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73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74화
신해수 기자가 야외 촬영 현장으로 가고 있었다.
11시 삼봉 공원이었다.
“얼마나 더 걸리지?”
함께 가고 있는 후배 사진 기자에게 물었다.
“오 분이면 도착합니다.”
신해수의 마음이 초조했다.
저번 복싱장 촬영 때 예상보다 훨씬 많은 기자들이 몰려와서,
제대로 취재도 못하고 그냥 돌아갔었다.
오늘은 정말 제대로 한 건 해야 했다.
“다 왔습니다.”
후배가 차를 세웠다.
“좋았어. 내가 먼저 가서 좋은 자리 잡고 있을 테니까 주차하고 와.
카메라는 내가 가져갈게.”
“네, 선배님.”
신해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뛰었다.
다행히 공원 앞은 아직 한산했다.
서두른 덕분에 다른 기자들보다 먼저 온 것 같았다.
“좋았어.”
신해수가 활짝 웃으며 여유롭게 걸었다.
“앗!”
그런데 막상 촬영장 바로 앞까지 간 신해수는 실망하고 말았다.
앵글이 가장 잘 잡힐 명당자리가
이미 다른 기자의 차지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금발머리 파란 눈의 외신기자였다.
“벌써 외신까지 붙었어?”
기가 찼지만 그다음으로 좋은 자리라도 차지하기 위해 서둘렀다.
곧 다른 기자들의 차량도 속속 도착했다.
“빨리빨리 서둘러.”
“저기 옥상으로 올라가자. 주인에게 허락을 구해.”
“사다리 들고 와.”
“차리리 반대편 건물로 들어가는 건 어떨까요?”
좋은 자리를 잡으려는 기자들의 전쟁이 뜨거웠다.
“어째 기자들이 점점 더 붙는데···.”
촬영장에 구름 떼 같이 모여든 기자들을 보며 제라르가 말했다.
“촬영 스태프보다 현장 정리 스태프가 더 필요할 것 같아.
이제 조금만 카메라를 돌려도 기자들이 앵글에 들어와.”
유진은 카메라를 세팅하며 못마땅한 듯 말했다.
“배우진의 인기가 매일매일 배로 뛰고 있어.
뭐 공짜로 홍보가 돼서 좋긴 한데
이러다 영화가 실시간으로 다 공개되는 거 아닌가 싶다.”
“저기 보니까 ‘엔느’에서도 온 것 같던데.
프랑스에서도 벌써 냄새를 맡았네.
하여튼 이제 더 불어나면 더 불어났지,
기자들을 따돌리긴 불가능해졌어.”
유진은 뜨거운 언론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다.
그때,
찰칵
찰칵
찰칵
번쩍번쩍
찰칵
찰칵
갑자기 카메라 셔터 소리가 한여름 매미 울음만큼 맹렬해졌다.
삼봉 공원 입구가 한 차례 술렁였다.
배우진이 도착한 것이다.
“어? 저기 배우진 맞아?”
“이제 거의 권투 선수로 완벽하게 빙의한 것 같은데.”
“볼이 쏙 들어갔어.”
기자들은 미친 듯이 배우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복싱 선수 ‘엄대호’로 완벽하게 변신한 그 모습을 하나도 놓칠 수 없었다.
“첫 야외 촬영인데 복싱하는 모습을 모두 공개하는 건가요?”
“하루에 운동은 몇 시간씩 하나요?”
“요즘 인기 실감하세요?”
기자들은 배우진을 향해 질문도 쏟아냈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그 틈바구니 속에 신해수 기자도 있었다.
촬영장에서, 배우진의 첫 현장 인터뷰를 했었던 게 꿈같이 느껴질 뿐이었다.
신해수는 초심으로 돌아가 톱배우 배우진에게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몸을 최대한 앞으로 빼며 큰소리로 외쳤다.
그때,
배우진의 눈에 신해수가 들어왔다.
‘어, 신해수 기자님이다. 지금껏 나에게 항상 우호적인 기사를 써주신 분.
기자님 질문에는 답을 해 드려야지.’
배우진은 신해수 기자 앞으로 갔다.
다른 기자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 카메라 플래시만 터뜨렸다.
“팬 여러분은 오늘날의 저를 있게 해 준 원동력이시죠.
좋은 모습으로 꼭 보답해 드리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사랑합니다.”
배우진이 신해수 기자의 질문에만 대답을 하고 뒤돌아섰다.
‘배우진 역시 의리 있네.’
신해수가 방긋 웃었다.
다른 기자들은 부러운 눈으로 신해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속에 장크와 드롱도 있었다.
그들은 어젯밤 한국에 도착해,
숙소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현장으로 달려왔다.
〖“배우진. 사진에서도 강렬했지만, 실제로 보니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네.”〗
〖“편집장님이 배우진 사진만 먼저 보내라고 했잖아. 하나도 놓치지 말고 찍어.”〗
〖“알았어. 배우진 얼굴이 카메라를 당겨서 셔터를 저절로 움직이는 느낌이야.”〗
노숙까지 하며 지켜낸 명당자리에서 배우진의 모습을 마음껏 카메라에 담았다.
배우진이 기자들을 뒤로하고 촬영장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제라르 감독에게 인사를 했다.
“어, 우진아, 어서 와.
기자들이 너무 많아서 놀랬지?”
“그러게요. 오늘은 저번보다 더 많아요. 촬영에 지장이 없을까요?”
찰칵
찰칵
배우진이 제라르 감독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카메라 셔터는 멈추지 않았다.
“지장 없게 해야지.
일단 오늘 촬영 이야기부터 할까?”
“네.”
제라르와 배우진이 콘티북을 사이에 두고 머리를 맞댔다.
“다큐팀이 ‘엄대호’ 시점으로 야외 훈련하는 모습을 찍을 거야.
카메라는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평상시 훈련하는 대로 해.
중간중간 다큐팀의 인터뷰도 들어갈 거니까
‘대호’의 입장에서 인터뷰에 응하면 되고.”
“네. 알겠습니다.”
‘엄대호’가 야외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담는 평이한 촬영이었다.
어려울 것 없었다.
“아, 그리고 ···”
제라르가 생각난 듯 말했다.
“오늘 함준익 선수 올 거야.”
“함준익 선수가요?”
함준익은 현 웰터급 세계 랭킹 2위 선수로
속 챔피언 결정전 씬에서 ‘엄대호’의 상대역이었다.
제라르가 공들여 섭외한 진짜 프로 선수였다.
“우진이 네가 훈련하는 모습을 한 번 보고 싶대.
최대한 훈련을 빨리 끝내고 오겠다고 연락이 왔어. 괜찮지?”
“그럼요. 괜찮습니다.
이제 전 몸부터 풀게요.”
배우진이 외투를 벗었다.
얇은 스포츠 웨어가 근육질 몸매를 그대로 드러냈다.
찰칵
찰칵
찰칵
기자들의 셔터 소리가 소낙비처럼 쏟아졌다.
배우진이 줄넘기를 잡았다.
양손에 쥐고 돌리기 시작했다.
윙
윙
윙
윙
이단, 삼단, 구보 뛰기, 십자 뛰기
줄넘기와 한 몸이 되었다.
“와우. 저게 배우진이야? 프로 선수야?”
“무슨 줄넘기가 프로 선수들 뺨쳐?”
“줄넘기만 따로 배운 것 같은데.”
배우진이 줄넘기만 돌렸는데도 기자들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일단 셔터만 마구 눌러댔다.
“그럼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조감독. 기자들 전부 물러나게 하세요.”
제라르 감독이 소리쳤다.
“네. 알겠습니다.”
조감독과 스태프 몇몇이 기자들에게 달려갔다.
“지금 촬영이 와이드 샷이라 기자님들 모습이 다 찍힙니다.
멀찌감치 서 주세요.
그리고 촬영 중에는 카메라 셔터 누르시면 안 됩니다.”
조감독은 한국어로 한번 프랑스어로 한번
기자들에게 멀리 떨어져 줄 것을 부탁했다.
기자들이 슬금슬금 뒤로 조금 물러섰다.
하지만 어떤 기자는 그 틈에 자리를 뺏길까 두려워 제자리걸음만 쳤다.
“거기도 다 나옵니다. 더 떨어지세요. 더.”
조감독이 꼼수를 부리는 기자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기 행인들도 나오겠는데?”
한 기자가 지나가는 행인을 가리키며 불평했다.
“행인들은 카메라에 나와도 상관없습니다.
기자님만 멀리 떨어져 주면 됩니다.”
조감독은 단호했다.
어느 정도 현장 정리가 되자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었다.
배우진이 트랙에 섰다.
“큐!!”
배우진은 가벼운 마음으로 트랙을 돌았다.
탁
탁
탁
몸의 움직임이 리드미컬하고 경쾌했다.
동시에 잽, 스트레이트, 훅, 어퍼가
가상의 적을 상대로 쉴 새 없이 공중에 꽂혔다.
촬영감독 유진은 전동 카트를 타고 배우진을 쫒으며 풀샷 촬영했다.
“트랙은 보통 몇 바퀴나 도시나요?”
유진의 인터뷰가 들어왔다.
다큐 형식의 영화라 촬영감독과의 현장 인터뷰는 계속 있을 예정이었다.
“보통 열 바퀴 정도 돌아요.
그다음은 계단을 오르고요.”
배우진은 ‘엄대호’가 되어 인터뷰에 응하며
간단히 트랙을 한 바퀴 돌았다.
두 번째 트랙은 속도를 좀 더 붙였다.
촬영감독의 전동 카트도 그 속도에 맞춰 빨라졌다.
세 바퀴째 트랙부터 배우진은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어어어.”
배우진의 풀 스피드에 촬영감독이 당황했다.
배우진이 카트를 지나쳐 앞으로 나아갔다.
카트는 힘겹게 배우진을 쫒았다.
열 바퀴 전력 질주를 끝내고,
배우진은 몸을 풀며 숨을 골랐다.
카트는 그제야 배우진 옆에 도착했다.
“아니, 지치지도 않아요?”
유진 촬영감독의 인터뷰.
“아직 쌩쌩합니다. 이제 계단 오르기를 하겠습니다.”
‘엄대호’ 배우진에게 이 정도는 시작에 불과했다.
공원 안, 작은 동산 계단을 배우진이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금방 정상을 찍고 내려왔다, 다시 올랐다.
쪼그려 뛰기, 두 칸 세 칸 밟아 뛰기를 해가며 날아다녔다.
촬영팀이 두 팀으로 나뉘어,
겨우 ‘엄대호’ 배우진을 쫓고 있었다.
함준익 선수가 현장에 도착해 배우진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도대체 몇 번이나 오르내리는 거야?
프로 선수가 아닌 이상 저 정도의 고강도 훈련을 감당할 사람은 없는데.’
함준익은 배우진의 동작 하나하나를 놀라운 눈으로 바라봤다.
촬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가상의 상대와 실전을 벌이는 훈련인 새도 복싱만 남았다.
배우진은 챔피언과 실전을 펼치듯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쉭
휙휙
쉭쉭
훅훅
원투-훅
원투-어퍼컷
잽-어퍼컷-훅
링을 돌며 잽, 어퍼, 훅을 그대로 꽂았다.
주먹에 체중을 실어
강력한 펀치를 가상의 적에게 퍼부었다.
촬영감독은 풀샷과 바디샷을 번갈아 찍으며,
탄탄한 배우진의 몸과 동작을 카메라에 담았다.
“저런 동작은 하루 이틀에 완성되는 게 아닌데···.”
배우진의 새도 복싱을 보는 함준익 선수의 심장이 요동쳤다.
그의 머릿속엔 이미 배우진과의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배우진이 잽을 날리면 옆으로 피하고,
훅을 날리면 사이드 스텝으로,
다시 블록킹과 역습.‘
함준익은 뜨거워진 피를 주체할 수 없었다.
촬영이 모두 끝나고 배우진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배우진 씨.”
“아, 함준익 선수!! 안녕하세요.”
배우진이 그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언제 오셨어요?”
“훈련이 빨리 끝나서 일찍 도착했어요.
배우진 씨 훈련하는 거 보고 소름 돋았습니다.”
함준익의 눈빛이 반짝였다.
“아닙니다. 그냥 흉내만 낼뿐인데요. 뭘.”
배우진이 겸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괜찮으시다면 챔피언 결정전 합을 지금 한번 맞춰 볼까요?
우진 씨 복싱하는 걸 보고 있으니 아이디어가 떠올라서요.”
함준익이 제안했다.
“어, 저야 좋죠. 스파링 식으로.”
“네, 좋습니다.”
배우진이 밴에서 자기 글로브를 가져와 꼈고,
함준익도 백에서 자신의 글로브를 꺼내 꼈다.
배우진과 함준익의 링 없는 즉석 스파링이 삼봉 공원에서 펼쳐졌다.
“대박.”
“웬 횡재냐?”
기자들이 몰려와 두 사람의 비공식 시합을 취재했다.
먼저, 함준익의 번개 같은 주먹이 사방에 번쩍.
찰칵
찰칵
빠른 발을 이용한 배우진은 그 주먹을 피하며,
어퍼를 함준익의 얼굴에 강타.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왼팔로 재빨리 블록킹을 하는 함준익.
찰칵
쉿, 쉿, 쉿, 쉬, 쉿.
배우진과 함준익의 스파링은 해가 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기자들의 카메라에 밧데리가 다 나갈 때까지 지치지도 않았다.
***
불꽃같았던 삼봉 공원 취재를 끝나고,
장크와 드롱은 L호텔 숙소로 들어갔다.
침대 위에 짐들을 던져두고, 바로 기사 작성을 시작했다.
현장에서 배우진을 만난 감동이 가슴에 진하게 남아있어,
그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기사를 써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둘은 테이블에 앉아 각자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
드롱은 오늘 찍은 사진들을 확인해서 A컷, B컷으로 나누고,
장크는 기사를 썼다.
[제라르 감독이 작품 의 촬영을 시작했다.이후 2년 만이다.
이번엔 프랑스가 아니라 한국이다.
그의 감성과 영감은 프랑스에 익숙한데,
왜 한국을 선택한 것인지 우리는 궁금했다.
오늘 한국에서 현장 촬영을 보고 그 이유를 알게 됐다.
그것은 바로, 배우진이었다.
배우진이라면 프랑스든 한국이든 제라르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에 배우진을 보면 잘 생긴 외모에 먼저 반한다.
그다음 그의 열정에 반한다.
그리고 그의 연기를 계속 보다 보면 완벽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외모 열정 연기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따로 분리시켜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제라르의 이 궁금하다.
그리고 배우진의 ‘엄대호’가 궁금하다.
영화의 마지막까지 함께 하며 궁금증을 해소해 볼 생각이다.]
장크는 한 번에 기사 하나를 뚝딱 써냈다.
배우진을 생각하니 손끝에서 문장이 술술 나왔다.
〖“이 사진 어때?”〗
드롱이 수 천 장의 사진들 속에서
한 장의 사진을 골라 장크에게 보여줬다.
‘엄대호’ 배우진이 스트레이트를 날리는 모습이었다.
호랑이 같은 눈동자가 살아 움직이는 듯 꿈틀댔다.
〖“좋아. 좋아. 최고다.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취재한 보람이 있었어.
내가 쓴 기사와 그 사진을 편집장님한테 보내자.”〗
〖“응, 그러자.”〗
장크와 드롱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앙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