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or, stand again RAW novel - chapter 100
-혜령, 그대의 동생은 오랫동안 건강한 삶을 지킬 거야. 기쁘지 않나?
-왜 그런 거죠? 그건 슬프지만 일어나야할 일이었어요!
-난 그 일어나야할 일을 막을 힘이 있었지. ······그냥 네가 나한테 웃어주길 바랐어.
그는 자신보다 약한 이들에게 묶인 채 혜령과 마지막 만남을 가졌다.
혼란스러운 심정 속에서 혜령은 분노한다.
제 욕심 때문에 벌인 일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여우에게, 하늘에 가까운 존재이면서 쉽사리 천기를 어긴 여우에게, 그리고 그로 인해 일어난 일에 조금 기뻐하는 자신에게.
그녀는 지금까지 쌓아 두었던 말들을 모조리 해조에게 풀었고, 그는 성내는 혜령을 보며 그녀가 드디어 자신을 미워하게 됐다고 생각했다.
-역시, 날 좋아하게 될 여지는 없는 건가?
-없어요. 후일 다시 태어난다면 모를까.
혜령은 정리되지 않는 마음을 숨긴 채 단호하면서도 쌀쌀맞게 그를 쳐낸다.
그러나 묘하게 긍정적이었던 흑여우, 해조는 다시 태어나면 연인이 될 수 있을 거라 기약하며 순순히 봉인에 응했다.
그것이 해조가 봉인된 사건의 전말이었다.
“감독이 부르는데, 무슨 생각하느라 대답도 없어요?”
“아, 지금 찍을 부분의 원작을 좀.”
“아, 외모지상주의에 의한 스토킹 미화라 짤린 부분.”
“······네?”
꽤 좋은 부분이었는데 삭제되어 아쉽다고 생각 중이던 태화는 긴 단어의 나열을 듣고 눈을 깜빡였다.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돌이켜보면 상대가 싫어하는데도 끈질기게 쫓아다니고 사랑해 달라 구걸하는데다 상대를 위한답시고 폭력도 제 멋대로 휘두르는 모습이 딱 스토커였다.
‘······내용이 길어서 잘린 게 아니라 논란이 될 수 있어 생략된 건가.’
그는 파괴되어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동심을 안타까운 눈으로 응시했다.
원치 앉게 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보게 됐다.
“넋 놓지 말고 눈물 그쳤으면 얼른 와요. 이제 오늘 내일 남았는데 빨리 끝내자고요.”
마지막까지 새침한 모습을 버리지 않은 상아가 태화를 재촉했다.
태화는 고여 있던 마지막 눈물을 솜에 흡수시킨 뒤 그녀를 뒤 따랐다.
상아의 말대로 드디어 드라마의 끝이자 시작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끝
ⓒ 마늘소금
산이 흘러내리기 직전, 바람이 불지 않음에도 나무가 흔들리고 잘 나오던 약수가 마르며 산이 울린다.
마치 미리 올 충격을 대비하라는 듯 자연은 생물들에게 경고를 보내고 그 비명을 알아들은 동물들은 위험한 곳을 떠나 안전한 장소로 도망친다.
호부아래 견자 없다는 말처럼 초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둔 또한 그러한 기미를 보였다.
한 팬카페에서 흘러나온 남자 주인공의 목소리는 10대부터 20대까지 젊은 여성층을 홀렸으며 그렇게 감염된 이들은 자신의 어머니, 자매들을 꼬드겨 같은 길로 이끌었다.
그리고 D-7부터 UTV에 풀린 메이킹 영상, NBC 드라마국에서 알음알음 시작된 대박의 냄새, 사람들의 점심시간을 초토화시킨 영희 라디오, 그 밖의 예능 프로그램들까지 모든 지표가 를 조심하라 경고했고 그들을 주시하라 세뇌했다.
그렇게 뜸들이 듯 기다리는 이들을 바짝바짝 말리던 드라마가 마침내 방영됐을 때, 사람들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은 거짓이라는 걸 깨달았다.
1회 시청률 7.5%, 순간 시청률 9.8%.
그날은 길고 길었던 지상파 월화 드라마의 암흑기에 종말을 고하는 날이었다.
└이태화는 진짜 야한 배우임 ㄹㅇ 니다 때도 느꼈지만 이 세상 색기가 아닌 듯.
└저게 그 소문으로만 듣던 도화살인가요?;; 미쳤네;;;
└이건 사전제작이라 다행.
└흑흑 ㅠㅠㅠㅠ진짜 해조 싱크로 100%ㅠㅠㅠㅠㅠ이 보다 완벽한 캐스팅은 없어요 ㅠㅠㅠ!!
└원작가님도 해조 벗기려고 노력하셨으니 드라마에서도 벗는 거죠? 네? 그렇다고 해줘요.
└여주인공 미친 듯 저걸 보고 참는다니 ㄷㄷㄷㄷㄷ └신상아 첫날 촬영하면서 코피 흘렸대욬ㅋㅋㅋㅋ과로 때문에 점막이 약해져있던 것 뿐이라던데 헛소맄ㅋㅋㅋㅋ └엌ㅋㅋㅋㅋ콬ㅋㅋㅋ핔ㅋㅋㅋㅋㅋㅋㅋ └그거 진짜 가능한 거임? 꺼무엔 안된다던데?
└ㅇㅇ이 세상 색기가 아니면 가능함 └촬영이 아니라 대본 리딩 아님?
└아 그만 따져 대충 알아들었으면 됐지 1화가 끝나고 사람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소문을 듣고 뒤 늦게 합류한 이들은 NBC에 올라온 다시 보기를 거침없이 결제했고 제작진은 엄청난 구매 수에 환호를 질렀다.
그리고 2화가 방영된 화요일 저녁. 드라마가 끝나기 무섭게 시청자 게시판엔 어마어마한 양의 글들이 리젠되었으며 그 중엔 전쟁 선포 연설을 닮은 반 협박성의 글들도 있었다.
[제작진에게 고합니다]좋습니다. 전체 연령 장면을 청불로 만든 것도 좋고, 드라마에 마약을 푼 것도 이해합니다.
저희 시청자들은 마음이 넓으니까요.
그러니!
순순히 전체화 미리보기를 제공한다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폭동이 일어나고 방송국 앞에 마비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당장 제 돈을 가져가고 전체 편수 제공을 여세요!
당장 열어! 그러려고 사전 제작한 거잖아! 얼마면 되니?!
이런 마약을 일주일에 두 편씩 찔끔찔끔 푸는 건 시청자를 조련하려 그러는 거겠죠?! 다 알고 왔습니다! 이미 조련 됐다구요!
엉엉 미친 거라고 ㅠㅠ 이걸 사전 제작한 의도를 다시 한번 떠올려 주세요. 한방에 다 풀기 위해서였잖아요? ㅠㅠ 왜 초심을 잃어요??ㅠㅠㅠㅠ???
어떻게 그리 잔인해요? 당신들이 그러고도 선량한 제작진이라 말할 수 있나요? 이렇게 시청자를 우롱하면서!
이런 오명을 풀고 싶으면 당장 최종화까지 서비스하세요!!! 다 가지고 있잖아! 나 보고 어떻게 다음 주를 기다리라는 거야! 이럴 거면 일일드라마해!!
많은 시간을 드리진 않겠습니다. 전 현명한 제작진이 올바른 선택을 할 거라 믿습니다.
└이거 내 맘 도플갱어인줄.
└솔까 어제 오늘 장면 요약하면 봉인 풀고 내려와서 여주인공한테 얹혀살고 현대 문명에 잘 적응해서 여주 몰래 대포폰 만들고 여우짓합니다가 전부인데 이게 2시간짜리로 바뀌면서 청불이 된 매직ㅋㅋㅋㅋㅋ심지어 아직 초반이라고 벗지도 않았는뎈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아직 안 벗었네? 근데 이거 벗겨도 됨? 난 안 벗은 거 보면서도 위험해앳······! 앙 기모찌! 이러면서 봤는데 벗으면 119 난리나는 거 아니냐?
└변탴ㅋㅋㅋㅋ 근데 왠 119?
└다들 과다 출혈 일으켜서ㅋ
└저장 티비 계 탔네. 거기 드라마도 예능도 다른 성에 밀리는 위성 방송이었는데 순식간에 떡ㅋ상ㅋ 지금 중국 커뮤도 난리남ㅋㅋㅋㅋㅋ └ㄹㅇ? 와 태느님 클라스ㄷㄷㄷ
└뭐만하면 느님이래
└한국에서나 아직도 신인 취급이지, 이태화 중국에서 러브콜 엄청 받는 배우임. 초위 감독이 같이 하고 싶다고 맨날 징징 거린다잖아.
└진짜임??? 해외 소식이라 사기치는 거 아님???
└미생이 닷컴 가봐. 거기가 국뽕이 좀 심하긴 한데 그래도 중국반응 실시간으로 번역하면서 올려주고 있음.
단 2화만에 시청률 10%대를 돌파한 는 그야말로 신드롭이란 말이 어울렸다.
NBC 연예계 정보 프로그램인 은 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전체 내용의 반 이상을 를 보도하는데 사용했고 NBC 드라마 채널에서는 재방송 폭격이 이어졌다.
재방송인데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무려 4%대에 육박했으며 이는 NBC 월화 드라마의 역사를 다시 써 내려갔다.
“그렇게 잘 나가는데 왜 저는 이러고 있는 걸까요?”
태화는 자신의 머리에 달린 귀를 만지작거리며 투덜댔다.
드라마가 잘 나간 탓에 시청자들은 뿔이 났다.
연일 월화가 아닌 일일로 바꾸라는 말이 아우성쳤으며 그러기 싫으면 전체를 틀라는 내용으로 게시판이 도배됐다.
인기는 즐겁지만 정말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걱정 아닌 걱정에, 제작진들은 여러 가지 궁리를 했고 제물로 그들을 달래자 결심했다.
물론 그 제물은 의 주연 배우들이었다.
[성원에 힘입어 3화 4화 방영 이후 게시판에 게시 글을 올리시는 분들 중, 추첨을 통해 해조/아영의 고려 버전 + 친필 사인 족자를 배포하려 합니다]제작진은 한정과 친필, 그리고 희귀함을 기가 막히게 섞어 시청자들 앞에 던졌다.
연일 화만 내던 이들은 해조의 꼬리와 여우귀가 담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말에 홀려 순한 양이 되었고 슬그머니 자신들의 과거를 지운 채 헤헤거리며 예쁜 말, 고운 말로 게시판 위에 정성스러운 애정 글들을 남겼다.
진압용으로 사용된 덕분에 두 배우는 새로이 스케줄을 팠고 현대물과 어울리지 않는 사극풍의 의상을 입은 채 녹색 스크린 앞에서 서야했다.
상아는 사극 의상은 처음 입어본다며 나름 즐거워했지만 태화는 애매하단 표정을 지었다.
꼬리는 아홉 개나 되는 탓에 CG로 처리했으나 귀는 양쪽에 하나씩이라며 핀으로 꽂아 고정했으니까.
스물다섯, 이젠 여섯이 된 나이에 하기엔 참 부끄러운 코스프레였다.
“귀여운데 뭘.”
“찍지 마세요.”
나래는 무덤덤한 얼굴로 여우 귀를 꽂은 채 시무룩하게 쭈그러든 태화를 촬영했다.
고운 피부와 우울한 분위기 탓인지 여우 분장을 한 태화는 키나 몸매에 어울리지 않게 앳되고 귀여웠다.
“봐봐. 괜찮지? 네 공식 계정에 올리고 싶은데. 인기 엄청날 걸?”
“······글쎄요. 너무 해조랑 분위기 다르다고 까이지 않을까요?”
화장 덕분인지 생각보다 잘 나온 사진에 태화는 조금 진지한 얼굴로 올림으로 인해 얻어질 이득과 피해를 떠올렸다.
어차피 족자가 나오고 나면 다 퍼질 모습이니 그다지 부끄러움은 없었으나 해조와 너무 다른 아장아장한 분위기가 역풍을 일으킬 것 같았다.
“넌 정말 덕을 모르는 구나?”
그런 태화의 고민을 듣고 나래는 코웃음을 쳤다.
덕들은 자신의 최애의 의외의 면을 언제나 보고 싶어 한다.
사진이 배포 된다면 오히려 섹시뿐 아니라 저런 표정도 지을 줄 안다며 비명을 지르리라.
그러니 그는 비호감이 될 걸 고민할 게 아니라 순식간에 늘어버린 팬에게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해야했다.
바로 다음 달에 있을 팬 사인회는 이미 인원이 꽉 차 대기 번호만 백이 넘었고 5월에 있을 백종 연예 대상에서 드라마 영화 어느 쪽으로든 신인상을 받을 거란 말이 슬금슬금 퍼지고 있었으니까.
‘애가 참. 연기랑 관련되지 않으면 사람 심리에 약하다니까.’
밥 먹고 연기만 생각해서 인간으로서의 부분이 퇴화한 거라 박하게 평가하며 나래는 그의 얼굴에 슬쩍 붉은 화장을 덧칠했다.
눈 끝에 매달린 붉은 번짐이 섹시함을 더했다.
“뭔가 무당 같네요. 저 이대로 ‘내 외모에 반해 호기심으로 연락했다간 큰 호통을 들을 것이야’라 말하면 되나요?”
거울을 보고 자신의 얼굴을 확인한 태화가 무속인 같다며 웃자 나래는 그것 참 좋은 생각이라는 듯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 한번 해봐. 내가 찍어서 올려 줄게. 조회수 대박치면 내가 치킨에 콜라까지 쏜다.”
“농담으로 한 말인데······. 거기에 스파게티도 쏴주세요.”
“콜.”
들이밀어지는 폰 카메라를 보고 태화는 오늘도 체념을 만끽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런 우울함도 잠시, 그는 도도하고 야한 미소를 지은 채 녹화 중인 카메라를 향해 요요히 웃었다.
“내 외모에 반해 호기심으로 연락했다간 큰 호통을 들을 것이야. ······누나?”
“어, 어! 어, 녹화 다 됐어.”
“······지금도 녹화 중인데요.”
“으음······. 뭐 하는 수 없지.”
그녀는 자신의 쪽팔림이 섞인 게 더 생생할 거라 여기며 편집을 하지 않은 상태로 태화의 계정에 동영상을 올렸다.
별 거 없는 계정에 몇몇이나 붙어 있는 것인지 올라가기 무섭게 그 아래는 수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호통 들어도 괜찮으니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여우님!!
└지금 저거 족자 촬영 의상인가? 미쳤네ㄷㄷㄷㄷ └키츠네 미미 하앍 다이스키!!
└호통이라도 좋아요222222
└행볶하Dㅏ······.
“봤지? 이게 네 인기야.”
애정 어린 댓글들에 태화는 눈을 깜빡였다.
BGA와 매니저를 통해 팬들의 선물을 전달 받으면서 그는 자신에게 많은 팬들이 있다는 건 알았다.
그러나 이렇게 직접적으로 반응해주는 이들이 많다는 건,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저, 더 열심히 해야겠네요.”
태화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어린 아이처럼 얼굴을 붉혔다.
자신을 아끼고 지켜봐주는 이들의 시선이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 * *
“······저기 족자는 세 종류라 하지 않았나요? 좀 사진을 많이 찍는 것 같은데.”
해조의 단독 사진, 아영의 단독 사진, 그리고 투샷.
이렇게 세 종류가 홍보팀이 알린 오늘 촬영의 골자였는데, 어째서인지 너무 많은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거 어쩌면 굿즈 제작할지도 모르거든요. 아마 그때 되면 제작 전에 따로 계약 작성하겠지만 일단 오늘 미리 촬영해 두는 거예요.”
‘뭐 굿즈 씩이나······.’
참 이상한 준비에 철저하다 생각하면서도 태화는 순순히 요구에 응했다.
이왕 찍힌다면 최대한 매력을 발산하는 게 올발랐으니까.
남자인 사진작가가 기세에 눌려 다리를 후들거릴 정도로 태화는 화룡정점을 찍어가며 최선을 다해 촬영에 임했다.
현장에 있던 한 스텝이 그에 대한 후기 글을 올리고 그 글이 마레드에서 성지화되는 건 고작 두 시간 뒤의 일이었다.
끝
ⓒ 마늘소금
“단장 오빠. 태화 오빠 좀 너무하지 않아요?”
혜연은 요즘 불만이 많았다.
콩알만한 극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새로 구성된 프로그램의 주연을 고작 한 달 전에 입단한 신인에게 빼앗겼고 기다리던 연예기획사의 답변도 전부 ‘죄송합니다’로 도배돼있었으니까.
그것뿐이라면 참 재수가 없다 하며 넘어갔으리라.
그러나 한 남자의 소식이 그녀를 끝없이 괴롭히고 있었다.
‘매일 이리저리 화제가 되고 있는데 어떻게 연락 한 번이 없어?’
그녀는 인기도 돈도 벌고 싶다는 생각에 연예계를 꿈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