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96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97화
김동국이 움직이자 일행 모두 가방을 챙겼다.
“네. 실장님. 따라가겠습니다.”
나도 더 기다릴 마음은 전혀 없었다.
김동국이 결정을 못 내리면
나라도 행동을 하려 했는데,
때 맞춰 나서 주니 마음이 든든했다.
우리 일행은 김동국을 선두로 입국장으로 향했다.
〖아,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키요스케가 사색이 되어 김동국의 앞을 막았다.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시면 나중에 더 곤란해질 겁니다.
길을 비키세요.
저희는 예정에도 없던 십 분을 조용히 기다려 드렸습니다.
더 이상은 안 됩니다.〗
김동국이 단호하게 말하며 키요스케를 지나쳤다.
나는 김동국 뒤를 걸었다.
내 뒤로 오해일 정현아 송찬기와 신입사원 이민기가 있었다.
***
그 시각
아키라는 많은 팬들에 둘러싸여 기자 회견을 계속하고 있었다.
팬들은 일본 특유의 질서 정연함으로 소란을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아키라를 응원했다.
찰칵
찰칵
“아키라, 여기를 보고 한번 웃어주세요.”
“아키라, 아키라, 내 손을 잡아주세요.”
아키라는 팬들의 부탁도 들어줘 가며
기자들의 질문에도 성심껏 대답했다.
‘이 정도면 배우진을 환영할 인파는 하나도 없겠지.’
아키라는 주변으로 몰려든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다.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안심된 마음에 더욱 친절한 태도로 팬들과 기자들을 대했다.
“카스미와는 어떤 관계입니까?
두 분이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닙니다.
이제 밝힐 때도 되지 않았나요?”
한 기자가 열애설에 대한 질문을 했다.
아키라가 기다리던 질문이었다.
열애설을 터트려서라도 배우진에 대한 관심은 막아야 했으니까.
“아, 정말 곤란한 질문을 하셨군요. 하하.
하지만 다들 궁금해하시니까···.”
아키라가 부끄러운 척 열애설을 인정하려 할 그때,
입국장의 공기가 한차례 울렁였다.
뭐지?
다들 목을 쭉 빼고 입국장 쪽을 바라봤다.
아키라를 둘러싸고 있는 팬들도
아키라의 대답을 기다리던 기자들도
아키라 자신도
본능적으로 고개를 입국장 쪽으로 돌렸다.
아악~~~
배우진이다!!
와아아아아~~
괴성과도 같은 함성이 입구에서 한차례 터지더니,
앗!
배우진!!
배우진이다!!!
드디어 배우진이 나왔다!!!!
아키라를 둘러싸고 있던 팬들과 기자들의 눈빛이 변했다.
찰나의 순간,
아키라는 불길한 기운이 자신을 덮쳐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카스미와는 사귀는 관계입니다.”
불길한 기운을 막아보려 열애설을 급 인정했지만,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이미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동그란 눈을 하고,
입국장을 걸어 나오고 있는 배우진에게 눈길을 쏟았다.
배우진은 광채를 뿜어내며 나오고 있었다.
환하게 미소 지으며 여유롭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모든 모습이 슬로우 비디오 같았다.
와우!!
우와!!!
광채 실화!!!
쓰나미가 밀려오듯 순식간에
오천 명이 넘는 인파가 배우진을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키라 주변에 있던 아키라 팬들마저
아키라를 내팽개치고 배우진에게 달려들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배우진 측도
아키라 측도
아키라가 기자 회견을 하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공항을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
예상한 김동국의 생각마저 빗나갔다.
와와와
아아악
으아악
배우진!!
배우진!!!
팬들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손을 내밀어 배우진을 만지려 하고,
고함을 지르고, 난리가 났다.
지구 상에서 가장 얌전하다고 소문난 일본 팬들이 배우진을 본 순간 무장 해제되었다.
그저 본능이 시키는 대로 달려들었다.
순간, 위험을 감지한 안전요원과 공항 직원들이
달려드는 팬들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이제껏 없었던 일에 모두들 당황했다.
“뭐해!! 빨리 여기 와서 막아!!”
배우진을 보호하며 겨우 버티고 있던 공항 직원들이
아키라를 보호하고 있던 공항직원에게 고함을 질렀다.
“네.”
아키라를 보호하던 공항 직원 모두가 배우진에게 투입됐다.
아키라는 보호할 것이 없었다.
직원들은 배우진을 둘러싸고 인간 바리케이트를 쳤다.
그 속에서 배우진은 겨우 안전할 수 있었다.
그때, 바리케이트 사이로 손 하나가 불쑥 들어왔다.
배우진이 그 손을 잡으려 했다.
몇 명의 팬에게라도 감사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노노노노. 그거 하지 마세요.
지금 팬들에게 반응을 보이면 다 무너집니다.
사람들이 다칠 수 있어요.〗
안전요원이 배우진을 막았다.
배우진은 손을 도로 집어넣었다.
〖지금은 여길 빨리 빠져나가야 해요.
안 그러면 여기 무너집니다.〗
배우진을 둘러싼 바리게이트는 통로를 확보하고 앞으로 조금씩 전진했다.
다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곳을 벗어나는 것에만 온 신경을 쏟았다.
“아.”
“악.”
배우진을 최전방에서 밀착마크를 하고 있던
오해일과 정현아의 옷이 뜯겨 나가고 머리채가 잡혔다.
놀라기는 했지만 아픔을 느낄 틈은 없었다.
배우진을 보호하기 위해 두 사람은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배우진은 인간 바리케이트의 도움으로
조금씩 조금씩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배우진, 사랑해!!
보고 싶었어요!!
가지 마!!
팬들은 어쩔 줄 모르고 발만 동동 굴렀다.
배우진이 아키라를 지나쳐 밖으로 나가자
공항 로비를 꽉 채웠던 팬들도 모두 밖으로 나갔다.
멍~
순간, 공항은 정적이 감돌았다.
아키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던 기자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취재거리는 저기 있는데 왜 우린 여기에 있나!
서로 눈치만 슬금슬금 봤다.
“아키라 씨, 취재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중, 용감한 한 기자가 아키라에게 인사를 하고는 바로 배우진을 쫒았다.
다른 기자들 역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배우진을 따라갔다.
아키라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들에 정신이 혼미했다.
“저기, 카스미랑 저의 관계 안 궁금하세요.
해드릴 말씀이 많습니다.”
눈에 눈물이 글썽한 아키라가
마지막 남은 한 명의 기자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그거 다음에 얘기해 주세요.”
그 마지막 기자까지 모두 배우진을 쫓아 사라졌다.
아키라는 공항 로비 기자 회견장에 혼자 멍하니 서있었다.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상황 판단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어떻게. 이게 말이 돼? 어!”
아키라는 망연자실했다.
매니저가 아키라를 감싸 안고 조용히 공항을 빠져나갔다.
***
공항 밖에는 내가 탈 밴이 대기하고 있었다.
악악
배우진
흑흑
보고 싶었어요
배우진 여기 봐!!
팬들은 끝도 없이 밀려들었다.
기자들까지 합세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배우진 씨, 여기 한 번만 봐주세요.〗
내 옆으로 가장 가까이 붙은 기자가 나를 불렀다.
나는 그쪽을 바라보며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밴은 바로 앞에 있었고,
한번 정도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싶었다.
찰칵
찰칵
와와
와와
함성과 플래시가 터졌다.
〖이번에 얼마나 오래 있을 예정인가요?〗
기자는 망설일 것 없이 내게 질문을 던졌다.
〖한 일주일 정도.〗
〖팬미팅이나 팬 사인회 말고 다른 특별한 일정이 잡혀 있는가요?〗
〖일본은 처음이라 관광을 조금 하고 싶습니다.〗
〖일본어를 유창하게 잘하시는데 언제 배웠습니까?〗
많은 질문들이 한꺼번에 터졌다.
기자들은 몸이 눌려가면서까지
인터뷰 하나라도 더 따내려고 필사적이었다.
〖안 됩니다. 지금 더 못 견뎌요. 배우진 씨. 빨리 차에 올라타세요.〗
안전 책임자가 기자들을 막아서며 호소했다.
〖네. 알겠습니다.〗
오해일이 인파를 겨우 헤치고 나를 밴에 태웠다.
팬들의 절규와 함성을 뒤로하고 밴은 서서히 출발했다.
“휴.”
“죽는 줄 알았다.”
“대비를 하고 나왔어야 했어.”
“이 정도는 온앤온도 예상 못한 것 같더라.”
나와 오해일 정현아는 의자에 몸을 맡기며 한숨을 돌렸다.
나머지 일행은 뒤에 대기하고 있던 다른 밴을 탔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공포심을 느낀 건
부산 내려갈 때 휴게소 이후 처음이야.”
해일이가 혀를 내두르며 숨을 헐떡였다.
“난 진심으로 여기서 죽는구나 생각했다니까.
우진이 넌 괜찮···”
오해일이 말을 하다 말았다.
내 모습을 보고 말문이 막힌 것 같았다.
“왜? 말을 하다 말아?”
나는 재빨리 내 모습을 스캔했다.
머리가 다 헝클어지고 팔소매도 찢겨 있었다.
“야, 너 언제 거지가 됐냐? 크크.”
오해일이 나를 보고 웃었다.
“그러게. 언제 이렇게 된 거지?”
나는 대강 손가락으로 머리를 빗어 정돈하고
찢어진 소매를 붙여보며 현아 누나를 불렀다.
“누나. 이거 어떻···”
나도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오늘 왜 다들 말을 하다 말아?
나도 이상해?”
현아 누나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누나 블라우스가···”
나는 키워드만 얼른 말해주고 눈을 돌렸다.
“응? 내 블라우스가 왜?”
현아 누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블라우스를 살폈다.
“어머나!”
화들짝 놀라며 양손으로 몸을 가렸다.
블라우스 단추 몇 개가 뜯겨 나가 속옷이 환히 드러나 있었다.
“아우, 진짜 이게 뭐야.
일본 온다고 거금을 주고 산 옷인데.”
누나는 속옷이 보인 것 보다 블라우스가 망가진 것이 더 속상해 울상이 되었다.
“누나. 미안해.
업무상 재해니까 내가 멋진 옷 다시 사 줄 게.”
나는 누나를 위로했다.
인파 속에서 밟히면서도
나를 끝까지 지켜줬던 현아 누나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우진이 네 잘못도 아닌데 뭐. 해일아.
내 가방에서 도구 상자 좀 꺼내 줄래.”
“응.”
해일이가 상자를 꺼내 누나에게 건넸다.
도구 상자에는 없는 게 없었다.
예쁜 단추에 바늘과 실은 필수였다.
순식간에 손을 놀려 누나는 블라우스에 새 단추를 달았다.
그리고 내 찢어진 팔소매도 기웠다.
“우와. 누나 진짜 대단해.”
또 한 번 나와 해일이는 누나의 솜씨에 감탄했다.
“아니, 김 실장님이 일본 팬들은 모두 얌전하다고 하지 않았어?”
현아 누나가 헝클어진 내 머리를 정리해 주며 말했다.
“일본 팬들, 우진이 엄청 보고 싶어 했잖아.
기다리다 기다리다 폭발한 거지.”
오해일이 정답인 것 같은 예상 답을 내놓았다.
“그럼 우진이가 잘못했네.
얌전한 일본 팬들을 괴물로 만들어 놨으니까.”
“그러네. 우진이가 잘못한 거네.”
“그런가?”
해일이와 누나가 이구동성으로 내 탓을 했다.
나쁘지 않은 내 잘못이었다.
“그럼, 이제 보답해 드려야지.
이렇게 기다려 주고, 환영해 주신 팬 분들인데.
바다 건너 일본에서 이 정도의 사랑을 받게 될 줄 정말 상상도 못 했다.”
깜짝 놀랄 만한 환대에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만큼은 뿌듯했다.
“이래서 우리는 배우진이 못 된다니까.
최소한 팬을 생각하는 마음이 이 정도는 돼야지.”
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스타 아무나 되는 거 아니야.
인기를 감당하고 거기에 맞는 행동을 할 수 있어야지.
아까 수화물 장에서 아키라 봤지?
팬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거?”
해일이가 아까 봤던 아키라의 건방진 모습을 떠올리며 흥분했다.
“나도 봤어. 진짜 꼴불견이더라.
만약에 우진이가 그런 식이었다면,
나는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우진이 코디 안 해.”
현아 누나가 단호하게 선언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런 배우를 케어해야 한다면
내게 황금덩어리를 안긴대도 매니저 안 해.”
해일이도 단호하게 선언했다.
“우진이니까,
우진이를 더 빛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매일 고심하는 거야.
내 온몸을 날려서라도 지키고.”
현아 누나가 덧붙였다.
“우진이니까,
우진이가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일하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거야.
내 몸이 부서져도.”
해일이와 현아 누나가 나를 바라보며,
수준 높은 칭찬 릴레이를 펼쳤다.
나는 지금껏 들은 그 어떤 칭찬보다 가슴이 뭉클했다.
“두 사람이 있어서,
내가 안심하고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
두 사람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배우진도 없었어.”
해일이와 현아 누나를 바라보며 내 진심도 전했다.
차는 도쿄 리츠 호텔로 막힘없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