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86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87화
고급 피부 관리샵 ‘엘리 스킨’의 직원들이,
오늘 방문할 고객 명단을 살펴보고 있었다.
명단에는 대기업 사모님, 모델, 배우, 아이돌, 스포츠 스타, 고소득 전문 직업인 등의 이름이 빼곡했다.
워낙에 유명인들을 많이 상대하는 엘리 스킨 직원들에게
그들 모두는 그저 고객일 뿐이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야, 2시 고객 명단 봤어?”
직원 1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2시?”
직원들은 2시 스케줄을 확인했다.
“진짜야?”
“엥. 진짜? 설마!”
[2시 : 배우진 / 오해일 (슬림 전신)]“배우진!!”
“진짜 배우진이야?”
“맞네. 배우진이네!!”
“어머머. 세상에. 배우진을 드디어 보는구나!”
숱하게 연예인들의 피부와 몸을
관리해 왔던 그들이지만,
‘배우진’이라는 이름에 샵이 요동쳤다.
“와, 그것도 오늘 슬림 전신이야.
배우진 담당 계 탔네. 누구야?”
직원 2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담담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담당 직원 이름은 안 적혀있는데.
아직 안 정해 졌나 봐.”
직원 3이 명단을 꼼꼼히 살피며 말했다.
“그럼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는 거네.”
“오~ 예. 나 어제 꿈자리 좋았어.”
“아잉, 속상해. 나 2시에 단골 고객 온다.”
“나도.”
직원들은 배우진을 누가 담당하게 될지 가슴 졸이며 기대했다.
“야, 야. 조용히.
정신들 차려.
연예인 하루 이틀 보는 것도 아니고.
촌스러운 티 낼래?
배우진도 엘리 스킨에서는 그냥 고객일 뿐이야.”
임 실장이 들어오며 직원들에게 면박을 줬다.
모두들 입을 홉 다물었다.
“각자 자기 단골 고객 관리나 잘하고···
그분들이 선호하는 차, 향수, 음악,
더 나아가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시는지
아님 사교적인 대화를 원하시는지.
하나도 놓치지 말고 세심하게 관리를 하란 말이야. 알겠어?”
실장은 직원들을 깐깐하게 돌아보며 쏘아붙였다.
“네. 실장님.”
직원들이 풀이 죽어 대답했다.
그때 원장이 들어왔다.
“안녕. 여러분.”
“반갑습니다.”
원장은 우아하게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임 실장.”
“네.”
임 실장이 한 발 앞으로 나오며 대답했다.
“오늘 2시 배우진 고객님 다른 직원에게 넘기세요.
방금 청담동 권 사모님 2시 예약하셨습니다.”
헉!
배우진 담당이 임 실장이었다니!
윽! 뒤로 빼돌렸었구나!
직원들은 임 실장의 가증스러운 행동에 눈에 힘이 팍 들어갔다.
“네? 원장님. 그게 무슨 소리세요?
저 배우진···”
배우진을 뺏기게 된 임 실장은 다급해졌다.
“무슨 소리야?
권 사모님은 임 실장 단골 고객이시잖아요.”
원장이 호통을 쳤다.
“네.”
임 실장의 목소리에 풀이 죽고, 얼굴은 죽상이 되었다.
아~ 고소하다.
직원들은 속으로 큭큭 웃었다.
***
배우진의 밴이 엘리 스킨의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오해일은 고급 외제차와 다른 연예인 밴 사이에 차를 세웠다.
나는 촬영이 끝나고
지친 피부와 몸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었기에 피부샵을 찾았다.
한 달간 ‘대호’로 살면서 너무 거칠어지기만 했다.
다시 배우 배우진으로 돌아가야 했다.
“안 그래도 현아 누나가 피부 케어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표님이 먼저 이렇게 회원권을 끊어 주시네.
우리 대표님 정말 섬세하셔.”
해일이가 차문을 잠그며 말했다
“그래, 감사하지. 말하기 전에 미리미리 신경 써주시니까.”
나는 야구 모자를 깊이 눌러썼다.
언제부턴가 모자를 쓰지 않고는 밖으로 나가는 것이 힘들어졌다.
“나까지 같이 받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장성태 대표는 오해일의 회원권도 함께 끊어주었다.
“영화 촬영 따라다닌다고 너도 얼마나 고생했냐?
오늘은 호강 좀 하자.
탑배우 매니저 좋다는 게 다 그런 거지.”
“좋다. 가자.”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로 올라갔다.
피부에서 광채가 나는 직원이 우리를 상담실로 안내했다.
“오늘 피부 전체 관리랑 슬림 전신 마사지 들어가겠습니다.
기본 노폐물을 제거해 드릴 거고요,
각질 스크럽 하고,
수분 제품을 사용해서 건조한 피부를 촉촉하게 해 드릴게요.
그리고···”
직원의 말투는 하늘하늘 말랑말랑했다.
벌써부터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2인 스페셜 룸으로 모시겠습니다.”
“네.”
우리는 가운으로 갈아입고
스페셜 룸 침대에 편안히 누웠다.
잔잔한 쇼팽 왈츠와
은은한 라벤더 아로마 향에
마음이 차분해졌다.
“대표님이 2주 동안 공식 스케줄은 잡지 않으셨어.
완전 휴가래.”
해일이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스케줄 엄청 밀려 있다면서···.”
내 목소리도 나른했다.
“그렇긴 한데···
대표님이··· 일단 무조건 쉬래.
아마··· 그 후로는··· 엄청 바빠질 거야···”
해일이가 잠결에 말했다.
“이러니··· 내가 대표님을··· 안 좋아할 수가 있나···”
나도 선뜻 잠이 들었다.
“그러게 말이야.”
우리는 너무 편안한 분위기에 잠이 깜빡 들었다.
[우선 노폐물을 제거해 드리겠습니다.차가울 수 있습니다.]
피부 관리사의 말에 화들짝 깼다.
언제 들어왔는지 피부 관리사는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네.”
나는 얼떨결에 대답을 했다.
[피부 수분도 적당하고 피부색이나 두께도 그렇고 타고난 피부 미남이세요.지금은 자외선에 많이 그을렸네요.
각질을 제거하고 수분을 넣어 드리겠습니다.]
관리사는 솜에 클렌징 오일을 발라 꼼꼼하게 내 얼굴을 닦아냈다.
“여기 분위기 정말 좋네요.
미스 그린도 가끔 오죠?”
해일이가 관리사에게 물었다.
[네. 가끔 들리세요. 오설기 씨는 어제도 다녀가셨네요.]“그러고 보니 오설기 이번 솔로 앨범 인기 장난 아니야.”
해일이가 설기 소식을 전했다.
“그래?”
을 찍는 동안 소식을 전혀 몰랐기에 나는 귀를 열고 들었다.
“응. 국민 여동생 타이틀 따고,
남자 팬들이 물밀 듯이 밀려들어오나 봐.
앨범도 벌써 백만 장 넘게 나갔고.
CF도 엄청 들어온데.
드라마 섭외도 계속 들어오고.”
“진짜 스타가 된 거네.
저번 촬영할 때 오설기 신곡 계속 나오더니 역시···.”
‘대호’가 스파링 아르바이트를 했던
송주 시내 상점 스피커에서
설기 노래가 무한 반복되던 걸 기억했다.
“설기 평상시에는 여리고 수줍은데,
노래할 때는 에너지가 폭발적이야.
하여간 여리고 강한 두 가지 매력이 공존하고 있어.
그런 온도차가 대중에게 잘 먹혀들어간 것 같고.”
해일이가 설기의 성공 요인을 조목조목 분석했다.
“그래 설기에게 그런 매력이 있지.”
나는 그 말에 수긍했다.
[머드 마스크 팩 진행하겠습니다.모공 탄력을 높이고 피부 진정 효과가 탁월합니다.]
“네.”
나의 전신은 점점 더 노곤해졌다.
“근데 나 솔직히 처음에 우리 회사
강남에 사옥 짓는다고 했을 때,
그 정도까지 필요할까 생각했거든.
근데 지금은 아니야. 필요해.
너 아시아에게 난리 난 것 만해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인데.
오설기까지 빵 터졌어.
빨리빨리 사옥 짓고 직원도 더 뽑고
일이 체계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 시스템을 정비해야 해.”
해일이는 회사가 얼마나 더 커질지 상상하며 히죽 웃었다.
나 역시도 우리나라 제1 기획사가 될 ‘폴 엔터’를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관리사가 마스크 팩을 얼굴에 덮고
붓을 이용해 진흙을 정성스럽게 발랐다.
[잠깐만 이대로 있을게요.불은 간접조명 하나만 남기고 다 끄겠습니다.]
불이 꺼지고 관리사가 나갔다.
“이거 사진 찍히면 볼만 하겠다.”
해일이가 입을 작게 벌려 말했다.
크크
엉뚱한 상상에 우리는 웃음이 났다.
“좋긴 한데 매일 하라면 못 할 것 같아.
꼼짝없이 있으려니 좀이 쑤신다.”
“미남도 이제 노력으로 되는 시대다.”
“난 타고난 것 같은데.”
“그건 인정.”
우리는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힐링을 즐겼다.
“해외 일정은 다 잡혔어?
대표님이 일본까지는 얘기하셨는데.”
나는 곧 있을 해외 일정이 궁금해졌다.
“일본 다음에 중국 가야지.
중국도 지금 심상찮거든.
거긴 돈이 마구 복사되는 곳인 건 알지?
참, 해외 나가기 전에
우리나라 팬미팅부터 해야 하고.
팬들도 기다릴 만큼 기다렸어.”
“응, 팬 관리 소홀할 수 없지.
팬 덕분에 내가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건데.
항상 감사해.”
관리사가 다시 들어와서 불을 켜고 머드팩을 제거했다.
윙~
기계 소리가 들렸다.
[각질 제거 들어갑니다.]관리사는 능숙하게 내 이마와 코와 뺨을 기계로 밀었다.
[이제 허브 진정 젤 바르고 초음파 들어가겠습니다.약한 전류로 화장품을 이온화시켜서 피부 깊숙이 침투하도록 할 겁니다.
기미나 멜라닌 색소를 흐리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네.”
관리사가 머리 마사지를 동시에 진행했다.
머릿속까지 시원했다.
“아, 회사 단합회 가는 건 알지?”
해일이가 생각난 듯 말했다.
대표님이 내 스케줄에 맞춰 기획해 놓은 단합회였다.
“응, 김 실장님이 말씀해 주셨어.”
“이렇게 몸도 풀고, 회사 단합회도 가고
이번 여름은 좀 신나는데.”
“무슨 호수 쪽으로 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
어디야?”
“함평.
거기 앞에 수상레저도 즐길 수 있고,
공기 맑고 풍경 좋고,
실장님이랑 찬기 형이 엄청 준비하고 있어.”
“오랜만에 회사 사람들 볼 수 있겠다.”
“그동안 신입도 몇 명 들어왔거든.
단합회에서 얼굴 보겠다.”
“기대된다.”
[이제 전신 마사지사께서 오셔서 마사지를 해 드리고마지막에 다시 마무리 피부 관리 들어가겠습니다.
마사지받아 보시면 개운하고 활력이 넘치실 겁니다.]
“네.”
상냥한 피부 관리사가 나가자마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모시겠습니다.]전신 마사지사 두 명이 들어와 인사를 했다.
“네. 반갑습니다.”
[우선, 저기 의자에 앉아 주세요.]우리는 마사지사가 시키는 대로 의자에 앉았다.
마사지사는 예쁜 그릇에 물을 받아 우리들의 발을 씻겼다.
[일단 우유 물로 발바닥을 진정시키겠습니다.]마사지사가 부드러우면서도 힘찬 손길로 발바닥을 주무르자
뒤통수부터 시원했다.
[괜찮은가요?]마사지사가 물었다.
“네. 너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저희는 회원님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합니다.혹시 불편하시면 말씀하세요.]
“네. 지금은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발 마사지가 끝나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마사지사가 내가 입고 있는 가운을 열어 엉덩이까지 쭉 내렸다.
순간 조금 민망했지만,
그런 생각은 접고
그냥 몸을 맡기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온몸이 녹아내리면서 흐물거렸다.
뻣뻣했던 뼈가 유연해졌고
경직되었던 근육이 부드럽게 풀렸다.
[혹시 아프시면 말씀해 주세요.]“네, 알겠습니다.”
마사지사는 손가락과 손바닥 그리고 팔목을 이용해 현란하게 내 몸을 요리했다.
정수리부터 시작해서 어깨, 팔, 등, 허리, 허벅지, 종아리, 발바닥까지
마사지사의 손이 지나간 자리엔 탄력이 살아났다.
전신 마사지가 끝나고
다시 피부 관리사가 들어왔다.
흡수 잘 되라고 고무 하나 올려 드리는데,
혹시 답답하면 말씀해 주세요.]
관리사는 촉촉한 젤을 내 얼굴에 골고루 펴서 바르고,
얼마 뒤 다시 깨끗하게 닦아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전부 끝났습니다.]관리사의 말에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몸과 마음이 개운했다.
강한 햇빛에 지쳤던 피부가
탱글탱글하게 되살아났고
근육과 뼈들도 새것이 되었다.
[만족하셨습니까?]관리사가 생긋 웃으며 물었다.
“좋네요. 몸이 스프링 같습니다.”
나는 목을 돌려보았다.
기름칠을 한 것처럼 매끄럽게 잘 돌아갔다.
[다행입니다. 다음에도 저희 샵을 이용해 주세요.]“네. 감사합니다.”
관리를 다 받고 옷을 갈아입으려 탈의실로 들어갔다.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에서 번쩍번쩍 빛이 났다.
“우진아. 너 얼굴에 형광등 달았냐? 눈부시다.”
“너도 그래. 내 친구 오해일이 맞냐?”
해일이가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진짜 빛나긴 하네.
그래도 넌 진짜 번쩍번쩍 빛나.
정말 눈 부셔.”
거울을 보며 우리는 방긋 웃었다.
“이제, 가자.”
“그래.”
복도로 나가 걷는데,
지나가는 사람 모두 넋을 빼고 나를 쳐다봤다.
나는 온전한 배우진이 되어,
자체 발광하고 있었다.
걔 중에는 자기가 잘생겼다고
은근히 뻐기던 배우도 있었는데
나를 보고는 저절로 고개를 숙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다시 내려왔다.
“그럼, 푹 쉬고 단합회 가는 날 데리러 갈게.”
오해일이 말했다.
“그래, 너도 푹 쉬어. 그 날 보자.”
찰칵
‘어, 뭐지?’
차에 타려는 그 순간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나는 사방을 살폈다.
낯선 검은 그림자가 기둥 뒤에 숨어 나를 엿보고 있었다.
파파라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