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95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96화
배우진은 마스크를 하고 있었지만
예사롭지 않은 포스가 풍겼기에
사람들의 시선이 계속 꽂혔다.
줄이 점점 줄어들더니 배우진 차례가 되었다.
〖여권이랑 서류 주세요. 마스크는 내려 주세요.〗
입국 심사관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네.〗
배우진은 서류를 건네면서 마스크를 내렸다.
그 모습을 본 심사관은 너무나 놀랐다.
〖어머나, 세상에나. 설마 프린스 배우진?〗
심사관은 자기도 모르게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홍조를 띤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평소 배우진의 팬이었던 여자 심사관은 뜻밖의 행운에 어쩔 줄 몰랐다.
〖안녕하세요.〗
배우진은 정확하게 일본어로 인사했다.
숨겨져 있던 언어 능력 각성 후,
모든 외국어가 한국말처럼 완벽하게 구사되었다.
〖아··· 안녕하세요. 저 무슨 목적으로 여기 오셨나요?〗
심사관은 간신히 이성을 차리고 자기가 해야 할 질문을 했다.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합치되는 기적 앞에 가슴이 뭉클했다.
그녀는 입국 심사관이 되길 잘했다고 백번 생각했다.
〖비즈니스로 왔습니다.〗
배우진은 편하게 대답했다.
〖팬미팅 오셨나 봐요.〗
심사관은 사심을 담아 대화를 이끌었다.
〖네. 뭐 비슷한 거죠.〗
그 후로도 심사관의 질문은 길게 이어졌다.
배우진이 심사관의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은 문제없었지만,
뒤에 줄이 너무 길어지고 있었다.
다른 줄은 금방 줄어드는데
배우진의 줄만 정체를 보이니
사람들이 까치발을 하고 무슨 일인가 관심을 가졌다.
배우진은 조금 난처했지만,
심사관은 아랑곳하지 않고 질문을 계속했다.
〖어디에서 머무시나요?〗
〖리츠 호텔에 머뭅니다.〗
〖아, 그래요. 며칠 머물다 가실 건가요?〗
〖일주일 일정으로.〗
직원은 더 이상 질문이 없을 때까지,
질문이 바닥이 날 때까지
배우진을 붙잡아 두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아쉬워하며 가까스로 보내주었다.
다른 일행은 모두 심사대를 통과해 배우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왜 이렇게 늦게 와?”
현아가 배우진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몰라. 이것저것 너무 물어서.”
“··· 아, 여기서도 자유롭긴 틀렸다.
벌써부터 이러면···”
현아는 밀려드는 팬들의 성화를 상상하며
벌써부터 근육이 쑤시는 것 같은 환상을 느꼈다.
“누나. 지금 주변 시선 안 보여?”
오해일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 이런.”
배우진을 눈치챈 사람들이 슬금슬금 주변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때마침
‘온앤온’ 배우진 일정 책임자인 키요스케와 안전요원 그리고 공항 직원들이 배우진 일행에게 다가왔다.
‘온앤온’은 배우진의 일본 행사 책임을 맡은 에이전시였다.
시미즈 아키라의 소속사 ‘재패니즈 월드’의 자회사이기도 했다.
〖안녕하십니까. 배우진 씨. 반갑습니다.
저는 이번 배우진 씨 일본 일정의 모든 책임을 맡은 ‘온앤온’의 키요스케입니다.〗
키요스케가 배우진과 일행들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네, 반갑습니다.〗
배우진은 친절하게 인사를 받아줬다.
〖오시는 동안 불편한 점은 없으셨는지요?〗
키요스케는 예의상 질문을 했지만,
김동국은 항의를 할 기회라는 걸 직감했다.
〖십분 정도 대기하고 있다가 나간다는 말은 무슨 말입니까?〗
김동국은 틈을 보이지 않고 바로 따졌다.
키요스케는 김동국이 쎄게 나오자 살짝 당황하며,
〖죄송합니다.〗
일단 바로 머리를 조아려 사과를 했다.
공항 매뉴얼상 자국 셀럽이 먼저 나가고
외국 셀럽이 그 뒤에 나가게 되어 있다며
자기들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사정을 알렸다.
〖그렇다면 왜 시미즈 아키라와 입국 시간을 같게 정한 겁니까?〗
김동국은 계속 불쾌감을 드러냈다.
쉽게 물러설 마음은 애초에 없었다.
〖아 그건···〗
책임자는 내심 놀랐다.
보통 자기들이 허리를 숙여
죄송하다고 인사를 하면
다들 괜찮다고 하는데,
김동국의 질책은 더욱 매서워졌기 때문이다.
〖아, 그건 아키라의 홍콩 스케줄이 갑자기 변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입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책임자는 재차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이쯤에서 그냥 넘어갔으면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 저희 쪽에서 소송을 걸 수도 있습니다.
각오하시죠.〗
김동국은 만만하게 보이면
만만하게 대하는 일본인의 습성을
잘 알았기에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대강 넘어가면 그다음 일정 땐
또 무슨 무례를 범할지 알 수 없는 상황.
기회가 왔을 때 강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신경 쓰겠습니다.〗
키요스케는 끝까지 굽신거렸고,
김동국은 끝까지 불쾌한 기분을 풀지 않았다.
***
배우진 일행이 수화물 장에서 가방과 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송 대리, 키요스케에게
어느 정도 알아듣게끔 말해뒀으니,
또 그렇게 정신없는 틈을 타서
이상한 짓은 못 꾸밀 거야.
그래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 돼. 알지?”
김동국이 송찬기에게 단단히 일렀다.
“네, 실장님. 저도 한번 당하지 두 번은 아닙니다.
절대 섣불리 행동하지 않겠습니다.”
“그래, 이러면서 일 배우는 거지.”
김동국이 송찬기의 어깨를 두드렸다.
송찬기는 오늘의 교훈을 가슴에 새기며 절대 잊지 않겠다 다짐했다.
그때, 복도 끝에서부터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렸다.
“뭐지?”
배우진이 그쪽을 바라봤다.
검은 양복의 건장한 남자들이 한 사람을 둘러싸고 한 덩어리로 움직였다.
시미즈 아키라!
분위기로 봐서 시미즈 아키라 일행이 분명했다.
그들은 배우진을 지나쳐 옆 수화물 벨트로 갔다.
아키라는 배우진을 보지 못했다.
경호원들에게 너무 둘러싸여 있기도 했고,
자기 생각에 너무 빠져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키라 일행도 옆 수화물 벨트에 서서 짐이 나오길 기다렸다.
거기 있던 사람들이 아키라를 알아봤다.
그는 일본에서 유명했고,
많은 경호원으로 그렇게 티를 내니 못 알아볼 수도 없었다.
“저기, 시미즈 아키라가 아니십니까?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제 딸이 팬인데 싸인 한 장 부탁드려도 될까요?”
한 중년 남성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아키라에게 싸인을 부탁했지만,
···
아키라는 아무 말도 못 들은 듯
반응이 없었다.
심지어 매니저가 그 중년 남성을 막아서고,
“아니. 뭐 하는 거야?
아무도 근처에 못 오게 해.”
경호원들에게 험악하게 지시했다.
“네.”
경호원들은 사람들이 아키라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더욱 철통 방어를 했다.
주변에 사진을 찍으려던 사람들의 카메라까지 모두 손으로 막았다.
‘유명인이라고 유세가 심하고만.’
‘들리는 소문이 사실이었어.’
‘젊은 사람이 벌써부터 저러면 나중엔 어찌 되려고.’
사람들은 속으로는 아키라를 욕했지만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고
자기 짐을 찾아 떠났다.
건방진 아키라와의 추억만을 간직한 채···
아키라는 사람들의 반응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어딜 가도 들러붙는 귀찮은 존재들이란 생각뿐이었다.
그 모습을 배우진이 바라보고 있었다.
전생과 전혀 다르지 않은 아키라의 모습에 한심함을 느꼈다
“한심하다.”
오해일도 배우진과 같은 기분을 느꼈다.
배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아키라는 배우진과 오해일의 한심한 눈빛을 느꼈다.
‘뭐야? 이 초조한 기분은?’
아키라는 범상치 않은 느낌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사람들을 하나씩 쭉 훑다가 배우진에게 시선이 꽂혔다.
‘아니, 저 녀석이 언제부터 저기 있었어!
배우진, 너의 일본 일정을 악몽으로 만들어 주마.
아무에게도 관심 못 받고 울면서 떠나게 될 것이다.’
아키라는 속으로 부들부들 떨었다.
‘근데 저기 왜 저렇게 밝지?
너무 눈 부시지 않나?
조명이 더 많은가?’
아키라는 곧 그 밝음은 조명의 힘이 아니라,
배우진의 아우라임을 알아봤다.
‘벌써부터 밀리는 것 같다.’
기분이 더러웠다.
뭔가 빨리 조치를 취하고 싶었다.
“기자들이랑 기자회견 몇 분이라고 했지?”
아키라가 매니저에게 초조하게 물었다.
“대략 한 십분 정도.
질문 몇 개만 성의 있게 받아줘.”
매니저가 아키라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 조심스레 대답했다.
“삼십 분으로 늘려.
저 녀석에게 눈길 하나 가지 않게 할 테니까.”
아키라는 배우진을 흘겨보면서 말했다.
“좋지. 그러면 기자들도 좋아할 거야.
항상 아쉽다면서 불평들이 많았는데.”
매니저도 배우진 쪽을 바라보며
“홍콩에서 했던 팬미팅 상황이랑
지금 찍고 있는 드라마에 대한 질문은 나올 거야.
그리고 카스미와의 관계도 물어볼 수 있고.
그냥 친구라고만 해.”
아키라에게 기자들의 예상 질문을 알려줬다.
“걱정 마. 모든 관심을 내게로 집중시킬 수만 있다면,
내일 열애설로 내 이름이 도배돼도 상관없어.”
아키라는 승부욕으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매니저는 급 기분이 좋아졌다.
아키라의 이런 적극성이 얼마만인지.
뭔가 대박이 터질 것 같은 조짐이 보였다.
“아, 가방이 나온다.”
아키라 일행은 짐을 챙겨 들고 입국장으로 향했다.
***
나리타 공항 입국장부터 정문까지
통로를 따라 아키라와 배우진의 팬들이 빽빽하게 들어 차 있었다.
역대 최고의 인파로 오천 명이 넘는 인원이었다.
팬들은 플랜카드를 꺼내 펼치고,
꽃다발을 들고,
사진기를 꺼내 자기 배우를 응원할 준비를 마쳤다.
문이 열릴 때마다 목을 쭉 빼고 자기 배우가 나오나 기다렸다.
각 방송사와 신문 연애부 기자들은
공항에서 따로 마련한 기자석에 모여 있었다.
와와
아아
드디어 아키라가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팬들은 함성을 지르며 그를 열렬히 환호했다.
찰칵
찰칵
카메라 플래시가 파도를 타며 터졌다.
“아키라~ 아키라 사랑해요.”
“아키라다!”
아키라는 검은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고.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와아. 아키라가 손을 흔들었어.”
아키라는 고개를 푹 숙이고
팬들을 그냥 지나치는 모습을 많이 보였었다.
오늘 갑자기 친절해진 모습에 팬들은 깜짝 놀랐다.
“아키라가 변했나?”
아키라는 짧은 기자회견을 하려
기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기다리느라 고생이 많으셨죠.”
기자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넸다.
“오호. 아키라가 웬일로?”
갑자기 친절해진 아키라의 행동에 기자들도 적잖이 당황했지만,
주어진 시간이 너무나 짧았다.
시간 안에 인터뷰를 따내려 기자들은 서둘렀다.
“홍콩 팬미팅은 잘 끝나셨나요?”
첫 번째 질문이 들어왔다.
“네. 제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사랑해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얼마나 그들이 저를 그리워하고 만나고 싶어 했는지 몸소 느꼈습니다.”
아키라가 무난하게 대답했다.
“요즘 촬영 중인 드라마 시청률이 심상치 않습니다.
드라마 액션은 대역 없이 스스로 소화하시나요?
“네, 많은 부분 제가 거의 연기하지만,
많이 위험한 액션은 대역을 쓰기도 합니다.
그것마저도 저는 제가 다 연기하고 싶은데,
감독님과 저희 대표님께서 위험하다고 말리셔서···
하하하
그래도···”
아키라는 자신의 연기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액션씬의 대다수가 대역이고,
어쩌다 한번 정도 직접 연기하는 거 빼고.
감독과 대표는 아키라가 제발 더 많은 씬을 스스로 연기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거 빼고.
어쨌든 성의가 전혀 없던 이전과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기자 회견은 배우진 측과 약속했던 십 분이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
김동국 실장은 약속했던 십 분이 지났는데도
입국장으로 나오라는 온앤온 측의 말이 없자 열이 뻗치고 있었다.
〖저기 어떻게 된 겁니까?
벌써 십 분이 지났잖아요.
러시아워에 걸리면 도로에서 꼼짝 못 한다는 거 잘 아시잖아요.
오늘 제대로 쉬지 못한다면 내일 일정은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김동국이 책임자 키요스케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아키라의 인터뷰가 아직 진행 중이랍니다.
인터뷰가 끝나기 전까지 여기 있기로 약속하셨으니까···〗
키요스케는 쩔쩔매는 태도와는 달리 계속 기다릴 것을 요구했다.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고 약속한 적은 없습니다.
십 분 정도는 기다려 준다고 했지.〗
송찬기가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짚었다.
···
키요스케는 할 말이 없었다.
그 순간 김동국은 옛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 회사에서 키우던
걸 그룹을 데리고 일본에 왔을 때,
에이전시는 팬 사인회에서
악수만 하면 된다고 했다가
현장에서 포옹까지 요구했었다.
‘말 바꾸기의 달인, 일본.’
김동국은 그때의 악몽이 떠오르자 분통이 터졌다.
이번엔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겠다.
당황도 이제 그만!
“우진아! 가자.
우리는 약속했던 십 분을 기다렸어.
더 이상은 안 돼.”
김동국이 단호하게 말하며 앞장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