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fanatic's genius actors RAW novel - Chapter 99
천재배우 연기에 미치다 100화
크아아악!
크아아아악!!
2미터가 넘는 공룡이 복도에 나타났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포악하게.
“아아악.”
여자는 도망치려다 다리를 헛짚고 넘어졌다.
공룡은 지체하지 않고 여자에게 먼저 달려들었다.
‘도대체 이게 뭐 하자는 상황인가?’
나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이런 어설픈 몰래카메라가 일본 예능의 맛이란 건 알지만,
손발이 오글거려 어디까지 맞춰야 하는 건지 감도 안 왔다.
“아아아아악. 살려 주세요.”
공룡의 공격을 받던 여자는 오들오들 떨면서 극도의 공포를 보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괴물을 물리치겠습니다.”
나는 일단 공룡의 공격으로부터 여자를 일으켜 세웠다.
공룡은 더욱 미쳐 날뛰었다.
얼굴과 몸은 그런대로 공룡이었는데,
아쉽게도 다리가 사람 다리 그대로 였다.
‘이분들도 몰래카메라 준비하느라 몇 날 며칠 고생하셨을 텐데···
그냥 하자.’
나는 제작진의 성의를 봐서, 속아주기로 결심을 했다.
“일단 도망치죠.”
나는 여자의 손을 잡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공룡은 괴성을 지르며 뒤뚱뒤뚱 우리를 쫓았다.
내게서 어떤 반응이 나올지 기다리는 눈치였다.
앞에 창고 문이 보였다.
아무것도 없는 복도에 하나밖에 없는 창고?
그리로 들어가라는 신호 같았다.
“저기 창고에 숨죠.”
나는 여자에게 말했다.
여자는 잔뜩 두려운 눈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나는 여자와 창고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예상대로 창고 구석에 녹화 불이 들어와 있는 카메라가 보였다.
쾅
쾅
쾅
공룡은 창고 문을 머리로 들이밀고 발로 찼다.
“괜찮으세요?”
나는 여자에게 물었다.
“너무 무서워요. 저거 뭐죠?”
여자는 모른척 하는 건지 진짜 모르는 건지 날 헷갈리게 만들었다.
“공룡이 배 고픈가 봐요. 우리 둘 다 살도 별로 없는데 말이죠.”
나는 진지한 말투로 태연하게 대답했다.
“풋!”
그제야 여자가 웃었다.
나도 하하 헛웃음을 웃었다.
그런데 창고가 너무 작아서
나와 여자의 몸이 완전 밀착되었다.
“죄··· 죄송합니다. 이렇게 좁을 줄은 몰랐습니다.”
“아··· 아닙니다.”
나는 조금 민망해졌다.
여자도 부끄러운지 고개를 돌렸다.
최대한 벽에 딱 달라붙어, 여자의 몸에 닿지 않으려 애썼다.
잠시 후,
“안에 괜찮으세요.
‘톤네루즈 쿠와즈 기라이’ 몰래카메라였습니다.
이제 나오셔도 됩니다.”
PD가 창고 문을 두드렸다.
몰래카메라가 끝난 것 같았다.
자기네들 예상대로 나와 여자가 창고에 갇혔으니 그것으로 된 것이다.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여자도 따라 나왔다.
짝짝짝
와와와
도망가던 수십 명의 엑스트라들과
공룡 탈을 썼던 연기자까지 속아준 나를 환호했다.
“무섭지 않으셨나요? 무척 침착하게 대응하시던데.”
PD가 웃으며 물었다.
“약간 무서웠지만 저보다 더 무서워하는 여성분을 보호해야 했기에 용기를 냈습니다.”
나도 웃으며 예능용 답변을 했다.
“아하, 그렇군요. 배우진 씨. 혹시 알아보셨나요?”
“네?”
“이 여성분은 오늘 함께 출연할 ‘키타가와 케이코’ 씨였습니다.”
“케이코?”
나는 그제야 여자의 얼굴을 자세히 봤다.
깨끗하고 청순했다.
사진에서 본 기억이 났다.
“아, 반갑습니다. 전혀 몰랐습니다.”
나는 깜짝 놀라며,
케이코에게 인사를 했다.
“어··· 전··· 정말···
아, 죄송합니다. 무례했다면 용서를 바랍니다.”
케이코는 말문이 막히는지 버벅거리다,
용기를 내어 내게 사과를 했다.
“아닙니다. 공룡이 정말 진짜 같았어요. 덕분에 정말 재밌었습니다.”
나는 예의 바르게 케이코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아하. 이렇게 이해를 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배우진 씨 정말 멋졌습니다.
남자답게 케이코 씨를 구해 주시고.
아, 한 편의 영화 같았습니다.
자, 이제 ‘톤네루즈 쿠와즈 기라이’ 녹화장으로 가시겠습니다.”
PD가 녹화장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
녹화장에는 진행자인 개그 듀오 이시바시 토쿠야마와 키나시 오타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배우진 씨,”
토쿠야마가 한걸음에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그는 대머리에 눈썹이 짙어 고집 센 인상이었다.
얼굴에 기름기가 번들거렸다.
“네, 반갑습니다.”
내가 토쿠야마와 악수를 마치자, 오타니의 손이 바로 들어왔다.
“공룡 어땠어요? 나와 토쿠야마의 아이디어였는데.
한국에서 먼 길 오셨는데 신경 좀 썼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기절할 뻔했습니다.”
나는 오타니의 손을 잡으며 그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었다.
마르고 홀쭉한 얼굴에 중절모를 쓰고 있는 오타니는 나이보다 늙어 보였다.
“아, 배우진 씨. 실물로 보니까 진짜 광채가 나네요.”
“왜 일본이 이렇게 들썩이는지 알 것 같아요.”
개그 듀오는 내 외모 칭찬을 한참 늘어놓았다.
나는 그저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해댔다.
나와 인사가 완전히 끝나자,
개그 듀오의 눈길이 케이코에게로 향했다.
“케이코 씨는 몰래카메라 어땠어요?”
오타니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네. 정말 시작도 하기 전에 심장이 이렇게 두근거리는 건 정말 처음입니다.”
케이코는 두 손을 심장으로 모아 쓰러질 듯 한 표정을 지었다.
“아하하하하. 공룡이 그렇게 무서웠어요?”
토쿠야마가 기분이 무척 좋은지 호탕하게 웃었다.
“네.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배우진 씨가 지켜줘서 참아낼 수 있었습니다.”
케이코가 얼굴을 붉혔다.
“아까 숨었던 창고가 엄청 좁던데,
혹시 둘 사이에 무슨 일은 없었나요?
키스 아니면 부비부비···”
오타니가 느끼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에.(아니요)
전혀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건전하게 가만히 서있었습니다.”
케이코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내저었다.
“오호. 그렇습니까? 그냥 서 있기가 힘들었을 텐데. 대단합니다.”
오타니는 느끼한 눈빛을 케이코에게 계속 발사했다.
‘참 일본은 희한한 나라구나.
방송에서 스스럼없이 성추행 발언을 하고,
그것으로 웃음을 만들다니···’
나는 그냥 빈 웃음으로 상황을 넘겼다.
“여기까지가 예비 녹화였습니다.
세트 정비하고 본 녹화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PD가 와서 출연진들에게 알렸다.
“배우진 씨와 케이코 씨는 오늘 녹화에 대해서 제가 따로 설명을 좀 드리겠습니다.”
“네.”
“네.”
나와 케이코는 PD의 말을 들으려 모였다.
“저희 프로그램은 2인 1조로 두 팀을 만들어서,
음식을 먹고 퀴즈를 맞추는··· 중간엔 토크도 하고···.
케이코 씨는 오늘 토쿠야마 씨와 한 팀이고,
배우진 씨는 오타니와 한 팀입니다.
최대한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
음식··· 맛있는······
오늘 녹화 잘 부탁드립니다.”
PD는 진행 시트를 넘겨 가며 진행방식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네,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
카메라에 녹화 불이 들어오고,
PD의 시작 신호가 떨어졌다.
와와
짝짝짝
와와와와
짝짝짝짝짝
세트장 왼쪽에서 토쿠야마와 케이코가 나오고
오른쪽에서 나와 오타니가 나왔다.
방청객의 환호성이 녹화장을 가득 채웠다.
우리는 방청석과 카메라를 향해 여러 차례 인사를 한 뒤, 자리에 앉았다.
“반갑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오늘 게스트를 아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네, 어제 나리타 공항으로 일본에 들어오셨죠.
공항이 난리가 났었다고 합니다.”
“프린스 앤 플라워 ‘최준’ 배우진!”
와와아아
짝짝짝짝
개그 듀오가 정식으로 나를 소개하자 녹화장에 열기가 끓어올랐다.
“반갑습니다. 한국에서 온 배우진입니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정식으로 인사를 했다.
“배우진 씨, 혹시 통역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오타니가 물었다.
“귀에 쏙쏙 잘 들어옵니다. 그냥 편안하게 얘기하세요.”
나는 통역이 필요 없음을 알렸다.
“하아, 대단하십니다. 일본어가 쏙쏙 들어오다니···
아무래도 일본어가 다른 언어보다 배우기가 편한 언어죠.”
맞은편의 토쿠야마가 싱긋 웃었다.
토쿠야마는 ‘일본 것이 무조건 최고다’라는 전제를 깔고 있었다.
“한국어가 제일 편합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토쿠야마의 의도를 알고 있는 이상 그럴 수는 없었다.
“아하하하. 그건 한국 사람이니까요.”
오타니가 가볍게 내 말을 받았다.
“네. 잘 아시는군요.”
나는 여유롭게 대답했다.
방청객들이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토쿠야마는 기분이 틀어졌는지 미간이 살짝 떨렸다.
“제가 평소에 배우진이 정말 잘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오늘 보니 정말 조각입니다. 얼굴로 예술을 하셨어요.”
오타니는 가벼운 분위기를 주도했다.
“감사합니다.”
“알아본 바에 따르면 예능 감각도 뛰어나다면서요.
꽤 웃기시다고 하던데···
저희 방청객들 한번 웃겨 주세요.”
토쿠야마가 불쑥 끼어들었다.
나를 당황시키려는 의도인 것 같았다.
“어떻게? 항아리에 푹 빠뜨려 드려요?”
우리나라 말에 ‘배꼽 빠지게 웃기다’와 비슷한 표현으로
일본어에는 ‘웃음의 항아리에 빠뜨리다’라는 말이 있었다.
나는 그 표현을 이용해서 토쿠야마의 멘트를 받아친 것이다.
아하하하하
와하하하하
녹화장이 빵 터졌다.
외국인이 일본어를 이용해 웃음을 안긴 상황이라 엄청 웃어댔다.
“아, 배우진 씨 재미있으신 분이네.”
오타니는 재밌어서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진행을 계속했다.
“이렇게 웃긴 배우진 씨가 웃기기만 한 게 아닙니다.
자, 일단 배우진 씨의 활약 먼저 보시죠.”
모니터에 그동안 내가 참여했던 작품의 영상들이 차례로 나왔다.
, , 의 장면들.
멋지고 좋은 모습만 편집되어 모니터를 가득 채웠다.
와아~
와아아~
방청객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영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전부 배우진 씨입니까?”
토쿠야마가 물었다.
“네.”
“와아. 영상마다 모습이 전혀, 전혀 다른 데요.
같은 배우로서 어떻게 보셨어요? 케이코 씨.”
“영상 속 배우진 씨 모습이 모두 달라 정말 놀랍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죠?
같은 배우로서 정말 존경스럽고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아요.
··· 영상이 하나같이 다 너무너무 멋있습니다.”
케이코는 감동 먹은 얼굴로 말했다.
“아~ 남자인 제가 봐도 너무 멋있습니다.”
오타니도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배우진 씨, 우리 케이코 씨도 엄청나게 예쁜데··· 실제로 보니 어떤가요?”
토쿠야마가 양손으로 케이코를 가리키며 내게 질문했다.
케이코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척 부끄러워했다.
잠시 나는 뜸을 들였다.
여배우의 외모 평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하고,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게 빠진다 싶었기 때문이다.
“일본 대표 여배우입니다.”
오타니가 케이코를 추켜세우며 내가 빨리 대답해 주길 바랬다.
케이코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머리를 강하게 흔들었다.
“인형 같으세요. 부끄러워하는 인형.”
나는 생각나는 이미지대로 솔직히 말했다.
“오호~”
“인형이라고.”
토쿠야마와 오티니가 난리가 났다.
방청객들도 그 뒤 이야기를 계속 기대하고 있는 눈치였다.
순간 분위기가 짝짓기 프로그램으로 변질되었다.
“배우진 씨가 인형 같다고 했는데
케이코 씨는 배우진 씨 어떻게 생각하세요?”
토쿠야마가 번들번들 거리는 눈빛으로 케이코에게 물었다.
“전 배우진 씨를 계속 보고 싶어요. 일본에 오실 때마다.”
케이코는 매우 수줍어하며 대답을 했다.
“아니, 아니. 배우진 씨를 보면서 얘길 해야죠.”
토쿠야마가 짓궂게 케이코를 부추겼고
케이코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여자 친구 있으세요?”
토쿠야마가 내게 물었다.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미팅 프로그램화되고 있었다.
“친구는 있습니다. 사귀는 사람은 아직 없고요.”
나는 담백하게 대답했다.
“오호. 그래요. 그래도 우리 케이코는 못 줘.
케이코 씨를 한국에 빼앗아 갈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토쿠야마가 기름진 목소리로 앙탈을 부렸다.
“토쿠야마. 지금 배우진 씨가 문제가 아니야.
케이코 씨 눈이 이미 넘어가 버렸어.”
“정말?”
토쿠야마가 익살스러운 눈으로 케이코를 노려봤다.
케이코는 고개를 숙였고,
하하하하
호호호호
히히히히
방청석은 뒤집어졌다.
‘아~~ 일본 예능 맞추기 힘들다.’
나는 정신이 조금씩 혼미해졌다.
‘정말 웃겨서 웃는 건가?
웃기다고 믿는 건가?
일본 예능의 목표는 무엇인가?’
휴~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려 심호흡을 한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