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or, stand again RAW novel - chapter 246
특히 여성 관객 중에는 방방 뛰며 열정적으로 소리 질렀다.
“와, 인기가 상당하시네요.”
“감사할 따름이죠.”
연주의 열기일까, 아니면 뒤늦게 찾아온 추위일까.
태화의 눈가는 화장에도 불구하고 붉은빛을 띠었는데, 그것이 은근히 야하다며 여성 팬들은 입가를 가리고 소리 없이 기뻐했다.
호연은 능숙하게 시간을 조절하며 멤버들에게 노래를 시켜보거나 예능을 진행하던 중 힘든 일은 없었는지 물었다.
멤버들이 무언가를 말할 때마다 관객들은 크게 웃고, 환성을 지르며 분위기를 띄웠다.
“브레멘 음악대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멤버들은 퇴장 전 깊게 고개를 숙인 뒤 팔을 흔들었다.
성공리에 마무리된 연주는 그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이뤄진 작은 인기투표에서, 브레멘 음악대가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끝
ⓒ 마늘소금
처음엔 팬덤 별로 나눠져 있던 ‘뮤직 페스티벌’의 관객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한데 뭉쳤다.
축제라 이름 붙은 만큼 여타 음악 방송들처럼 순위를 가리지 않았던 데다, 서서 응원하다 보니 어느새 뒤섞여 즐기게 된 것이다.
팬덤 상관없이 즐기기 좋은 가수들이 포진해있고, 능숙하게 ‘다함께!’를 외치는 뮤지션들도 있어 그러한 화합은 빨랐다.
그런 화합에는 SBC 측이 경쟁 구도에 놓인 아이돌 그룹을 한쪽만 부른 탓도 있었다.
경쟁이 흥행에 좋은 요소가 될 수는 있으나, 일부가 아닌 전체를 아우를 땐 불쾌감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걸 그들은 알았다.
당연히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가요 방송의 중심’을 원하는 SBC로선 적당히 둘 중 하나를 선택했다.
“나나 나- 나-.”
“나나 나- 나-.”
“좋아요! 그렇게 계속 나나 나- 나-.”
“나나 나- 나-.”
“이렇게 기-쁜 날을 되새기며-.”
일부 가수는 관객들에게 본격적으로 코러스를 맡기며 함께 즐기기도 했다.
공연장에 울려 퍼지는 ‘나나나’는 가수의 폭발적인 음성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앙상블을 만들었으며 축제다운 분위기를 이끌었다.
“쓰레기는 이쪽에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눠드린 공을 출구 앞 아크릴 상자에 넣어주세요! 소정의 사은품을 드립니다!”
“분실물은 출구 좌측 스텝에게 문의해주세요!”
공연 후 혼잡은 어쩔 수 없었으나 스텝들과 진행자 호연의 지시로 인해 관객들은 차분하게 공연장을 벗어났다.
출구에서는 인기투표가 벌어졌는데, 출구 시작 부근에서 스텝들이 공을 나눠주고 관객들은 출구 끄트머리에 있는 11개의 상자 중 마음에 들었던 공연자 사진이 붙은 상자에 공을 넣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공을 넣으면 선물을 주었기에 공을 들고 가버리거나 거부하는 이는 소수에 불과했다.
수가 수인만큼 상당한 스텝들이 달라붙어 공을 옮기고, 숫자를 집계하고 사은품을 나눠줬다.
물론 그것도 공짜라고 안 받았다며 하나 더 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이미 관련 매뉴얼을 숙지한 출구 스텝들은 진상들이 출구를 막지 않도록 옆으로 빼낸 뒤, 친절한 목소리로 대응했다.
대부분은 ‘CCTV 확인해드릴까요?’라는 물음에 꼬리를 말았고, 나머지도 일반 관객으로 위장한 바람잡이 알바들에 의해 무안함을 감추며 장소를 피했다.
큰 문제없이 성황리에 끝난 터라 인터넷에 우후죽순 올라가는 관련 후기도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그리고 태화의 공식 펜카페인 마레드 또한, 축제의 장이 열렸다.
[뮤페 후기입니다 (사진 有])
뮤페 다녀왔습니다!
사람 진짜 많았는데 기사 보니 3만 넘었 ㄷㄷ 확실히 대기열도 대단하곸 암튼 가요제 역사에 길이 남을 축제였네요 ㄷ
(중략)
사실 이런 현장에 대포가 매너 아닌 건 알았는데 배우님 유니크한 모습을 담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들고 갔습니다.
(중략)
날씨 별로고 기다림은 지치고 그랬는데······.근데 이 사진 한 장에 후회는 없습니다
(뮤페_레어 04.jpg)
공연 끝나고 앞쪽에서 인터뷰하러 다 나왔을 때 더우셔서 무의식중에 옷깃을 팔락!!(대흥분)
근데 옷 안에 아무것도 안 입었지!!
자킷 벌어지면서 보이는 속살이 퍄······.
(뮤페_레어 05.jpg)
3초 뒤 깨닫고 슬쩍 무안해서 웃으시는 배우님.
잘했어 나! 대포 만세!!
아니 사실 저 이런 여자 아니거든요? 근데 우리 배우님 너모 섹시하셔서 미침.
ㄹㅇ 저 여러 연예 덕질하면서 이렇게 섹시한 배우는 처음이었음.
심지어 스모키 진하게 한 남돌보다 더하심.
(중략)
진짜 후회 없었어요. 살아있길 잘했어! 치어스!
└사진 퍼갈게요 감사합니다!
└전 뒤에 있는 숫자가 더 신경 쓰임······. 03, 04면 1도 있고 5도 있는 거겠죠······? 공유 좀 해주세요 ㅠㅠㅜ
마레드 게시판에 속속 올라오는 후기 중에는 대포 카메라 사용자도 있었다.
함께 올라간 사진은 공식 카메라가 호덕과 호연을 비추고 있을 때 찍힌, 화면으로 볼 수 없던 장면인지라 팬들은 덕질사에 길이 남을 사진이라며 열광했다.
다음 주 금요일에 있을 예능에도 나올지 알 수 없는 부분이라서, 다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근데 진짜 대박은 배우님 피아노 치실 때······. 앞으로 몸 구부리면서 목걸이 늘어지고 앞섬도 슬쩍 비치는데, 스크린으로 보면서 난 왜 앞에 아닐까 후회 ㅠㅠ 망원경 가져갈 걸 ㅠㅠㅠ
└목소리도 대박이었어요. 귀랑 심장을 아주 자비 없이 퍽퍽 때렸······. 그리고 중간에 최준 배우님이 배우님께 다가가서 듀엣 할 때 도랏;;
└저도 그거 보고 와, 주니 무대 매너가 탑가수급이네 이랬어여ㅋㅋ
└진짜 숙련 밴드 공연 보는 기분이었네요. 완전 기분 좋게 소리 지르고 노래도 짱 좋았고 ㅠ
팬들은 단순히 비주얼만 칭찬하지 않았다.
고작 외모만 평가하기엔, 브레멘 음악대의 연주가 퍽 훌륭했기 때문이다.
특히 준이 제 보컬 파트가 돌아왔을 때 보인 행동은 팬들을 흥분시켰다.
즉흥적으로 스탠드에서 마이크를 빼내 다른 멤버들에게 다가간 그는 멤버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하며 여유를 드러냈다.
그리고 태화의 옆에 갔을 땐 슬쩍 어깨동무를 하고 같이 노래를 불렀다.
태화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싶었던 팬들에겐 더할 나위없는 서비스였다.
└여러분!!! 지금 홈페이지에서 인기투표 결과 나왔는데 브레멘 음악대가 2위했어요!!
그렇게 재잘거리며 이야기를 꽃피우고 있을 때 한 팬이 급보를 전했다.
출구에서 이뤄진 인기투표 결과가 홈페이지에 올라간 것이다.
다들 기대조차 하지 않은 희소식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헐. 그거 아돌 많아서 경쟁 장난 없었을 텐데. 하긴 배우님 매력도 장난 없었으니.
└이번에 가족 단위로 온 관객도 많았잖아요. 그런 분들은 거의 예능 보고 온 거라 그랬을 듯 ㅎ 이유야 어찌 됐든 기분 좋네요.
└근데 노래 엄청 좋았어요. 음원 언제 나오는지 아시는 분?
└이번 주 예능 끝나는 시간에 풀린대요. JB대표가 재능충은 재능충인 듯.
가요제에 대한 이야기엔 음원관련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다른 가수의 곡들와 달리 ‘청춘을 보내는 너에게’는 풀 버전이 현장에서 첫 공개된 탓에 다들 환성이 섞이지 않은 깨끗한 영상을 원했다.
[안녕하세요. 배우 이태화의 매니저 김현규입니다]
그러는 도중 태화의 팬이라면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 등장했다.
바로 태화의 매니저 현규였다.
현규는 ‘덕분에 축제가 잘 끝날 수 있었다’라며 감하를 표한 뒤 대기실에 앉아 있는 태화 사진을 몇 장 올렸다.
의자에 나른하게 늘어져 있는 태화의 모습은 평소 볼 수 없는 종류라서, 게시글 아래엔 수많은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깜짝 선물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마레드들이 정신을 못 차릴 무렵 공식 계정에 태화의 감사 영상이 올라갔다.
공연 후 후련하다는 듯 맑게 웃는 태화의 모습은 조금 잠잠해진 팬들의 가슴을 재차 폭행했다.
특히 흐트러진 머리카락, 살짝 번진 화장, 상기된 눈가가 ‘구미호’의 해조를 연상케 해 차기작은 다시 한번 섹시 콘셉트로 가달란 댓글들이 도배됐다.
그 밖에도 무대 의상을 입고 멤버들과 찍은 사진 몇 장이 올라와 팬들을 즐겁게 했다.
기자들은 태화의 반전미를 기사화시켰다.
그들이 주로 사용한 사진은 현규가 마레드에 올린 사진이었는데, 부드럽게 휘어진 눈매, 어깨가 축 늘어져 평소보다 길어 보이는 목선, 우월한 비율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결국 실시간 검색어가 ‘뮤직 페스티벌’관련 키워드로 도배된 가운데 ‘브레멘 음악대’와 ‘이태화 기럭지’가 각각 3위 6위를 기록했다.
단순히 관련 연예인들의 팬만 즐긴 게 아닌, 모두가 즐거울 수 있던 축제.
그 열기는 일주일가량 지속돼 ‘브레멘 음악대’ 마지막 방송 시청률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
5월 첫 주 금요일.
예능의 마지막화인 만큼 브레멘의 멤버들과 함께 시청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태화에겐 다음 일정이 있었다.
4월 중순 태화 앞으로 하나의 연락이 왔다.
칸 영화제, 경쟁부분 초대장이었다.
한국 영화가 비경쟁도 아닌 경쟁 부분에 초청된 건 4년 만의 일.
소식이 밖으로 흘러나갔을 때, 대중들은 과연 ‘야누스’가 시상대에 오를 수 있을 지 없을 지로 갑론을박을 벌였다.
특히 작년 시상식에서 일본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타며 선전했기에 ‘한국도 한번쯤은 은상(심사위원대상)이나 동상(심사위원상)을 벗어나 1등을 타봐야 하지 않느냐’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받고 싶다고 다 받을 수 있다면 그 권위가 지금껏 이어졌겠느냐만, 일단 희망은 그랬다.
“이 배우님, 여기 물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더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버튼을 눌러주세요. 감사합니다.”
이륙을 기다리고 있던 태화는 승무원에게 감사를 표하고 물병을 받았다.
‘야누스’의 홍기석 감독도 함께 초대받았으나 태화의 경우 예능 일정이 있었던 터라 하루 늦게 출발했다.
사실 촬영 이후 사이가 묘하게 데면데면 해져 일부러 따로 가는 감도 없지 않았다.
[배우님 혹시 사인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태화는 물병 아래 붙은 작은 종이를 확인하고 고개를 들었다.
물병을 가져온 승무원이 눈이 마주치자 싱긋 미소를 지었다.
‘······요청은 이륙한 뒤에나 받을 줄 알았는데.’
승무원과 탑승객의 관계인만큼 사인 요청을 대놓고 할 수 없기에 이런 식으로 물건을 건네며 첩보 작전을 벌였다.
가끔은 전화번호가 섞여있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뭐라 반응할 수 없어 난감했다.
사인이 몇 장 필요하느냐 묻는 게 좋을까 고민하며 태화는 가방에서 대본을 꺼내들었다.
프랑스까지 시간은 많으니 도착할 때까지 차기작의 대본을 확인하고 싶었다.
***
프랑스의 날씨는 맑고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나래는 드디어 미세먼지에서 해방됐다며 즐거워했고, 현규는 일단 호텔로 이동하자고 제안했다.
“일단 프랑스에 도착했으니 세잔 사장이 식사 한번 같이 하자고 했어. 누굴 소개하고 싶다던데. 그리고 나흘 정도 여유가 있으니 관광 할래?”
“관광은 괜찮고 소형 영화관에······.”
“어차피 영화제 온 건데 영화는 좀 나중에 봐.”
영화관이란 단어가 나오기 무섭게 나래가 그의 말을 끊으며 못 마땅함을 드러냈다.
어차피 열흘 가까이 봐야 하는데, 벌써부터 그러냐는 의미였다.
이미 뉴욕에서 한번 크게 대인지라 그녀는 태화가 영화나 연극으로 빠지는 걸 상당히 경계했다.
“알았어요. 누나, 추천할 만한 곳 있어요?”
“프랑스에 왔으면 와인 생산장에 가봐야지. 거기가면 빈티지에 비해 괜찮은 와인이 많거든. 오빠 일정은 넉넉하게 잡힌 거지?”
영화제는 5월 6일부터 15일까지 10일 동안 진행됐다.
그러나 영화제가 끝난 후에도 한달 여간 머무를 예정이었는데, ‘정조’가 개봉되기까지 여유가 있고, 또 언제 다시 유럽에 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러 국가를 한번에 돌아 볼 수 있는 만큼, 태화는 ‘캐트시’당시 루이의 고향이었던 스코틀랜드와 나래가 일했던 밀라노도 방문할 계획이었다.
“어디 소개해 주려고요?”
“걱정 마. 내가 다 생각해 뒀어.”
오랜만에 유럽에 온 것이 기쁜 지 나래는 들뜬 얼굴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유럽에서의 첫 날이 시작됐다.
끝
ⓒ 마늘소금
「안녕하세요. 레티티아 세니에르입니다.」
저녁 식사 초대에 응한 태화를 반갑게 맞이한 세잔의 사장은 사십 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었다.
작년까지 사장을 맡았던 뱅상 세니에르가 물러나며 대표가 된 그녀는, 조향사 가문 사람답게 본인 스스로도 뛰어난 조향사였다.
「태화 리입니다.」
「장과 데니에게 말을 많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