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83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84화
저녁 8시가 되어 촬영팀이 송주 시내 중앙 광장으로 모였다.
많은 시민들이 오가는 그곳은 활기찼다.
상가 간판들에 하나 둘 불이 켜지자,
일대가 대낮같이 밝았고.
가게 스피커에서는 최신 유행가가 무한 반복되었다.
‘대호’의 스파링 아르바이트 장면을 찍기에 모든 것이 좋았다.
“상가 번영회와 관할 경찰서에 협조를 구해서,
두 시간 촬영이 허락되었습니다.
시간 안에 빨리 찍읍시다.”
제라르 감독이 스태프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네.”
우리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연기자는 준비됐어?”
제라르가 조감독에게 물었다.
“네. 지금 분장받고 있습니다.
거의 끝나가니까
바로 촬영 들어가면 됩니다.”
“알았어. 차질 없이 진행해.”
“네.”
[여자 5분에 만원.남자 2분에 만원.
여러분의 울분과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 드리겠습니다.]
소품 담당이 라면 박스를 잘라 매직으로 푯말을 써서 광장 앞에 세웠다.
나는 글러브와 헤드기어를 끼고 스파링 할 준비를 했다.
“우진아, 일단 여자 연기자부터 들어갈게.
방금 실연당하고 온 여자라 슬픔에 가득 차 있어.
여자의 아픔을 스파링으로 보듬어 주면서,
‘대호’의 상처도 함께 아무는 느낌으로.
오케이?”
몸을 풀고 있는 중,
여자 연기자가 먼저 준비되었다.
“네.”
“바로 들어간다.”
제라르 감독과 스태프들이 뒤로 완전히 빠졌다.
촬영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유진 촬영감독만이 내 옆에서 조용히 카메라를 돌렸다.
“큐.”
‘대호’ 나는 인파로 가득 찬 광장 한가운데 섰다.
여자 연기자가 ‘대호’에게 다가왔다.
[저기요. 그냥 때리면 되나요?]여자가 ‘대호’에게 물었다.
눈가에 마스카라가 번져 시꺼멓고,
입술 주변엔 붉은 립스틱이 번져있었다.
[네. 글러브 끼시고 때리면 됩니다.여자분은 5분에 만원입니다.]
여자가 핸드백에서 만 원짜리 하나를 주섬주섬 꺼내 ‘대호’에게 건넸다.
‘대호’는 돈을 받아 푯말 옆 작은 소쿠리에 넣었다.
“까망아, 형 돈 벌었다. 배고파도 조금만 참아. 금방 맛있는 거 사줄게.”
그리고 소쿠리 옆 작은 종이 상자 안에 있는 까망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옹, 아옹,
까망이가 앞발을 내밀어 ‘대호’의 손을 감쌌다.
[저, 이거 낄 줄 모르는데요.]여자가 글러브를 들고 이리저리 돌리며 어쩔 줄 몰라했다.
[손 내밀어 보세요.]여자가 손을 내밀자,
[힘을 꽉 주세요.]‘대호’가 여자 손에 글러브를 끼워주었다.
준비가 되었다.
[자, 치시면 됩니다. 제 걱정은 하지 말고 맘껏 치세요.]‘대호’는 가슴을 쿵쿵 치며 여자에게 말했다.
[네.]여자가 주먹을 한 번 두 번 휘둘렀다.
‘대호’는 가볍게 피했다.
여자가 한발 두발 다가서며 적극적으로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대호’는 주먹으로 여자의 주먹을 막았다.
갑자기 여자가 공격을 멈추고 섰다.
주르륵
그리고 가만히 서서 눈물을 흘렸다.
‘대호’가 여자에게 다가갔다.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나 봐요?]‘대호’의 마음속에도 그와 같은
슬픔이 가득 차 있었기에
여자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여자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
[시간이 계속 가는데···돈 내신만큼 스트레스 푸셔야죠.]
‘대호’는 여자에게 용기를 북돋았다.
여자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호’는 여자의 아픔을 나눠 갖기로 했다.
‘더 이상 여자의 주먹을 피하지 않고 다 받아 주자.’
여자는 울분을 토해내며
마구잡이로 주먹을 날렸다.
‘대호’는 가드를 친 상태에서
여자의 펀치를 온몸으로 받아 냈다.
파박!
여자는 힘차게 ‘대호’의 얼굴과 몸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속이 개운해지는지
여자의 표정이 점점 풀렸다.
“컷.”
제라르가 컷을 외치며 여자 연기자에게 갔다.
“혹시 권투 배우셨어요?”
“네. 오빠 따라서 조금.”
“그렇구나. 조금만 더 어설프게 주먹을 휘둘러 주세요.
여자가 방금 실연당하고 와서 마음이 뒤죽박죽이거든요.
너무 잘 치시니까 슬픔이 덜 묻어나요.”
“네. 알겠습니다.”
여자 연기자와 한번 더 테이크를 돌리고 오케이 싸인을 받았다.
이번엔, 남자 연기자와 연기할 차례였다.
남자는 입사시험에 낙방해 마음을 다친 경우였다.
“남자 연기자 분과는 합을 미리 맞추겠습니다.
안전하게 촬영하는 게 우선이니까요.”
제라르가 말했다.
“네.”
나는 남자와 간단하게 합을 맞췄다.
남자가 돌진해서 주먹을 휘두른다.
‘대호’의 무게가 실린 주먹이 파링으로 막아낸다.
약한 주먹은 블록킹으로 막는다.
“어때요?”
“좋습니다.”
나와 남자 연기자는 몇 번이나 동작을 맞췄다.
“좋았어. 다시 돌면서 대호가 피하고 남자는 따라가면서 주먹을 휘두를게요.”
제라르가 카메라를 보며 최종적으로 선언했다.
“네.”
그때,
“야, 야. 이거 뭐야? 재밌는 거 있네.”
인상 험악한 깡패 셋이 인파를 밀치며 앞으로 나왔다.
“권투선수야?”
키가 큰 깡패 놈이 껄렁 대며 물었다.
“뭐야?”
제라르가 앞으로 나와 제지하려 했지만,
나는 손을 들어 들어오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영화의 생생한 장면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짜여진 장면만 넣기엔 뭔가 아쉬운 느낌이 있었는데
잘됐다 싶었다.
유진 촬영감독도 눈치를 채고, 카메라를 켰다.
제라르와 스태프들도 촬영 상황으로 돌입했다.
깡패들만 아무것도 모르고 난동을 부릴 준비를 했다.
“무슨 일입니까?”
‘대호’ 내가 물었다.
“뭘. 무슨 일이야. 여기서 돈 벌려면 자릿세 내야지. 이십만 원. 퉷!”
칼라풀한 용 문신을 과시하며 깡패가 바닥에 침을 뱉었다.
“자릿세 없는데.”
“야, 주머니 까 봐.”
“왜?”
“야이. 씨. 까라면 까.”
‘대호’는 용 문신과 기싸움을 벌였다.
[여러분의 울분과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 드리겠습니다.]얼굴에 흉터가 길게 난 또 다른 깡패가 쪼그려 앉아서 박스에 적힌 문구를 읽었다.
“야, 이거 좋네.
안 그래도 요즘 울분도 쌓이고 스트레스가 꽉꽉 끼었는데.
잘 됐네. 나도 울분 좀 풀어야겠다.
너, 오늘 내 샌드백 좀 돼라.
요즘 내 기분이 좀 더럽거든.”
흉터 놈이 ‘대호’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글러브 끼고 만원.”
‘대호’는 할 말만 했다.
“아하하하··· 만원?”
“그래. 남자는 2분에 만원.”
‘대호’는 무표정했다.
흉터가 ‘대호’를 쳐다봤다.
눈빛이 단단한 게 만만치 않음을 간파했다.
“야, 만원 좀 줘 봐.”
“예? 예?”
흉터가 손을 내밀자 키 큰 놈이 당황했다.
“X발 놈들아. 이 앞에 있는 엉아가 만원이라고 하잖아.
아주 조져 버릴 테니까 만 원 좀 줘봐.”
‘아, 이 새끼. 만날 이런 식으로 돈을 삥땅 치네. 아 이 호로새끼.’
키 큰 놈이 마지못해 주머니에서 만원을 꺼내 건넸다.
“자, 쳐 가져 가라 만원.”
흉터는 키 큰 놈한테서 받은 만원을 바닥에 던졌다.
‘대호’는 바닥에 떨어진 돈을 한참 바라보다가,
그냥 주웠다.
‘대호’였다면 그렇게 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원 더 내면 제대로 상대 해 줄게.
그냥 만원이면 시시하게 방어만 하고.
남자라면 제대로 하는 게 더 짜릿할걸.
옆에 아우들도 보는데.”
‘대호’는 흉터를 도발했다.
“하, 이 새끼 개성 쌍놈 이가.
돈 졸라 잘 버네.
아, 열 받아.
야, 만 원만 더 줘.”
이번엔 문신이 인상을 빡 쓰면서 자기 호주머니의 만 원을 건넸다.
“좋다, 그럼 이제 내가 너 죽도록 패도 되는 거네.”
흉터가 비열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할 수 있다면.
글러브 껴.
헤드기어도 끼는 게 좋을 거야.”
내 말에 흉터는 콧방귀를 뀌었다.
“치워라. 그 딴 거 필요 없으니까.”
“그래? 난 분명히 경고했다.”
“이 X새끼가 말이 엄청 많네.”
흉터는 주먹을 휘두르며 돌진했다.
‘대호’는 일단 가볍게 피했다.
선수들의 번개 같은 주먹만 보다가
흉터의 주먹을 보니 슬로우비디오 같았다.
“오호, 이 새끼. 좀 한다 이거···”
당황한 흉터가 마구 주먹을 싸지르기 시작했다.
‘대호’는 계속 피해 주다,
퍽! 퍽!
흉터의 옆구리와 턱에 주먹을 제대로 꽂았다.
흉터는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 형님!”
“야이, 씨.”
흉터가 쓰러진 것을 보고
문신은 글러브도 끼지 않고 ‘대호’에게 달려들었다.
‘대호’는 사이드 스텝으로 가볍게 피했다.
“이만 원입니다.”
“뭐라고 씨부리노.”
문신이 주먹을 휘둘렀지만 애꿎은 허공만 질러댔다.
“야, X발 놈아. 이리 안 와.”
“욕은 안 돼.”
‘대호’는 문신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강력한 주먹으로
팡!
녀석의 배를 강타했다.
웩 웩
문신은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 헛구역질만 해 댔다.
‘대호’는 남은 한 놈, 키 큰 깡패를 날카롭게 노려봤다.
“헉, 살,, 살려..”
녀석은 겁을 먹고 뒷걸음질 쳤다.
“저기요!”
“네?”
“둘 다 데리고 가셔야죠.”
“네, 네..”
키 큰 깡패는 흉터와 문신을 부축해 달아났다.
깡패들이 도망가는 것을 보고
‘대호’는 모여든 사람들을 향해 섰다.
“자, 여러분!”
그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
“취직을 못해서 마음이 답답하신 분,
스트레스 때문에 입맛이 없으신 분,
남편이나 아내가 밤마다 술 먹고 늦게 들어와서 짜증 나신 분.
부장님의 멍멍 소리에 개 빡치신 분.
자기가 먼저 만나자고 해 놓고 데이트 비용 독박 쓰신 분.
오늘 저 ‘엄대호’가 여러분의 막힌 체증을 시원하게 뚫어 드리겠습니다.
단돈 만원에 여러분의 샌드백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배우진은 완벽하게 ‘엄대호’로 몰입했다.
그 후 실제 시민 손님들이 몰려들었고
‘엄대호’는 그들의 막힌 스트레스를 풀어 주었다.
2시간의 촬영이 무사히 잘 끝났다.
“야, 좀 전에 너무 위험했어.”
해일이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다가왔다.
“앞에 경찰도 있었고,
촬영팀도 다 주목하고 있었는데 뭘.
걔네들만 몰랐지.
그리고 자기네들이 먼저 도발한 거니까 우리 책임은 없다,”
나는 이소룡의 일화가 생각났다.
이소룡이 영화를 찍을 때
많은 도전자들이 촬영장으로 찾아와서
결투를 벌이곤 했었다.
그런 것에 비하면,
그깟 깡패 놈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 놈들도 세상 무서운 거 알아야
약한 사람들도 덜 괴롭히는 법이다.
“당연히 우리 책임은 없지. 자기네들이 먼저 시비 건 건데.
그 놈들 아까 경찰이 쫓아갔거든.
막 도망치던데.”
해일이가 실실 웃었다.
“진짜 동네 양아치 수준이었어.
일반 시민들 주먹보다 약하더라.
겉으로만 쎈 척하는 놈들.
저런 놈들은 한 번씩 혼 좀 나야 돼.”
아옹, 아옹.
현아 누나가 까망이를 안고 다가왔다.
“까망이가 너만 찾아.”
누나가 까망이를 내 품에 안겼다.
“까망아.”
나는 까망이의 보송한 털에 뺨을 부비부비 했다.
까망이는 갸르릉 거리며 내 손등을 핥았다.
거칠거칠한 느낌이 간질간질했다.
갸르릉 갸르릉
“얘는 진짜 신기하다. 우진이 널 진짜 좋아해.”
누나가 까망이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나도 까망이가 좋아.
까망이를 보고 만지면
‘대호’의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야.”
‘대호’는 까망이를 돌보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었다.
촬영 현장 정리가 끝나갔다.
장비까지 모두 챙긴 제라르가 큰 소리로 말했다.
“자, 전부 고생하셨습니다.
내일은 소악산 산행 촬영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오늘 밤은 푹 쉬고 내일 아침 다시 만납시다.
되도록 짐은 가볍게 챙기고
식사는 든든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산속에서 야영을 할 예정이니 장비 잘 챙기시고요.”
“네.”
우리는 힘차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