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or, stand again RAW novel - chapter 249
과연 다양한 언어를 능숙하게 해내는 저 사람이 프랑스어도 가능할 것인가.
다들 ‘프랑스어만 모르면 좀 싫어질 거 같다.’라 생각하는 사이 한 남자가 자진해서 나섰다.
동양인을 싫어하는 인사들도 결과만큼은 궁금했는지 슬쩍 두 사람의 조우를 곁눈질했다.
「안녕하세요. 좋은 저녁이군요.」
「안녕하세요.」
가벼운 인사와 함께 다가선 남자가 태화에게 손을 내밀었다.
「질베르 브라쇠르입니다. 첫 시사회 작이었던 ‘밤바다의 연인’의 주연을 맡았죠.」
「반갑습니다. 무슈 브라쇠르. 태화 리입니다. ‘밤바다’는 정말 인상 깊게 봤습니다.」
은은한 미소로 맞이하는 태화를 향해 질베르는 더 환하게 웃었다.
질베르는 원래부터 태화에게 관심이 좀 있었다.
사실 태화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 포스터에 찍혀 있던 ‘서세연’을 향한 것이었는데, 그는 ‘야누스’가 프랑스에서 개봉했을 당시 포스터 속 여성 얼굴이 취향이란 이유로 영화 티켓을 끊었다.
물론 영화가 끝나고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여성의 모습에 의아해하다가, 직원에게 ‘주인공인 남성과 동일 인물’이란 소리를 듣고 경악했지만 말이다.
사랑은 가 버렸으나 호기심은 남았던 탓에 질베르는 한 번쯤 태화를 만나 보고 싶었다.
때문에 프랑스 배우들이 눈짓을 하며 태화를 떠보려 했을 때, 그는 한발 앞서 나섰다.
좋은 날, 타 인종에게 은근히 반감을 가진 이들이 사고 치는 것보다야, 적당히 떠보고 넘어갈 수 있는 자신이 나았으니까.
다른 관계자들이 걱정을 접은 채 호기심만 드러내는 것을 느끼며, 질베르는 재차 입을 열었다.
「그리 말해 주시니 감사하군요. 실례가 아니라면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지 알려 줄 수 있습니까?」
인사치레 같은 간단한 것으론 제대로 된 회화 실력을 알 수 없다. 때문에 질베르는 일부러 ‘예, 아니오.’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조금 빠른 억양이 프랑스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에겐 버거울 것을 알면서.
‘가만히 있는 청년을 괴롭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티에리 같은 인간이 축제를 망치는 것보다야.’
이미 흥미를 끈 이상 누군가는 나서서 태화의 프랑스어 실력을 확인하려 들리라.
아랍계와 흑인, 나아가 아시아인까지 혐오하는 인물이 시비 걸듯 행동하는 것보단 당사자 모르게 알아보는 것이 났다고 질베르는 생각했다.
물론 질베르도 이러한 행동이 태화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거나, 조롱으로 느껴질 수 있단 걸 알았다.
그래도 영화제 초반부터 언성을 높여 가며 감정의 골을 키우는 것보단 훨씬 괜찮은 선택지임이 분명했다.
‘한 다섯 정도 세고 영어로 다시 물으면 되겠지.’
질베르는 스무 살을 갓 넘은 듯한 청년이 프랑스어까지 잘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유럽의 언어들처럼 성질이 비슷할 게 분명한 동양 언어들은 어찌어찌 사용해도.
이제 프랑스어의 위상을 훌쩍 뛰어넘은 영어는 가능해도.
프랑스에서 수학(受學)한 적 없는 동양인이 우아한 억양으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걸 들어 본 적 없기 때문이다.
세상사를 다 아는 것이 아니니 찾아보면 없진 않겠으나 일단 질베르 주변에선 찾기 힘든 부류였다.
「다른 장면도 좋았지만 역시 밤바다에 이끌려 자살하려는 연인을 붙잡는 장면이려나요. 그리고······.」
질베르가 타이밍을 재고 있을 때 침묵을 지키던 태화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태화의 입에서 나온 긴 문장은 남성 명사와 여성 명사가 정확했으며, 원어민인 질베르가 듣기에도 매끄러운 억양을 담고 있었다.
더듬더듬 말해도 의외인데, 태화의 프랑스어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게다가 너무 낮지도, 높지도 않은 음성은 청중의 귀를 간질거렸다.
「······무슈 브라쇠르?」
「아, 네. 그게 참······.」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저도 끼어 주지 않겠어요?」
질베르가 슬쩍 얼굴을 붉히며 무언가 말하려 할 때 갑자기 나타난 여성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키는 평균보다 작았으나 비율이 상당히 좋아 마치 인형처럼 보이는 여성이었다.
「베레니스 브로슈레예요.」
「태화 리입니다.」
베레니스는 태화에게 악수를 권하며 발랄한 미소를 지었다. 처음부터 그에게 묘하게 눈길이 갔으나 통역을 끼고 대화할 마음까진 들지 않아 쳐다만 봤는데, 프랑스어를 할 수 있다면 상황이 달랐다.
「안녕하세요. 나탈리 로렌이에요.」
그렇게 생각한 사람은 베레니스뿐이 아니라서, 여러 인물들이 태화에게 인사를 건넸다.
유창한 프랑스어는 프랑스계 관계자들에게 확실한 호감 포인트로 작용했다.
게다가 어려 보이는 청년이 영화 이야기만 나오면 눈을 반짝이는 것이, 함께 있는 이들에게 은근히 귀엽게 느껴졌다.
「······잠깐, 스물아홉이라고? 그 얼굴에? 세상에, 동양인이 어려 보인다는 건 알았지만!」
「비법이 뭐야? 동양의 신비?」
그렇게 ‘솜털이 보송보송한 게 은근히 귀엽네.’라 생각하던 청년이 알고 보니 만 서른에 가깝다는 걸 알았을 때, 모여 있던 이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경악했다.
특히 여성들은 젊음의 비법을 알아야겠다며 태화를 잡고 늘어졌다.
태화를 마음에 들어 하는 프랑스인 관계자가 은근히 많다 보니 몇몇 차별 주의자들은 무시를 택했다.
프랑스인들은 옳으면 옳다, 싫으면 싫다가 확실한 인종으로 남녀 상관없이 제 주장을 펼치고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괜히 싸움이 붙었다가 공개 석상에서 뺨이라도 맞으면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었다.
그렇게 프랑스계 관계자들과 안면을 튼 뒤, 태화는 시사회 이후 시간을 사교 활동에 할애했다.
다른 국가,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시선이 상당히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가끔 너무 직설적인 말들이 당혹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그렇기에 더 진솔한 의견 교환이 가능했다.
그러다 말이 너무 격해져 고성이 오가기도 했는데, 한 언쟁의 주제는 ‘요즘 시대가 어느 땐데 어떤 여자가 고작 뺨을 쓰다듬는 것으로 몽롱해지냐.’는 것이었다.
물론 태화가 앞서서 싸웠던 건 아니고, 태화는 그저 흥미롭게 구경하다가 ‘자! 가서 본때를 보여 주고 와!’라는 불똥을 맞고 얼떨결에 정면으로 도발적인 여배우의 시선을 맞이했다.
결과는 ‘작은 스침도 큰 의미가 될 수 있다.’라 주장하던 이들의 승리.
뺨을 내준 여성은 은은히 눈가를 붉힌 채 ‘난 오늘 저녁 한가한데 당신은 어때?’라고 은밀히 물었다.
누가 들어도 유혹임이 명백한 질문이었으나 태화는 심야 영화를 볼 것이라 해맑게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여성은 목덜미를 붉힌 뒤 찌푸린 눈으로 태화의 위아래를 훑곤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시상식이 있기 전날.
태화는 누군가의 유혹에 이기지 못하고 제 고집을 꺾었다.
「자네, 나와 함께 작업하지 않겠는가?」
황금종려상 3회 수상에 빛나는 살아 있는 전설 장마르크 고다르가 출연을 제안한 탓이다.
장마르크는 수익성 있는 영화를 만들지 않았으며, 그런 작품들은 대부분 한국에 수입되지 않아 한국 대중들에겐 그리 유명한 감독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감독을 꿈꾸는 영화학도들에게 존경받는 현대 영화의 살아 있는 거목이었고 배우들도 그의 작품에 출연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 인물이 촬영하고 싶다고 하는데 태화로서도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두근거림을 안기던 축제의 마지막 날이 밝았을 때, 이리저리 흩어져 있던 관계자들은 다시금 뤼미에르 극장에 모였다.
진행자는 프랑스어로 행사를 이끌었고, 다른 국가의 심사 위원들이 모국의 언어로 이야기하면 옆에 선 통역사들이 프랑스어로 통역했다.
「다음은 최고 남자 배우를 뽑을 차례군요. 경쟁 부문 심사 위원이신 마드모아젤 르네 베리가 발표하겠습니다.」
「후! 드디어 이 시간이 왔군요. 그럼 지루하지 않도록 제가 바로 가는 게 좋겠죠.」
르네의 농담에 좌석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관계자들로 가득 메워진 홀은 가벼운 웃음 속에서도 엄숙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남자 주연 배우 수상자는······ ‘야누스의 시선’ 태화 리. 」
작품과 이름이 호명되자 태화 주변의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며 태화를 축하했다.
설마 자신의 이름이 불릴 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태화는 턱을 괸 채 눈만 깜박이다가, 뒤에 앉았던 질베르가 ‘자네라고!’라 말하며 어깨를 친 뒤에야 얼떨떨한 얼굴로 앞으로 나갔다.
단상 위, 단아한 상자 안에 들어 있던 황금색 잎사귀가 다가오는 그를 맞이했다.
끝
ⓒ 마늘소금
[세계인의 축제, 칸에 우뚝 선 한국인들]
5월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프랑스 칸 영화제가 폐막했다.
이번 경쟁 부문에서 홍기석 감독의 ‘야누스의 시선’이 뭇 관계자들의 이목을 샀으며 배우 이태화(29)가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는 영광을 누렸다.
(중략)
또한 비경쟁 심야 상영부문 유나석 감독의 ‘천사들의 밤’도 상당한 호응을 얻었으며 오민화 감독의 ‘외눈박이 사회’는 한국 영화 최초로 퀴어 종려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소수자 인권······.
└황금종려는 못 탔어도 잘했다.
└ㄹㅇ 한국 최초 남우네 ㅋㅋ 그냥저냥 지루하고 볼 건 주인공 메소드 연기밖에 없더라니 결과도ㅋ
└난 영화관 가서 나름 쫄깃하게 봄. 솔직히 주인공이 헛다리 짚을 때 연출 괜찮았던 거 같은데?
‘야누스’가 칸에 갔다는 소식만 듣고 ‘그런가 보다’ 하던 이들은 뜻밖의 수상 소식에 관심을 보였다.
‘남의 나라 축제’라 생각하던 사람들은 UTV에 수상 소감이나 영화제 전체 영상을 찾아봤으며, 전체 영상이 프랑스어로 더빙된 것을 보고 프랑스어 능력자를 찾았다.
└와, 수상 소감은 모국어로 하는구나. 이게 뭐라고 한국어 소감에 코쓱하네.
└홍기석 저 ㅂㅅ다른 관계자들이 이태화 축하할 때 표정 봤음? 지 상 날아간 거 보고 확 얼굴 굳히더라ㅋㅋ ㅈㄴ 어이상실 3:02
└왜 상이 날아감?
└칸은 경쟁 부문 시상에 한에선 1작 1상이에요 태화 오빠 상 탐=지는 못 탐ㅋ 어휴ㅋㅋㅋ
태화의 한국어 소감 뒤엔 프랑스어 통역이 따랐지만 한국인들에겐 듣고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쑥스럽다는 얼굴로 담담히 소감을 읊는 태화의 영상 아래엔 그를 응원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함께, 태화 옆에 앉아 있던 홍기석을 욕하는 댓글도 달렸다.
태화를 클로즈업하는 과정에서 기석의 얼굴이 잠시 등장했을 때, 박수를 치는 것과 별개로 기석이 대놓고 아쉬움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순간 감정 조절이 힘들어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막지 못한 건데, 하필 그 장면이 화면에 고스란히 담기면서 영상으로 남아버렸다.
어찌 보면 두근두근 로또 번호를 확인하다가 꽝인 게 확실시되어 실망한 것과 비슷한 모습이었으나, 대중들의 눈엔 동료의 기쁨에 공감하지 못하는 천하의 몹쓸 놈으로 비쳐졌다.
└하앍 배우님 프랑스어 개섹시해······.
└우리 배우님 못하는 게 뭔가요? 피아노도 잘 쳐, 외국어도 잘해······.
└그리고 두부는 귀여웠다.
└프랑스 배우들하고 엄청 잘 노시던데요? 우리 배우는 인기쟁이 ㅎㅎ
당연한 일이나 칸의 수상 소식에 열광한 건 마레드도 마찬가지였다.
태화가 프랑스에 갈 때부터 남우주연상을 확신하던 이들은 실제 태화의 이름이 심사위원에 의해 호명된 순간 난리를 치며 즐거워했다.
특히 태화가 기쁨을 감추지 않으며 샐쭉 눈웃음으로 화답했을 때 그들은 배우님이 날이 갈수록 잔망스러워진다며 탄식을 흘렸다.
시상식 외에도 현규가 공식 계정에 올린 사진들이 마레드 내에서 화제가 됐다.
태화가 외국 배우들과 찍은 것들로, 그의 성격상 장난스러운 포즈는 없었지만 여유가 돋보이는 분위기는 그냥 함께 서 있는 것뿐임에도 상당히 근사했다.
└근데 정조 언제 개봉하나요 ㅠ 배우님 브레멘 끝나고 대외 활동 안 하시고(시상식은 활동이 아니므이다) ㅠㅠ 기다리기 괴롭다
└ㅠ 그러게요 ㅠ 소식이라도 나오면 좋겠는데 ㅠ
└ㅎㅎ······. 슬프지만 우리 배우님 지금까지 쭉 달려오셨잖아요. 가끔 ㅠ 휴식도 취하셔야죠ㅠ
영화제가 끝나고 한국에서는 태화가 금의환향하길 바랐으나 태화는 다른 초청자들과 달리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다.
따로 다른 일정이 공식 계정에 올라온 것도 아니라서, 팬들은 그가 휴식을 위해 유럽에 남았다고 믿었다.
태화가 데뷔 후 쉴 새 없이 작품 활동에 몰두한 것을 알기에, 팬들은 ‘슬슬 휴식기를 가질 때도 됐지’라 생각하면서도 그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 줄 알았다면, 그들은 아쉬워하는 대신 ‘우리 배우님이 그러면 그렇지······.’라고 생각했으리라.
***
태화가 장마르크와 촬영하게 된 영화 ‘젊은 연인의 노래(La Chanson pour la Jeunesse)’는 추상적인 가치를 한 여성의 사랑과 삶에 빗대어 표현한 작품이었다.
영화의 첫 시작은 주인공 살로메 레자가 자신의 구두를 내던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누구보다 젊고 아름다웠던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자신을 얽매고 있던 울타리를 벗어나 자유를 만끽했다.
살로메는 자신의 외모를 무기로 사용할 줄 아는 여성이었다.
자신의 매력을 한껏 살린 그녀는 수많은 남자를 사로잡으며 자유와 방종에 파묻혀 지낸다.
그런 살로메의 앞에 한 동양인 청년이 나타나는데, 독특한 외형과 분위기를 지닌 남자에게 그녀는 호기심을 느끼고 다가간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녀에게 매료됐던 이들과 달리, 남자는 잡힐 듯 말 듯한 거리를 유지해 살로메를 애태우며 그녀의 균형을 무너트린다.
그리고 그녀가 무너진 그 순간,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모습을 감춰 버린다.
더 이상 온전한 균형을 이루지 못한 살로메는 천천히 파멸을 향해 걸어가다가, 종국에는 신고 있던 구두를 벗고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90분에 담긴 내용은 무겁다고 하기에도, 가볍다고 하기에도 오묘했으며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정적인 느낌이 강했다.
“······난 다 읽어도 이게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
대본의 마지막 장을 덮은 나래는 형용할 수 없는 표정으로 태화를 바라봤다.
그녀의 시선엔 ‘정말 이 영화를 하고 싶냐’란 의미가 분명히 담겨 있어서, 태화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로 흥미롭거든요.”
예술이란 것들이 자주 그러하지만, 장마르크의 작품 또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엔 난해한 구석이 많았다.
특히 그의 작품은 음악과 영상이 배우들과 어우러진 뒤에야 비로소 진가를 드러내기에 그냥 대본만 봐서는 전체를 알기 힘들었다.
태화도 축복을 통해 현장감을 느끼고, 그 공간의 분위기를 느끼지 못했다면 ‘심심하다’라는 인상을 받았으리라.
“어떤 부분이?”
“글쎄요······.”
그런 감각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인지라 태화는 모호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나래의 표정이 구겨지는 게 보여도 진심이었다.
‘뭐, 곤란한 부분이 없진 않은데······.’
축복 속에서 겪었던 상황을 되새기며 그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글로 읽을 때와 행동으로 옮기는 것 사이에 괴리감이 생기는 경우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상상과 실제의 차이인데, 이번에 축복에서 겪은 일은 나쁘다고 말할 순 없으나 좋아하기도 모호해 태화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일단 겪어 보면 알겠지.’
한국이나 미국과 또 다른 프랑스의 영화 촬영 현장.
태화는 곧 다가올 새로운 환경이 기대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