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Kang Jin Lee RAW novel - Chapter (100)
관존 이강진 (100)
“괜찮겠습니까? 사문의 힘은 약하다면서요?”
“그럼 네가 남아서 도와주든가.”
“안 돼요. 사부 데리러 가야 해요.”
“그놈만 사부냐? 나는 사부 아니냐?”
소양풍이 퉁명스럽게 말하자 강진은 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사부도 급이 있는 거죠.”
소양풍이 발끈하며 말했다.
“네가 그놈보다 못한 게 뭐 있어서? 그놈이 나한테 얼마나 무공을 알려 달라고 했는지 아냐? 학식, 무공, 세력 모두 그보다 나은데!”
“그럼 절 빨리 찾지 그랬어요. 우리 사부는 어릴 때 만났고, 소 사부는 다 커서 만났잖아요. 비교할 걸 해야죠.”
강진이 곽노는 우리 사부라 말하고 자신은 소 사부라 하는 걸 보며 소양풍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됐다. 이거 원 더러워서. 다른 놈 한 놈만 찾으면 너 같은 건 신경 안 써도 되는데.”
강진은 웃음을 흘렸다.
“흐흐, 저 같은 사람은 천하에 둘도 많지요. 수십 년 찾았다면서요? 저 만난 걸 복으로 아세요.”
“끙!”
소양풍은 별 대꾸도 못 하고 속으로만 화를 삭여야 했다.
‘그래도…… 있으니까 도움이 되잖아. 든든하기도 하고……. 지금은 이래도 나 죽고 나면 사문을 내팽개치지는 못할 거야. 암, 그럴 거야…….’
소양풍은 자신도 확신하지 못하는 기대감을 품으며 말했다.
“어찌 됐든 싸우는 걸 보니 구 단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열심히 해라. 구 단만 뛰어넘어 맥이 끊기지만 않으면 내 죽어서도 기특하게 여기마.”
“서른에는 그렇게 돼 줄게요. 자, 그러면 낙양검 가르쳐 줘요.”
“곽가 데리러 가야 한다면서? 그놈이랑 오는 길에 들러서 배우면 되잖아.”
“구결과 초식만 알려 줘요. 가면서 익히고, 모르겠는 건 와서 물어볼게요.”
소양풍은 기가 막힌 듯이 말했다.
“낙양검은 그렇게 쉽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구결과 초식만으로? 이야기책 하나 쓰냐? 비급 얻어서 천하제일인이 된다는 뭐 그런 거?”
“천단공도 딱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천단공이 어려워요, 낙양검이 어려워요?”
강진의 반문에 소양풍은 말문이 막혔다.
어렵기로 치면 천단공이 훨씬 어렵다. 천단공이 없는 낙양검은 쓸모가 없지만, 천단공은 그 자체만으로 훌륭한 심법이다.
“그래도 며칠은 걸릴 거다.”
“며칠 동안이나 여기 머무를 수는 없어요. 가면서 배워요. 청해성에 들어서기 전에 끝낼게요.”
“이놈아, 고작 며칠 머무르는 게 아깝냐? 며칠 동안 곽가가 죽기라도 하냐?”
강진은 정색을 하며 반문했다.
“사람 일 어찌 될 줄 알고요? 그사이에 우리 사부한테 뭔 일 일어나면 소 사부가 책임질 거예요?”
“서럽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놈아, 내가 곽가 처지에 있어도 지금 하는 것처럼 할 거냐?”
강진은 바로 대답했다.
“당연하죠. 소 사부도 내 사분데. 그리고 비교할 걸 하세요. 우리 사부랑 소 사부랑 같아요? 적수를 손에 꼽는다면서요. 설마 그렇게 약한 거예요?”
“…….”
“뭐, 그리 약해도 할 수 없겠지요. 그런 사람한테 속은 내 탓을 해야지. 그래도 문제가 생기면 올 거예요. 사부도 내 사부니까. 그러니까 이상한 데 심력 소비하지 마요.”
소양풍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아, 친구가 하나도 많은 것처럼 사부도 똑같네요.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요. 여하간 지금은 못 도와주지만 사부 모시고 와서 잠시 머무를게요. 그때 한번 일 벌이면 되죠. 눈앞의 적은 싹 치워 주고, 숨은 적은 계속 그렇게 숨어 있게 짓밟아 주면 되죠. 사부도 내 사부니까.”
소양풍은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성격이 괴팍한 녀석이란 건 알았지만……. 여하간 좋은 거겠지?’
그는 아직 강진이 한 말의 의미를 잘 몰랐다. 사부도 내 사부란 말의 의미를 말이다.
* * *
대충 정리하고 소양풍도 천랑대 일행과 동행한 지 이틀, 새로운 신교 무인들과 조우했다.
새로운 무인들은 천랑대와 이야기를 나눈 후 다시 교로 먼저 돌아갔고, 강진은 그사이 낙양검에 집중했다.
그리고 다시 이틀 후, 청해성 입구가 보였다.
“들를게요. 그리고 일 끝나면 광동으로 같이 가요. 사문의 사람들도요. 눈앞에 있어야 안심이 되겠어요.”
자신을 평범한 늙은이 취급하는 강진을 보고 소양풍은 씩 웃으며 말했다.
“그 일은 나중에 이야기하자. 그리고 낙양검은 급하게 익히면 안 된다. 내력과 같이 움직여야 하니 반드시 신중하게 익혀야 한다.”
“알았어요.”
-조심해야 한다. 찾아온 손님은 죽여 보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지만 위험한 곳이다.
그때 소양풍이 전음으로 걱정하자 강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소양풍이 돌아가고, 강진은 멀어져 가는 그를 향해 길게 읍을 했다.
퉁명스럽긴 했지만 그가 자신에게 최선을 다한 것을 알고 있었다. 비록 사문의 무맥을 잇게 하기 위해서라지만,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안다.
아니까 허리를 숙인 것이다.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라 배웠고, 이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별 의미는 없겠지만 말이지. 고맙다는 표현을 왜 이런 식으로 해야 해? 그냥 맛나고 좋은 거 사 드리는 게 훨씬 좋은 거지.’
강진은 허리를 펴며 곧바로 낙양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재미있을 것 같은데 말이지.’
그리고 다시 움직이려 할 때였다.
-피를 먹여 준다면서? 여태 단 한 번도 먹지 못했다. 어서 약속을 지켜라.
한산업의 말에 강진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무슨 약속?”
-너를 도우면 피를 먹여 준다고 했잖냐! 기억 안 난다고 하지 마라.
“아, 그랬지.”
-그러니까 약속을 지켜라.
강진은 반도를 뽑아 바닥을 긋기 시작했다.
-이게 뭐 하는 짓이냐! 함부로 하지 않기로 했잖아!
“그런 말도 한 적이 있지. 하지만 싫은데?”
-야!
한산업이 화가 났는지 반도가 부르르 떨렸다. 하지만 강진이 아랑곳하지 않고 반도로 계속 바닥을 긋자, 머릿속이 크게 울렸다.
-거짓말하지 않는다면서! 지금 이 행동은 뭐냐!
“네가 사람이냐?”
-뭐라고?
“네가 사람이냐고! 나는 분명 말했다. 내가 사람들에게 거짓말하는 것 봤냐고. 맞아, 나는 사람에게 거짓말 안 해. 그런데 넌 사람이 아니잖냐!”
-이…… 지금 그게……!
“알아서 척척 도와줬다면 네 부탁을 들어줬을지도 모르지. 그랬다면 넌 내 편일 테니까. 하지만 너는 내가 위기에 있을 때 흥정을 했잖아.”
-그래서 약속을 어기겠다는 것이냐!
“이야기했잖아. 사람이었다면 지켰을 거라고. 하지만 넌 사람이 아니잖아. 그리고 뭐, 동남동녀의 피? 이게 미쳤나?”
반도가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끌 정도로 소리 내며 떨기 시작하자, 천랑대는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강진을 보았다.
“아, 가끔씩 발광할 때가 있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강진은 반도를 몽둥이에 꽂고는 귀에서 울리는 소리를 깨끗하게 무시했다.
‘계속 들고 다닐 거라면 모를까. 어차피 돌려줘야 할 물건. 더 이상 신경 쓸 필요 없지.’
도신이 부러졌어도 여전히 매력적인 곡선을 하고 있는 반도였다. 그러나 강진은 깔끔히 포기하기로 했다. 곽노를 찾기 위해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괜히 귀찮게 피를 먹이는 짓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반도는 그렇게 며칠을 울었으나 강진은 무시하고 천랑대를 따라 청해성에 들어섰다.
* * *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강진의 말에 구량이 대답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알렸으니 모셔 올 겁니다.”
“그 말만 벌써 몇 번째야?”
“공자님.”
강진이 생떼를 부리는 애처럼 굴자 향아가 주의를 주듯이 말했다.
“예정보다 빠르지 않았습니까? 아직 어르신이 주무시고 계실지도 모르실 테니 잠시 기다리시면 될 겁니다.”
“벌써 일어나실 시간이야. 내가 그걸 몰라?”
오면서 내내 걱정했던 강진이다. 우려하던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혹시라도 무슨 문제가 생겼을까 봐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중년 사내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강진과 향아를 제외한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바닥에 대며 소리쳤다.
“교주를 뵈옵니다!”
강진은 중년 사내를 살폈다.
‘교주? 이 사람이? 전혀 강해 보이지 않는데?’
오면서 향아에게 무림이 어떤 곳인지, 그리고 자신들이 가는 곳이 어떤 곳인지 전해 들은 터였다.
신교, 또는 마교라 불리는 이곳은 무림 최고의 세력이라고 했다. 고수가 발에 차일 정도로 많은 곳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그곳의 수장인 교주는 천하제일의 무공을 가졌고, 그 누구도 홀로 대결해서는 승산이 없을 정도로 막강한 사람이라 했다.
하지만 강진이 본 중년 사내는 달랐다.
기골이 장대하여 힘 좀 쓸 것 같은 사람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런 사내가 천하제일집단을 이끄는 천하제일고수라는 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중년 사내는 손짓을 하여 사람들을 일어나게 했다. 그러고는 강진을 향해 정중히 포권을 하며 말했다.
“선유라 합니다.”
“본관은 이강진이라 하오. 여기에 본관의 사부가 계신 것이 맞소?”
“어르신은 편안히 계십니다. 제자분이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좋아하시더군요.”
“그런데 어디 계시오?”
“식사를 하고 계십니다. 만나 뵙게 해 드리기 전에 제가 먼저 뵙고 싶었습니다.”
“본관을? 당신이 왜?”
“말을 가려 하시오!”
강진의 말투가 무례하게 느껴졌는지 옆에서 구량이 노기를 띠며 소리쳤다.
강진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본관이 당신들을 모두 추포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지금까지는 참아 왔다만, 계속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다가는…….”
구량이 폭발하려는 순간 선유가 그를 보며 말했다.
“구 대주, 교를 방문하신 손님에게 너무 무례합니다. 흥분을 가라앉히심이 좋겠습니다.”
구량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수하가 주제넘었습니다.”
선유는 빙그레 웃어 보이고는 강진에게 말했다.
“귀하의 말투는 어느 분을 무척 닮으신 것 같습니다. 친숙합니다.”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우리 사부부터 보러 갑시다.”
“그 전에 한도를 보여 주시겠습니까?”
강진이 뭐라 소리치려는 순간 향아가 옆에서 급히 허리춤을 잡아끌었다.
-그들의 본거지입니다. 싸운다면 공자와 제가 팔이 수십 개 있다 해도 이기지 못합니다.
강진은 크게 심호흡했다.
향아 말대로 조심해야 하는데 선유라는 사내를 보니 자꾸 흥분이 되는 것 같았다.
천하제일고수라는 소리를 들어서일까? 묘하게 승부욕을 자극하는 사람이었다.
‘나쁜 놈 같지는 않은데…….’
강진은 반도를 선유에게 넘기며 말했다.
“쇠붙이 따위가 건방지게 굴기에 본관이 조금 손을 보았소. 그래서 원래의 생김새는 아닐 거요.”
이미 보고를 들었는지라 선유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반도를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이리저리 둘러보다 허공에 한번 휘둘렀다.
그러고는 내공을 주입하니 반도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숨 한 번 쉬는 시간에 반도에 백광이 서렸다.
그 모습에 강진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지금 선유가 무엇을 하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도 반도를 사용하면서 저런 아지랑이를 몇 번이나 피워 올렸고, 홍광을 만들어 낸 적도 있다. 하지만 선유는 너무나도 빠르게, 그리고 수월하게 백광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보다도 더 크고 진하게 말이다.
‘미친! 천단공 십 단을 이루면 저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강진이 순수하게 감탄을 하며 백광의 변화를 주시하는 사이 선유가 입을 열었다.
“정말 많이 눌러 놓으셨군요. 신기하군요.”
입을 열려는 순간, 강진은 엄청난 기운이 자신을 덮친다고 느꼈다. 본능적으로 두 손을 뻗고 천단공을 운용하는 순간, 기운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뭐야?”
“왜 그러십니까?”
갑작스러운 강진의 행동에 향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못 느꼈어?”
“뭘 말입니까?”
영문을 모르겠다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강진은 고개를 홱 돌려 선유를 보았다.
하지만 선유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반도에 어려 있던 백광을 거둬들이며 말했다.
“귀하의 공력으로는 한도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신 겁니까?”
강진은 선유를 노려보며 대답했다.
“그래 봤자 쇳덩어리지, 뭐 대단할 것까지야.”
선유는 고개를 저었다.
“한도는 귀하가 생각하는 그런 쇳덩어리가 아닙니다. 자신을 쥔 사람에게 반드시 영향을 끼치지요.”
“그렇게 말하는 당신도 영향을 받소?”
강진의 반항적인 말투에 선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귀기의 힘이 강하긴 하나 저는 괜찮습니다. 저보다는 약하니까요.”
“천하에 사람이 얼마나 되는데 그런 사람이 당신만이리라는 법은 없지 않소?”
“제가 실수했군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하지요. 하지만 귀하는 영향을 받은 것 같은데, 아닙니까?”
순간 강진은 할 말이 없었다. 인정하긴 싫어도 칼에 휘둘린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적 없다고 할까? 하지만 거짓말을 하면 이놈보다 약하다는 말이 되는 거잖아. 이놈에게는 그렇게 보이기 싫은데.’
강진은 뭐라 대답할지 고민했지만, 다행히 선유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말했다.
“그래서 어르신을 모시고 오지 못했습니다. 한도에 휘둘렸다면 어르신에게도 큰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이해해 주시겠지요?”
“내 사부 걱정을 왜 당신이 하시오?”
선유는 다시 한 번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글쎄요. 훌륭한 스승이 미친 제자에게 죽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까요?”
순간 강진의 눈에 살기가 치솟았고, 살기에 반응한 무인들이 선유의 앞을 막았다. 그 모습에 향아는 크게 당황하며 강진의 뒤를 보호하듯이 섰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만든 선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물었다.
“그 정도 무공 실력으로 한도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은 한 부류뿐입니다. 바로 광인(狂人)이지요. 귀하, 미친놈 맞지 않나요?”
강진의 입꼬리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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