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갔잖아. 힘 풀고 더 빨리. 더 빨리.”
장명구 관장의 카리스마까지 제대로 카메라에 담겼다.
마지막으로 카메라는 자연스럽게 링 위의 ‘엄대호’ 배우진을 향했다.
몸의 움직임, 팔의 궤적, 스텝이 호쾌하고.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자연스러웠다.
‘야생 속의 호랑이가 상대를 몰아붙이는 느낌이랄까?’
유진은 카메라 속 ‘엄대호’를 보며 생각했다.
어느덧 링 위엔,
배우진은 없고,
챔피언 도전자 ‘엄대호’만이 남아 있었다.
***
프랑스 영화 잡지사 ‘엔느’가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제라르 감독의 신작이 한국에서 촬영되고 있다는 소식을 이제야 접한 것이다.
〖“아니, 어떻게 제라르 감독이 작품을 시작한다는 정보를 몰랐지?”〗
편집장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당연히 프랑스에서 작품을 시작하실 할 줄 알았으니까요.”〗
장크 기자가 말했다.
제라르는 프랑스에서는 거장으로 통하고 있었지만,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그에 반해 조금 낮았다.
프랑스는 제라르에게 영화 제작 환경이 훨씬 좋은 곳이었다.
그래서 언론은 제라르가 당연히 프랑스에서 작품을 시작할 거라 믿었던 것이다.
〖“그런 편견이 일을 이렇게 만든 거라고.
그래도 우리 ‘엔느’가 프랑스 언론 중에선 제일 빠르게 움직이는 걸 거야.
지금이라도 빨리 한국으로 가야 해.”〗
편집장이 장크를 보며 말했다.
〖“네, 지금 당장 한국으로 가겠습니다.”〗
장크가 의지를 드러냈다.
〖“제일 빠른 비행기 표 알아보고, 당장 공항으로 출발해. 드롱, 장크와 같이 가.”〗
편집장이 카메라 기자 드롱에게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드롱이 카메라를 챙기며 서둘렀다.
장크와 드롱이 재빨리 움직이자, 그제야 편집장은 한시름이 놓였다.
자리에 앉아 컴퓨터에 띄워져 있는 배우진의 사진을 쳐다봤다.
링 위에서 매서운 눈빛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있는 복서.
사진의 전체 느낌은 거칠었지만
배우의 얼굴이 신비롭게 잘 생겨 자꾸 눈길이 갔다.
〖“그런데 이 사진이 의 주연배우인가?”〗
미르가 장크에게 물었다.
장크가 하던 일을 멈추고 다가가 사진 속 배우진을 확인했다.
〖“네, 이번 영화 주연 배우 배우진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이 복서라, 배우진이 프로 선수에 가깝게 몸을 만들어 촬영에 임했다고 합니다.”〗
장크가 대답했다.
〖“뭔가 살아있어. 배우의 눈빛이 보통이 아니군.
제라르가 한국에서 영화를 시작한 이유를 알 것 같아.〗
편집장은 배우진의 사진을 더 자세히 관찰했다.
〖“아, 그러고 보니, 이 배우. 지금 아시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프린스 앤 플라워’의 배우 구만. ··· 어떻게 이렇게 결이 다를 수가 있지. 정말 대단해. 드롱.”〗
편집장이 드롱을 불렀다.
드롱이 카메라를 만지다 고개를 들었다.
〖“네, 편집장 님.”〗
〖“한국에 가면 일단 배우진 사진부터 찍어서 보내. 제라르 감독 인터뷰나 현장 사진은 나중에 보내더라도.”〗
〖“네, 알겠습니다.”〗
편집장은 이번 영화의 핵심이 배우진이라는 것을 촉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장크와 드롱이 짐을 챙겨, 편집장에게 인사를 했다.
표정들이 비장했다.
〖“수고해.”〗
편집장이 그들을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