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or, stand again RAW novel - chapter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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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는 잘 몰랐으나 태화의 생일을 기뻐하는 이들은 그의 인기만큼이나 많았다.
그리고 이미 며칠 전부터 그들은 태화의 생일을 기뻐하고 있었다.
바로 광고판을 통해 말이다.
└저 강남 역에서 배우님 생일 전광판 봤어요! 완전 뿌듯하네요!
└그거 명동 역이랑 홍대 입구처럼 유동인구 많은 지역에 쫙 깔렸어요! 순례 가세요!
└순례 가세요2222 장소도 장소지만 깔린 종류가 무려 여덟 가지예요.
└마레드에서 한 건 다섯 개 아니었어요?
└다른 두 개는 비공 팬캎에서 했대요. 누가 했든 무슨 상관이람! 다 같은 배우님 팬인걸!!
BGA가 인정한 공식 팬카페는 마레드였지만 원래 인기가 많아지면 그에 따라 비공식 팬클럽도 늘어난다.
공식에서 하기 힘든 2차 창작, 망상이 주가 되기도 하나 단지 공식의 분위기가 맞지 않아 결성된 곳도 많았다.
이번 태화의 생일을 맞이해, 그런 곳들 또한 돈을 모아 광고판을 샀다.
그리고 자신들이 수정한 태화 포스터로 생일을 축하했다.
공식과 비공식의 사이는 언제나 미묘한 법.
그러나 좋아하는 배우를 축하하기 위한 것인 만큼 그들은 가시를 세우지 않고 다다익선을 외쳤다.
└ㄲㅑ!지금 공계에 생일 파티 사진 올라왔네요!! 이번 사진 엄청 보배로워 ㅠㅠㅠ
└허흑흑 ㅠ배우님 미모는 진짜 날이 갈수록 피어나네요 ㅠ
└페스티벌 티켓팅 내일 시작한대요! 다들 득템하세요!
27일 00시가 조금 넘어 공식 계정에 올라간 태화와 케이크 사진은 팬들의 가슴을 폭행했다.
관능적이면서도 상큼한 미소는 여심을 사로잡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마레드의 게시판은 시간을 모르고 불타올랐다.
그런 열정은 곧 ‘뮤직 페스티벌’에 대한 기대로 번져, 그들은 다른 가수 팬들만큼이나 티켓팅에 전의를 다졌다.
끝
ⓒ 마늘소금
‘SBC 봄맞이 뮤직 페스티벌’.
SBC가 야심 차게 준비한 음악제는 라인업 또한 화려한 편에 속했다.
일반인도 이름을 들으면 ‘아-. 걔들?’이라 할 정도로 유명한 아이돌.
안티들조차 실력만큼은 깎아내리지 못하는 가수.
신인 타이틀을 달고 있으나 가창력과 퍼포먼스로 강렬한 한 방을 꽂아 앞에 ‘괴물’ 자가 붙은 유망주.
고정 팬층이 단단하고 방송에도 여러 번 나와 친숙한 밴드.
그리고 열정만 가지고 시작한 초짜들이지만, 이제는 어엿한 ‘하나의 팀’으로 인정받은 ‘브레멘 음악대’까지.
물론 개중 ‘실력보다 소속사가 훌륭한’ 그룹도 없지는 않았으나 전체적인 참가자 라인은 상향 평준화를 이뤘다.
“으아, 떨린다.”
“추워서 떨리는 거 아닙니콰?”
“그건 그러네. 4월 말인데 왜 이리 춥냐.”
호덕이 팔을 문지르며 너스레를 떨자 아콰시라 말을 받았다.
봄맞이라 하면 3월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그런 대중들의 인식과 달리, 최근 길어지는 추위와 이른 황사가 맞물려 4월에 열리는 봄 축제가 늘었다.
‘뮤직 페스티벌’ 또한 적당히 날이 풀려 관객들이 나들이 나오기 좋은 시기를 축젯날로 잡았다.
그 안에는 3월과 4월 초는 벚꽃놀이로 바쁘고 5월은 가정의 달이라 여러 이벤트가 몰리니, 틈새를 공략해보겠단 계산도 없지 않았으리라.
“와, 형들. 밖에 보셨어요? 사람이 바글바글해요.”
“······나 진짜 떨리기 시작했다. 잘할 수 있겠지?”
“물론이죠.”
밖을 살피고 온 준이 현장 상황을 알리자 호덕은 다시 제 어깨를 감쌌다.
그의 뒤편에 앉아있던 태화가 그런 호덕을 안심시켰다.
수익보다 가요계에서 SBC의 영향력을 확장해보겠다는 차원으로 기획된 이벤트라, 티켓 값은 일반적인 음악축제보다 낮은 가격이 책정됐다.
그것도 비싸다는 이들이 있었지만 소수에 불과했으며, 대부분 ‘이 라인업에 그 가격이면 거저지. 문화생활에 거지 근성 좀 그만 부려라’라는 여론에 밀려 입을 닫았다.
홍보가 힘들었을 뿐, 구성 자체는 참 매력적이었던지라 27일 이뤄진 온라인 티켓팅은 26시간 만에 매진됐다.
당시 계획했던 인원이 3만이었던 걸 생각하면 상당한 선전이었다.
이 기세를 놓칠 수 없다 여긴 SBC는 ‘당일 현장 티켓팅이 추가로 이뤄질 예정이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라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내걸었다.
공간을 최대한 늘려보고 늘어난 만큼 표를 판매하겠단 의미였다.
신난 윗사람들과 달리 현장 안전과 음향, 질서 등을 신경 써야 하는 실무 인원들은 갑작스러운 일거리에 험악해졌다.
말은 쉬워도 그걸 적용하기 위해선 장비를 뒤로 빼고 쓰레기통 위치, 안전 요원 배치 등을 이미 짜인 현장 구성을 전부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까라면 까야 하는 게 사회생활이기에, 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최대한 공간을 확보했다.
그렇게 추가 확보된 공간이 대략 5천.
물론 관심을 가질만한 이들은 이미 표를 구매한 상황이었던 탓에 그들의 노력은 안타까운 헛수고가 되었다.
“리허설 때 마이크 울림이 좀 심하던데 고쳐졌대요?”
“어. 아까 음향팀이 왔다 갔어.”
‘브레멘 음악대’가 지정받은 대기실은 리허설 당시보다 컸다.
그들의 실력이 민폐 끼칠 수준이 아닌 게 인정되면서 현장 배치를 담당하는 감독이 인기와 급에 맞는 대우를 해준 것이다.
서오빈 PD의 참여를 끝끝내 반대하고, 예능으로 인해 홍보가 잘 된 이후에도 계속 반목했던 것에 비해 깔끔한 패배 선언이었다.
“와, 저거 보세요. 진짜 많이 왔어······.”
“우리 보러 오신 분들도 있겠지?”
“있겠죠! ······근데 우리 짧다고 타박받으면 어떡해요?”
“설마. 다른 팀들이 두 곡하는 거랑 우리랑 다르지.”
그들의 대기실엔 다른 팀 천막에는 없는 물건이 있었는데, 바로 TV.
멤버들이 있는 대기실 또한 촬영에 포함되기 때문에 좀 더 레퍼토리를 늘릴 수 있도록 현장팀이 아닌 예능팀 측에서 공수해온 물건이었다.
화면에는 현재 생방송 중인 무대가 그대로 펼쳐지고 있었다.
그 긴 일정을 본 채널에서 온종일 방영해 줄 수는 없기에 케이블 부속 채널에서 실시간 중계 중이었는데, 마치 미국 슈퍼볼 경기처럼 중간중간 광고가 송출됐다.
“드론이 동원되니까 뭔가······.”
“그러게요. 형, 심호흡하세요. 히히후-. 히히후-.”
“야, 그거 라마즈 호흡이잖아! 우리 둘째 낳을 때 왕창 했거든!”
“우리 부족 전통 호흡이거든요? 근데 라마즈? 그걸 왜 형이 해요? 혹시······.”
“야야!”
긴장을 떨치기 위해서일까, 멤버들은 시답지 않은 잡담을 나누며 방송에 나가도 문제없는 적당한 대화를 나눴다.
편집될지 아닐지 모르나 일단 촬영 중이었으니까.
“형. 어디 불편하세요?”
“······아니, 그냥 옷이 익숙하지 않아서.”
다른 멤버들과 떠들던 준이 가만히 보고만 있는 태화에게 몸을 가까이하며 물었다.
태화는 입고 있는 하얀 의상을 내려다봤다.
언뜻 보기엔 하얀색이 부담스러울 뿐, 일반적인 세미 정장.
그러나 현재 태화는 양복 재킷 안쪽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
긴 체인 목걸이와 화려한 재킷 버튼이 시선을 분산시켜주곤 있어도 사이로 보이는 가슴골과 아래 복근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착 달라붙는 안감의 감촉 또한 적응되지 않았다.
“형 대박 잘 어울려요.”
“응. 고맙다. 너도 잘 어울려.”
태화와 달리 준은 검은 세미 정장을 입고 있었다.
목둘레가 심하게 파이긴 했으나 평범한 하얀 티를 안에 받쳐 입고 있었고 태화는 그게 조금 부러웠다.
“오오, MC가 호연이었네.”
광고 송출이 끝나고 카메라가 무대 정중앙을 비췄다.
가운데 서 있는 인물은 현재 대한민국 최고 진행자라 불리는 윤호연으로, 부드러운 인상과 재치 있는 말솜씨가 돋보이는 인물이었다.
“와, 이따 사인받아야겠다.”
“야, 아콰시. 너 나한텐 그런 태도 안 보였잖아.”
클로즈업된 호연의 얼굴을 보며 아콰시가 감탄하자 호덕은 흰 눈으로 그를 째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짐짓 험학한 표정에, 아콰시는 한 팔로 그의 어깨를 감싸고 다른 손으로 작은 하트를 만들었다.
“에이, 형. 싸랑해요?”
“이럴 때만. 어휴, 얜 한국인 다됐어. 이 대걸레 치워.”
호덕은 못마땅한 눈초리를 한 채 아콰시의 가발을 툭툭 쳤다.
원래 삭발을 고수하던 아콰시는 현재 드레드록스 가발을 쓴 상태였다.
굵은 모발은 마치 대걸레 같았고, 호덕이 뭐라 할 때마다 아콰시는 ‘어휴, 이래서 패션을 모르는 사람은’이라며 과장되게 고개를 저었다.
“오. 첫 무대 시작하네요.”
“와, 의상이······.”
멤버들이 잡담을 나누는 사이 첫 번째 팀이 올라갔다.
5인조로 이뤄진 걸그룹이었는데, 처음부터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꽤 유명한 곡이었던 터라 관객들은 떼창으로 호응했고, 순조로운 출발을 열었다.
***
“브레멘 팀 준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와, 벌써 우리 차례네.”
“가자고요!”
한 팀이 공연을 마치고 인터뷰를 하는 사이, ‘브레멘’의 천막으로 스텝이 찾아와 순서를 알렸다.
다음 팀 공연이 끝나고 브레멘 음악대이니 앞쪽으로 나와 대기하란 뜻이었다.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난 네 명은 긴장한 눈으로 서로를 응시했다.
“우리 파이팅 한번 하고 가죠.”
“그래요. 하나 둘 셋 하면 브레멘 파이팅으로.”
긴장을 쫓기 위해 그들은 손을 모았다.
닿은 손끝이 차갑다는 걸 알았으나 그들은 서로 모른 척했다.
“하나 둘 셋!”
“브레멘 파이팅!”
“잠깐! 이런 거 하면 위로 올려야지!”
“아래 아니었어요?”
“아놔, 이런 거 하나 안 맞고. 걱정된다.”
파이팅과 함께 태화와 호덕은 손을 위로 올렸고 준과 아콰시는 아래로 내렸다.
나름 분위기 잡고 한 행동이 어긋나자 다들 허탈하게 웃으며 서로를 타박했다.
의외로 그 실수는 뭉쳐있던 긴장감을 풀어줘서, 다들 한결 편한 얼굴로 천막을 나섰다.
“그럼 이제 다음 무대로 넘어가겠습니다. 브레멘 음악대의 ‘청춘을 보내는 너에게’.”
호연이 관객들의 시선을 끄는 중 무대 세팅이 끝나고, 드디어 브레멘의 이름이 호명됐다.
호덕과 준은 기타를 맨 상태로.
아콰시는 드럼 스틱을 든 채 스테이지로 올라섰다.
‘밝다······.’
무대 위로 올라간 태화는 키보드 앞에 서서 관객들을 바라봤다.
조명이 무대를 향하고 있으니 어두워야 하는 게 당연한데, 관객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즐거워서 환호하는 사람.
두 손을 모아 간절하게 쳐다보는 사람.
흥분한 얼굴로 연인을 재촉하는 사람 등.
수많은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가자.”
호덕의 신호에 아콰시가 드럼 연주를 시작했다.
다들 리허설 순서대로 차근차근 곡을 전개했고, 준은 기타 반주가 없을 때 무대 앞쪽으로 나가 열창했다.
예능을 통해 부분부분 알려진 곡이었으나 관객들은 소리 높여 따라 불렀다.
그 모습은 멤버들에게 힘을 줬고, 준은 애드리브로 마이크를 관객들 쪽으로 넘기는 등, 꽤 괜찮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너에게 하고 싶은 말-.”
키보드가 주목받는 부분에서 태화의 얼굴이 뒤쪽 스크린에 클로즈업됐다.
그의 애절한 표정, 커다란 손이 차례차례 비쳤으며 감미로운 목소리가 공연장을 감돌았다.
서정적인 부분답게 관객들은 떼창을 하는 대신 스마트폰 플래시를 켠 채 조용히 손을 흔들었다.
어두운 관객석이 은하수처럼 촘촘히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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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연주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자 멤버들은 땀이 송글송글 맺힌 얼굴로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얇은 옷에도 불구하고 연주의 열기 탓에 그들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멋진 연주였네요! 와, 굉장한 걸요. 호덕씨 정말 처음이에요?”
연주가 끝나고 열기가 가라앉자 MC인 호연이 나와 멤버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이크는 먼저 호덕을 향했고, 그다음엔 옆에 있는 아콰시를, 그리고 태화에게 건네졌다.
“안녕하세요. 키보드를 맡은 이태화입니다.”
“꺄아-!”
뒤쪽으로 태화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자 관객들은 더없이 환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