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or, stand again RAW novel - chapter 243
승혁과 함께 다가간 태화를 Exstar의 멤버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특히 수다쟁이로 유명한 선우와 제이가 오랜만에 만난 절친을 대하듯 태화와 거리감을 좁혔다.
그 거리가 너무 가까워, 오히려 태화를 한 발짝 물러서게 만들었지만 말이다.
“불편해하시잖아. 둘 다 그만해. 죄송합니다. 승혁이에게 자주 말을 듣다 보니 동생들이 친근함을 느꼈나 보네요.”
“아뇨, 괜찮습니다.”
“반갑습니다. Exstar의 리더 지우혁입니다. 지오라고 불러 주세요.”
“이태화입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둘과 태화를 떼어 놓은 지오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서글서글한 인상과 연장자다운 여유가 돋보이는 남자였다.
지오는 태화의 눈높이가 자신과 같은 것을 확인하고 작게 감탄했다.
“키가 정말 크시네요. 저희도 나름 장신 그룹으로 유명한데.”
“감사합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너희는 그새 애를 괴롭히냐. 가서 상옥이한테 과자라도 받아 와.”
태화를 안내해 준 지오는 뒤에서 소리 없이 승혁을 놀리고 있는 철없는 두 멤버를 보고 혀를 찼다.
승혁의 반응이 재미있어 그러는 걸 이해는 하나, 손님이 있는데도 그러는 걸 보자 없던 근심이 생겼다.
그렇게 시끄러운 두 명을 쫓아낸 지오는 구석에 앉아 손님이 오든 말든 제 할 일만 하는 우노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동생들을 정말 좋아했지만, 가끔 그 동생들의 개성이 버거웠다.
“JB 연습실에 계신 것은 알았는데, 저희도 공연 준비가 바빠 미루다 보니 이제야 뵙네요.”
승혁이 신세 진 게 있으니 한 번쯤 만나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지오의 얼굴은 맑았다.
두 눈은 초승달 모양으로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고 입가에는 상냥한 웃음이 걸렸다.
‘우노랑 행동이 비슷해서 사교성에 큰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괜찮아 보이네.’
머릿속으론 조금 무례한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겉모습은 더없이 예의 발랐다.
승혁에게서 태화에 대한 감상을 들어 왔던 지오는 그가 우노와 마찬가지로 한 가지에 미쳐 주변을 안 보는 폐쇄적인 인간이라 결론 내렸다.
조언이 너무 잘 먹힌 탓에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연기라는 건 타인과의 호흡이 중요하니 우노보단 나은 사회성을 가지고 있겠으나 그래 봐야 오십보백보.
그리고 Exstar엔 그런 성격과 상극인 인물이 둘이나 있었다.
‘애들 만나면 싸움 날까 봐 걱정했는데 말이지······.’
지오와 승혁이 중간에서 완충제 역할을 해서 그렇지, 우노와 다른 둘은 개와 고양이처럼 으르렁거렸다.
요새는 간식 주고받는 정도의 관계까지 발전했으나 결성 초기에는 일주일에 나흘 이상 싸웠고, 지금도 멤버들끼리 회의할 일이 있으면 두 번 걸러 한 번씩 부딪쳤다.
항상 그런 모습을 봐 왔던 지오는 태화와 두 멤버가 만나면 이래저래 사고가 날 것이라 예상했다.
단순한 제이는 승혁이 좋아하는 선배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친근하게 굴 것이며, 선우는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일단 툭툭 건드려 볼 테니 말이다.
우노와 싸우는 거야 그룹 내의 일이라고 어찌어찌 덮어도 이태화는 아예 일하는 세계가 다른 사람이었다.
지오는 제발 호감과 호기심에서 생긴 일이 수습하기 힘든 문제로 번지지 않길 바랐다.
-만나려는 이유는 중요하지 않아. 우리가 JB 간판 그룹이고, 대표님이 예능 팀 접촉을 삼가라고 말했다는 게 중요하지. 승혁이야 원래 안면이 있어서 참작되더라도 너넨 안 돼. 그러니 괘씸죄 적용받기 싫으면 좀 가만히 있어.
그런 와중 강준성 대표의 지시는 지오에게 좋은 핑계거리를 제공했다.
승혁과 함께 연습실로 찾아가 태화를 만나고 싶다고 쫑알거리는 두 어린애를, 입술을 삐죽거릴지언정 고개는 끄덕이게 만들었으니까.
지오가 워낙 엄격하고 멤버들이 사고 안 치도록 목줄 잡는 리더였기에 둘 다 그 말을 의심 없이 믿었다.
그래도 평생 막을 수는 없는 일인지라 지오는 타이밍을 쟀다.
둘이 사고를 치고 감정의 골이 상해도, 그럭저럭 무마가 될 장소를 골랐다.
일을 크게 키울 수 있는 카메라가 빠지고 태화를 Exstar의 홈그라운드로 부를 수 있을 시기.
그리고 오늘, 지오는 승혁을 시켜 태화를 데려오도록 만들었다.
‘거부감을 느끼긴 해도 까칠한 성격이 아니라 다행이야······.’
태화가 대기실에 발을 내디뎠을 때, 우노처럼 연기 이외의 일로 다가서는 인간들에게 다 까칠하게 반응하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한 눈으로 주시했더랬다.
그러나 태화는 어른이었다.
불편해하는 기색이 없진 않아도 나름대로 둘에게 반응해 줬고 짜증 난 기색도 없었다.
계속 놔두면 어찌 될지 모르나 지오 입장에선 그럭저럭 괜찮은 첫 만남이었다.
“승혁이가 이태화 씨를 만난 뒤로 정말 만능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그런가요.”
“네, 요새는 이리저리 귀여움을 많이 받고 있거든요.”
‘캐트시’ 이후로도 승혁은 배우 활동을 이어 갔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태화와의 친분이었는데, 다른 배우도 아닌 ‘이태화’와 친하다는 사실은 일부 배우들이 편견을 벗는 일에 크게 기여했다.
태화가 연기에 진지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승혁이 인기와 돈‘만’ 노리고 작품에 참여했다는 생각을 일단 한구석에 밀어 둔 것이다.
물론 승혁이 조연부터 차근차근 올라갔다는 사실도 인식 변화에 한몫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누가 뭐라 해도 태화였다.
편견을 빼고 보면 어른들에게 귀여움받기 좋은 성격인지라 승혁은 배우로서의 입지를 순조롭게 다졌다.
‘고마운 일이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Exstar는 멤버들 간의 사이가 좋았다.
같이 먹고 자며 동고동락하며 가족들보다 자주 얼굴을 맞댔고 그런 만큼 지오도 다른 멤버들을 친동생처럼 아꼈다.
동생을 도와준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하지 않을 정도로, 지오는 몰상식한 인사가 아니었다.
‘우노도 이 정도만 되면 강제로 예능 내보내는 건데.’
여전히 제 할 일에 빠져있는 우노를 힐끔거리고 지오는 나오려는 한숨을 삼켰다.
예술가와 천재 중엔 괴짜가 많다지만 우노의 사회성엔 아주 큰 문제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태화 씨. 오랜만입니다.”
과자를 받아 오라 시킨 두 멤버는 과자 대신 매니저 박상옥을 데려왔다.
사실 이태화가 대기실에 있다는 걸 못 믿은 상옥이 제 발로 찾아온 것이나 어찌 됐든 결과는 같았다.
“안녕하세요.”
“하하, Exstar와 함께 계신 걸 보니 왠지 기분이 좋군요.”
“아, 네······.”
주변에 사람도 없겠다, 이렇게 태화와 친목을 다질 수 있다는 생각에 매니저는 만면의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태화는 그 태도가 거북했지만 말이다.
“상옥아, 잘 왔어. 부탁 좀 하나 할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지오는 나오려는 한숨을 삼켰다.
Exstar의 일정이 바빠지면서 매니저도 여럿으로 늘었는데, 상옥은 주로 로드 일을 돕는 새끼 매니저였다.
나름 싹싹하고 일은 잘했으나 딱 하나, 눈치가 부족했다.
매니저로서 아주 치명적인 결점이었다.
“지금요······?”
“어. 지금 브레멘 팀 대기실 가면 코발트 핑크 매니저랑 예능 팀 스텝이 싸우고 있을 거야. 가서 우리 이름 밝히고 예능 팀 편들고 와. 어떻게 해야 하는진 알지?”
“어, 그······.”
“자, 빨리 가.”
대화 중 지나가는 말로 예능 팀이 다른 걸 그룹과 시비 붙었다는 걸 들었던 지오는 매니저를 쫓아 버릴 겸, 태화에게 도움 될 만한 일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배우 업계에서 막내가 도움받았으니 아이돌 업계에선 자신들이 도울 차례라 여긴 것이다.
‘뭐, 대단한 건 아니지만.’
갈등이 길어지면 누군가 제지하리라.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코발트 핑크 쪽에 유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컸다.
음악에 음자도 모르는 이들이 뭉쳤을 때부터 미운털이 박혔으니 당연했다.
지금 벌어진 일도 불만이 많은 팀들이 짜고 엿 먹이는 상황일 가능성이 높았다.
‘아, 이런 자존심 싸움에 관심 없는 타입이면 효과가 아쉬운데······.’
지오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앞에 앉아 있던 태화가 의아하단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그의 예상대로 ‘왜 그렇게까지 하나’ 하는 눈빛이었다.
“굳이 저희 편 들어주지 않으셔도 괜찮은데요. 무대 장치 하나 없다고 문제 생기는 것도 아니고.”
무대 장치라고 해도 공연에 영향을 미칠 만한 대단한 건 아니었다.
태화가 승혁과 함께 이곳으로 향하기 전 가만히 구경하고 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누가 이겨도 크게 상관없는 문제였으니까.
그런 태화의 모습을 보고 지오는 고개를 저었다.
“지고 들어갈 필요는 없으니까요. 특히 지금 같은 때엔.”
“지금요?”
“······뭐, 저희도 군기 한 번 잡을 때가 됐으니까요.”
지오는 구차하게 이런저런 말을 하기 싫어 주제를 돌렸다.
상대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걸 일일이 설명하는 건 꼴사나웠다.
“걸 그룹과 보이 그룹 사이에 벽이 있다 해도 나름 선후배는 지켜지거든요. 문제 안 생기게 조율하는 것도 선배의 일이죠.”
사실 선후배보다 인기가 우선인, 연예계 안에서도 가장 위아래 없으며 노골적이고 세속적인 동네였으나 지오는 그 말을 삼켰다.
굳이 아이돌계의 나쁜 부분을 상기시켜 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맙습니다.”
“별말씀을.”
어떻게 느꼈든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라, 태화는 지오에게 감사를 표했다.
“태화 씨! 태화 형이라 불러도 돼요?”
“음. 그건······.”
리더인 지오와의 대화가 잠시 끊기자, 옆에 있던 제이가 틈새를 끼어들었다.
곧 선우도 가세했고, 지오는 비글 같은 두 인간을 태화 앞에서 때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참았다.
리허설 전, 나름 화기애애한 시간이었다.
***
“우와, 다들 눈빛이 장난 없네.”
살벌해라.
무대에서 앰프를 확인하던 호덕은 슬쩍 아래를 보고 너스레를 떨었다.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든 별 관심 없는 태화와 달리, 그는 지금 돌아가는 분위기를 잘 알았다.
특히 Exstar가 편을 들어준 덕분에 자존심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말을 들었을 땐 시선들이 적대적이리라 예상했다.
‘아니, 뭐 안 도와줬으면 그냥 저기에 비웃음이 섞였겠지······.’
가요계와 전혀 상관없는 이들로 뭉쳤으니 세모 나라의 동그라미 취급받는 건 각오한 일.
그렇게 못마땅하다는 시선이 자신들을 향해 쏘아졌으나 호덕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태화야, 준아, 부탁한다?”
“형, 저는요?”
“아, 아콰시도. 너희가 잘해 줄 거라 믿는다. 난 거기서 꿀을 빠는 거지.”
엄지를 척 내미는 호덕의 모습은 비장하면서도 역설적으로 무책임했다.
물론 농담인 걸 아는지라 다들 피식 웃음을 흘리며 제 악기들을 조율했다.
“세팅 끝났습니다!”
“브레멘 음악대 리허설 시작합니다!”
스텝들이 전부 물러나자 가장 먼저 아콰시가 왼쪽에 있는 중간 사이즈 북, 스네어를 가볍게 두드렸다.
이어 징과 비슷한 하이넷으로 음색을 늘렸고, 호덕의 베이스, 준의 기타가 뒤를 이었다.
마지막으로 태화의 키보드가 꼬리처럼 따라붙었다.
“오늘도 지친 하루를 보낸 당신께, 이 노래를 바칩니다.”
키보드와 함께 태화의 깊은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관객석에 울려 퍼졌다.
살짝 숨소리가 섞인 음성은 낮으면서도 감미로웠는데, 불시에 기습을 받은 몇몇 걸 그룹 멤버들은 저도 모르게 귀를 매만졌다.
“늦은 밤 도착한 집엔 불이 꺼져 있고, 날 반겨 주는 이가 하나 없었어-.”
노래는 딱히 빠르지 않았으며, 옥타브 차이가 큰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부르는 이의 음색이 안정적이었고, 그 안에는 감정이 그대로 묻어났다.
예능 팀이라 무시했던 이들이 마치 실력파 밴드처럼 괜찮은 가창력과 연주 실력을 뽐내자 무시하고 있던 이들의 시선이 하나둘 무대로 모였다.
“소리쳐 봐-! 네 마음을-!”
준의 고음도 상당히 깔끔했다.
이 부분을 위해 보컬 트레이너까지 만나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
‘그냥 들러리라며?’
‘쟤들 왜 저래?’
‘망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아이돌 매니저들이었다.
그들은 브레멘 음악대의 실력이 이 정도까지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때문에 일부 그룹은 아이돌들이 조금 농땡이를 피워도 ‘어차피 최악의 무대는 예능 팀이 찍을 건데 공연 준비정도야 쉬엄쉬엄해도 괜찮겠지’와 같은 생각을 하며 자기들의 아이돌을 풀어 줬다.
연예계 일은 뚜껑을 열어 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일이란 걸 간과한 것이다.
“와······. 대표님이 색기 이야기한 게 거짓말이 아니네.”
슬쩍 구경 온 Exstar 멤버들도 브레멘 음악대의 연주 실력을 보고 감탄했다.
특히 그들이 눈여겨본 것은 태화의 연주였는데, 큰 스크린이 준비 안 됐다는 게 아쉬울 정도라 그들은 슬쩍 무대 쪽으로 다가섰다.
“······나 듀엣하고 싶어.”
“야, 박윤우. 너 미쳤냐?”
“쟤 드디어 정신이 돌았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