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or, stand again RAW novel - chapter 142
그 모습이 퍽 재미있다며 하라는 히죽거리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뱉었다.
남자들끼리 하트를 그리는 게 신기했는지 아역인 민후도 흥에 겨워 작게 박수를 쳤다.
“······선배님도 하셔야죠?”
“어머? 당연하죠? 태연 씨, 저랑 팔 하트 한번 해요.”
“······.”
놀림당한 태화가 해방과 동시에 일격을 날렸으나, 23년 내공은 허투가 아니라는 듯, 하라는 자연스럽게 송태연과 팔 하트를 만들어 기자들 앞에 섰다.
넷 중 가장 어리숙한 인물이 되어 버린 태화는, 시무룩해진 자신의 마음을 쓸쓸히 다독였다.
***
└신승혁 씨 감사합니닼ㅋㅋ덕분에 우리 배우님 역대급 움짤 탄생ㅋㅋㅋ └비주얼은 태화 오빠가 더 아이돌인뎈ㅋㅋ행동잌ㅋㅋ └배우님 귀여웠어훀ㅋㅋ기운 내세요.
“······차라리 당당한 게 덜 부끄러울 수 있다는 걸 오늘 배웠네요.”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태화는 UTV에 올라간 영상과 그 밑에 달린 댓글들을 확인하며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방울토마토 같은 탱글한 느낌을 전달하는 건 200퍼센트 달성했다.
그러나 보이려던 이미지와 별개로 자신의 어색하고 맹한 얼굴을 보는 건 참으로 부끄러웠다.
태화가 살짝 우울에 잠겨 대본으로 시선을 돌리는 사이, 보조석에서 동영상을 확인한 나래는 인스티그램(Instigram)을 켰다.
원래 반응 체크는 매니저가 해야 하는 일이지만 자신이 가꾸는 배우가 어떤 소리를 듣는지 알아보는 것은 꽤 재미있는 일인지라, 이렇게 현규가 운전을 하고 있을 때면 그녀가 대신 확인하곤 했다.
‘아, 여기도 간담회 이야기 올라오기 시작했네. 이쪽은 아이돌 본진이라 그런지 승혁, 태연 이야기가 대부분······응?’
게시된 제목들을 흩던 그녀의 시선이 한 자리에서 멈췄다.
[(캐트시) 하, 원수인데 미워할 수 없어 괴롭네요]원래 캐트시 내정되어 있던 게 우리 윤후 오빠라 ‘처음부터 주말 드라마 주연이래! 완전 짱짱하다!’하며 좋아했는데 며칠 전에 급 물갈이당하고 해당 배우 안 알려 줬잖아요?
그래서 오늘 어떤 ㅅㄲ가 오빠 밀어내고 자리 차지했나 보니까 완전 아이돌ㅋㅋ 보고 빡 돌아서 아무리 귀여워도 저런 아이돌 끼려고 울 오빠 깐 건가 게시판 생기자마자 악플 백만 개 달아야지 생각하고 있는데 아래 뜨는 이름이 이. 태. 화.
네? 누구요?
저 동명이인인 줄 알고 연예인 이태화 찾는데 나오는 건 배우 이태화뿐······. 말하면서 전작 언급 살짝 하는데 진짜 그 이태화······.
화장빨 사기라는 소문 자주 들었지만 진짜 사기······ 저건 캐사기······. 무슨 동양인이 서양인이 되나요? 저 정도면 거의 특수 분장급 아닌가요?
이태화는 여자 화장 까면 안 돼요. 쟤가 더 사기야······.
이건 전투력 차가 너무 나서, 제가 울 오빠 팬이긴 해도 납득이 가서······. 그래서 더 억울해ㅠㅠ! 미안해요, 윤후 오빠ㅠ 해조 생각하면 진짜 좋아하는 배우인데 오빠랑 얽히니까 완전 애증 태그ㅠㅠㅠㅠ
└내가 쓴 줄ㅠㅠ
└이태화 이제 27이던데 하, 저게 스물일곱 미모······.
└옆에 승혁이 22인뎈ㅋㅋㅋ이태화가 더 어려보 옄ㅋㅋ └배우한테 샤방함으로 진 아이돌ㅋ큐ㅠㅠ └머리랑 눈색보고 혼혈인가? 코스프레? 행사 뛰다 왔나 왜 저래? 했더니 이태홬ㅋㅋ └잠깐 생각해 보니 저 외모로 드라마 내내 연기한다는 거죠? 일본 영화 생각나서 역대급 괴작 될 거 같은데 그게 태화라 명작될 것 같은 이 기분······.
└딴따란따란! 이렇게 태화 오빠도 브로맨스에······!! 하승우랑 친하게 지내긴 했어도 브로맨 분위기는 별로 없었는데 이건 진짜 별로······. 내 마음에 ★로······.
└배우님께 폐가 되니 현실 커플링은 지양해주세요.
‘흠, 나쁜 말은 없네.’
원수라는 단어에 긴장했던 나래는 곧 흔한 투정임을 깨닫고 느긋하게 댓글을 읽어 나갔다.
대부분 태화의 외모에 놀라는 글들과, 무섭게 잘 어울린다는 칭찬 비슷한 말이라 그녀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쟨 연기 안 할 땐 애가 은근히 부끄러움도 많고 참······.’
이젠 완전히 대본에 빠져든 태화를 확인하고 나래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수십 번 읽은 대본이 뭐가 저리 재미있는지, 단어를 씹듯 정독하는 모습이 아주 배우다웠다.
끝
ⓒ 마늘소금
[동기화 69%를 달성했습니다] [어려움 난이도와 맞지 않은 결과가 산출되었습니다] [사유를 심사합니다] [사유가 인정되었습니다]‘······놀림당한 거네.’
태화는 제멋대로 바뀌는 기둥 위 글자들을 확인하며 팔뚝을 톡톡 두드렸다.
칼리오페와의 만남으로 어려움 난이도가 그녀와 그녀의 자매들에 의해 조절되는 것을 알았기에, 그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손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원래라면 중도 탈락당해야 했을 것을, 그녀들 중 하나가 4화의 마지막 장면까지 유지하게 시킨 것이리라.
사람을 희망 고문하는 몹쓸 장난이었다.
‘막히는 이유가 말투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후······.”
한숨을 흘린 태화는 조금 전 상황을 되새겼다.
수백, 수천 번 어려움을 진행한 그는 각각의 동기화 점수가 나타내는 평가를 더욱 정확히 해석할 수 있게 됐다.
경험을 바탕으로 계산할 때 100이란 수치는 이 작품의 가장 기초적인 부분을 잘 이해하고 있는가를 따지는 것이었으며, 110은 ‘역할에 맞게 잘 연기한다.’ 소리를 들을 정도의 표현력이었다.
즉, 연습 내내 받았던 110 근처의 동기화 수치는 어려움의 ‘초보존’을 벗어날 수준의 성적일 뿐, 태화가 원하는 위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나름 부끄러운 것도 무릅쓰고 한 말툰데 진짜 너무하네.’
퍼즐도 맞을 것 같은 조각이 맞지 않으면 이리저리 돌려보듯 그 또한 좀처럼 올라갈 줄 모르는 점수를 올리기 위해 여러 방법을 찾아 헤맸다.
어미에 ‘냥’을 붙인 것도 그러한 방법의 하나였다.
-은인을 위해선 그 정돈 거뜬하다냥.
-내가 연호를 돌봐 줄 테니 다녀와라냥.
-냥 냥 냥!
태화는 얼굴에 철판 깔고 연기했다. 관음증 걸린 신 몇몇이 보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역할에만 집중했다.
튕겨나가지지 않았기에 더더욱 능청을 떨며 나이에 맞지 않는 냥을 말 끝마다 붙였다.
그러나 척은 척일 뿐 진심과는 달랐다.
성공 만을 바라보며 꾹꾹 눌러담았던 수치심은 동기화 정도를 확인한 뒤 고삐 푼 망아지처럼 날뛴다.
태화는 누군지 모를 신을 원망하며 붉어진 얼굴을 손을 가렸다.
[로키에게서 개인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읽으시겠습니까?]“삭제.”
[삭제되었습니다]기둥 위에 이제는 익숙하다 뭇해 지겨워진 문장이 떠오르자 그는 지체 없이 삭제를 외쳤다.
관음증 있는 신의 대표 주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로키였다.
‘조건’에 너무 잘 적응한 것이 짜증나는지 그는 태화가 거창하게 실패할 때면 반드시 비웃는 쪽지를 보내 그의 화를 돋웠다.
덕분에 태화는 ‘읽지 않고 쪽지 삭제’와 같은 기능을 알게 되었으며 이를 로키에게 적절히 사용했다.
첫 단추가 이 모양 이 꼴이다 보니 그는 후원을 원하는 신들 중 ‘조건’을 내거는 신을 1순위로 걸렀다.
대부분 조건을 건 경험이 있고, 이명(異名)이 이상한 터라 본의 아니게 철벽 치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말이다.
‘어미 문제도 아니면 역시 행동 쪽인데······.’
벽을 뛰어넘기 위해 했던 시도들을 짚어본 태화는 결국 한 가지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정공법에 시간도 상당히 소모하는 방법인지라 피하고 있었거늘, 이젠 방도가 없었다.
‘그럼 현규 형에게 전화해야 하나? 아님 서연씨 쪽에 연락해야 하나?’
오랜만에 탐구 과제가 생기자 그는 그나마 빈 일정을 떠올리곤, 작은 한숨과 함께 제단을 벗어났다.
***
다른 생물을 흉내 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책이나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을 확인하고 따라하는 것이다.
따로 어디를 갈 필요도 없고 그 자리에서 생활 방식과 행동 양식 등 필요한 정보를 대부분 얻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글은 글일 뿐이며 영상은 촬영자가 원하는 장면만 담아놓은 일종의 개인 기록이었다.
정말 사실감이 느껴지게 따라하려면, 그 생물을 실제 관찰하고 오감으로 느껴 이해해야 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만약 일상에서 보기 힘든 동물이 그 대상이라면, 그 동물의 일상을 관찰하기 위해 동물원에서 한동안 생활할 각오가 필요했다.
한두 시간의 관찰은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확인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태화가 묘사해야 하는 동물은 사람에게 가장 인기 있는 애완동물 중 하나인 ‘고양이’였다.
당연히 고양이를 보기 위해 방문할 곳은 동물원이 아니었으며, 그는 날이 밝자마자 ‘고양이 카페’를 방문했다.
‘오길 잘했네.’
태화를 돕는 이들은 오늘도 유능했다.
그의 요청이 있기 무섭게, 그들은 수도권 내 적절한 카페들을 추렸고 그 중 한 곳을 전세 냈다.
배우의 시간을 허투로 쓰지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행동 속도였다.
태화가 이른 시간부터 고양이들에게 둘러 쌓인 채, 그들을 관찰할 수 있는 이유였다.
“저, 필요한 것 있으세요?”
현규가 나간 것을 확인하고 카운터에서 눈치를 보고 있던 알바생이 재빨리 태화에게 다가와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고용주에게 오늘 전세 낸 손님을 방해하지 말란 소리를 듣긴 했지만, 이리 가까이 좋아하는 배우가 있는데 말을 걸지 못하는 건 팬인 그녀에게 엄청난 괴로움이었다.
‘우와, 머릿결 좋은 것 좀 봐. 진짜 대박. 고양이 좋아하는데 사람들 시선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 전세 낸 건가? 역시 울 배우 스케일은 다르다니까. 사진 요청해도 될까?’
가까이에서 태화를 확인한 그녀는 넋을 놓지 않기 위해 정신줄을 붙들었다.
오늘도 옅게 화장을 한 것인지 반짝이는 태화의 모습이 눈부셨다.
“저기 검은 줄무늬 고양이는 왜 계속 벽에 머리를 비비고 있는 거죠?”
“아, 그건······.”
너무나 열정적인 눈으로 고양이들을 바라보는 그를 보고 그녀는 잠시 움찔 거렸다.
일반적인 고양이 팬들이 보이는 시선과 온도가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기꺼운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노동 대비 시급 적은 고양이 카페에서 일할 정도로 그녀는 고양이를 좋아하다 못해 사랑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를 호감있는 이에게 설명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법이었다.
재잘거리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태화는 그루밍 하는 고양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고양이, 일단 발치에 와서 냥냥 거리는 고양이 등,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머릿속에 새기고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고양이의 행동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올 수 있다면 좋겠으나 그는 상당히 바빴다.
한상일을 연기하는 동안 만들었던 근육의 부피를 줄여야 했고, 루이를 연기하는 데 필요한 ‘언어’도 배워야 했으며,
‘협력자들’ VOD와 블루레이 판매 촉진을 위한 행사에도 참여해야 했다.
‘실제 크랭크인 날짜까지 일주일 남았으니까······. 진짜 빠듯하네.’
태화는 일정을 떠올리곤 나오려는 한숨을 삼겼다.
‘크랭크인’이란 타이틀을 걸고 기자회담을 열었지만 ‘캐트시’의 실제 크랭크인 날짜는 다음 주였다.
관심이 쏠린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공식적으로만’ 일찍 앞당긴 것인데, 대본 연습 현장 동영상과 마찬가지로 홍보를 위해 변질된 의미였다.
‘정 시간이 부족하면 최후의 수단도 있으니까.’
1화에서 태화가 등장하는 것은 고작 20여 초.
그러나 짧음과 별개로 상당히 중요한 장면이였으며, 반드시 어려움 난이도 120 퍼센트 이상의 숙련도가 필요했다.
그렇기에, 그는 그전까지 ‘어떻게 해서든’ 높이 세워진 벽을 넘을 생각이었다.
***
한국에서 ‘협력자들’의 배급을 맡은 회사는 퓨쳐 엔터테인먼트다.
GY가 영화 공급 시장을 전부 독점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재계서열 7위 미래 기업에서 설립한 배급, 제작 회사로 계열 영화관인 퓨처 시네마까지 갖춰 제작, 배급, 상영이 가능한 대한민국의 유이(有二)한 집단이었다.
당연히 GY 엔터테인먼트와는 경쟁 관계였으며 GY에서 배급하는 영화를 퓨쳐 시네마에 할당하지 않거나 작은 관에 쳐박아 두는 등의 치사한 면모를 보였다.
물론 GY 측도 자신들의 영화관인 GGB (GY Golden Best)에 똑같은 행동을 취했지만 말이다.
사실 관객들은 이런 신경전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영화관도 기업인 이상 인기 있고 돈이 되는 영화라면 설사 라이벌 배급사의 영화일지라도 자신들의 대형관에 걸고 상영했으니까.
그러나 이번 여름만큼은 상황이 달랐다.
‘협력자들’과 자웅을 겨룰 ‘무신’이 GY 엔터테인먼트의 자체 제작된 영화였기 때문이다.
양 진영에서 쟁쟁한 영화가 나왔으니 싸우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퓨처 시네마는 대형관 하나에서만 ‘무신’을 상영했고 나머지 대형관은 ‘협력자들’로 채웠다.
반대로 GGB는 ‘협력자들’을 소형관에 배정한 뒤 모든 대형관은 ‘무신’으로 채웠다.
일부 네티즌들이 ‘이렇게 대형 영화로 스크린을 채워버리면 다양성이 사라진다!’라 성토했지만 싸우는데 정신 팔린 두 기업은 신경 쓰지 않았다.
‘협력자들이 2주 일찍 개봉하면서 초반을 선점하긴 했지만······.’
개봉과 함께 2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점령했던 ‘협력자들’이었지만 ‘무신’의 개봉과 동시에 왕좌를 내줘야 했다.
다른 두 국가에서 ‘협력자들’이 3주 연속 1위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평범한 결과였다.
팬들의 화력에 힘입어 하루 이틀 관객수를 앞질렀어도 주간 집계를 뒤집을 정도는 되지 못했으며, 결국 5주차 때 3주차에 들어선 ‘무신’이 3위로 떨어진 것으로 앞질렀다면 앞지른 결과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