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
관존 이강진 (1)
서장
침상에 누워 있는 노인이 힘겹게 손을 들었다.
얼마나 힘이 드는지 손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손은 옆에 있는 소년의 손을 잡는 데 성공했다.
노인이 소년에게 말했다.
“내 걱정이 되는 게 하나 있다면, 네놈이 너무 착해 빠져서 남들에게 이용당하지 않을까다.”
“사부…….”
“그래서 이 사부가 언제나 그랬듯이 살이 되고 뼈가 되는 가르침을 주겠다.”
노인이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하는 말에 소년은 무릎을 꿇어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그게 낫다고 생각하고는 무릎을 꿇었다.
“무림인…… 그들이 좋은 분인지 나쁜 새끼인지 단번에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 너는 이후 밖에 나가 친구를 사귐에 있어 반드시 내 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새겨듣겠습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돈에 쪼들리는 무림인일수록 착한 분일 가능성이 높고, 돈 걱정 안 하는 무림인일수록 나쁜 새끼일 가능성이 높다.”
“네?”
“생각해 보거라, 너는 힘 있는 놈이 굶어 죽는 거 봤느냐? 힘 있는 놈이 뭐 하고 싶은 거 못 하는 거 봤느냐?”
소년이 고개를 가로젓자 노인은 바로 그거라는 듯이 말했다.
“세상 이치가 강한 놈 앞에는 알아서 탄탄대로를 만들어 주는데, 강한데도 돈에 쪼들리는 무림인이야말로 얼마나 정정당당하게 살아온 것이겠느냐?”
“…….”
“또 무공도 약한데 돈을 펑펑 쓰는 놈은 자신보다 약한 놈에게 그만큼 돈을 쥐어짰다는 소리 아니겠느냐?”
좀 이상하긴 하지만 묘하게 수긍되는 말이었다.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사부가 대단하지 않으냐? 한 길 사람 속을 모른다는데 너무나도 간단하게 그 속을 알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니 말이다.”
“사부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러니 이리 떠나지 마세요. 오래오래 사셔서 제가 장가가는 것까지는 보셔야지요.”
소년이 노인의 손을 꽉 쥐었고, 노인은 소년과 시선을 마주쳤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노인이 침상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지금 그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는 거냐?”
“사부님…… 괜찮으신 겁니까?”
“너 지금 무슨 상상 한 거냐?”
“지금 분위기가…… 아무래도…….”
“내가 곧 죽을 것처럼 보였다는 말이냐?”
“그럼…….”
“이 빌어먹을 놈이. 아직 삼십 년은 창창할 나이의 사부가 죽을 거라 상상했다고?”
노인이 침상에서 벌떡 일어서서 하는 소리에 소년도 꿇었던 무릎을 펴며 입을 열었다.
“아, 씨!”
“아, 씨?”
소년이 노인을 향해 버럭 외쳤다.
“안 그러던 양반이 갑자기 무게 잡으면서 걱정이 되네 어쩌네 하니까 깜짝 놀랐잖아요!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을 때가 되었다는 소리 못 들으셨어요? 그리고 손은 왜 떨어요, 떨긴.”
“이놈이 뼈 빠지게 고생해서 사람 하나 만들었더니 호강은 못 시켜 줄망정 죽이려 하네! 어제 마작 패를 하도 쥐었더니 손이 좀 떨린 것 가지고.”
“원래부터 전 사람이었거든요! 그리고 뭘 뼈 빠지게 고생해요? 몇 마디 해 준 걸로 나 혼자 컸지.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우리 아버지한테 한 달에 얼마씩 받아 가는지 제가 모를까 봐요? 금 한 냥씩 받는다면서요? 그 돈이면 한 가족이 몇 달은 살 수 있는지 몰라요?”
노인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저기, 제자야…… 그건…….”
“아버님에게 확 사이비 무인이라고 고할까요? 아! 사부님 말씀대로 사부님은 강하지도 않고 돈에 쪼들리지도 않는 무인이시니 아주 나쁜 놈이겠네요?”
“제자야! 내가 잘못했다.”
노인이 덥석 안아 오며 하는 말에 소년은 그에게 안긴 채로 말했다.
“다시 이런 장난 하면 정말 가만 안 있을 겁니다.”
“그래그래, 이 사부가 잘못했다.”
“됐어요. 글공부하러 가야 해요.”
“그래그래, 몸조심하고. 전 노사께 나중에 술 한잔하자고 전해 다오.”
“네, 쉬세요. 그리고 아버지 앞에서는 손 떨지 마시고요. 호인처럼 보여도 능구렁이 같으신 분이니.”
“그래그래.”
소년은 노인을 떼어 놓으며 방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떨리는 다리를 꽉 잡으며 중얼거렸다.
“아! 왜 다리가 떨리지?”
소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一. 그는 내 사부다.
二. 그는 나를 좋아한다.
三. 나도 그를 좋아한다.
四. 그가 죽으면 내가 별로 좋지 않을 것 같다.
五. 나는 호강시켜 주기로 약속했다.
六. 지금 죽으면 호강 못 시켜 주는 거고, 약속은 지키지 못한다.
七. 그래서 그가 죽으면 내가 슬픈 거다.
소년은 결론 내렸다.
“맞아, 그래서 다리가 떨린 거야.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어기면 슬픈 거니까. 그리고 슬프면 그럴 수도 있다고 했으니까.”
소년은 웃었다. 그리고 글공부를 하기 위해 내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