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or, stand again RAW novel - chapter 269
“아줌마처럼 썩은 내 나는 곳에 발 담굴 생각 따윈 없어. 그 괴물이랑 열심히 놀라고. 그게 댁들 잘 하는 짓이잖아.”
그런 상황에서도 태화는 태연하게 비웃음을 날리며 권력에 미친 이들을 욕했다.
자신이 아니라 생각한 선에선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들개다운 태도였다.
‘와, 저 스파이크 내 눈에만 보이는 건가.’
‘둘 다 미쳤네······.’
용호상박이 이런 것일까.
처음 1, 2화를 찍을 때 보였던 모습보다 더한 갈등은 보는 이들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과연 저런 상태로 수술을 잘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되는 동시에 저렇게 싸우던 이들이 힘을 합치면 어떤 장면이 나올지 상상하게 했다.
“······컷!”
용우는 조금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둘 사이의 분위기를 끊었다.
로맨스가 깨끗이 날아가면서 가장 실망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PD였다.
성효의 연기가 되돌아온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이시도와 유시우 사이에 있던 미묘한 케미가 아쉬운 눈치였다.
물론 작가인 원희는 이 상황을 더 없이 환영했다.
단지 너무 쓸 내용이 많아서 제 시간 안에 촬영 대본을 못 건넬 뿐이었다······.
“태화야 수고했어.”
“아, 고마워요. 형.”
태화는 현규가 건넨 이온음료에 입을 대어 목을 축였다.
많은 대사나 움직임이 없어도, 현재 촬영은 상당한 칼로리를 소모했다.
정신력과 기세싸움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성효 쪽도 마찬가지인지라 그녀도 카메라가 꺼지기 무섭게 수분과 당을 보충했다.
은근히 마주친 시선에서 ‘왜 무너지지 않느냐’는 삐뚤어진 적의가 전해졌다.
‘진짜 재미 있어졌어.’
태화는 비실비실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그는 저 정도로 연기를 잘하는 이들과 반목한 일이 없었다.
비슷한 수준의 배우들은 서로의 실력은 나름 인정하면서 호의적인 관계를 쌓았으니까.
성격이 정말 나쁘지 않은 이상 실력 있는 동료와 척을 지려는 이는 없었고, 태화도 적당히 예의를 지켰기에 다들 둥글둥글한 관계를 유지했다.
수준 있는 연기자에게 분노를 사고 진심으로 부딪치는 건 연기 인생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저쪽도 점점 성장한단 말이지······.’
성효의 진심어린 연기를 마주하면서 태화는 왜 그녀가 그리도 재능을 강조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직 완전하진 않으나 성효의 가능성은 축복을 받고 성장하는 태화와 필적했다.
매 번 연기를 마주할 때마다 성장하는 것이 느껴졌고, 성장기에 들어선 맹수처럼 그 이빨이 점차 날카로워졌다.
‘뭐, 그래도 이번 작품 끝날 때까진 내가 우세할 것 같지만.’
무시무시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도 태화는 벽을 마주하고 있는, 배우 업계의 손꼽히는 배우였다.
아무리 슈퍼 루키라 할지라도 단숨에 뚫을 수 없는 챔피언.
게다가 대사마저 이시도를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성효가 태화를 이기는 건 요원했다.
“감독님, 감독님!”
“왜 그리 호들갑이야?”
“헉, 헉. 감독님. 코블이······.”
배우와 스텝들이 다음 장면을 준비하고 있을 때, 한 스텝이 헐레벌떡 뛰어와 용우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처음엔 시큰둥한 표정으로 귓속말을 듣던 PD의 눈이 점차 놀람과 환희로 가득 찼다.
“그 말이 진짜야?!”
“네! 지금 K본부에서······.”
“이럴 게 아니지! 다들 10분 간 휴식!”
당황하는 이들을 내버려 둔 채 용우는 소식을 전한 스텝과 함께 재빨리 현장을 벗어났다.
“무슨 일이야······?”
“뭔 일 터졌어?”
“뭐야?”
촬영장의 웅성거림이 심해지고 있었으나 그것을 말릴 사람은 없었다.
태화는 갑자기 멈춘 촬영에 콧등을 찡그리곤 현규를 바라봤다.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매니저는 곧, 가장 유력한 소식을 인터넷에서 찾아 태화에게 건넸다.
“코드 블루 쪽 지금 난리 났대. PD랑 작가랑 바람났는데, 작가 남편이 와서 현장 뒤집었다더라.”
“······네?”
“하필 불륜인 게 공개적으로 터져서 PD랑 작가 교체해야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대.”
“······.”
1, 2화에서 ‘이삿갓’에게 패배했으나, 천성효가 해매는 사이 1, 2등을 다투며 시청률 경쟁을 벌여왔던 작품 ‘코드 블루’.
같은 장르, 같은 날, 비슷한 시간대에 편성된 만큼 더비 매치에 버금가는 경쟁 상대였다.
“뭔가, 싸움이 시시해지겠네요.”
“지금까지 투탑이었으니까. 천성효 배우 연기력도 확 올랐으니까 이젠 명실공이 원탑이지. 축하해.”
“······고맙습니다.”
태화는 뚜껑을 닫은 이온 음료를 현규에게 돌려두며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경쟁을 벌이던 상대가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자 묘하게 씁쓸했다.
‘천성효가 극복하지 않았으면 정말 재미없을 뻔 했어.’
태화는 전의를 불태울 대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 감사했다.
성효는 나름 신경 써야 하는 ‘적’이었고 상대하는 재미가 있었다.
***
예상대로 ‘코드 블루’가 넘어진 뒤, ‘이삿갓’의 시청률은 1.7배 급등했다.
‘코드 블루’의 시청자를 흡수한 덕이었다.
이제 여유로운 1등이 된 지라 허용우 PD는 슬쩍 로맨스를 밀고 싶어했다.
새로 유입된 ‘코드 블루’ 측 시청자들이 원래 보던 로맨스를 아쉬워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물론 PD가 원한다고 해도 작가와 주연 배우 둘이 반대하는 일을 멋대로 진행할 순 없었다.
특히, 태화에게 크게 대였던 지라 대놓고 지시하지 못한 채 깨끗하게 평행선을 달리는 두 주연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봤다.
‘진짜 포기 못하는 것도 대단해.’
연습을 마치고 하얀 제단 앞에 선 태화는 용우 PD를 떠올리며 혀를 찼다.
괜히 로맨스만 맡았던 게 아닌지, 허용우는 연애를 무척이나 사랑했다.
그렇게 좋아하면 자신이 하면 될 텐데, 꼭 작품이나 타인에게서 보려 들어 성가셨다.
‘그나저나 마지막화 대본은 의외로 제대로네.’
20화까지 쪽대본이 남발된 게 거짓말인 것처럼, 추원희는 24화까지 제대로 된 책대본을 건넸다.
예상 밖이지만 기분 좋은 일이었다.
“응······?”
제단을 벗어나기 전 습관처럼 기둥 위에 적힌 재능을 확인하던 태화는 저도 모르게 멍청한 소리를 뱉었다.
지금까지 지지부진하게 오르던 Ⅲ단계 재능들의 숙련도가, 어느새 99에 다다라있었다.
끝
ⓒ 마늘소금
Ⅲ단계에 다다른 재능은 숙련도가 쉽게 오르지 않는다.
대부분의 인간이 일평생 노력해서 오르고, 넘어야 하는 계단이니 당연했다.
그렇게 힘든 길이었으나 태화에겐 몇 가지 행운이 겹쳤다.
첫 번째로 축복.
대본 속의 세계는 시간이 흐르지 않았으며 그에게 더 많은 연습의 기회를 제공했다.
대본에 익숙해짐에 따라 숙련도가 오르는 정도가 점차 낮아졌지만 하루 24시간이 무한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사기적인 공간이었다.
두 번째로 ‘젊은 연인’ 어려움 난이도를 클리어 하면서 습득한 ‘불굴의 의지Ⅰ’.
지구력이 높아지고 무언가에 쉽게 몰두할 수 있도록 하는 재능은 단순히 ‘연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치부하기 쉽다.
그러나 몰아지경에 도달하는 순간, 재능의 숙련도는 그에 비례해 빠르게 증가한다.
즉, ‘젊은 연인’ 어려움 난이도 클리어 이후, 태화는 더디게 상승하는 Ⅲ단계 재능의 숙련도가 다른 이들에 비해 빠르게 올랐다.
마지막으로 천성효.
사실 천성효는 도움이 되지 않는 패였다.
그녀 이전에도 태화는 완숙에 다다른 배우들과 몇 차례 합을 맞췄었으니까.
순수한 재능의 크기만 두고 비교하면 말이 달라졌지만 성효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배우도 많았다.
성효가 그대로 무너졌다면 단순히 스쳐 가는 배우가 되었으리라.
그러나 모든 걸 인정한 그녀가 자신의 손에 들린 전가의 보도를 눈치챘고, 그것을 태화에게 휘두르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미숙한 이의 손에 들린 총이, 명중률은 낮아진다 해도 살상력까지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태화는 끓어오르는 냄비의 뚜껑을 내리누르는 듯 내내 우위를 점하며 성효의 공격을 막아섰다.
권투에서 난타전을 벌이는 것처럼 있는 대로 치고받았으며, 포기하지 않고 달려드는 성효를 인정사정없이 처박았다.
전쟁이 기술의 발전을 낳는다는 말과 같이, 태화의 연기 관련 숙련도는 거침없이 올랐다.
다른 곳에 분산되어 있던 정신을 전부 모아 성효를 바닥에 메다꽂는 데 사용했으니 안 오르는 게 더 이상했다.
적절한 성가심은 상대의 진심을 이끌어낸다.
성효는 태화를 건드리는 좋은 자극제였으며, 덕분에 태화의 Ⅲ단계 재능 숙련도는 그 속도를 늦추는 일 없이 99에 다다랐다.
‘적어도 2, 3년 이상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태화는 팔짱 낀 손가락으로 팔뚝을 톡톡 두드리며 제단 기둥에 떠오른 숫자들을 살폈다.
딕션, 시선 처리, 눈빛, 발성, 무대 장악, 그리고 관능.
원래 99였던 무대 장악을 제외하고, 총 다섯 가지의 재능이 추가로 벽에 닿았다.
‘관능은 왜 또 99에 도달한 거지······?’
지금까지와 너무 다른 양상에 그는 슬쩍 눈매를 찡그렸다.
‘젊은 연인’이 크랭크업하기 전만 해도 69, 79퍼센트였던 ‘딕션’과 ‘시선 처리’가 99를 찍은 것도 이유를 알기 힘든데, 고작 30퍼센트였던 ‘관능’마저 벽을 앞에 뒀다.
태화가 생각할 때 성효가 연기하는 유시우를 닥치게 하거나 아역 배우들을 홀릴 때 말곤 사용한 일이 적었던지라, 그 이유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99 찍은 걸 몰랐다는 것도 참······.’
숙련도가 동일하게 오르는 것이 아니니 몇몇은 진즉에 최고 수치에 다다랐을 것이다.
성효를 찍어 누르느라 너무 정신없이 지낸 것을 반성하며 태화는 연습실 한구석에 넣어둔 ‘사신의 구슬’을 떠올렸다.
무려 네 가지 추가 보상이 합쳐져 완성한 구슬.
‘신성(임시)’라는 재능이 있어야 입장이 가능한 ‘시련장’으로 이동시켜주는 기물(奇物).
보통사람은 평생 가도 넘기 힘든 벽, ‘깨달음’을 부숴주는 만능열쇠였다.
‘······딱 좋은 타이밍이긴 하지.’
Ⅲ단계 99에 해당하는 재능이 6개인 데다, 차기작을 고르지 않은 상태라 나름대로 여유도 있다.
노린 것은 아니었으나 마치 계산한 것 같은 순간이었다.
“사신의 시련장에선 시간이 가려나?”
태화는 부러 성대를 울려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제단의 기둥은 목소리에 반응해 질문에 대한 답을 내어주곤 했다.
대답할 수 있는 질문에 한계가 있는 느낌이었지만 신이나 보상과 관련된 물음을 적당히 해소하기 좋았다.
[사신(四神)의 시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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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풍토(火水風土)로 이뤄진 완벽한 시설이 여러분을 기다······.
“······.”
태화는 다이어트 복싱 광고지처럼 가볍기 그지없는 설명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무한한 시간’이란 단어로 축복 속 세계와 비슷하다는 것은 인지했지만 어쩐지 가기 싫어지는 설명이었다.
‘······조금 더 생각해볼까.’
예상치 못한 기습을 당한 태화는 약간 혼미해진 정신을 붙잡고 제단을 빠져나왔다.
자신이 바라던 꿈에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해 가장 빠를 수 있는 길이었으나 일단은 미뤄두고 싶었다.
***
[오늘 갓삿갓 막화 쩔었어요ㅠ]
으ㅏㅏㅏㅏ!!
지금 말이 안 나오네요 ㅠㅠ
태화님 진짜 이래도 괜찮은 건가요 ㅠㅠ
ㄹㅇ섹시계의 큰나무(작은 나무가 아닙니다 울 배우님은 이미 거목이심)
수술 성공하고 미약하게나마 꺄악 하는 아기 보면서 환하게 웃어주는데······!
비바 성모 마리아!!!!!(종교분들 ㅈㅅ 근데 뒤에 후광이 너모 강해······.)
혼자서 자애로움까지 다 씹어 드시고 이건 레알루 킹삿갓인 거시에요!!
어흑흑 제가 비록 10화까지 로맨스 착즙하다가 손 놓은 1인이지만 이삿갓은 연애 1도 없어서 좋았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