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or, stand again RAW novel - chapter 164
이변이 없는 결과에 태화는 마지막 남았던 긴장을 풀고 수상자를 맞이했다.
오늘도 표정 부족한 박현호가 천천히 단상으로 올라왔다.
“축하합니다.”
“고마워.”
희미하게 웃은 박현호는 태화와 가볍게 포옹을 나누고 상패를 품에 안았다.
“감사합니다······.”
현호의 수상소감이 이어지고, 마지막 대상을 ‘무신’이 수상하면서 창룡제의 시상 부분이 모두 마무리됐다.
끝
ⓒ 마늘소금
[이 시기에 뜬금없지만 인증사진.jpg+창룡 후기](사진.jpg)
KBC 드라마 팬시샵에 캐트시 루이 고양이 인형이 나왔습니다!
1:1 실사 사이즈인데도 두 손에 올라가는 사랑스러움 ㅎㅇㅎㅇ 퀼리티도 미쳐서 마감 완전 꼼꼼하네요. 가격이 4만 원이라 손이 ㅂㄷㅂㄷ떨렸는데 받고서 완전 만족!
KBC······. 언제부터 이렇게 덕심을 알았지??(어리둥절) 참고로 2차 오프닝을 위해 찍었던 사진들도 곧 폰케이스화 돼서 나온다고 합니다. 배우님 공계에 올라온 사진도 일부 포함됐다 하네요.
구식폰인데 케이스 있는 걸로 하나 사야 하나?
+)창룡제 다녀왔습니다. 티켓팅 완전 힘들었어요ㅠㅠ 이번 배우님 의상 완전 미쳤고, 얼굴은 더 미쳤고······.
기자님들 포존 사진 완전 화보로 찍어주셔서 보배롭고요.
들어가서 보니까 울 배우님 미모가 반짝반짝. 루이도 좋지만 한상일 버전도 은근 섹시 터는 게······.
엉엉 날 가져요 ㅠㅠ
근데 완전 당황스러웠던 건 울 배우님이 무대에서 박현호랑 포옹한 거.
헐? 박현호 남성 혐오증 아니었나요? 제 옆에 있던 박현호 팬 완전 경악ㅋㅋㅋ 남성 혐오 엄청 유명하던뎈ㅋ?
울 배우님만 뭔가 특별한 건가? ㅎㅎ?
찍어온 사진들과 움짤도 몇 장 올립니다.
마레드 흥★해★라
└우와······. 루이 고양이 버전 퀼리티가ㄷㄷ 생생후기 감사합니다.
└타미님ㅠㅠ 부럽네요ㅠㅠㅠ 전 티케팅 실······패······.
└박현호가 그럴 리 없는데······. 저 움짤 조작 아닌가요?
창룡영화시상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고 가장 난리가 난 곳은 박현호의 팬카페였으며 두 번째로 시끄러웠던 곳은 태화의 팬클럽 마레드였다.
분명 이번 창룡제에서 태화는 주역이 아니었다.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는 했으나 수상자는 박현호였고, ‘협력자들’ 또한 대상으로 거론되기만 했을 뿐, 정작 상은 ‘무신’이 탔으니까.
그러나 보던 이들의 입장에서, 태화는 그야말로 창룡제의 신 스틸러였다.
별생각 없이 시청하던 7080세대는 재생된 그의 시상 소감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유명했던 추억의 소감문, 당황하던 작년의 태화, 그리고 눈시울을 붉힌 현재의 그가 어우러져 그들의 향수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박현호와 포옹하는 것을 보며 현호의 배타성을 아는 이들은 경악했다.
[오는 여자 가는 여자는 막지 않지만 오는 남자는 막는다.]박현호는 남자와 말하는 것조차 질색하는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타 팬들마저 ‘울 배우님을 무시했다고? 아, 박현호. 그 사람이면 뭐······.’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이젠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처럼 연예계의 자연 현상 같은 존재였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 그가 태화의 인사에 입술을 달싹거려 화답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나아가 가볍게 포옹까지 나누자 그를 아는 이들은 해가 서쪽에서 뜬 것과 같은 기분을 경험했다.
남우주연상의 어수선해진 분위기는 대상에까지 이어져, 가장 하이라이트인 대상이 흐릿한 인상으로 남아버렸다.
본의 아니게 시상식을 망친 태화는 창룡제가 끝난 지 3일이 되도록 지인들에게 시달렸다.
친하게 지냈던 효신에겐 ‘너 능력있다?’란 소리를 들었으며, 현호와 동기인 강원에겐 ‘너 걔랑 어떻게 친해진 거냐?’란 질문을 받았다.
그 밖에 인사만 나눴던 이들도 한 번씩 만만한 태화에게 다가와 둘이 어떻게 친해진 것인지 물었다.
여전히 벽을 치고 있는 현호에게 다가갈 수 없어 이어진 행동이었다.
‘그걸 알면 나도 알려주고 편해질 텐데.’
그냥 촬영 중 어느 날 태화가 쉬고 있던 옥상에 나타나 ‘널 관찰했는데, 너랑은 좀 친해져도 될 것 같다’라는 말을 남겼다.
태화가 알기로 그게 전부였고 그도 현호의 사고 과정이 궁금한, 그런 뜬금없는 만남이었다.
‘그나저나 속 좁은 사람들이 은근히 많아.’
거기까지 떠올리던 그는 창룡제 리셉션에서 얼굴을 굳힌 몇몇 배우를 떠올리고 쓴웃음을 지었다.
현호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혼자만 알기 위해, 태화가 입을 닫았다 생각하는 이들은 의외로 많았다.
그들은 권위나 친밀함을 내세워 그에게 방도를 들으려 들었으며 몇몇은 계속되는 침묵에 화를 냈다.
태화가 자신들을 무시한다는, 약간의 자격지심이 섞인 행동이었다.
‘그래도 강원 형님이 막아줬으니 다행이지.’
박현호의 명성과 비교하면 약간의 손색이 있으나 최강원 또한 단단한 고정 팬층을 소유한 창룡제의 남우주연상 단골손님이었다.
따라서 그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연차가 적다는 이유로 은근슬쩍 태화를 무시한 채 추궁하던 이들은 시근덕거리며 사라졌다.
‘······근데 내가 언제부터 박현호 선배랑 친해졌다는 거지?’
단순히 ‘얼굴 보면 인사하는 선배’ 정도로 생각했던지라 호감과 별개로 친하다는 인식이 없었다.
다른 이들에게 하는 행동보다 한 걸음 더 다가온 것 같다 느끼면서도, 그런 미묘함을 신경 써줄 감성이 태화에겐 부족했던 것이다.
‘그쪽도 그리 거리를 좁힐 생각이 없어보였고.’
그렇다 하더라도 현호가 다가오려 했다면 태화는 기꺼이 그와 친해졌으리라.
그의 연기력은 존경할 만한 것이었고 태화도 처음 그를 만났을 땐, 그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했으니까.
어느 정도 인정받고선 그 이상을 노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은 감정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러나 현호는 리셉션 회장에서 누군가를 상대하는 일 없이 홀로 고고했다.
가끔 현호와 친한 여자 배우들이 은근슬쩍 둘 사이의 관계를 떠봤을 때 ‘친하지 않다’로 일관했다는 사실을 태화도 알았다.
‘그게 사실인데 말이지.’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믿지 않는 자들은 믿지 않는다.
다시 한번 진리를 깨달은 태화는 이후 같은 말만 반복하는 이들을 적당히 피했다.
“태화야, 쉬······진 않는구나.”
“아, 형. 무슨 일이세요.”
다리를 일자로 찢은 채 누워있던 태화는 연습실을 찾아온 현규를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매니저가 굳이 연습실까지 찾아오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일정이 있거나, 전해야 할 소식이 있거나.
태화는 눈을 반짝였다.
현재 일정은 일본어, 중국어 더빙과 12월 31일에 있는 KBC연말 연기 대상밖에 존재하지 않았으니 그가 온 이유는 ‘전해야 할 소식’ 때문임이 분명했다.
‘설마 쓸 만한 대본이 나왔나? 그런 거면 좋을 텐데.’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그는 현규의 말을 기다렸다.
일정이 없는데도 연습을 빼먹지 않는 자신의 배우를 보며 현규는 뿌듯함을 느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는 매니저들에게 태화를 자랑하고 싶을 만큼 태화는 자랑스러운 배우였다.
‘아차, 이게 아니지.’
그렇게 흐뭇함에 취해있던 그는 이내 정신을 차린 후 가져온 종이뭉치를 태화에게 내밀었다.
“뭐예요, 이게?”
“이번 드라마랑 창룡제 관련 주요 반응이랑, 네 추가 수익 관련 내용이야. 아, 그리고 네 회계사가 슬슬 투자 쪽도 고려해보라고 말했다며. BGA에 관련 인물을 중개하길 원하는지 묻더라.”
태화의 스케줄이 바빠진 뒤, 임서연은 그에게 직접적으로 연락하는 것을 되도록 줄였다.
고작 몇 분일지라도 연락을 주고받다보면 연습이나 일정에 지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매니저가 못 믿을 사람이면 모를까, 현규는 소심한 것을 빼면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자연히 BGA도 급하지 않은 일들을 매니저를 통해 전달했다.
“음, 아직 무언가에 투자할 생각은 없는데. 중개 필요하면 말할 테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전해주세요.”
대본인 줄 알았던 태화는 묘한 실망감을 가라앉히며 현규가 준 종이를 확인했다.
한 부엔 창룡제 관련 주요 언론사의 기사, 자주 보이는 반응, 사진 등이 정리되어 있었고 또 다른 한 부엔 ‘캐트시’와 관련된 내용이 적혀있었다.
‘아, 이 사진 찍혔었네······.’
태화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수상 욕심이 적었다.
수많은 지표가 자신이 잘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는데, 마침표가 아닌 쉼표가 찍혔다고 아쉬워하기엔 아직 적을 기록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시상식 때마다 긴장을 풀어서 이상한 사진을 찍히거나 실수하기 일쑤였다.
백종상에서 먹는 것에 집중하는 사진이 찍혔다거나, 작년 창룡제에서 정신을 못 차린 채 뜬금없이 ‘아름다운 밤이네요’를 소감으로 뱉은 일이 그러했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잘했다고 생각했건만, 태화는 이번에도 요상한 사진이 찍혀버렸다.
바로 인기상을 받자마자 ‘나 후련해요’라는 얼굴을 한 채 주변에 앉은 감독과 떠드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현호를 제외한 다른 남우주연상 후보들이 긴장을 숨기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참으로 태평했다.
‘흠, 연차가 적으면 귀찮기도 한데 이런 면에선 참 좋아.’
후보자임에도 무게감이 부족한 태화를 비난하는 댓글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직 어린 배우답게 순수해서 귀엽다’, ‘후보에까지 올랐는데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욕심 없는 걸 보면 대단하다’라며 그의 작은 실수를 덮어줬다.
아직 3년 차,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이기에 나올 수 있는 호의고 반응이었다.
‘캐트시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브루나이? 여긴 또 어디지?’
캐트시의 2차 판권은 평탄하다 못해 날아다녔다.
‘협력자들’이 중국을 통해 동남아시아로 수출되면서 생긴 현상인데, 가볍고 유쾌하면서도 가끔 분위기 잡을 줄 아는 한상일의 분위기가 현지에 먹히면서, 한상일에 대한 관심이 같은 배우가 맡은 또 다른 역 루이에게로 옮겨졌다.
소비 인구가 별로 없어 판권의 가격도 낮고, 때문에 큰 금액이 되진 않았으나 KBC는 유통 경로를 늘린 것에 기꺼워했다.
“아참! 여기 인형이랑 다른 상품들.”
“······이거 되게 귀엽네요.”
태화는 현규가 건넨 쇼핑백 속에서 인형을 하나 꺼내 들어 자신도 모르게 손 위에 올려보았다.
성인 남성의 손바닥에 가볍게 올라가는 작은 솜 덩어리.
루이의 고양이 버전 인형으로 호평을 이어가고 있는 상품이었다.
“일단 너랑 관련되어 있다 보니 몇 개를 건네받았어. 한두 개가 아니라서 공식 계정에서 사은품으로 걸고 작은 이벤트를 벌여볼까 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문제만 없다면 전 괜찮은데······. 이거 하나는 집에 두고 싶네요.”
손바닥 위에 올린 고양이 인형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태화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고양이의 사랑스러운 부분만을 그대로 옮겨둔 인형은 그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대본이라든가, 대본 같은 게 없나요?”
“······어, 그게. 일단 들어오는 게 있긴 한데, 네가 거르면 좋겠다고 한 역할들이 대부분이라.”
“좀 안타깝네요. 아, 예술 영화도 몇 편 들어왔다고 들었는데.”
태화는 창룡제에서 만났던 감독을 떠올리며 물었다.
예술 영화로 해외에서도 몇 번이나 상을 탔던 인물로 리셉션에서 그에게 다가와 대본을 보냈는데 한번 봐달라고 요청했던 게 기억났다.
“그건 신경 쓰지 마. 그 감독 열정 페이로 유명한 사람이라. 특히 남자 주연은 제멋대로 굴리는 사람이니 혹시라도 뭐라 하면 무시해.”
그의 질문에 현규는 눈살을 찌푸린 채 말을 이었다.
매니저가 그렇게까지 질색하는 것은 처음인지라 살짝 호기심이 들었지만, 태화는 말을 줄였다.
‘그래도 궁금한데.’
물론 침묵한 것과 별개로 오랜만에 임서연에게 연락해 따로 대본을 받아볼 생각이었다.
“아참, 그리고 캐트시 작가가 너한테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했어. 네가 고양이 요정을 잘 연기해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라고 감동하던데?”
이미 종영했으나 ‘캐트시’의 인기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재방송도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보였으며, 팬들은 아쉬운 기분에 자신들끼리 외전을 만들며 놀았다.
그것을 가만 두고 볼 방송국이 아닌지라 KBC는 작가에게 소설화를 권유하는 동시에 웹툰화까지 노렸다.
현대에 와서 소설이 웹툰으로, 웹툰이 드라마나 영화로 바뀌는 일은 많아도 그 반대는 거의 없어졌던 탓에, 이러한 시도는 방송 수익 모델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럼 한동안 드라마는 안 쓰려나. 아쉽네.’
물론, 태화는 작가가 잘나가게 된 것보다 그녀가 소설을 쓰느라 드라마 집필에 소홀할 것을 걱정했다.
주변은 다 좋은데 정작 자신은 차기작을 고를 게 없어서, 태화는 약간의 씁쓸함과 외로움을 느꼈다.
끝
ⓒ 마늘소금
여자 최우수상에 영예를 안은 ‘캐트시’의 서하라가 작은 꽃다발과 상패를 들고 환하게 웃었다.
하라는 소감으로 ‘복귀 후 이런 사랑을 받게 되어 기쁘다’라는 말을 남기며 기쁨을 드러냈다.
그녀를 끝으로 최우수상 수상이 마무리되고 곧 화면에 KBC 연기대상이란 글자와 함께 역대 수상자들의 사진과 작품이 흘러갔다.
“이제 대상을 앞두고 있네요. 제가 다 떨리는데요?”
대상 발표 진행자와 전년도 대상수상자가 짧은 담소를 나눴다.
서로의 얼굴에 금칠하는 내용이었으나, 두 사람 모두 쟁쟁한 원로 배우들이었기에 그 모습이 과해 보이지 않았다.
“읽기가 떨리네요. 저 대신 읽어주시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