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76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77화
오늘은 배우진이 초코파이 광고를 찍는 날이다.
예능 에서
배우진과 강정우가 벌인
초코파이 어떻게 먹어야 하나 배틀이
전 국민 사이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었다.
사람들은 자기만의 초코파이 먹는
노하우를 인터넷에 공유하기 시작했고,
그 현상은 신드롬을 일으키며
초코파이 판매량이 수직 상승했다.
초코파이 회사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백지 수표를 들이밀며
발 빠르게 배우진을 광고에 섭외했고,
배우진의 바쁜 스케줄을 기다려
오늘 광고를 찍게 된 것이다.
촬영장에 여운진 CF 감독을 비롯한 모든 스태프들의 걸음걸이가 가벼웠다.
광고계의 블루칩,
아니, 광고뿐 아니라, 영화나 방송, 예능,
손만 댔다 하면 대박을 터뜨리는
배우진과 함께 하는 오늘 촬영에 엔돌핀이 상승했다.
또 인성은 얼마나 좋은지
들리는 소문은 모두 미담이고
배우진과 인연을 맺으면
인생이 술술 풀린다는 소문까지 쫙 퍼졌다.
촬영 환경도 좋았다.
광고주가 돈을 안 아꼈기 때문이다.
스태프 인원은 모자람 없이 넉넉했고,
세트장 퀄리티가 최상이었고,
간식과 물품도 넉넉했다.
“자, 자. 배우진 씨 올 때 다 됐습니다.
소품, 조명, 카메라, 음향, 실수 없도록 한번 더 체크해 주세요.
오늘 촬영 지체되면 안 됩니다.
배우진 씨 스케줄 겨우 빼서 오시는 겁니다.
시간 안에 깔끔하게 찍을 수 있게 철저히 준비하세요.”
여운진 감독이 스태프들에게 당부했다.
“네. 알겠습니다.”
스태프들은 비장한 각오로 담당 분야를 몇 번이나 체크했다.
“강정우 씨는 좀 전에 오셨지?”
“네. 지금 대기실에서 분장 중입니다.”
“그래. 일단 이 콘티북 전해 드려.
강정우 씨는 광고 촬영이 처음이라 준비할 시간이 더 필요할 거야.”
“네.”
스태프가 콘티북을 강정우에게 전하러 분장실로 갔다.
“정우 씨도 이렇게 보니 참 잘 생겼네요.
옷발도 잘 받고 귀공자 스타일이야.
배우진이랑 같이 있어서 그렇···”
메이크업 담당은 순간 자신의 말실수를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메인 배우진에 묻어가는 강정우의 처지를 노골적으로 말해버린 것이다.
“미안해요. 내 입이 방정이네.”
메이크업 담당은 강정우의 눈치를 보며 급 사과했다.
“괜찮아요.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배우진이면 저도 인정합니다.”
강정우가 쿨하게 대답했다.
강정우에게 배우진은 은인과도 같은 친구였다.
배우진 덕분에 연기에 대한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고,
예능에 나가 좋은 평판도 얻었고.
드라마에도 캐스팅됐고,
오늘 광고까지 찍게 됐다.
배우진을 질투할 이유는 없었다.
“강정우 씨 보기보단 성격 좋으시다.”
메이크업 담당이 살며시 웃으며 또 말실수를 했다.
다소 딱딱한 강정우의 인상을 저격해 버린 것이다.
“제 인상이 좀 차갑긴 하죠.”
강정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태도가 한결 여유로웠다.
“아니에요 그런 뜻이 아니에요.”
메이크업 담당은 계속된 말실수에 자기 입을 쥐어박았다.
콘티북을 들고 스태프가 분장실로 들어왔다.
“강정우 씨, 감독님이 콘티북 전해 드리랍니다. 여기.”
“네,”
강정우가 콘티북을 받았다.
“나중에 배우진 씨랑 함께 말씀 있으시겠지만,
일단 먼저 보고 계세요. 도움이 될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강정우가 콘티북을 넘겼다.
‘프린스 앤 플라워’ 컨셉으로 시작.
‘준’과 ‘승호’가 격렬하게 다툰 후,
‘친해지길 바래’ 버전으로 바뀐다.
초코파이는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논의 끝에
결국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는 결론으로 끝난다.
강정우는 자기 포지션을 머리에 그려보았다.
그때 밖이 시끌시끌했다.
배우진이 온 것 같았다.
“헤이, 브라더.”
배우진이 분장실로 들어오며
강정우에게 손바닥을 들이밀었다.
“오랜만이다.”
강정우도 손바닥을 들이밀며 배우진에게 인사했다.
짝!
둘의 손바닥이 부딪히며 소리를 냈다.
“그새 얼굴 많이 변했다.”
강정우가 배우진의 얼굴을 살폈다.
“지금 찍는 영화 주인공이 복서거든.
살 빼고 운동하니까 금방 복서 얼굴이 돼버렸다.”
배우진이 주먹을 쥐고 권투 자세를 잡았다.
“완전 권투선수야.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하여튼 넌 대단해.”
강정우가 존경스럽게 배우진을 바라봤다.
배우진의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
날카로운 턱선과 거친 눈빛.
프린스 앤 플라워 ‘준’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권투선수 ‘엄대호’만이 남아있었다.
“넌 어때? 드라마 들어간다며?”
배우진이 강정우의 근황을 물었다.
“응, 의학드라마. 요즘 의학용어 외운다고 머리 빠개지는 중이다.”
강정우가 인상을 그리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지만,
얼굴에 행복이 스며있었다.
“의학 드라마. 왠지 너랑 잘 어울리는데.”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고.”
이제 배우진과 강정우 사이에 어색함 따윈 없었다.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잠시 후,
배우진과 강정우는 ‘준’과 ‘승호’가 되어 촬영장으로 나갔다.
여운진 감독이 다가왔다.
“준비는 다 됐지? 촬영 바로 들어갈게.
우진이 너 스케줄에 맞춰서,
빈틈없이 준비 다 해 놨다.”
여 감독이 잘 세팅되어있는 촬영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배우진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감사하긴. 내가 더 감사하지.
바쁜데, 이렇게 시간 쪼개서 촬영에 응해주고.
그때 돼지국밥집에서 캐이블 광고에 나오던 널 보는데,
내 가슴이 뭉클했거든.
이렇게 금방 탑배우가 되다니, 정말 뿌듯해.”
여 감독은 배우진을 섭외했었던 당시를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오늘 촬영도 잘 부탁해.”
“네. 걱정 마세요.”
“정우 씨도 잘 부탁해요.”
“네.”
“콘티북에 나온 대로 ‘프린스 앤 플라워’ 컨셥에서 ‘친해지길 바래’ 느낌으로 끝나면 돼.
일단 찍어보고 얘기하자.”
“네.”
“네.”
배우진과 강정우가 세팅장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씬 1 테이크 1”
“액션.”
[야, 포기해!]강정우가 ‘승호’가 되어 고함을 친다.
[아니, 난 못해.]‘준’ 배우진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버지 말씀을 거역할 셈이야!]‘승호’ 강정우가 아버지까지 들먹이며 ‘준’의 고집을 꺾으려 한다.
[아무리 아버지의 뜻이라도, 나는 내 식대로 해!]‘준’ 배우진의 의지는 흔들림이 없다.
‘승호’ 강정우도 강경하다.
[왜! 왜? 꼭 마시멜로는 나중에 먹어야 해. 그냥 같이 먹어도 되잖아.]‘준’ 배우진은 처절하게 초코파이 한 입을 베어 문다.
마시멜로우와 함께.
‘승호’ 강정우가 그 모습을 고통스럽게 바라본다.
[그게 우리 가족의 전통이니까.]‘승호’ 강정우는 마시멜로우를 분리시켜 먹는다.
[사실,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초코파이!!]‘준’과 ‘승호’가 사이좋게 초코파이를 먹는다.
컷!
크흐흐흐흐
풋
짝짝짝
짝짝짝
“한 번에 오케이!!”
여운진 감독이 큰소리로 외쳤다.
한 번에 완벽한 그림이 나왔다.
더 찍을 것도 없었다.
얼마 전까지 어색한 사이였던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배우진과 강정우의 케미는 좋았다.
와와
짝짝
“네. 여러분 모두 수고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강정우, 수고했다.”
배우진이 강정우에게 다가갔다.
“배우진 네가 있으니까,
촬영이 이렇게 빨리 끝나기도 하는구나!”
강정우가 배우진의 능력을 다시 한번 상기했다.
“함께 한 거지.”
“그래.”
“다음에 보자.”
“다음에 봐.”
배우진과 강정우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저기, 잠깐만요.”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한 남자가 다가왔다.
“저는 초코파이 회사 사회 복지 팀장입니다.
배우진 씨 팬이기도 하고요.
만나서 영광입니다.”
남자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명함을 건넸다.
“아, 네. 감사합니다.”
배우진이 정중하게 명함을 받았다.
“다름이 아니라, 배우진 씨, 강정우 씨 이름으로
초코파이 10만 상자 기부 행사를 하려고요.
급하게 기획한 행사라 오늘 아침에 최종 결정이 나서
제가 촬영장으로 이렇게 달려왔습니다.
배우진 씨 평소 해 오시는 선행과
초코파이 이미지가 합쳐져,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겁니다.”
“10만 상자요?”
“네.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겁니다.”
“저희가 할 일은 뭔가요?”
“기부할 때, 10만 상자의 초코파이 앞에서 사진만 찍어 주시면 됩니다.
초코파이 기업 이미지는 올라가고.
두 분은 좋은 일 하시는 거고.”
복지 팀장이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배우진의 대답을 기다렸다.
배우진이 강정우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정우도 배우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하겠습니다.”
“저도 하겠습니다.”
거절할 이유가 없는 행사였기에 둘은 단번에 승낙을 했다.
“네, 역시 승낙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럼 행사 일정이 잡히는 대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복지 팀장이 인사를 하고 떠났다.
“우진이 네 옆에 있으니, 이렇게 좋은 일에도 동참하게 된다.”
“이번엔 너랑 함께여서 더 좋다. 행사 때 보자.”
배우진과 강정우는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
제라르의 새 작품이 프랑스가 아니라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프랑스 언론 중에선 ‘엔느’가 처음 접했고,
장크와 드롱 두 기자를 한국으로 급파했다.
장크가 보내온 첫 기사가 내일 나갈 잡지 1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곧 프랑스는 제라르와 그의 신작 으로 뜨거워질 것이다.
제라르··· 그가 누군가?
대학 시절 이미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황금 표범상을 수상한 이후,
로테르담 국제 영화제 타이거상,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칸 영화제 심사 위원상,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 (단편),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감독 부문의 상을 휩쓸어 온 천재 감독.
그는 예술영화를 이끌어갈 유럽 젊은 3인의 감독 중에서도 수장이었다.
엔느 데스크 회의실에서
편집장이 대표에게 에 대한 보고를 하고 있었다.
“제라르가 한국으로 들어갈 때, 광고 한편만 찍고 오겠다고 했답니다.”
“그런데?”
대표가 계속 말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광고를 다 찍고,
연극에 투자를 하고.
금방 들어오기로 했는데,
갑자기 한국에 눌러앉았습니다.
그 후로 소식도 없고.
그러다 영화 의 첫 촬영이 시작된 겁니다.
저희 엔느는 그 움직임을 바로 포착했고요.”
대표는 장크가 보내온
촬영 중인 배우진의 여러 사진을 찬찬히 살폈다.
스트레이트 주먹을 날리는 배우진.
고된 훈련 후 땀에 흠뻑 젖은 배우진.
복근을 드러내는 배우진.
달리는 배우진.
강인함과 신비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아직 접해보지 못한 유니크함이 있었다.
배우진에게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배우진에 대한 자료는?”
대표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물었다.
“네. 배우진은 제라르가 한국에서 찍었던 커피 광고의 모델이었습니다.
일단 그 광고 영상부터 보시죠.”
편집장이 비디오테입을 틀었다.
화면에 ‘맥스’ 광고가 잔잔히 흘러나왔다.
대표의 얼굴 표정이 미묘하게 꿈틀거렸다.
“제라르의 사실주의 스타일이 확실히 묻어 있군.
배우진이 아주 잘 표현했어.”
대표는 소감을 간단히 말했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 광고를 반나절 만에 찍었다는 겁니다.”
?!
“반나절 만에!
그 까다로운 제라르와 반나절 만에 저 광고를 완성했다고??”
대표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네. 그리고 배우진이 을 찍기 직전에
개봉한 영화 가
한국뿐 아니라 전 아시아에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대표는 편집장의 보고를 들을수록 배우진에게 점점 빨려 들어갔다.
“제라르가 을 한국에서 시작한 이유를 알겠구만.
당장 배우진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찾고.
장크와 드롱은 촬영이 끝날 때까지 귀국할 생각은 접으라고 해.”
대표가 단호하게 지시했다.
엔느가 유럽 영화 잡지 탑티어가 될 수 있는 황금의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겁니까?”
“당연하지. 지금부터 매주 에 대한 특집기사를 내도록 해.”
제라르와 배우진. 이보다 확실한 게 어딨겠어?
“네, 알겠습니다.”
“자, 정신 똑바로 차려.
이제 다른 언론사들도 덤비기 시작할 거야.
내일이면 제라르 소식이 프랑스에 쫙 깔릴 거라고.
우리 ‘엔느’가 에 중심에 서야 해.
일단 배우진 단독 인터뷰부터 따도록 하고.
서둘러.”
“네.”
대표의 호령에 편집장은 분주히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