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8
찐 배우 연기에 미치다. 8화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연예인 밴 안.
차민혁이 천냥 김밥을 입에 쑤셔 넣고 있다.
“음료수 마셔 가면서 드세요. 급하게 먹으면 체해요.”
코디가 음료수를 내밀었지만 차민혁은 손을 저었다.
“됐어. 근데 형, 괘씸하지 않아. 생각하면 할수록 열 받네. 아니 첫 리딩에서 누가 그렇게 힘을 쓴데. 그냥 전체적으로 어떻게 흘러가나 보는 거잖아.
눈에 띄고 싶어서 환장한 새끼처럼 용을 써요, 용을··· 신인 티내고 있어. 형, 어떻게 생각해? 어? 말 좀 해 봐.”
차민혁은 운전석에 앉은 매니저를 닦달했다. 첫 리딩에서 배우진에게 주도권을 뺏겨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배우진? 글쎄. 잘하던데. 물 흐르듯이 아주 자연스럽게···”
매니저는 순간 눈치를 챙기지 못했다.
“아니. 뭐야? 그럼 난 자연스럽지 못했던 말이야?”
차민혁이 폭발했다.
“아니. 아니. 제일 자연스러웠던 건 당연히 너지. 배우진 걘, 처음치곤 좀 했다는 거고···.”
“오빠 실력을 따라올 순 없죠.”
코디까지 합세해 차민혁을 달랬다. 차민혁은 결국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을 들을 때까지 그 둘을 들들 볶을 것이다. 매니저는 쇄기를 박았다.
“그리고 배우진 걔는, 이제 겨우 영화 하나 하잖아. 시간이 매일 남아돌 텐데··· 뭐 하겠냐? 연습만 죽어라 하는 거지. 넌 광고에 팬 사인회에 라디오 방송에 예능에··· 얼마나 바빠. 더 쪼갤 시간도 없다.”
차민혁은 코디가 들고 있던 음료수를 뺏아 벌컥벌컥 들이키다 뿜어버렸다.
“에이, 씨. 밥풀이 들어있어.”
얼음이 된 코디가 시선을 아래로 박았다.
“그런데··· 너 좀 이상하다.”
매니저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무도 뭐라 안 했는데, 왜 혼자 그렇게 열 받아있냐?”
사실, 차민혁의 리딩도 나쁘지 않았다. 어색한 사투리 빼곤.
그런데 왠지
배우진이 리딩할 때, 자기 머릿속에
‘넌 이렇게 밖에 못 하냐? 준비를 이것밖에 안 해 왔냐? 캐릭터 분석이 이게 뭐냐’
라고 질책하는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괜히 주눅이 들고 부끄러웠다.
‘사람 자극시키네. 신인 새끼가···’
“아이, 진짜 그 새끼. 신인이면 신인다워야지. 형, 대본 줘 봐.”
매니저는 코디를 보며 ‘웬일이야’라는 표정을 지었다. 코디도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
갈수록 연기를 날로 먹으려 하고, 연예인병 말기로 향하고 있던 차민혁이다. 그가 차 안에서 대본을 펼쳐 연습을 하다니···
“무슨 대작도 아니고··· 콧구멍 만 한 영화 한 편 찍는데···”
차민혁은 대사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읽기 시작했다.
“형, 저번에 경상도 사투리 녹음해 놨던 거 그것도 좀 틀어줘 봐.”
“응,, 알았어.”
갑작스러운 차민혁의 태도에 매니저와 코디는 어리둥절했다.
***
점심시간, 돼지국밥집에 손님들이 바글바글했다. 자리 하나를 겨우 차지 한 여운진 cf 감독과 최 피디가 넋두리를 쏟아내고 있었다.
“아무리 찾아도 없는데 어떡하냐? 모델 찾느라 허비한 시간만 몇 주다.”
“아니 처음부터 그게 말이 돼? 대중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데다가 남성미가 넘치면서도 여심을 자극할 수 있는 신비한 외모를 지닌 모델을 어디서 구하느냐고?”
cf 감독인 여운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요구조건이 까다로운 핸드폰 광고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외모가 맞으면, 이미 알려진 모델이거나 혹은 연기가 너무 어색했고,
적당한 연기력을 지닌 모델은 광고주가 원하는 마스크가 아니었다.
“하여튼 광고주들은 쥐뿔도 모르면서 말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아. 그러면 지가 한 번 데려 와 보던가.”
최 피디가 맞장구쳤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속이 바짝바짝 타긴 매한가지였다. 요즘 핸드폰은 시장을 선점하려는 회사들의 경쟁으로 광고사들까지 뜨거워져 있었다.
“그냥 피디님이 광고주 만나 뵙고 제품을 신비롭게 가자고 한 번 해 봐요. 다른 건 다 준비됐는데 모델이 없어서 시간만 계속 흘러간다고··· 아니면 그 아담 같은 사이버 가수 있잖아. cg 디자이너가 얘기한 번 하던데···.”
“얘기해 봤지. 그런데 안 된데. 무조건 사람을 써야 한데··· 연기 학원 쪽에 얘기 해 놨으니까, 조금만 더 찾아보자.”
“···”
갑자기 여 감독은 말이 없었다. 그의 눈이 케이블 광고가 나오고 있는 티브이에 고정돼 있었다.
동네 광고에서 뭔가를 본 것 같았다. 그는 조용히 화면에 집중하고 있었다.
‘내 촉은 틀린 적이 없어. 분명히 뭔가 봤어.’
“국밥 나왔습니다. 뜨거우니까 조심하세요.”
“먹자. 배를 채워야 일하지.”
“스톱!”
“아씨, 깜짝이야.”
여 감독이 갑자기 소리를 빽 질렀다.
“뒤로, 뒤로, 뒤로.”
여 감독은 티브이에 손가락을 대고 소리를 질렀다.
“왜 그래 왜?”
최 피디가 물었지만 여 감독 귀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아주머니. 이거 뒤로 가기 안 돼요?”
“텔레비전이 뒤로 가기가 어떻게 돼요?”
“뭐 찾았어?”
최 피디가 물었다.
“찾았어요. 찾았어.”
여 감독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말했다. 최 피디가 텔레비전으로 시선을 옮겼다.
동네 요가 학원 케이블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요가를 하는 사람들 속에, 그들이 찾고 있던 모델이 우아하게 앉아 있었다.
***
촬영 현장.
친구가 폭열단 무리에게 얻어터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이진홍’이 분노가 폭발한 상태로 친구를 구하러 가는 장면.
그런데 도착했을 때는 이미 주인공 ‘최우석’이 폭열단 무리들을 다 때려눕히고 상황을 정리한 상태.
촬영이 지연되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비가 갑자기 쏟아진 것이다.
오해일이 다가와 배우진에게 우산을 씌웠다.
“내가 들게. 줘.”
“됐어. 이런 건 매니저가 하는 거야. 배우님은 그냥 연기에만 신경 쓰시죠.”
정식으로 계약을 하고 며칠 뒤, 배우진의 통장으로 출연료가 입금되었다. 배우진은 통장을 보자마자 오해일에게 약속한 매니저 일을 부탁했다.
그 후로 오해일은 배우진의 스케줄을 체크하고, 컨디션을 살피고, 그가 오직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매니저 일을 잘 해내고 있었다.
“그런데 한 장면 찍는데 뭐가 이렇게 오래 걸려. 영화에선 그냥 휙휙 지나가던데···”
“그러니깐 힘든 일이지. 겉으론 화려하지만.”
“저기 우진아. 잠깐 만.”
조감독이 배우진을 찾았다.
“네. 감독님.”
“비가 멈추면 찍으려고 했는데 멈출 기미가 안 보여서, 감독님이 그냥 가자고 하네. 촬영 준비가 끝나는 대로, 우진이 네 씬부터 바로 들어갈 거야.”
조감독은 콘티북을 펼치고 배우진에게 찍을 장면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첫 장면은 ‘이진홍’이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는 그림.
“그러니까 네가 여기에서 저 블록 모퉁이까지 전력 질주하는 거야. 그리고 코너를 돌 때 화물 트럭이 지나가. 여기 이렇게.”
조감독은 콘티북을 넘기며 차근차근 설명했다. 트럭이 자전거 앞으로 달려 나오는 그림.
“관객들에게는 부딪힐 것 같은 암시를 주지만 아슬아슬하게 비껴서 다시 질주해.
모퉁이 돌기 전까지는 컷 없이 한 번에 갈 거고, 카메라는 트래킹으로 옆에서 찍을 거야. 모퉁이 도는 건 스턴트맨이 할 거니까, 넌 정지선에서 멈추면 돼.
이해됐음 오케이?”
“네. 알겠습니다.”
“오케이?”
“오케이.”
“좋아. 아 놔, 이 놈의 비는 왜 이리 갑자기 내리냐. 바닥이 미끄러워. 조심해서 타.”
잠시 후, 류지완 감독이 직접 현장을 다시 확인했다.
“조감독에게 얘기는 잘 들었지? 비가 오다가 멈추면 뒤에 씬 하고 연결이 안 돼. 그래서 빨리 갈 거야. 정지선까지만 달려. 거기서 멈추면 돼.”
“네. 알겠습니다.”
배우진은 출발 지점에 섰다. 자전거를 확인하고 달릴 준비를 했다.
그때, 차민혁은 촬영장 한쪽에서 무술 감독과 합을 맞추고 있었다.
“주먹을 위에서 내리 꽂지 말고 아래에서 올려. 그래야 좀 더 힘이 실리는 모양새가 나와.”
차민혁은 주먹을 올려 쳤다.
“아니. 지금 우리는 무술을 하는 게 아니야. 싸움을 하는 거지. 그런 건 홍콩 무술영화에서나 하는 거고.”
몸을 쓰는 게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몇 번이나 감독에게 지적을 받았다.
“아니. 그리고 주먹이 너무 뻣뻣해.”
차민혁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X팔. 이런 건 무술 팀에서 알아서 하지. 몸 다치면 책임질 거야. 귀찮고 짜증나게.’
“조금만 쉬었다 하죠.”
차민혁이 무술 감독에게 떨떠름하게 말했다.
매니저가 얼른 와서 차민혁을 담요로 감쌌다.
“대표님께 말해서 이런 건 좀 빼자. 아니 A급 배우 데려와서 무술 대역도 없이 뭐 하는 짓이야.”
투덜투덜 대던 차민혁의 눈에 달릴 준비를 하고 있는 배우진이 보였다.
배우진은 자신의 동선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가게 앞에 있는 자전거를 타고, 전속력으로 도로로 빠져나와, 정지선에서 멈춤. 비교적 단순한 동선이었다.
“카메라 준비됐고. 자 갑니다.”
“액션!”
배우진은 재빨리 달려가 자전거를 낚아채고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사정없이 얼굴을 때리는 빗줄기가 친구를 구하겠다는 이진홍의 의지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자전거는 점점 가속도가 붙어 빗속을 뚫고 나갔다. 다리 근육이 팽팽하게 오르고 어깨와 등이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카메라가 옆에서 배우진을 따라가며, 생생한 ‘이진홍’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었다.
블록이 끝나 갈 때쯤, 정지선과 트럭이 함께 보였다.
‘다 왔다.’
배우진은 정지선을 보고 브레이크를 당겼다.
그런데
그 순간,
앞바퀴가 빗물에 흔들리며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가속도가 붙은 자전거는 도로에 미끄러져 그대로 트럭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트럭 뒷바퀴에 냅다 꽂혀 버렸다.
류지완 감독이 벌떡 일어났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모든 스태프들은 얼어붙었다.
오직 카메라만 혼자서 돌아가고 있었다.
류지완 감독이 ‘컷’을 외치려는 그때,
벌떡.
배우진은 지체하지 않고 벌떡 일어나서 전력 질주했다.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이진홍’이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빗속을 달려서라도 끝까지 친구에게 갔겠지. 처절하게.
촬영 감독도 그런 배우진을 놓치지 않았다. 옆에서 끝까지 렌즈를 돌렸다.
“컷.”
감독의 컷 사인이 났다. 배우진이 피가 나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한참 달리고 난 후였다.
“야! 괜찮아?”
가장 가까이 있던 촬영 감독의 걱정이 제일 먼저 배우진의 귀에 들렸다.
배우진은 허리를 반쯤 숙이고 거친 숨을 휘몰아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헉, 헉, 어떻게··· 나왔나요? 헉.”
배우진은 그림이 제대로 나왔는지를 물었다.
“뭐, 이런 미친 새끼가 다 있어? 무슨 생각으로 그랬어?”
류지완 감독이 달려오며 고함을 질렀다.
“그냥··· 친구가 잡혀 있으니까··· 달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던데요. 헉헉.”
류 감독은 배우진의 머리카락을 헝클이면서 웃었다. 전 스태프와 배우들이 환호를 하며 박수를 쳤다.
차민혁은 가슴이 두근거려 꼼짝할 수 없었다.
‘진짜다. 배우진은 진짜 배우다.’
차민혁은 휙 돌아섰다.
“민혁아! 어디가?”
매니저가 차민혁에게 바짝 붙으며 물었다.
“가긴 어딜 가. 연습하러 가야지. 무술 감독님 어딨어?”
배우진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차민혁도 덩달아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위이잉- 위이잉-
오해일이 배우진을 부축해 나오는 중에 핸드폰이 울렸다. 주로 업무용으로만 쓰는 핸드폰이라 그는 정성껏 전화를 받았다.
“네. 배우진 배우님 매니저입니다.”
···
“네?? ··· 누구라구요? cf 감독이요?”
뜻밖의 전화에 오해일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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