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or and actress RAW novel - Chapter 199
199. 슈퍼히어로 랜딩(4)
.
실시간으로 그 반응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방영이 종료되는 즉시 어마어마한 숫자의 기사가 쏟아질 만큼 인기 있는 예능.
최근 다시 드라마 침체기에 빠진 DBS에서 시청률이 가장 잘 나오는 프로그램.
여하튼.
그 대단한 프로그램에.
무려 최도윤이 떴다.
덕분에 안 그래도 대단한 화제성을 지닌 프로그램에 더욱 불이 붙었고-
특히, 예능 출연을 잘 하지 않는 도윤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평소 를 보지 않는 사람들조차 관심을 가졌다.
[최도윤, 출격 예고!] [최도윤, 예고편서 매니저와 찰떡케미 보여] [최도윤, 톱스타의 일상은 어떨까?]그리고 방송이 시작되자.
매니저 성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에피소드에 처음 를 보는 사람들은 어리둥절했지만.
기존 시청자들은 시작부터 푹 빠져들었다.
-ㅋㅋㅋㅋㅋㅋ 최도윤이랑 데뷔 때부터 같이한 이유가 있네
-덩치는 큰데 개세심함;;
-ㄹㅇㅋㅋ 느린데 할거다하는거 실화?
-센스 대박 오늘 날 덥다고 먼저 나가서 시동 걸고 에어컨 킴
그리고 성호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도윤의 모습도 화제를 끌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에서 런닝에 트렁크 차림 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아침에 제로콜라 원샷때리는거 실화? ㅋㅋㅋㅋㅋㅋ
-새벽에 매니저가 냉장고 채우는 게 저거였음 ㅋㅋㅋㅋㅋㅋㅋ
-아침도 개터프하게 먹네 ㅋㅋㅋ 모닝빵 두 개 순삭시킴 ㅋㅋㅋㅋ
도윤은 평소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
톱스타의 막연한 이미지 덕인지 신선한 충격을 안긴 것.
특히.
요리를 잘한다고 알려진 도윤이 아침을 직접 차리는 대신 빵쪼가리로 대충 때우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진한 공감을 자아냈다.
그뿐인가.
털털한 모습뿐만 아니라.
수건을 목에 두른 채 젖은 머리로 샤워실에서 나오는 도윤의 모습은…….
생각보다 꽤, 아니 아주 많은 반향을 불렀다.
좋은 쪽으로 말이다.
그리고.
-아, 형이요? 처음에는 엄청 까칠했죠. 근데 사람이 어느 순간 확 바뀌더라구요. 좀 이상하다 싶을 만큼요.
중간중간 나오는.
주인공 성호의 인터뷰도 잔잔한 감동을 안겨 주었다.
-어, 이런 말 해도 되나요? 형 여기 없으니까 그냥 할까요? 솔직하게? 네. 처음에는 그냥 관두려고 했어요. 근데 고향에 계신 엄마 생각도 나고, 여기서 포기하면 앞으로 아무것도 못 할 것 같고…….
처음 만나고, 조금 뜨기 시작하면서 확 변해버린 도윤을 감당하느라 힘들었던 이야기가 펼쳐지고.
-그러다 형이 바뀌었죠. 무슨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사람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저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도윤이 개과천선했던.
이 모든 게 시작된 기점이 성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시청자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성호의 이야기에 집중했고.
-뭐라고 해야 할까…… 신기했어요.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도 있구나. 까칠까칠한 건 여전했는데, 부드러운 피부 위에 까칠한 가시가 돋은 기분? 표현이 이상한가요?
-아무튼 그때부터 형이 확 달라졌죠. 엄청 열심히 하고, 연기 딱 하나만 집중하고. 다른 거 쳐다도 안 보더라구요. 그리고 또…….
현재의 모습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도윤의 과거가 밝혀지자 놀란 반응들을 보였다.
-최도윤 과거에 개 까칠했던 거 실화??
-저 정도면 예민한 연예인들은 다 하는 거 아님?
-방지턱만 조금 세게 넘어도 난리 쳤다던데
-ㄹㅇ 개과천선했네
물론 이는 도윤과 모두 합의된 사항들.
이제 와서 밝힌다고 문제될 건 하나도 없었고.
도리어 도윤이 이렇게까지 바뀌었다는 사실 자체에 놀라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거기에-
지금까지 도윤이 다른 곳, 그러니까 외부에 말하지 않은 훈훈한 에피소드가 더해졌다.
-어, 그리고 이거는 진짜 고민하다 말씀드리는 건데…… 이건 형이 절대 누구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근데, 이 방송 통해서 꼭 말하고 싶어요. 형은 저희 어머니 생명의 은인이에요.
도윤이.
성호에게 서울에 집을 구해주고.
거기서 홀어머니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사실 말이다.
심지어.
도윤은 성호가 이걸 말할 줄은 몰랐다.
뭐, 말하지 말라고 하긴 했다만.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부끄러워서였지만 말이다.
여하튼.
성호의 세심한 모습과.
도윤의 미담은 시너지를 일으켜.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했고.
기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가운데-
제작진은 환호했고.
도윤은.
“……형, 커피 사 올까요?.”
“……그러든가. 니 거 빼고.”
“네, 제 거 빼고…… 제 거 빼고…… 다, 다녀오겠습니다.”
성호와 약간 어색해졌다.
“민주야, 나 둘이 저러는 거 처음 봐.”
“저도요.”
두칠은 신기하다는 듯 바라봤고.
민주는 피식거렸다.
“하여튼 둘 다 솔직하질 못해요.”
뭐.
저런 모습도 나쁘진 않아 보인다.
성호가 쭈뼛거리고 어색해하는 거야 자주 보던 모습이지만.
도윤이 저러는 건 굉장히 오랜만에 보니까.
신선하다고 해야 할까.
여하튼 그렇다.
그래도 뭐.
방송이 좋은 쪽으로 반응을 일으켰고.
특히, 베일에 싸여 있던 도윤의 일상이 공개되며 안 그래도 높던 호감도가 더 올라갔으니-
전체적으로 좋은 결과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둘이 어색한 건 조금 시간이 지나야 해결되겠지만 말이다.
“이제 뭐, 한국 촬영은 다 끝난 건가?”
“네. 이제 미국 갈 준비해야죠.”
“우리 진짜 형님 덕분에 해외 자주 다닌다. 여권에 도장이 수두룩해.”
“어디 여행 가나요. 일하러 가는 거지.”
이런 가운데.
도윤의 한국 내 일정은 드디어 거의 다 마무리되었고.
이제 미국으로 날아갈 일만 남았다.
슈퍼히어로 영화.
빌이 개고생 끝에 쟁취해 낸 그 기회를 살리기 위해.
또 한 번.
기회의 땅으로 향하는 것이다.
물론 시즌 3 촬영 등 여러 일정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영화 촬영이다.
‘실제 촬영은 내년부터라고 하니까…….’
여유야 충분하겠지만.
그런 블록버스터 영화 특성상.
영화 촬영 시작 전부터 엄청난 일정을 소화해야겠지.
그런 이유로 도윤은 아직 미팅조차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빌이 넌지시 알려준 프로듀서 잭슨에 대한 정보들을 떠올렸다.
성질이 살짝 더럽고.
은근히 사람을 떠보는 데다.
상당히 철두철미한 성격.
어쩐지 자신이 아는 어떤 프로듀서와 매우 닮은 것 같았다.
‘그래서 협상이 오래 걸렸나?’
여하튼 뭐.
프로듀서가 누구든 상관은 없다.
그쪽에서 자신을 원한 이상.
가서 자신이 할 일을 하면 그만.
늘 그렇듯.
이번에도.
완벽하게 해낼 것이다.
“일정 다 마무리됐으니까 준비하자.”
도윤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네, 오빠.”
“네, 형님.”
“어, 이제 출발하는 건가요?”
마침 커피를 네 잔 사서 돌아온 성호를 보며 씩 웃었다.
“그래. 이제 가야지.”
* * *
잭슨 로저스.
오리진 스튜디오의 영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고 평가받는 프로듀서.
코믹스 팬들이나 알던 캐릭터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고, 전 세계 팬들에게 ‘오리진’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파생된 캐릭터 상품, 게임, 소설 등 여러 콘텐츠들이 지금 엄청나게 팔려 나가고 있고.
그 결과 오리진 코믹스 스튜디오는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스튜디오가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지금 누군가를 기다리며 책상 끝을 손가락으로 톡, 톡 치는 잭슨이 존재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죠.
-이제 더 이상의 배려는 없습니다
-뒤처지지 마십시오. 당신들을 구할 거라 장담하지 못합니다.
잭슨의 시선 끝엔 에서 연기를 펼치는 도윤이 있었고.
쉴 새 없이 재생되는 영상을 바라보는 잭슨의 머릿속 역시.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오리진 스튜디오에서.
최초로 도전하는 동양인 배우 주연의 동양인 슈퍼히어로 영화.
물론 이제는 철 지난 ‘동양인’이라는 단어를 굳이 강조할 건 없지만.
지속적으로 이렇게 언급되는 건, 결국 여전히 영화 산업을 지배하는 건 배우의 이름값이기 때문이다.
블록버스터 영화에 어마어마한 자본이 투입되는 건.
그에 걸맞은 배우들이 걸맞은 연기를 펼치며 관객들을 끌어주길 바라기 때문.
그런 의미에서.
비록 로 어느 정도 인지도를 확보했다지만.
오리진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배우들에 비하면 확실히 ‘이름값’ 면에서 떨어지는 도윤은.
잭슨에게도 도박이나 다름없다.
돌이켜 보면.
왜 그렇게 빌과의 협상에서 열을 올렸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그렇게 해야지. 당신들도 알잖아? 우리가 어떤 세상에서 사는지. 밤중에 죽은 자들로 가득한 곳에서 잠이 들 때, 내일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하던 그 마음 말이야.
의 죽은 자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펼쳐지는 도윤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그런 의심이 서서히 가시기 시작한다.
“참, 희한하단 말이지.”
인지도야 조금 있다지만.
엄청난 자본이 투입되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주연으로 나서기엔 부족한 수준.
그런데.
연기로만 따지면 전혀 밀리지 않는다.
물론 이런 장르의 영화들이 단순히 연기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쩐지.
이런 연기력이라면-
해결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금 잭슨이 기획하는 영화의 주요 무대는 ‘한국’이 될 테니까.
모델이 된 캐릭터의 출신지가 한국인 만큼.
당연한 거 아니겠는가?
그래서 잭슨은 자연스럽게 이번 기회를 통해 아시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완벽하게 장악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경쟁 스튜디오를 완벽히 짓눌러버리고.
무한한 가능성을 갖춘 시장을.
홀로 장악하기 위한.
완벽하고도 원대한 계획.
덜컥.
마침내 모습을 나타낸.
도윤을 보자.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잭슨 씨.”
기다림 끝에 마주하는-
오리진 코믹스 스튜디오의 장대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배우이자.
그 중심이 될 배우.
“우리가 드디어 만나는군요.”
잭슨의 그 말에 도윤이 살며시 입꼬리를 말아 올렸고.
“이제야 만난 이유가 있겠죠.”
이어진 그 말에 잭슨은 조금 놀랐다.
겸손.
겸양.
예의.
흔히 떠올리는 그런 인식과는 전혀 달리-
도윤의 눈에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역시나.
빌이 기를 쓰고 협상을 이어가려던 이유가 있었다.
심지어.
이런 배우까지 함께하기로 했는데, 내년에는 빌이 프로듀서로 합류하니…….
‘우리는 대박을 잡았군.’
더 이상.
고민할 이유도, 필요도 없으리라.
“오리진 스튜디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잭슨은 두 팔을 벌려 도윤을 환영했고.
도윤은 그와 포옹하며.
마침내 모든 준비를 마쳤다.
슈퍼히어로가 될 준비를.
모든 것들이-
완벽해 보이는 순간.
잭슨은 포옹을 풀며 도윤에게 말했다.
“그럼, 이제 착륙(Landing)할 준비를 할 시간이군요. 슈퍼히어로 랜딩 말입니다.”
슈퍼히어로 랜딩.
히어로들이 등장하며 착륙하는 자세.
도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언제든지요.”
늘 그래왔듯.
자신감 넘치는 대답을 꺼냈다.
에필로그
인종이라는 카테고리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을 한데 묶는다.
‘차별’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인종의 벽은 유효하고, 그런 의미에서 인종과 관련된 범죄는 여전히 일어나며, 인종 간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동양인, 그러니까 아시아권 사람들은 그런 인종들 중에서는 타 인종들에게 상당히 차별받기도 한다.
또한.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일들이 많다.
가령-
백인들이 주를 이루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당당히 주연을 차지하는 것이라든가.
유명 채널이 제작하는 엄청난 자본이 투입된 드라마의 주연 배우가 된다든가.
혹은.
구기종목 스포츠에서 최상위권의 세계적인 선수가 된다든가.
여하튼.
이런 고정관념이 존재하지만.
한 사람은 조금 달랐다.
“최도윤 배우! 여기 좀 봐주세요!”
“최도윤 배우! 시즌 4 촬영을 끝내고 돌아온 소감이 어떠십니까!”
“ 후속작을 제안받았다는 루머가 있습니다! 한 말씀 해주시죠!”
지금.
“꺄아아악!”
“최도윤! 최도윤!”
공항 입국 게이트에서 수많은 인파에 둘러싸인 채 웃고 있는 한 남자.
최도윤 말이다.
한때 몰락했고.
그러나 회귀해서 개과천선한.
한국이 낳은 최고의 배우.
아직 서른도 안 됐는데 국내만 따져도 쌓은 커리어는 이미 어마어마한 수준이라 대적할 배우가 없는 데다-
일본, 미국 등지에서 쌓아 올린 필모그래피 역시 ‘동양인 배우’로는 전무후무한 수준.
그런 배우가.
오늘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드라마, 시즌 4 촬영을 마친 후에.
입국 기자회견.
스포츠 스타나 올림픽 선수단 귀국, 혹은 엄청나게 유명한 사람이 아닌 이상 이 정도 규모로 열리는 경우는 없다.
아니,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규모는 없을 것이다.
공항 자체가 거의 마비될 지경이었으니까.
몰려든 기자의 숫자만 백 명이 넘고.
팬들은 그 몇 배다.
그나마도 공항 측이 통제해서 망정이지.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팬들이 공항 밖을 서성이고 있었다.
도윤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서.
“최도윤 배우님, 귀국 후 국내 활동이 이어질 거란 전망이 많습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할리우드에서 수많은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염두에 둔 작품이 있을까요?”
“의 성공으로 할리우드가 한국 배우들에게 꽤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선구자로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
기자회견.
이제는 거의 도윤의 전담 프로듀서가 되다시피 한 빌이 오른쪽에 앉고.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덕에 꽤 유명해진 성호가 왼쪽에.
그리고 성호 옆에는 민주와 두칠이.
사뭇 다른 캐릭터의 다섯 사람이 미동조차 하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기자와 팬들을 마주하는 광경은-
묘하게 어울렸다.
“한국에서의 활동은 아직 정한 바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도윤이 입을 열고 꺼낸 첫마디는 기자들을 꽤나 실망시켰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이전에도 그렇게 말씀하신 뒤 강미나 작가의 작품에 특별출연한 바 있습니다. 혹, 이번에도 그럴 계획이 있으십니까?”
“아뇨. 없습니다. 이번 귀국에서는 작품 활동 없이 지낼 생각입니다. 대신…….”
대신이라는 단어에.
기자들의 귀가 쫑긋한다.
최도윤.
그 행보만으로도 포털 메인을 장식할 만큼 영향력 넘치는 배우.
그런 배우가 어딘가에 출연한다는 건.
그 작품의 성공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출연한 모든 작품이 그랬었으니까.
그래서 기자들은 혹 도윤이 작품이 아니라 예능이라도 출연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팬들과의 만남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팬카페 ‘달달한도라떼’ 회원분들을 못 뵌 지 꽤 오래됐거든요.”
막상 도윤이 팬미팅을 가진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기자들은 무척이나 실망했고.
팬들은 크게 환호했다.
“역시!”
“오빠는 다르다니까!”
“형님! 절 가지세요! 으아아악!”
흥분한 나머지 앞으로 뛰쳐나오려다 다른 팬들의 어깃장에 제지당한 팬이 있긴 했지만.
도윤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회사 운영에도 계속 신경을 쓸 예정입니다. 도엔터는 지금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성장하는 회사고 그래서 제가 해야 할 일을 할 생각입니다.”
팬미팅과.
회사 운영.
“아 그리고, 하나 더 있네요. 도엔터에서 진행하는 신인 배우 오디션의 심사위원으로 참가해야 합니다.”
배우 심사위원까지.
기자들이 원하는 것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일정들.
팬들은 좋아하지만.
어쨌든 도윤이 어느 작품에 출연하고 그래서 시청률이나 관객이 얼마나 나올 것인지 예측하고 싶은 기자들에게는 그다지 좋은 정보가 아닌 셈.
뭐.
도윤이 그걸 신경 쓰진 않았지만 말이다.
“그럼, 기자회견은 이쯤 해서 마치겠습니다.”
그래서인지.
기자회견은 채 1시간도 이어지지 않았고.
이대로 보내기 아쉽다는 듯 일어나는 도윤을 향한 기자들의 아우성이 있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몇몇 사정 모르는 기자들이나 끈질기게 달라붙었지, 그나마도 금방 제지당했다.
“왜?”
“야, 그냥 가만히 있어. 괜히 저기 있는 팬들한테 걸리면 그날로 메일함 터지고 전화통 불 난다.”
“뭔 소리야?”
“팬들 지랄맞다고.”
물론.
도윤의 소식이라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무례와 행패도 불사하는 기자들에게나 지랄맞다.
여하튼.
도윤은 기자들의 질문은 사뿐히 잘라주고 공항을 나가는 동안 마주하는 팬들의 종이에 일일이 사인하고 사진을 찍어주었고.
“형, 이대로 가면…….”
“또 라이더 하면 죽는다.”
“아, 그. 평생 공항 못 벗어날 것 같다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성호의 말에 결국 못 이기는 척.
팬들에게 아쉬움을 표하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그 뒷모습은.
무척이나 빛이 나는 것 같았다.
* * *
.
오리진 코믹스 원작의 ‘보이드 강’이라는 한국인 히어로 캐릭터를 실사화한 영화.
모두의 우려에도 불구-
한국에서만 무려 1,2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전 세계에서 3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며 엄청나게 흥행했고.
그 결과.
속편 제작이 확정되었고.
최도윤이라는 배우의 이름은.
전 세계에 확실히 각인되었다.
그야말로 엄청난 성과.
코믹스에서도 아시아계 히어로는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하고, 때문에 처음에는 오리진 스튜디오의 이름값에 기대어봤자 소용없을 거란 평가를 받았는데.
그 예상을 완벽하게 깨뜨리고, 성공적으로 착륙(Landing)한 것이다.
그 덕분에 도윤은 일약 할리우드의 스타가 되었고.
시즌 4는 종전 두 배의 몸값으로 출연했으며.
이제는 할리우드의 수많은 제작자들에게 러브콜을 받고 있었다.
쉽게 말해.
국내에서 그랬던 것처럼.
대본을 쌓아두고 고를 만한 위치에 오른 셈.
다만.
-최도윤? 야, 몸값이 얼만데!
-그래도 일단 출연만 하면 대박이잖아요.
-대박이고 자시고 일단 돈이 문제라니까? 그리고 하겠냐? 해외 물 잔뜩 먹고?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의 제안이 뚝 끊겨 버렸다.
몇몇 친한 제작자를 제외하면 말이다.
하지만 어차피 상관없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타나면 그냥 출연하면 그만이다.
돈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사업을 하는 이상,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제공받을 수도 있을 테고.
참고로.
회사는 도윤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아주 잘 돌아가고 있었다.
감사를 진행한 청진그룹에서 상당히 놀라워할 정도다.
물론 초기에 발생한 인건비를 비롯한 각종 비용을 메우려면 아직 조금 걸리겠지만.
그마저도 딱히 걱정할 필요가 없을 만큼 성장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대부분 도윤의 출연료가 주요 수입이라지만…….
중요한 건.
처음에 뽑은 배우 세 명이 모두 시작부터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셋 모두 영화와 드라마 각 분야에서 좋은 데뷔전을 치렀고.
이후 조연급으로 활약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것.
특히.
이한영은 차세대 ‘충무로 황태자’로 불릴 정도.
“생각 이상으로 다들 잘해주고 있어서 이제 걱정 없을 것 같아요. 이번 오디션도 좋은 신인들 뽑으면 좋겠네요.”
“그래야지. 해영이 네가 보기엔 괜찮은 친구들 있어?”
“어, 음…… 있긴 있는데 일단 대표님 생각 좀 들어보고요. 유 선생님은요?”
“나야 뭐, 다 늙어서 누굴 뽑나. 가르치는 것도 힘든데. 허허.”
“아직 정정하신데요.”
그리고 해영과 광섭은 여전히 도엔터의 트레이너로 활약하고 있었으며.
여기에.
“……두 분 중 어딜 맞춰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이전에 에서 함께했던 이승원이 새로운 트레이너로 합류했다.
정확히 말하면.
도엔터와 배우 계약을 맺으면서 트레이너 계약도 함께 맺은 것.
참고로 해영도 마찬가지.
배우 겸 선생님이라고 해야 할까.
신인들이 커주는 동안.
도엔터의 기둥이 되어 줄 배우들인 셈.
“근데 어떻게, 용케 한국에 왔구나. 미국에서 계속 붙잡지 않든?”
“붙잡았죠. 근데 해야 할 일을 두고 계속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오빠, 아니 대표님. 대표님은 제발 하나만 좀 할 필요가 있어요. 몸이 두 개예요? 혹시 미국에도 최도윤 한 명 더 있는 거 아니에요?”
이런 와중 해영의 농담에 도윤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기야.
스케줄을 보면 살인적이긴 하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도윤은 꽤 잘 지내고 있었다.
쪽잠으로 적당히 피로를 푸는 등.
쉴 때는 확실히 쉬는 것.
아까도 집에서 한숨 푸지게 자다가 회사로 나왔으니까.
여하튼.
모든 게 잘 돌아가고 있었다.
배우 도윤으로서의 일상도.
대표 도윤으로서의 일상도.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일상도.
아.
해영과 선우가 얼마 전 헤어지긴 했다만.
둘의 화려한 전적을 볼 때.
조만간 울며불며 다시 만날 것 같았다.
그리고…….
-도윤아, 응? 제발, 제발 딱 한 번만.
-저번에도 한 번만이라고 해서 나갔잖아요.
-이번이 진짜, 진짜 마지막!
-마지막이면 저 앞으로 안 보시게요?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이렇게 대뜸 연락해서 만나자고 안 할게!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
강미나는 여전히.
도윤을 끈질기게 원하고 있었다.
이제는 뭐, 자신의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보다 훨씬 유명해져서 어지간한 배우들 몸값은 상대도 안 되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 꼭 신인 작가 같았다.
-이번엔 진짜 특별출연도 없다고 못 박아뒀는데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네가 나오면 대박이라는 거지!
-저 거짓말쟁이 만드시려고.
-아니야, 내가 기사 낼게! 내가 협박해서 출연했다고. 최도윤의 비밀을 무기로 협박했다!
-그럼 더 큰 일 날 것 같은데.
결국.
-알았어요, 스케줄 보고 말씀드릴게요.
-진짜지? 진짜지?
도윤은 수락했다.
뭐.
사실 나쁠 건 없다.
강미나 작가와는 많은 작품을 하기도 했거니와…….
나가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기자들 또 난리 나겠네. 형, 요새 기자들이 저한테 자꾸 연락 와요.”
“성호야, 그건 네가 호구 같아서 그런 게 아닐까?”
“누나, 호구라뇨. 그냥 쉽게 보이는 남자라고 해줄래요?”
성호와 민주, 두칠은 이 소식을 접하곤 이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작품이 뭐든.
작가가 누구든.
상황이야 어떻든.
연기만 할 수 있다면.
행복해하는 천생 배우인데.
“어쩔 수 있나. 국내 복귀작으로 치지 뭐.”
도윤의 그 말에.
셋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피식거렸고.
도윤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강미나가 보내온 대본을 집어 들어.
첫 페이지를 넘겼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