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90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91화
“황병지입니다.”
“황병지? ‘돌려라 도사야’에 나왔던.
걔 요즘 인기 올라가서 엄청 바쁘지 않나?
방송 안 나오는 곳이 없던데.”
“지금 거의 풀가동이죠.
그런데 배우진이면 무조건 한다고 했답니다.”
“그래?
참. 우리 우진이는 인복도 좋지.”
“우진이를 만난 사람들이 인복이 좋은 거 아닐까요.
다 잘되고 있잖습니까.
황병지도 ‘돌려라 도사야’에서
배우진 시청률 피크 찍고
방송 섭외랑 광고가 빵빵 터졌거든요.”
B급 개그맨이었던 황병지는 배우진을 만난 이후 A급이 되었다.
“맞아. 우진이가 그런 능력이 있긴 하지.
게스트는?”
“차민혁으로 결정됐습니다.”
“데뷔작부터 인연을 맺은 사이라 재밌는 얘기가 많이 나오겠다.
아, 아, 그리고 우리 미스 그린도 잊으면 안 돼.”
장성태는 성공적인 배우진의 팬미팅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네. 이미 순서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하루 쉬고,
부산에서 백화점 팬사인회하고
김해 공항에서 바로 일본으로 출국합니다.”
일본 얘기에 장성태의 표정이 굳어졌다.
틈을 파고드는 일본 특유의 스타일에
정신을 바짝 안 차리면 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일정 너무 빡빡하게 잡지 말아.”
제대로 얘기 안 해놓으면,
우진이 너무 돌릴지 몰라.
일본 팬미팅할 때 시간 단위로 쪼개지 않도록 하고,
하루에 행사 3개 이상은 안 돼.
체크 단단히 해.
그놈들은 가식적이라
앞에서는 친절한데
뒤에선 무슨 꿍꿍이를 부릴지 몰라.”
장성태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걱정을 늘어놓았다.
“네. 이미 일본 에이전시랑 얘기가 다 끝난 부분이지만,
다시 한번 꼼꼼히 확인하겠습니다.”
김 실장의 머리가 바빠졌다.
“비행기랑 호텔은 모두 최고로 다 잡아 놨겠지?”
“네, 네.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
퍼스트 클래스에 최고급 VIP 룸으로 다 예약했습니다.”
너무 당연한 부분까지 장성태가 확인을 했다.
“그래, 그래. 김 실장만 믿어.”
“네.”
모두들 먹고 즐기는 단합회지만,
장성태와 김동국만큼은 마냥 쉴 수 없었다.
배우진의 본격적인 대외 활동이 시작되는 중요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
단합회의 밤이 깊어지자
폴 엔터 식구들은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잠자리에 들기도 하고,
티비를 보기도 하고,
몇몇이 모여 또다시 수다를 시작하기도 했다.
우진이와 설기는 잔잔한 호수를 나란히 거닐었다.
밝은 초승달이 하늘에 하나 호수에 하나 떠있었다.
둘은 한참 동안 말없이 걸었다.
나뭇잎을 간질이며 지나가는 바람소리와 정겨운 풀벌레 소리를 즐겼다.
지금 이 순간, 설기에게 악상이 떠올랐다.
자기도 모르게 그 음을 허밍으로 흥얼거렸다.
우진이 멈춰 서서 설기의 노래를 들었다.
“음이 너무 달콤하다.
설기 넌 어디에서 그런 노래가 계속 나오는 거니?”
우진이 설기를 그윽이 바라봤다.
“모르겠어요.
그냥 머릿속에서 팝콘 튀듯 톡 나와요.”
마음속을 들킨 것처럼 설기는 부끄러워했다.
둘은 다시 호수를 걸었다.
“어릴 때부터 노래를 엄청 많이 들어서 그런가.
엄마, 아빠 두 분 다 음악 듣는 걸 무척 좋아하시거든요.
가요, 팝송, 클래식, 가곡 가리지 않고,
저희 집에는 항상 음악이 흘러요.”
“그렇구나. 네가 가수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네.”
“오늘따라 달콤한 음악이 막 쏟아지는 데요.”
설기는 활짝 웃었지만,
눈가에 피곤이 보였다.
“요즘 많이 힘들지?”
우진이 설기의 바쁜 스케줄을 걱정했다.
“그렇게 힘들진 않아요.
대표님이 절묘하게 스케줄을 짜 주세요.
야외 공연이 있을 때는 오전에 라디오 방송만 잡고.
음악 방송 나가는 날이면 나머지 스케줄은 빼주시고,
아무것도 없는 날엔 광고만 몰아서 찍고.
그리고 꼭 하루는 쉬게 해 주세요.
그리고 건강식품도 많이 챙겨 주시고.”
설기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래. 우리 대표님은 그런 분이시지.
그리고 바쁠 때가 좋은 법이야.
불러주고, 관심 주고,
그런 게 없다면 견디기 더 힘들어.”
우진은 회귀 전 자기의 모습을 떠올렸다.
“네, 그래서 저 요즘 매일이 행복해요.
그런데 선배 은 잘 찍으셨어요?”
“응, ···
몸 고생은 조금 했는데 좋았어.
연기자로서 사람 마음 깊은 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는 게
어찌 보면 행운이었지.
덕분에 연기의 깊이가 한층 더 깊어진 것 같아.”
“ 때도 선배님 연기는 퍼펙트했는데 더 깊어졌다면···
어우. 감당 안 되는 데요.”
설기가 장난스럽게 고개를 흔들었다.
“이제 서울 가면 선배도 엄청 바빠지겠네요.”
“그럴 것 같아. 국내외 활동이 꽉 짜여 있으니까.
참. 내 팬 미팅 때, 노래 불러 줄 거지?”
“당연하죠. 선배 팬 미팅은 다른 스케줄 다 펑크 내더라도 갈 거예요.
나도 배우진 찐 팬인데!”
“그래. 고마워. 마음이 든든하다.
나도 너 팬미팅하면 꼭 갈 게.
나도 너의 팬이니까.”
“정말요? 약속해요.”
“약속.”
우진과 설기는 새끼손가락을 걸고
도장 꾹, 복사까지 야무지게 약속했다.
***
팬미팅 행사 당일,
배우진의 대형 사진 위에 Fall in Love with You라고
적혀 있는 현수막이 종실 운동장 외벽에 걸려있었다.
그 아래로 입장을 기다리는 팬들의 줄이 500미터 넘게 뱅글뱅글 길게 늘어섰다.
아직 입장 시간이 한참 남았지만,
배우진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팬들은 힘든 줄도 몰랐다.
안에서는 최종 리허설이 한참이었다.
나는 팬들을 위해 불러줄 노래를 부르며,
음향과 무대 동선을 체크했다.
[사랑이 사랑을 그리워한다.보고 싶어 미치도록 외쳐 본다.
너를 잡지 못하고
바보같이 눈물 흘리고
가슴 터지도록 너를 보고 싶다~~~~]
“저기. 마이크 한번만 더 확인해 주세요.
에코가 심한 것 같아요.”
나는 노래 중간에 마이크를 살피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음향 담당이 기계를 만지며 세밀하게 조율을 했다.
“좀 전에 춤도 기가 막히시던데
노래도 수준급이시네요.”
무대감독이 배우진에게 다가왔다.
최종적으로 행사에 대한 내용을 브리핑하기 위해서였다.
“오늘 팬미팅 컨셉 한번 더 말씀드릴게요.
1부는 때의 요정 컨셉이고,
2부에서는 의 남자 컨셉으로 진행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우진 씨는 노래와 춤만 신경 쓰시면 되고,
나머지는 황병지 씨가 재미있게 진행해 나갈 겁니다.”
“‘팬과 함께 춤’ 코너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네. 이미 뽑힌 팬들 중에서,
우진 씨가 한분 선택하셔서
댄스 타임을 가질 거고요.
팬 분이 돌발 행동을 할 수도 있지만,
안전에 크게 상관없다면
받아 주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전에 ‘궁금해 Q & A’ 코너 있고요.”
“네. 알겠습니다.”
무대감독은 행사 진행표를 보면서
동선을 확인하고 진행 사항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참, 춤출 때 무대 앞으로 너무 나가진 마세요.
폭죽이 앞에서 터질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다른 세부적인 사항도 꼼꼼히 전달했다.
“네. 그럼 여기까지 리허설을 마치고
대기실에서 의상 메이크업받으시고,
쉬고 계십시오.
시간 되면 알려 드리겠습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는 최종 리허설을 모두 마치고
대기실로 향했다.
대기실로 통하는 복도에는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팬들의 꽃과 화환이
빼곡히 들어 차 있었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화환에 적힌 메시지들을 읽었다.
[Dear 배우진축하해요. 영원히 사랑해요.
Sincere Lovely Star – 창원] [배우진 님 사랑합니다.
우리 항상 꽃길만 걸어요.
러블리 스타 – 전주] [배우진의 팬 미팅 성공적 개최를 기원합니다.
당신의 영원한 바라기 Lovely star – 성남]
나를 사랑해 주는 팬들의 응원문구를 보니 감동이 솟구쳤다.
‘오늘 하루만큼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팬들을 행복하게 해 줘야지.
지금까지 받아왔던 모든 사랑을 되돌려 줄 거야.’
나는 굳게 다짐했다.
대기실도 팬들이 보내온 수많은 선물과 꽃다발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어? 우진이 왔어? 힘들지. 여기 앉아서 좀 쉬어.”
현아 누가가 자리를 내주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가슴이 두근거려.”
“오직 너만 보러 온 수만 명의 팬들 앞이니까.
안 떨리면 그게 더 이상하지.”
해일이가 내 어깨를 주무르며 힘을 불어넣었다.
“자, 이거 좀 마셔.
목소리가 갈라진 거 보니까 목이 많이 마른 것 같다.”
현아 누나가 보리차를 한잔 가져다주었다.
내가 목이 많이 말랐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물 한 컵을 쭉 비워냈다.
“한 잔 더 줘?”
“아니. 괜찮아.”
그때,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오늘의 사회자 황병지가 빼꼼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 병지 형. 어서 와요.”
“잘 지냈어?
오랜만에 보니까 반갑다이야야야.”
하면서 가짜 다이아를 나에게 주었다.
요즘 황병지가 밀고 있는 개그인데
다이야라고 외치면서 큐빗 다이아를 주는 것이었다.
처음엔 유치하지만 계속 보다 보면 중독성이 있었다.
“그 안에 다이아 얼마나 있어요?”
“서른 개는 넘게 있다이이야야야야야.”
다이아 하나를 더 꺼내 현아 누나에게 주었다.
큭큭큭.
아하하
오호호
“야, 이거 재밌네요. 하하.”
“나의 병맛 개그가 좀 먹히고 있다이야야야야.”
그러면서 또 오해일에게 하나 꺼내 주었다.
아하하하.
“난 형이 사회 맡아 준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텔레비전에 안 나오는 프로가 없던데요.
바쁜데 시간 내줘서 고마워요.”
“바쁘긴 하지만,
우진이 네 팬미팅 사회는 무조건 봐야지.
너 만나고 일이 너무 잘 풀린다.”
“그거야 형이 재밌으니까.”
“그리고 한 가지 더.
너를 공식적으로 굴릴 수 있는 날이잖아.
내 말대로 움직이는 배우진이라.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 않냐.
이런 영광스러운 날에 절대 빠질 수가 없지.
오늘은 각오 제대로 해야 할 거야.”
“뭔가 쎄한데···
뭐 이상한 거 준비했어요?”
“그걸 말이라고 하냐.
오늘 신나게 놀아보자. 우진아.”
황병지는 특유의 개구진 미소를 지었다.
“황병지 씨. 황병지 씨.”
복도에서 황병지 찾는 소리가 들렸다.
스태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여기 계셨네요.
감독님께서 상의할 일이 있으시다고 오시라는데요.”
“네 알겠습니다.
우진아 먼저 가 볼게요. 나중에 무대에서 보자.”
“네. 형. 오늘 팬들을 위해서 제대로 한번 놀아요.”
“오호! 그런 각오 좋다이야야야야야.”
또다시 가짜 다이아 하나를 건네고는 퇴장했다.
“저 형. 참 요란한데 재밌어.”
“유쾌한 에너지가 넘친다.”
“자, 이제 우리도 준비해 볼까?
우진아. 저기 거울 앞에 앉아 볼래?”
현아 누나가 나를 변신시킬 준비를 했다.
“네. 분부대로 합죠.”
누나는 분장 도구를 쫙 펼쳤다.
“우선은 밝은 컨실러로 피부톤을 밝혀 줄게.”
“응.”
붓터치가 시원시원하게 얼굴에 들어왔다.
전체적인 톤을 잡고 스펀지로 골고루 퍼지게 했다.
“다음엔 파우더 처리로 이마랑 볼이랑 눈 윗부분을 밝게.”
“응.”
“핑크 블러셔 들어간다.
좀 신비롭게 보일 거야.
뭐. 안 해도 신비롭긴 하지만,
무대가 크니까 뒤에 팬들은 잘 안보이거든.”
“응.”
“눈썹은 살짝 끝을 올려서.”
현아 누나의 손길이 지나갈 때마다
나는 요정으로 변신했다.
“환상적인데. 오늘따라 화장이 잘 먹혀.
요즘 스킨케어 받아서 그렇나 보다.”
누나는 기뻐하며
내 눈가에 룬 문양까지 정성껏 그려 넣었다.
“자, 이제 입술에 살짝 광을 주고.
너무 과하지 않게.”
“응.”
“짜잔. 어때? 괜찮아?”
현아 누나가 거울 속의 내게 물었다.
“퍼펙트하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잘 나왔다.
오늘 팬들 껌뻑 죽겠네.
자, 이제 의상만 갈아입으면 된다.”
“알았어.”
나는 피팅룸으로 가서 현아 누나가 직접 제작한 요정 의상을 입었다,
레깅스에 가슴 깊게 파인 블라우스,
신비로운 장식품과 반짝이들이 화려하게 수놓아져 있었다.
의상을 입고 나왔다.
“역시.”
해일이가 디카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와우. 네가 그 의상을 그렇게 소화할 거라고 예상했었어.
자, 이제 머리에 장식품만 달면.”
누나의 파이널 터치.
“완벽해.”
현아는 스스로 감탄했다.
“고마워 누나.”
나도 거울 속 내 모습에 흡족했다.
“배우진 씨. 팬미팅 시작 5분 전입니다.”
시작을 알리는 스태프의 알림에
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현아 누나는 혹시라도 흐트러진 게 없나 살폈고,
해일이는 계속 내 어깨를 주물렀다.
“시작합니다. 나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