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97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98화
서두른 덕분에 제시간에 리츠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앞에도 팬들과 기자들이 있었지만,
호텔 측의 빠른 조치 덕분에 공항에서 만큼의 혼란은 없었다.
리츠 호텔은 도쿄 중심가에 위치한 5성급 호텔답게 고급 졌다.
건물의 목조 벽면과 대리석 바닥이
과거와 현대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예술 작품 같았다.
로비의 분위기는 우아하고 편안했다.
거대한 샹들리에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불빛.
시원하게 떨어지는 인공 폭포.
베이스기타 피아노 색소폰이 어우러진 라이브 연주회.
모든 것이 좋았다.
키요스케가 프런트 데스크에서 체크인을 하는 사이,
우리는 호텔 로비를 잠시 감상했다.
“여기 호텔 정말 근사하다.”
“무슨 시간 여행 온 것 같아. 공기가 다른데.”
여행이 피로가 벌써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데스크에서 볼 일을 마친 키요스케가 일행에게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다짜고짜 허리를 숙여 정식으로 사과를 했다.
공항에서의 미흡한 대처에 대한 사과였다.
〖우진 씨 괜찮으신가요? 혹시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내 몸을 살피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네. 괜찮습니다.〗
키요스케의 태도가 너무나 친절해
괜찮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다른 분들은?〗
키요스케의 시선이 다른 사람들에게로 옮겼다.
〖괜찮습니다.〗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
〖정말 다행입니다.
솔직히 이 정도로 팬들이 반응할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처음 겪는 일이라 저희 온앤온도 무척 당혹스럽습니다.
당장 더 많은 경호원을 배치시킬 겁니다.
지금부터는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키요스케는 안전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음을 알렸다.
〖여기 호텔 안은 괜찮나요?
극성팬들이 호텔에 투숙하면서 배우진을 괴롭힐 수도 있습니다.〗
김동국 실장이 물었다.
호락호락하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었다.
〖그 부분도 호텔 측에 각별히 신경을 써 달라고 적극적으로 요청을 해 놓았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되도록 무단 외출은 자제해 주시고
꼭 외출할 일이 있으시면 경호원과 함께 행동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키요스케는 정중하게 설명하며 이마와 목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배우진을 위해 애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주요 일정은 내일부터 시작되니,
일단 각자 룸에 가셔서 여독을 풀도록 하십시오.
다시 한번 불편을 끼친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키요스케는 또다시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자, 다들 피곤할 텐데 방에 가서 짐부터 풀자.”
“네.”
김 실장이 방 열쇠를 각자에게 나눠 주었다.
***
나는 꼭대기층으로 향했다.
도쿄 타워가 보이는 스위트룸이 이번 일정 동안 내가 묵을 방이었다.
호텔 직원이 내 짐을 들고 따랐다.
해일이와 현아 누나도 따랐다.
내가 룸에 안전하게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스위트룸으로 통하는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어 우리 모두는 그 엘리베이터를 탔다.
“여기 호텔은 전반적으로 내가 전에 묵었던 호텔이랑은 완전 달라.”
현아 누나가 엘리베이터 안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누나는 일본에 온 적 있었어?”
일본이 처음인 해일이가 물었다.
“디자인이랑 헤어 공부한다고 두어 번 왔었지.
그때 묵었던 곳은 호텔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 모텔보다도 좁았거든.
갑갑하고 갇혀 있는 느낌.
여기는 5성급이라 역시 달라.
큼직큼직하고 시원시원하다.”
현아는 예전에 자기가 묵었던 호텔과 지금의 호텔을 비교하며 높아진 자신의 위치를 생각했다.
배우진을 만나고 인생이 일사천리로 풀리고 있었다.
“그렇긴 해. 난 여기 호텔에 있으니까 좀 전에 있었던 일들이 다 꿈처럼 느껴져.”
해일이가 한층 밝아진 얼굴로 대답했다.
〖다 왔습니다. 이쪽으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호텔 직원이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불편한 사항이나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프런트로 연락 주십시오. 편안한 여행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직원은 짐을 거실에 내려두고 깍듯이 인사를 하고 떠났다.
과하지 않지만 진심 어린 친절에 마음이 편안했다.
“역시 스위트룸이다. 침실에 거실에 응접실에 회의실에 바까지··· 없는 게 없네.
우진이 편하게 쉴 수 있겠다.”
룸을 잠시 둘러보던 현아 누나가 안심된다는 듯 말했다.
“그래. 방 안전한 거 확인했으니까 우리는 가볼게. 푹 쉬어.”
해일이가 나갈 준비를 했다.
“응, 나중에 봐. 6시에 여기 회의실에서 회의하는 거 맞지?”
가장 안전한 곳이 스위트룸의 회의실이란 판단에
앞으로 있을 회의는 여기서 다 하기로 했다.
“맞아. 그때 다시 올게.”
“나중에 보자.”
“그래, 너도 누나도 푹 쉬어.”
해일이와 누나가 손을 흔들며 방을 나갔다.
나는 현관까지 따라 나가 두 사람을 배웅했다.
현관문을 닫고 돌아서는데 광활한 스위트룸이 느껴졌다.
“넓네.”
나는 현관에 서서 양팔을 옆으로 쫙 벌려 보았다.
손끝이 벽에 닿지 않았다.
거실 쪽으로 향한 공간이 시원스럽게 쭉 뻗어 있었다.
불필요한 가구나 소품을 배제하고
열린 공간을 만끽할 수 있는 디자인이 무척 깔끔했다.
“세련되다.”
현관 옆에 빛나는 슬리퍼가 놓여 있었다.
나는 그 하얀 슬리퍼를 신었다.
슬리퍼 그게 뭐라고 엄청 푹신푹신했다.
“스위트룸에 있는 슬리퍼는 좀 다른가?”
나는 슬리퍼를 벗어 자세히 살펴보았다.
스펀지가 더 두껍고 천이 부드러운 것 같았다.
슬리퍼가 놓여 있던 곳 바로 앞이 화장실이었다.
문을 열어 보았다.
“와우.”
넓디 넓은 화장실에 세면대가 두 개, 변기가 두 개,
샤워부스, 욕조까지 여유롭게 들어있었다.
웬만한 집보다 더 넓었다.
“침실도 한번 구경해 볼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번엔 침실로 들어갔다.
“역시!”
교실만 한 크기에 몇 바퀴를 굴러도 떨어지지 않을 빅 사이즈 침대가 가운데 놓여있었다.
옆으로 사이드 테이블, 밑으로 베드 소파까지 알찼다.
나는 침대에 다가가 누워보았다.
사각사각 거리는 하얀 이불과 침대보가 자연스럽게 주름지며 내 몸을 감쌌다.
세 겹 쌓아 올린 거위털 베개가 머리를 잡아끌었다.
바로 잠이 들 것 같은 포근함이었다.
“벌써 잠들면 안 되지. 아직 방 구경도 다 못했는데.”
나는 벌떡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전망은 어떨까?
실장님이 엄청 좋다고 하셨는데···”
거실 창문 가까이 다가가 바깥 풍경을 보았다.
우뚝 솟은 도쿄 타워가 생생하게 보였다.
“와우.”
서울과는 색다른 도쿄의 빌딩숲을
한참을 내려다보며 여기가 일본이구나 실감했다.
“일단 샤워부터 하자.”
나는 대충 짐을 정리하고 샤워를 했다.
좋은 아로마 향이 욕실 여기저기서 났다.
따뜻한 물줄기에 피로가 쫙 풀렸다.
샤워 후,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거실 테이블 위에는
과일 바구니, 고급 와인, 홀케이크 한판과
여러 가지 쿠키가 세팅되어 있었다.
“음, 좋아. 성공한 느낌이야.
이 맛에 다들 성공하려고 하지.”
좋은 서비스에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와인을 한 잔 마셔 볼까?”
고민하던 그때
삐이익-
철컥.
오해일이었다.
“벌써 6시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삼십 분 빨리 왔어. 샤워했네. 얼굴이 반질반질하다.”
“응, 물이 온천수인가? 매끈매끈 한 게 너무 좋다.”
“그래? 나도 나중에 욕조에 몸 좀 담가야지.”
해일이는 소파에 앉아 주위를 쭉 둘러보다,
테이블 위에 있는 음식을 발견했다.
“어, 이게 뭐야? 스위트룸에는 이런 것도 있어?”
쿠기 하나를 입에 쏙 넣었다.
“우와, 무슨 쿠키가 이렇게 맛있어.”
해일이가 한입 베어 먹은 쿠키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맛의 비밀을 탐구했다.
“그렇게 맛있어? 나도 먹어볼까.”
나도 쿠기 하나를 입에 넣었다.
진한 버터의 풍미가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씹을 것도 없이 쿠키 하나가 금방 사라졌다.
“무슨 쿠키가 이렇게 맛있냐?”
우리는 그 후로 말없이 쿠키 한 바구니를 다 먹어 치웠다.
“그런데 여기 엄청 크네.”
해일이가 입에 묻은 쿠키 가루를 털어내며 말했다.
“장 대표님과 온앤온 쪽에서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아.”
“우진이 너 정도면 이 정도는 신경 써야지.
아까 공항에서 봤지? 지금 네 위치가 어딘지.”
“응, 나도 성공을 만끽하던 중이었어.”
나는 두 팔을 뻗어 소파 등받이에 쭉 펼쳐 놓으며,
성공한 사람의 여유를 부렸다.
해일이도 나와 같은 자세를 똑같이 취했다.
크크
하하
우리는 신나게 한번 웃었다.
***
스위트룸 회의실에 김동국 실장 송찬기 대리 신입사원 이민기 오해일 정현아가 다 모였다.
“내일 오전 10시에 호텔 회견장에서 기자 회견이 있고,
1시에는 시티 프리즘 홀에서 팬 사인회를 할 거고,
저녁 7시에 후지 TV의 인기 예능
‘톤네루즈 쿠와즈 기라이’에 출연할 거야.
일본 여배우 ‘키타가와 케이코’와 같이 출연 해.”
김 실장이 내일 일정에 대한 브리핑을 시작했다.
“저기 이민기 씨. 기자 회견 자료 조사해 놓으란 거, 준비됐나요?”
송 대리가 신입 사원 이민기에게 자료를 요청했다.
“네. 최근 삼 년간 우리나라 연예인들이 일본에 와서 했던 인터뷰를 정리해 놓은 자료입니다. 여기 있습니다.”
이민기는 보고서를 한 명씩 돌렸다.
보고서에는 수천 가지의 인터뷰 질문과 답변이 있었고,
눈여겨봐야 될 항목에는 형광펜으로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한일 관계이다 보니까 예민한 부분들이 조금 있습니다.
특히 일본인들은 아시아 문화의 중심이
자기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우리 배우진을 얕보거나 노골적으로 공격해 들어올 여지도 충분합니다.”
이민기가 자료를 분석한 내용을 말했다.
“요즘은 김치 문제가 예민해서,
김치에 대한 질문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모범 답변은 김치도 맛있고 기무치도 맛있다입니다.”
나는 보고서를 찬찬히 살펴보며 이민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과는 다른 일본 환경에 빨리 적응해야 했다.
“팬사인회는 주최사에 확실하게 얘기 해 놨으니까
악수회 정도로 끝날 거야.
다른 사항을 현장에서 요구하면 칼같이 거절해.”
김 실장이 송 대리를 바라보며 당부했다.
“네, 그런 부분은 이제 걱정하지 마십시오. 실장님.”
송 대리의 각오가 남달랐다.
“그런데 ‘톤네루즈 쿠와즈 기라이’는 출연자가 몇 명인가요?
한국에서 보고 온 자료 영상에서는 네 명이 출연하던데,
내일 녹화도 같은 포맷인지 궁금하네요.”
내가 물었다.
나는 기자회견과 팬사인회보다 예능이 더 신경 쓰였다.
“네. ‘톤네루즈 쿠와즈 기라이’는 진행자 둘에 초대 손님 둘,
총 네 명이 하는 예능입니다.
진행자 하나에 초대 손님 하나로 둘이 각각 한 팀이 되어서
네 가지의 음식을 먹고 상대방이 싫어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맞추는 퀴즈를 합니다.
그러니까 이기기 위해서는 싫어하는 음식이라도 표를 내서는 안 되겠죠.
그리고 음식을 시식하는 중간중간에 토크가 들어갑니다.
퀴즈는 그렇게 부담이 없는데
유도성 질문으로, 초대 손님이 곤란해하는 걸 즐기는 편입니다.”
송 대리가 ‘톤네루즈 쿠와즈 기라이’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김 실장의 질문이 날카로웠다.
“네. 톤네루즈라는 개그 듀오는 일본 문화 예찬자라
초대 손님에게 일본 전통 복장이나 일본 전통 음식을 권하고,
일본의 문화가 우수하다는 대답을 이끌어 낼 때까지,
집요하게 질문을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마 내일 우진이에게도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키요스케 씨에게 말해서 방송국이랑 사전 조율할 수 있도록 신경 좀 써.”
“네. 알겠습니다.”
송 대리가 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내 일본 일정에 대한 회의는 그 뒤로도 계속되었다.
프로 야구 시구,
패션쇼,
광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참. 우리 마지막 날은 자유다.
대표님이 너무 일만 하지 말라고 특별히 빼주신 휴가야.”
김 실장이 갑자기 생각 난 듯 말했다.
와와
짝짝
사막에 오아시스를 만난 듯 우리는 기뻐했다.
“기자는 붙나요?”
오해일이 물었다.
“아마 그럴 것 같아.
우진이 일정을 독점적으로
취재했으면 하는 방송국이 있거든.
그래도 간섭하거나 연출을 요구하지는 않을 테니까 자유지.”
“와, 신난다. 맛있는 것도 실컷 먹고, 쇼핑도 마구 해야지.”
현아 누나는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쳤다.
“그래, 그래. 그러기 위해선 앞 일정들을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해야겠지.
파이팅 한 번 하자.”
김 실장이 손을 내밀었다.
우리들은 그 손위에 손을 포개어 얹고,
파이팅!!!
큰 소리로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