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or, stand again RAW novel - chapter 241
두부의 사진과 영상을 보고 감탄하던 현태는 한창 웃으며 설명 중인 태화를 응시했다.
“태화야.”
“응? 왜.”
“요새 너 소개해달라는 사람들 많아진 거 알아?”
현태의 말에 태화는 새삼스럽다는 얼굴로 웃었다.
“원래 많았잖아.”
할리우드에서의 성공과 칸에 갈지 모른다는 기대감까지 더해져 태화의 주식은 날로 상승했다.
기름에 꼬이는 개미처럼 태화와 친해져 함께 조명받아보려는 연예인은 많아졌고, 태화의 지인을 통해 자리를 요청하는 일도 늘었다.
태화는 그런 식의 만남을 단호히 거부했다.
일 관계로 만나는 이들도 다 믿지 못해 밀어내는데, 처음부터 딴마음을 먹은 채 접근하는 이들을 만날 이유가 없었으니까.
“음. 그거랑 조금 다른데······. 여배우들 비율이 높아졌어.”
현태는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태화를 바라봤다.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것 뿐인데, 이상하게 시선이 갔다.
‘애가 뭘 먹고 지내면 저렇게 변하지······.’
한달여 만에 만난 태화는 분위기가 조금 바뀌어 있었다.
딱히 성형이나 체격이 변한 것 같진 않은데도, 피부에 닿은 비단처럼 묘한 느낌을 풍기고 시선을 끌었다.
여성들의 요청이 늘어난 건 최근 일주일 사이.
그녀들이 얼굴을 붉힌 채 말할 땐 이해하기 힘들었거늘, 오늘 이리 태화를 보다 그들의 말이 이해됐다.
‘저런 걸 두고 보기 싫어도 시선이 간다고 하나?’
단정한 얼굴 뒤에 왠지 다른 얼굴이 있을 것 같다.
카메라 안에서 매력적인 사람인 건 진즉에 인정했지만, 이젠 그 매력이 카메라를 넘어서 버렸다.
“아.”
현태의 말을 알아들은 태화는 곤란한 미소를 지었다.
최근 그를 힘들게 하는 ‘관능Ⅲ’이 또 말썽을 부렸나 보다.
‘진짜 곤란하네······.’
연애 하느냐는 질문부터 외로워서 그러는 거냐는 질문까지.
바뀐 태화의 분위기에 궁금증을 드러내는 이는 수없이 많았고 태화는 그런 생활이 조금 피곤했다.
“사귀는 사람 없고, 딱히 사귈 생각도 없어.”
“그럴 거라곤 생각했지만 너 조심하는 게 좋을 거 같아. 노리는 암사자들이 많아졌어.”
“그래. 고맙다.”
동료 여배우를 암사자라 표현하는 친구에게 건배를 권하고, 태화는 스마트폰을 켰다.
‘브레멘 음악대’가 시작할 시간이었다.
***
‘브레멘 음악대’의 첫 화는 멤버들에 대한 소개와 그들이 고른 악기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편집하는 도중 상당한 자막이 깔렸는데, 예능에 익숙하지 않아 밋밋할 수 있던 태화의 반응이나 미묘한 부분을 훌륭하게 보충했다.
└오늘 브레멘 보고 저 기절. 와, 배우님 정말 할말잊······.
└저도 기절222 키보드라니. 진짜 푸왁했어요. 완전 도랐다;;
└전 오늘 브레멘 괜찮았는데······. 그것보다 개인 계정 닫힌 게 ㅠ
└그거 두부가 예능 데뷔해서 그런 거 같아요. 차회 예고 보니까 배우님 집에서 연습하는 영상 있는 거 같은데 거기 하얀 덩어리ㅋㅋㅋㅋㅋ
└저도 그거 보고 앗 두부다ㅎㅎ 했어요 두부 뽈뽈거리는 거 커여워ㅎㅎ
예능이 끝나기 무섭게 마레드 게시판은 예능 관련 글들로 폭발했다.
메인으로 들어가는 예능이 어색한지 머뭇거리는 태화의 움짤이 나돌았고, 드럼 치는 태화, 기타 켜는 태화, 마지막으로 키보드 앞에 앉아 연주하는 태화 움짤이 엄청난 추천을 받았다.
└와 JB 대표랑 합연하는 거 보고 도랏;; 이거 음원 안 나오나요?
└아마 연습곡이라 안 나올 듯 ㅠ 근데 무슨 곡인지 아시는 분 없으세요?
└JB 대표 계정에 가보니까 자작곡이래요. 재능이 미쳤;;
└ㄹㅇ 배우님이 완전 잘 따라가서 멋진 곡이 탄생한 거지만 대표도 진짜 대단한 듯.
└www.UTV.com/kr/109274mq <-여기 오늘 연주 부분 영상 링크요!
그중 팬들을 가장 크게 만족시킨 장면은 단연 준성과 함께 키보드를 연주하는 장면이었다.
협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둘의 연주는 상당히 매력적이었고,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제작진도 그 장면을 따로 자를 수 없었던지, 5분에 달하는 연주 전체를 화면에 담았으며, 방송이 끝나고 해당 악보를 찾는 이들이 생겼다.
무려 웨버의 실시간에 ‘이태화 JB 연주’라는 키워드가 올라갔을 정도.
함께 ‘SBC 뮤직 페스티벌’이란 키워드도 올라가자, SBC 또한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PD의 예상을 웃도는, 성공적인 출발이었다.
끝
ⓒ 마늘소금
첫 방송이 나가고 ‘뮤직 페스티벌’에 대한 기대까지 커지자 SBC에서는 ‘브레멘’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홍보하려 들어도 출연하는 특정 가수 팬덤들만 관심을 보였었는데, 예능이 방영되고 일반인들의 관심까지 ‘뮤직 페스티벌’에 쏠렸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폭적인 지원의 속내에는 ‘브레멘’이 무대를 준비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인 탓에 더 이상 돈이 들 만한 구석이 적다는 점도 한몫했다.
이미 연습에 필요한 악기와 연습실은 마련된 후였고 필요한 추가 지원이라 해 봐야 이동 경비, 카메라 증원 정도가 전부였으니까.
그래도 배달되는 커피가 300원짜리 믹스 커피에서 4000원짜리 브랜드 커피가 되었다는 사실에 모두가 환호했다.
“태화야, 정말 괜찮니? 안 되면 엄마가 맡기고 가도 괜찮아.”
“제가 집에 없는 것도 아닌데요, 뭘. 걱정 마시고 아버지와 잘 다녀오세요.”
캐리어를 들고 현관을 나서던 선미는 걱정된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태화 품에 안겨 있는 두부를 바라봤다.
개발부 특성상 다른 부서보다 적기는 하지만 우석에게도 부부 동반으로 참여해야 하는 모임이 없지 않았다.
이번에도 2박 3일로 제주도에서 부부 모임이 있었고, 선미와 함께 집을 비우게 됐다.
문제는 두부.
성견이면 모를까, 두부는 아직 털갈이도 마치지 못한 새끼였으며 이제 막 외부 세계를 배워 가는 중이었다.
당연히 혼자 두기엔 걱정이 많았고, 선미는 애견 호텔이나 펫시터 이진연에게 맡기고 갈 생각이었다.
태화가 ‘연습실에 데려가면 돼요’라고 말하기 전까진 말이다.
부부 동반에 대해 들은 다음 날.
태화는 현규와 나래에게 촬영 중 차 안에서 두부를 봐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사람이 함께 있으면 짖지 않으니 케이지에 넣고 보이는 곳에 있어 달란 의미였다.
-어? 두부 와요? 그럼 현장에 두지 왜 좁은 차안에 두려고 그래요? 에이, 민폐는. 식구끼리 그런 걸 고민해서 쓰나. 괜찮으니까 데려와요.
그러나 둘보다 먼저 수락한 인물은 ‘브레멘’의 PD 서오빈이었다.
이미 녹화된 영상을 확인한 오빈은 두부가 인기몰이에 도움이 될 거란 계산을 마친 상태였다.
작고 사랑스러운 강아지의 애교는 어디에서나 잘 통하는 법이었으니까.
게다가 그 강아지의 주인은 비밀이 많기로 유명한 남자 이태화.
평소 태화가 어떤 생활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팬이 많았으니, 두부의 등장은 시청률로 직결될 게 분명했다.
사생활 공개를 꺼려 하는 배우에게 어떤 식으로 애견의 출연을 부탁해야 할지 고민하던 오빈은 태화의 말을 듣자마자 ‘이거다!’란 심정으로 데려오란 말을 뱉었다.
스텝 중 강아지 공포증이 있다면 당일 무급 휴가를 보낼 생각까지 하고서.
가만히 듣고 있던 현규와 나래는 그런 PD의 속내를 눈치챘다.
태화 또한 완전히 파악하진 못했으나 대가 없는 친절은 아니라고 단정했다.
프로그램이 반 이상 진행될 때까지 준성과의 기 싸움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 출연자가 멋대로 행동하는 걸 오냐오냐할 리 없었기 때문이다.
-그럴 수야 없죠. 현장에 피해가 되는걸요.
-아니, 괜찮다니까요, 식구 좋다는 게 뭡니까.
-태화가 SBC 식구는 아니잖습니까. 괜찮습니다.
일상에서 소심해도 일에는 빈틈없는 사람답게, 현규는 오빈의 애를 태웠다.
패를 너무 성급하게 꺼냈던 오빈은 현규의 말빨에 끌려다녔고, 종국엔 두부의 출연 계약서에 사인했다.
첫 등장은 우연이었다 해도 이번 출연은 엄연히 계획된 장면이었으니까.
“어머? 진짜 귀엽다. 와, 이 솜사탕 좀 봐.”
“만져 봐도 괜찮을까요?”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쓰다듬는 건 자제하는 게 좋다고 그러더라고요.”
“아쉽다-. 두부야, 여기 봐. 이건 진짜 심장에 해로운 생물이네······.”
“사진, 사진은 찍어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두부야, 저기 보자.”
그렇게 현장으로 향한 두부는 모두의 귀여움을 받았다.
특히 두부를 안고 있는 태화의 표정은 더없이 부드러워서, 스텝들은 두부를 찍는지 태화를 찍는지 알 수 없는 초점으로 한 사람과 한 마리 강아지를 화면에 담았다.
바닥에 내려진 두부는 왕성한 호기심을 드러내며 주변을 킁킁거렸다.
작은 강아지가 어디로 갈지 몰라 현규가 목줄을 붙잡은 채 따라 붙었으나, 사람들의 눈에는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두부만 보였다.
“우와, 형······. 저 강아지는 다 똑같은 강아지라 생각했는데 저건 진짜 귀엽네요······.”
현장에 속속 도착한 멤버들도 남자 주먹 두 개보다 조금 큰 강아지를 보고 탄성을 내질렀다.
원래 귀여움에는 성별도 나이도 없는 법이었다.
“이름이 두부랬지?”
“네. 하얗고 포슬 거리는 게 순두부 같다고, 어머니께서 그리 지으셨어요.”
태화는 호덕의 물음에 답하며 두부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예고편으로 ‘저 하얀 덩어리의 정체는!?’이란 자막을 본 날, 멤버들의 단체 챗방에는 두부의 이야기가 피어올랐다.
두부가 도마에 오르자 태화는 찍어 둔 사진을 올리며 강아지의 귀여움을 과시했고, 그날 멤버들은 태화와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댕댕아······.”
“힘내라. 겁먹은 것뿐이야.”
“그거 전혀 위로 아니거든요?”
아콰시는 두부가 너무 사랑스럽다며 눈을 맞추려 했는데, 피부가 검은 사람을 처음 본 두부가 놀라 ‘망!’ 하고 짖는 바람에 활기를 잃었다.
그렇게 시끌벅적했던 분위기는 촬영이 시작될 때쯤에야 정리됐다.
“오늘은 단체 연습일 뿐, 강준성 대표는 참여하지 않으니 자유롭게 진행해 주세요.”
호덕의 오프닝 멘트 후, PD는 연습실에 모여 앉은 멤버들을 향해 담담한 요구를 뱉었다.
관찰이라곤 해도 주된 내용은 연습이다.
연습이라는 것은 반복을 기본으로 하고, 따라서 장면이 단조로울 수 있기에 오빈은 그 위에 캐릭터를 씌웠다.
피아노에 앉아 우아하게 연습하는 태화.
다른 현장에서도 악보를 놓지 않은 채 노력하는 호덕.
집에 도착해 대야를 뒤집어 신나게 두드리는 아콰시.
아는 기타리스트에게 부탁해 꼼꼼히 도움받는 준 등.
제작진은 콘셉트가 겹치지 않도록 주문해 가며 멤버들의 연습 장면을 담았다.
물론 그런 과정에서 수많은 영상이 잘렸지만, 원래 예능이란 촬영에 비해 많은 부분이 잘리게 되는 분야였다.
“와, 왠지 방임 같네요. 아니, 방목이라 해야하나?”
“흠, 일단 우리 각자가 연습한 거 따로따로 들어 보고, 그다음에 맞추는 걸로 하자.”
“좋아요.”
넷은 재빨리 의견을 교환하며 친근함을 과시했다.
심리적 거리감이 가까워진 덕에 나온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일정이 진행되면서 멤버들은 첫 만남 때보다 훨씬 친해졌다.
넷이 함께 만나는 일은 적어도, 단체 톡으로 대화를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주고받았으니 당연했다.
오히려 얼굴을 보지 않기에 속의 말을 꺼내기 쉬웠고, 이젠 별 거부감 없이 호형호제하며 지냈다.
PD가 오늘 담으려 한 장면은 바로 그런 부분이었다.
학생들의 모습을 보려면 수업 시간이 아닌 쉬는 시간을 봐야 하듯, 멘토인 준성이 있으면 다들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노력하지 친분을 드러내진 않았으니까.
오빈은 적당히 풀어진 분위기에서, 적당히 여유를 가지고 하는 연습 장면을 담으려 했다.
“오, 형, 연습 많이 했네요?”
“당연하지! 내가 연습 벌레 아니냐!”
꽤 그럴듯하게 연주한 호덕이 잘난 척하자, 바로 뒤에 지원한 준이 장난스럽게 좀 더 어려운 곡을, 멋들어지게 연주했다.
당연히 더 큰 박수를 받았고 호덕은 ‘아콰시! 혼내 줘!’하며 편 가르기를 시도했다.
“자, 이제 태화 차례.”
“태화야, 넌 레퍼토리가 많으니까 우리가 정해 줄게.”
“맞아. 좀 멋진 곡으로 가 보자.”
태화의 차례가 돌아오자 갑자기 합심한 멤버들이 요구 조건을 늘렸다.
그들 중 가장 연습량이 많은 것은 단연 태화였고, 화려한 연주를 보이기 좋은 인물도 태화였다.
그런 게 아니더라도, 그들은 이 기회에 스텝들이 침이 닳도록 극찬한 ‘우아한 피아노 연주’를 듣고 싶었다.
“뭐, 좋아요. 그럼 뭐 연주할까요?”
“해변에 비치는 석양(Sunset on the beach) OST로 부탁한다!”
“그것보다 비밀 친구가 좋지 않아요?”
“이거 참 어려운 선택이네.”
“그냥 제가 알아서 고를게요.”
말들이 길어지자 태화는 쿨하게 멤버들의 말을 끊고 의자를 끌어 앉았다.
퍼포먼스 연습을 위해 키보드를 칠 땐 서서 쳤지만 사실 앉아서 치는 게 편했다.
태화가 피아노와 비슷한 악기 앞에 앉자 구석에서 현규와 한께 지켜보던 두부가 고개를 돌렸다.
훈련한 대로 ‘앉아’를 지키곤 있었으나, 두부의 귀는 쫑긋거렸으며 꼬리는 정신없이 흔들렸다.
그리고 연주가 시작되었을 때, 두부는 현규를 내다 버리고 뽈뽈뽈 태화에게 다가갔다.
목줄 잡을 타이밍을 놓친 현규는 카메라 안으로 들어갈 것 같자 두부의 줄을 놔 버렸고 두부는 페달이 없음에도 재빨리 태화의 발밑으로 향했다.
“아, 죄송해요. ······두부야, 여기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